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이 먼저 공부하신 동물계통분류학에 제가 공부한 분자생물학의 방법론을 도입, 이 학문의 기초를 확립하는데 대해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김훈수(70·전 서울대 동물학과 교수)·김원(38·서울대 분자생물학과 교수) 부자 교수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동물계통분류학자로 불린다. 동물계통분류학은 동물간의 유연관계(類緣關係)를 조사해 계통적으로 체계를 세우는 학문.
김훈수 교수는 해방 직후부터 생물학계에 투신, 오로지 동물계통분류학 연구에만 매진해 왔다. 그동안 한국동물학회의 초창기 주역의 한 사람으로서 현재 36년의 긴 역사를 자랑하는 동물학회지의 창간호를 펴냈고, 이어 회장을 역임하면서 이 학회의 굳건한 토대를 마련했다. 또 한국생물과학협회장을 맡아 우리나라 생물학계의 대표자가 돼 후학들을 이끌어 왔다.
그는 또한 자연보전 문제에도 남다른 관심을 기울여 자연보전협회의 주역으로 활약, 지난 해 3월까지 회장으로 재임했다.
함남 갑산 태생인 그는 서울대 생물학과(3회)를 나온 후 서울대 대학원 생물학과에 첫 입학생이 되었다. 지난 65년 '한국 연해 집게류의 지리적 분포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슬하에 2남3녀를 두었는데, 김원 교수는 바로 그의 장남이다. 장녀 김아미씨와 차녀 김우미씨도 모두 의사다.
김원 교수는 국민학교때 야외채집을 나가는 아버지를 따라다니다 자연에 대해 호기심을 느낀 것이 결국 부자 2대에 걸쳐 같은 학문을 하게 됐다. 서울 태생인 그는 서울대 동물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에 유학, '동태평양 연안에 서식하는 딱총새우의 계통분류학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문은 한 세대에 끝나는게 아니라고 봅니다. 아버님이 먼저 공부하신 동물계통분류학에 제가 공부한 분자생물학의 방법론을 도입, 이 학문의 기초를 확립하는데 대해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부친의 영향으로 전공을 정한 그는 자식이 원한다면 모르되 꼭 자신의 길을 뒤따르게 할 욕심은 없다고 한다. 부인 구혜영씨도 그와 함께 같은 학교에서 유학생활을 했는데, 신경생물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같은 과에서 강사로 강단에 서고 있다.
김훈수 교수는 요즘 연세대 원주분교에 출강하며 주로 자연생태계와 환경에 대해 집필하는 것으로 여생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