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연발 무기자가 이번 호에 또 사고를 쳤다.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무기자.
엉뚱한 생각과 행동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피검사를 한번 해 볼까? 사람들은 뭔가 의심쩍을 때“피검사 해 본다…. 조사하면 다 나와!”라는 농담을 하곤 한다. 혈액검사를 하면 정말 ‘다’ 알 수 있을까? 몸 안에 있을 때는 존재를 느끼지도 못하다가 몸 밖으로 나오면 당황하게 만드는 붉은 액체, 혈액. 무기자의 메디컬 취재노트를 통해 그 정체를 밝혀보자.
피는 물보다 5배 끈적하다
혈액은 그냥 붉게 보이는 액체 같지만 그 안에는 여러 성분이 들어있다. 혈액을 시험관에 담아서 원심분리기에 넣고 돌리면 붉은 색깔의 침전물과 투명한 액체로 나뉜다. 투명한 액체는 혈장 또는 혈청이라 부르며 혈액의 60%를 차지한다. 대부분은 수분이지만 알부민(albumin)과 글로불린(globulin) 같은 단백질도 들어 있다. 혈장을 제외한 혈액의 나머지 40%는 혈구가 차지하며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으로 구분한다. 피의 비중은 1.06이고 점도는 물보다 5배 높다.
내 몸에 5.4L 있다
심장이 뿜어 낸 혈액은 몸 구석구석을 돌면서 세포에 산소나 영양을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세포의 신진대사로 생기는 이산화탄소나 노폐물을 회수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전신의 장기나 조직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정보원인 셈이다. 그럼 사람의 몸에는 얼마나 많은 양의 혈액이 들어 있을까? 혈액은 보통 체중의 약 13분의 1정도의 양이 몸에 들어있다. 무기자는 몸무게가 70kg이니까 혈액은 5.4ℓ정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모양도 보고 기능도 보고
혈액검사는 크게 형태학적 검사와 기능적 검사로 구분한다. 형태학적 검사는 말 그대로 모양을 조사하는 것으로 혈구의 모양에 이상이 없는지, 혈구의 수량은 적당한지 알아본다. 특정 혈구의 수치가 정상보다 높거나 낮으면 이상이 있는 것으로, 어떤 질병에 걸렸다는 것을 유추해 낼 수 있다. 기능적 검사는 혈액의 응고능, 혈소판 접촉능, 응집능 등을 조사한다.
당신의 적혈구는 몇 개?
적혈구는 골수에서 만들어지며, 매일 수만 개가 비장이나 간에서 파괴되고 새로운 적혈구로 대체된다. 적혈구 수가 감소하면 산소 운반 능력이 떨어지게 되고 증가하면 혈액이 걸쭉해져 혈관이 막히기 쉽다. 의심되는 질병으로는 빈혈(남자 350만개, 여성 300만개 이하)과 적혈구증가증(550만개 이상)이다. 정상치는 남자 4.2~5.5×106㎕, 여자 4.0~5.0×106/㎕(1㎕=106ℓ)다.
빈혈을 알려주는 헤모글로빈
혈액검사에서 헴(heme)이라는 철분 함유 색소와 글로빈(globin)이라는 단백질이 결합된 복합단백질 헤모글로빈(hemoglobin)을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헤모글로빈은 적혈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산소를 운반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빈혈과 적혈구증가증 검사에 쓰인다. 정상치는 남자 13~17g/㎗(1㎗=10-1ℓ),여자 12~16g/㎗다. 혈액에 함유된 적혈구의 비율인 헤마토크리트(hematocrit)도 빈혈 검사에 중요하다. 정상치는 남자 39~54%, 여자 36~48%다.
가라앉는 속도로 안다
적혈구는 혈액에 들어있는 양뿐만 아니라 침강하는 속도로도 질병을 예측할 수 있다. 혈액에 항응고제를 넣고 가느다란 유리관에 넣어두면 적혈구가 가라앉는데, 몸 상태에 따라 침전속도가 달라진다. 적혈구가 1시간 동안 어느 정도 침전하는지 측정할 때 정상치는 남자 15mm, 여자 20mm 이하다. 적혈구 침전속도가 빠를 경우 폐렴, 기관지염, 간질환, 암, 심근경색, 백혈병을, 느릴 경우 다혈증, 저피브리노겐증을 의심할 수 있다.
백혈구 수로 맹장염도 예측
몸에 세균과 같은 이물질이 들어오면 백혈구들이 먹어 없앤다. 백혈구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났다면 어딘가에 염증이 일어났다는 증거다. 백혈구 수는 생리적 변화에 따라 쉽게 변한다. 음식을 먹으면 10~15%, 근육운동을 하면 10~20%의 수치가 올라간다. 백혈구 수의 급격한 변화로 의심할 수 있는 질병은 편도선염, 급성맹장염, 폐렴, 백혈병 등이다. 정상치는 남녀 4~10.8×103/㎕이다.
그밖에도 혈소판의 수, 백혈구의 종류별(백혈구는 5가지 종류가 있다) 구성 등의 방법으로 질병을 찾아내기도 한다. 혈액은 몸 상태에 따라 계속 변하므로 질병뿐만 아니라 임신이나 약물중독 등 다양한 건강상태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 뚜시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