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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Ⅱ HDTV

영상혁명이 다가온다

우리나라도 3세대 TV라 불리는 HDTV개발에 본격적인 참여를 선언했다. 「독자방식」이라는 어려운 난관이 있기는 하지만 이를 극복한다면 기술 문화적인 파급효과는 대단할 것이다.

새로운 영상혁명이 예고되고 있다. 흑백TV가 컬러TV로 바뀐 것보다 더 큰 변화라고 평가되고 있는 HDTV(High Definition TV)가 실용화를 바로 목전에 두고 있다.

35mm영화를 보는 것과 같이 화면이 크고 화질이 선명하며 음질이 컴팩트디스크와 같이 깨끗하고 잡음이 없는 HDTV는 제3세대TV라 불리고 있다. 흑백TV를 자전거라 하고 컬러TV를 자동차라 한다면 HDTV는 항공기라고 부를 수 있다.

이미 88서울올림픽에서 시험방송을 마치고 수상기 방송방식 전송방식 등 전분야가 실용화 수준에 오른 일본을 비롯해, 실용화 시점을 93.~94년으로 잡고 11개국이 공동으로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유럽, 인공위성방식이 아닌 지상중계방식을 채택해 독자적인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90년대 중반이면 HDTV가 상용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TV수상기 제2의 수출국인 우리나라도 HDTV 개발에 대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본격적인 개발참여를 선언했다. 최근 경제기획원 상공부 과학기술처가 공동으로 제안한 '첨단기술 및 산업발전 7개년 계획(안)'에 따르면 올해부터 95년까지 6년동안 1천24억원을 들여 수상기와 방송분야 전송분야 등을 개발완료한다는 것. 총 투입자금 중 정부지원금은 7백39억원이며 나머지는 민간기업에서 부담한다는 계획. 세부 계획을 살펴보면 우선 수출산업화를 위한 수상기개발에 주력하도, 방송 전송 산업응용분야도 단계별로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며, 업계 학계 연구소 등 공동연구개발체제를 확립해 기초기술연구 및 인력양성을 도모한다는 내용이다.

이 안이 나옴과 동시에 HDTV공동개발추진위원회(89년 3월 결성)에서는 각분야의 전문가를 망라한 분야별 전문위원회를 구성하고 구체적인 계획수립에 들어갔다.

현재 수상기분야는 생산기술연구원이, 방송분야는 KBS기술연구소, 전송분야는 전자통신연구소가 개발주체로 선정됐다. 기타 산업응용분야는 민간기업이 주도할 예정. 연구개발비 투자계획은 (표1)과 같다.
 

(표1) HDTV연구개발비 투입계획
 

미디어 혁명

HDTV는 과연 어떤 제품이길래 일개 가전제품개발에 정부가 주도해 이처럼 부산을 떨고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HDTV를 단순한 가전제품으로 보지 않고 기술혁명 및 문화혁명을 주도할 새로운 미디어로 생각하고 있다.

기존 TV의 주사선가 5백25개(또는 6백25개)인데 비해 HDTV는 1천50개 이상으로 두배 이상 늘어남에 따라 화소수(畫素數)는 네배가 돼 선명도가 뛰어난 고해상도 영상을 펼쳐준다. 화면의 가로 세로비는 4대3에서 16대9로 넓어져 영화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야가 꽉차며, 색상도 5배 이상 향상돼 자연에 가까운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신호처리는 기존의 아날로그방식에서 디지털방식으로 변화해 대량의 정보를 고속으로 전달할 수 있다. HDTV는 위성방송을 하므로 난시청지역의 해소는 물론 전국민에게 양질의 방송을 제공한다.

HDTV가 실용화되면 영화제작의 전과정이 전자화돼 제작기간 및 비용이 줄어들고 필름으로는 불가능한 고도의 특수효과가 가능해져 영화산업의 혁신이 이루어진다. 군사작전에서도 위성이나 레이다로부터 필요한 정보를 수신해 HDTV디스플레이로 볼 수 있게되므로 정보활용에 획기적인 개선이 기대된다. 고배율 HD카메라를 장착한 감시추적장치 등 고도의 기능을 가진 군사장비 개발도 가능하다. 또한 인쇄출판이 HDTV와 컴퓨터 레이저프린터 등이 결합된 전자출판으로 바뀌게 돼 '인쇄문화의 혁명'이 예상된다.

X레이필름이나 내시경 촬영화면이 HD비디오디스크에 기록돼 정확한 의료진단이 가능해지며 HD카메라로 수술장면 등을 촬영하면 의학교육에도 커다란 변화가 올 수 있다. 이밖에도 HDTV기술은, 비디오미술관 비디오사진앨범 비디오상품카달로그를 디스크형태로 제작할 수 있게해 기존의 사진분야나 미술분야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게 한다.

HDTV가 가져올 사회 문화적인 변화와 더불어 개발중요성이 부각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각종 첨단기술의 결정체로서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HDTV가 실용화되면 고집적반도체시장, 특히 기억용(memory)반도체 시장의 60% 가까이를 점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HDTV 수상기 1대분의 메모리반도체 소요량은 16비트 PC 수십대의 분량에 달하며, 95년 이후부터는 전컴퓨터분야의 수요량을 상회할 전망.

HDTV는 화면의 대형화 평면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현재의 브라운관은 액정인 플라즈마와 같은 평판형디스플레이로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물리 화학 광학 재료공학 등 기초과학의 발전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는 신호처리분야에서도 마찬가지. HDTV의 신호는 디지털신호로 이 기술은 앞으로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 적용될 예정이다. 또한 위성방송송수신 기술발전에도 HDTV가 기여하는 바가 크다.

