석면철거시 안전대책을 지키지 않으면 대기 중 석면분진농도는 오히려 증가된다.
최근 미국에서는 의회의 석면공해방지대책 입안을 앞두고 한동안 잠잠했던 석면 유해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논쟁의 계기가 된 것은 지난 6월 뉴욕에서 열린 한 과학회의. 이 자리에서 예일대 의대의 기(Gee)박사 등 몇몇 과학자들은, 그간 석면의 유해성을 지나치게 강조, 불필요한 석면철거가 계속돼 오히려 대기 중의 석면분진농도가 증가되는 등 역작용을 낳았다고 주장했다.
기존 건축물에 사용된 석면의 철거는 특히 학교건물의 경우 문제가 돼왔다. 지난 73년 미국 환경보호국(EPA)이 방화재로서의 석면이용을 금지한 이래 미국인들의 석면공해에 대한 경각심은 날로 높아졌다. 그결과 교실의 석면재료를 철거하기 전까지는 자녀들을 등교시킬 수 없다는 강경한 학부모들 때문에 많은 주(州)에서 휴교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미국 환경보호국은 학교건물에 사용된 석면재료 중 '노후·파손된 시설은 철거하고 결함이 없는 것들은 현상태를 유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의회에 석면공해방지대책을 상정했다. 기박사 등의 연구결과는 환경보호국의 정책을 뒷받침하는 것으로서, 석면이 사용된 건물이라 할지라도 분진농도는 대기중의 그것과 별 차이가 없다고 보고했다.
또한 이들은 석면재료를 석면재(角閃石, amphiboles)와 크리소타일(chrysotile)로 구분하고 각각의 유해정도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각섬석의 섬유상(狀)이 바늘모양인 것에 비해 크리소타일은 구부러진 형태여서 인체세포에 흡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건축재로 쓰이는 석면재료의 대부분은 크리소타일이다.
석면철거를 적극 옹호하는 사람들도 제거시에 안전대책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오히려 유해할 수 있다는데 동의한다. 그러나 기박사 등의 주장이 자칫 석면에 대한 사람들의 경각심을 둔화시키지 않을까하는 것이 반대자들의 우려다.
대체재 개발이 과제
석면섬유는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세한 구조와 높은 강도를 갖고 있다. 이런 장점으로 인해 각종 시멘트제품 석면슬레이트 등의 건축자재와 자동차의 브레이크 라이닝, 클러치 페이싱에 쓰인다. 또한 단열성과 내산성(耐酸性) 내알칼리성이 뛰어나 상하수도관이나 온수파이프, 심지어 드라이어 토스터등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의 곳곳에 쓰이고 있다.
그러나 석면이 노출돼 그 미세한 섬유가 공기 중에 떠돌아다니다 인체에 들어가면 석면폐(진폐증의 일종) 중피종(中皮腫) 폐암 등 치명적인 병을 일으킨다. 이러한 질병은 처음에 석면광산이나 석면방적공장 조선소 기타 석면재료를 설치하는 노동자들에게서 발견됐으나 이들이 작업중 옷과 머리에 묻힌 석면을 그대로 집에 가져가 가족들마저도 치명적인 질병에 걸린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졌다. 따라서 선진국에서는 2차대전 이후 작업장내 석면농도허용기준(0.2개/${cm}^{3}$)을 규정했다. 그러나 이 기준은 석면폐증의 발생을 1% 이하로 낮추기 위한 것에 불과해 암발생이나 작업장 이외 일반건물 등의 안전도 유지에는 적합치 못하다.
인체에 치명적인 해를 입히는 석면이 계속 사용되는 이유는 마땅한 대체재료가 없기 때문이다. 그간 아라미드펄프나 아크릴계의 유기섬유가 대체물질로 개발됐으나 건축재의 경우 시멘트와의 복합이 쉽지 않고 경제성이 낮아 실용화되지 못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최근 초조법(抄造法)이라는 새로운 기술로 건축재용 보강판넬을 만드는데 성공, 유기섬유복합체 실용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시멘트와 유기섬유를 믹서로 섞어 응고시키는 기존의 방법과 달리 각 입자를 전기적으로 엉키게 하는 초조법은 경제성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