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재인 플라스틱을 이용해 새의 깃털 대신 플라스틱 깃털을 단 공이 출현한 덕분에 배드민턴은 대중적인 스포츠가 될 수 있었다.
종이컵 종이팩 나무젓가락 플라스틱그릇 비닐음료용기 등 단순히 재료만 바꾼 작은 발명들이 세계적인 발명품이 된 사례가 적지않다. 최근에는 속속 발명되는 신소재를 이용하여 재료를 바꾸는 발명이 더욱 활기를 띠고있다. 재료의 변화를 꾀해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내는 발명가는 남이 이미 만들어놓은 산물을 창조적으로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산물을 창조해 낸다.
'플라스틱 깃털 배드민턴 공'은 이런 발명의 원리를 가장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예. 발명가는 영국의 스포츠용품 회사 사장이었던 칼튼이다.
지금은 마당이건 골목이건 조그만 공터가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공을 주고받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 배드민턴 경기지만 70여년 전만해도 사정은 사뭇 달랐다.
당시만 해도 배드민턴공의 깃털은 새의 깃털을 사용했다. 그러다보니 공의 값이 보통 비싼 것이 아니어서 부유한 사람이 아니면 경기를 즐긴다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었다.
'배드민턴 깃털공을 좀더 값싸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을텐데···.'
스포츠광인 칼튼은 몇년째 이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뭔가 좋은 방법이 있을 것도 같은데 그 방법은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 조간신문을 펼쳐든 칼튼은 문제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었다. '플라스틱 상품의 등장으로 값싼 생활필수품시대가 열렸다'는 기사를 보고 눈이 번쩍 뜨인 것이다.
"맞아 바로 이것이다. 새의 깃털대신 플라스틱 깃털로 배드민턴 깃털공을 만드는 거다."
칼튼은 서둘러 특허출원을 마치고 대량생산을 서둘렀다. 이미 플라스틱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각종 기계가 나와 있었으므로 깃털 만드는 일은 시간문제였다.
"값싼 배드민턴 깃털공이 나왔대."
한달이 채 못돼 사람들의 입에서 입을 통해 영국 전역에 퍼진 소문은 새로 발명된 플라스틱 깃털 배드민턴 공의 생산을 독촉했다. 밀려드는 주문은 생산시설 증설까지도 앞서갔다. 실로 폭발적인 인기였다. 칼튼이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황제 '로 부상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공기정화기서 출발한 진공청소기
재료를 바꾸는 것이 발명이듯 물건의 용도 즉 쓰임새를 바꾸는 것도 발명이다.
모든 물건은 만들 때부터 그 용도가 정해져 있고, 소비자들은 그 용도에 맞게 구입하여, 정확히 그 용도에만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물건은 경우에 따라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고, 아예 그 용도를 새롭게 바꿀 수도 있다.
용도를 바꾼 발명 역시 '그 정도가 오죽하겠느냐?'며 비웃는 사람이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다. 간단한 아이디어 상품에서 첨단상품까지 다양한 발명품을 탄생시킨 것이다.
일본의 매직테이프 메이커인 벨크로사(社)는 1백만엔의 상금을 걸고 매직테이프의 새로운 용도에 관해 아이디어를 모집한 적이 있었다. 응모작 중에 매우 색다른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골프공에 매직테이프를 붙인 것이었다. 이를 이용해 과녁에 맞으면 달라붙는 장난감을 만든 것이다. 매직테이프를 골프공에 붙이는 일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당선의 영광을 차지했다.
진공청소기도 기존 제품의 용도를 바꾼 발명품이다. 발명가는 미국의 피셔.
선천적으로 몸이 약했던 피셔의 소원은 남들처럼 건강하게 사는 것이었다. 지병인 천식때문에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늘 호흡곤란에 시달리고 심할 때는 잠을 잘 수도 없어 앉아서 밤을 꼬박 새우기가 예사였다.
어쩌다 방안의 공기가 혼탁해지기라도 하면 그는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했다. 그래서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공기를 정화하는 기계였으나 이 또한 아직 발명되기 이전. 피셔는 스스로 공기정화기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마침내 그는 각종 서적을 탐독해서 연구한 결과 공기정화기의 도면을 그릴 수 있었다.
그가 그린 도면은 기계제작소에 맡겨져 공기정화기로 만들어졌다. 이로써 세계 최초의 공기정화기가 탄생됐으나 그것은 아직 피셔만을 위해 사용되는 전유물에 불과했다. 피셔는 자신의 괴로움을 덜 수 있는 것만으로 만족해 특허출원같은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사업을 하는 친구가 문병차 그를 찾아왔다.
"오랫만에 밝은 얼굴을 보겠구만. 그런데 이건 뭔가?"
피셔가 발명한 공기정화기를 발견한 친구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이거, 먼지와 티끌까지 빨아들이지 않아?"