참고로 HDTV관련 세계시장규모 예상치를 살펴보면 수상기만 94년에 약4조원, 2000년에는 약18조원이 될 것으로 전망되며(표2), 앞서 설명한 HDTV관련제품의 시장규모는 94년에 약17조원으로 예측되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거위'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HDTV개발에서 뒤쳐지면 앞으로 과학기술분야는 물론 전 산업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힘들지 않겠느냐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표2) HDTV수상시 시장전망
 

각국이 독자방식을 고집

HDTV개발의 선두는 일본. 일본 NHK는 1968년 소니 마쓰시타 등 8개 업체와 공동으로 정부의 지원 아래 HDTV개발에 착수했다. 1984년에 수상기를 개발완료하고 HDTV방송용 위성인 BS-2a를 발사했으며 88서울올림픽 때 2백여대의 가두TV수상기를 설치하고 개폐회식을 시험방송했다.

하이비전이란 애칭이 붙은 일본의 HDTV는 뮤즈(MUSE) 방식으로 기존의 컬러TV와는 호환성이 없다. 반드시 인공위성을 쏘아 중계해야 하므로 내년에 또 하나의 방송위성 BS-3a를 발사할 예정이다. 91년부터 BS-3a에 의한 HDTV방송을 시작할 계획으로 97년까지 36만5천대(보급률1%)의 HDTV수상기를 보급할 계획. 현재 수상기 가격을 낮추기 위해 기술개발을 추진중이다.

유럽은 처음에 영국 프랑스 서독 등이 각각 독자방식으로 개발을 서둘렀으나 1986년에 EC단일방식을 채택키로 하고 맥(MAC)방식을 채택했다. 199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올림픽 때 이 방식으로 시험방송할 예정. 94~95년을 실용화 시점으로 잡고 있다. 현재 유레카 계획하에 20여개사가 공동으로 개발을 추진중이다.

EC는 유럽통합의 상징으로 HDTV방식을 통일하려는 정치적 목적도 동시에 갖고 있다. 프랑스의 미테랑대통령은 "언어장벽이라는 유럽 특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상이라는 공통의 언어를 TV를 통해 내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DTV개발을 유럽 존립에 관한 중대한 문제로 본다.

HDTV의 중요성을 뒤늦게 인식한 미국은 일본보다 10여년 늦은 77년부터 개발에 착수, 지상중계방식을 채택한 독자방식(ACTV)의 HDTV를 개발 추진중이다. 전자산업 회생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는 미국은 국방부와 상무부의 지원 아래 제니스 IBM 모토롤라 등 내노라하는 전자거인 17개업체가 공동으로 콘소시엄을 결성해 HDTV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ACTV방식의 특징은 1억6천만대가 넘는 기존TV수상기를 갖고도 HDTV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것. 상업방송의 특수성(시청률에 따른 광고문제) 때문에 기존 TV수상기를 일시에 무너뜨릴 수 없다. 그만큼 기술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실용화 시점은 94년으로 잡고 있다.

이처럼 HDTV는 세계시장 선점 및 국제경쟁력확보를 위해(일본), 자국시장의 보호와 국방기술확보 및 가전산업의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미국), 유럽공동체 통합의 실천과정으로서(EC) 각각 독자방식으로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문화종속 우려

지금까지의 상황을 놓고 볼 때 국제적으로 HDTV방식의 통일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관련자들 대부분은 "가능하다면 우리도 독자방식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만약에 외국에서 개발한 방식을 그대로 따른다면 기술종속은 물론 문화적종속이 심각히 우려된다는 것. HDTV는 위성방송일 수밖에 없으므로 국경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HDTV 관련 국내기술환경은 매우 취약하다. 컬러TV의 생산기술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원천기술은 부족하며, 특히 HDTV와 관련된 원천기술은 전무한 상태. 더구나 선진국들은 기술이전을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 금성이 88올림픽 시험방송 대가로 일본에서 뮤즈방식 수상기개발 기술 일부를 전수받은 것이 고작이다.

이름 근간으로 삼성과 금성측에서는 올 상반기내에 수상기 첫작품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이 수상기는 수출품일 따름이지 우리의 HDTV는 아니다. 수상기를 개발해 수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나름의 방송방식을 결정하고 이에 맞는 수상기를 개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KBS기술연구소의 이종화위원은 "현재 수출을 위한 수상기 개발은 그런대로 모양을 갖춰가지만 방송방식이나 전송방식에 대한 연구는 전무한 상태다"라고 말하면서 "공동개발추진위원회의 위상이 수상기 수출을 위한 공동개발이냐, 아니면 미디어로서 국민에 대한 서비스를 위한 공동개발이냐는 점을 분명히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즉 새로운 미디어를 개발하면서 산업화에 너무 초점을 맞추다보면 미디어가 갖는 문화적 측면을 간과해 장기적으로 더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얘기.

이와함께 상공부(수상기) 과기처(수상기 및 전송방식) 체신부(방송방식 및 전송방식) 등이 이해관계를 떠나서 협력하는 관계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는 것이 관련자들의 지적이다. HDTV는 미국 일본을 비롯 유럽 각국에서도 정부가 직접 진두지휘하는 거대프로젝트임을 감안할 때 부처간의 위상정립은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HDTV개발은 타분야와는 달리 세계적으로 표준방식이 결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독자개발을 추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또한 독자방식개발과 함께 시급히 수상기개발을 수행해 일본이나 유럽 또는 미국에 수출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공동개발추진위원회에서는 이름 감안, 각국의 방식간 공통기술을 중심으로 기술축적을 해나가고 방송방식이나 전송기술을 시급히 결정해 독자적인 개발방향을 잡아나갈 계획이다.

1990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김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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