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또다른 활동무대인 사이버스페이스가 현실 세계와 잦은 충돌을 벌이고 있다.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일어나는 극단주의와 음담을 현실의 법으로 막으려는 싸움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독일에서는 자신의 홈페이지 링크를 통해 게릴라 활동을 지원한 혐의로 구속된 한 좌익 정치가에 대한 재판이 열리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베를린 검찰은 지난 1월 통일 이전의 동독 공산당 후신인 민주사회당의 전 부당수 만젤라 마르카르츠(25)를 구속했다. 구속 사유는 그녀의 홈페이지에 게릴라 전술을 상세히 밝힌 극단주의자들의 문건을 하이퍼링크시킴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공표한 혐의.
마르카르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반핵 운동가들의 전술 중 하나인 철도에서의 사보타지 방법을 상세히 기술해놓은 한 급진주의 잡지사이트가 하이퍼링크돼 있는데, 네덜란드에서 발행되고 있는 이 잡지는 독일에서 출판이 금지돼 있다.
검찰은 범죄와 관련된 물건은 지방 검사나 검찰청장의 사전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만젤라의 구속은 검열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촉발한 새로운 법률적 영역을 반영하기 위해 법원은 인터넷에 관한 전문가들의 진술이 필요하다고 판단, 지난 6월 초순 재판이 시작되기 전 전문가들을 출석시켜 1시간 가량의 토론을 벌였다.
여하간 이 사건에 대한 법원의 결정은 홈페이지에 자신의 의견은 하나도 쓰지 않고, 하이퍼링크를 통해 ‘수상쩍은’ 의견으로 다른 사용자들을 인도한 것이 위법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전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건 심리는 6월 말에 다시 열릴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