피셔에게서 자초지종을 듣고난 친구는 이 원리를 이용한 진공청소기 제작을 제안했다. 바로 용도를 바꾸는 발명이었다.
피셔와 그의 친구는 서둘러 특허출원을 마치고 생산에 착수했다. 공기정화기도 함께 생산하려 했으나 당시에는 이것의 수요가 진공청소기에 미칠 수 없다고 판단, 청소기 생산에 전력을 다했다.
제품발매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청소에 시달리던 가정주부들의 입에서 입으로 번진 소문 덕분에 따로 광고할 필요조차 없었다. 피셔가 공기정화기를 처음 사용했을 때 터뜨린 탄성이 진공청소기를 처음 사용하는 미국 주부들에게서도 터져 나왔다.
사업의 번창과 함께 피셔의 건강도 회복돼갔다. 미국시장에서 이어 세계시장으로 진출한 진공청소기는 지구촌 가정주부들의 사랑을 받으며, 피셔를 세계적인 발명가 반열에 올려 놓았다.
이런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미국의 SOS사는 주방용 식기 세척액을 제조 판매하고 있었는데, 이것으로 자동차를 닦는다고 하는 새로운 용도를 찾아내 엄청난 매상고를 올릴 수 있었다. 크린저를 주방용품이라고만 생각했었다면 이런 새로운 용도는 결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단소경박'(短小輕薄)도 아이디어
세상에는 큰 물건이 있는가 하면 작은 물건도 있다. 그런데 그것을 반대로 하는 것도 발명이다.
'무엇인가 더하면? 좀더 시간을 길게 하면? 좀더 횟수를 늘리면? 다른 가치를 부가하면? 크게 과장하면?···' 등 '보다 크게'라는 관점에서 무엇이든지 변형해 생각해 보는 것도 발명가가 되는 지름길이다. 만화속에 등장하는 엄청나게 큰 괴수도 모두 이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시간을 좀더 길게 하면'의 경우는 일본의 마부치가 만든 전지넣은 완구가 대표적인 사례.
마부치는 어려서부터 무엇이든 소홀히 보아 넘기지 않는 사람이었다. 세상의 모든 것이 그에게는 의문투성이였다.
그가 청년이던 1950년에 일본에는 태엽의 힘으로 프로펠러를 움직여 빙글빙글 도는 비행기 완구가 나왔다. 당시는 한국에서 전쟁이 발발해 일본기지를 떠난 미국 비행기가 매일같이 상공을 날고 있었다.
덕분에 이 비행기완구의 인기는 절정이었다. 그러나 이 장난감 비행기에는 단점이 있었다. 1~2분만 지나 태엽이 다 풀리면 멈춰버리는 것이다.
'프로펠러를 좀 더 오래 돌릴 방법은 없을까?'
드디어 마부치의 탐구욕이 발동했다. 고심끝에 그는 전지식 모터로 프로펠러를 돌릴 착상에 이르렀다.
마부치는 당장 완구 비행기의 태엽을 빼고 전지를 넣어서 실험해 보았다. 실험 결과는 성공이었다. 완구 비행기는 전지 하나로 두시간 동안이나 날아다녔다. 즉시 특허출원을 마치고 기존 완구 비행기 회사를 찾아갔다. 그가 문을 두드린 완구 비행기 제작회사는 세계적인 완구 메이커 노무라 토이.
"훌륭합니다."
노무라 토이의 사장은 무척 흡족해했다.
즉석에서 특허권 양도 계약이 이루어지고, 마부치는 발명가로서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보다 크게 '와는 반대로 '보다 작게'라는 개념을 구현하는 방법도 매우 다양하다.
'얇게 하면? 무엇인가 제거하고 줄이면? 가볍게 하면? 짧게 하면? 분할하면? 접으면?' 등 기존의 것을 작게 만드는 방법은 수없이 많은 것이다.
휴대용 라디오는 더욱 작아지고 있고 5인치 이하의 액정 텔레비전도 등장했다. 또 얇게하면이라는 생각은 LCD(액정화면)을 이용해 종잇장처럼 얇은 팔목시계를 등장시켜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짧게 하면'이라는 생각에는 형태만이 아니라 시간도 포함된다. 현대인들은 누구나 여가를 갖고 싶어한다. 그래서 등장한 발명이 바로 인스턴트 식품이다. 요리하는 시간과 수고를 가급적 줄이고, 그만큼 여가를 더 즐기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욕구. 이 욕구를 실현한 인스턴트 식품은 식생활 문화를 바꿔 놓았다. 비근한 예로 접는 우산이라든가 조립식 물품같은 것도 '보다 작게'라는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발명이다.
잠시 우리 주변을 살펴보자.
재료·용도·크기를 바꿀만한 것이 없는지?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관찰한다면 누구나 발명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