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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2」도입1년 슈퍼컴퓨터는 어떤 일을 했나

국내에 단 한대뿐인 '컴퓨터의 왕자' 슈퍼컴퓨터. 기초과학연구와 첨단기술개발에 필수적인 슈퍼컴퓨터는 1년동안 어떤 연구에 이용됐나?

90% 이상의 가동률

국내 최초의 슈퍼컴퓨터 크레이시스템이 시스템 공학센터에 설치, 가동된지 1년이 지났다.

슈퍼컴퓨터가 처음 설치 되었을 때에는 국내의 이용자들이 슈퍼컴퓨터를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활용이 저조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설치한지 두달만에 90%에 육박하는 높은 가동률을 보였다. 그동안 대학연구소 등에서 기초연구 첨단기술 연구 등에 슈퍼컴퓨터가 활용되어 왔으며 앞으로도 이 부문 연구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지난 1년간 연구결과 기상예측업무와 석유탐사 자료 분석업무가 실용화 단계에 와 있고 현재 크레이시스템의 활용은 거의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지난 88년 10월 정식 가동된 슈퍼컴퓨터는 소프트웨어 개발, 슈퍼컴퓨터 활용교육 및 훈련, 국내 슈퍼컴퓨터 활용기반조성 등의 목적으로 지난해 3월까지 6개월간 무료로 개방되었다. 무료 개방기간의 슈퍼컴퓨터 활용현황을 보면 총 5백12건에, 월 평균 90% 이상의 높은 활용률을 보였다. 이용기관별로는 IBM과의 협력사업인 소프트웨어엔지니어링센터(SEC)가 2백25건(44%)으로 가장 많고 한국과학기술원이 73건, 대학이 23건, 산업체 13건 등이었다.

가동률은 슈퍼컴퓨터 가동 첫달인 88년 10월에 57%로 저조했지만 11월 부터는 90%에 육박하거나 훨씬 초과해 보통 가동한지 6개월이 지나야 90%의 활용률을 보이는 외국에 비해 빠른 출발을 보였다.
 

(그림1)슈퍼컴퓨터 월별 가동률(89.4~90.1)


이 기간중 분야별 이용현황을 보면 물리학(20%) 화학(19.8%) 기계(19.4%) 등의 분야가 비교적 높았고 전기전자(15.3%) 산업·생산공학(6.6%) 유전공학(3.1%)등에도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연구가 진행됐다. 이외에도 토목 기상 건축 등에 다양하게 슈퍼컴퓨터가 이용됐다.
 

(그림2)슈퍼컴퓨터 분야별 이용률(89.4~90.1)


89년 4월 유료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가동률을 일시적으로 뚝 떨어졌다. 그러나 그 이후 꾸준히 가동률이 높아져 현재 평균 90%이상의 높은 활용률을 보이고 있다. 현재 기상예보업무와 석유탐사, 자료분석업무가 실용화 단계에 있으므로 슈퍼컴퓨터의 활용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지난 1월까지 1백35건이 활용됐는데 대학교 82건 연구소 49건 정부기관 2건 산업계2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산업계의 활용이 아직 저조한 것은 산업계의 슈퍼컴퓨터 활용을 위한 준비가 아직 덜 되었고 또한 슈퍼컴퓨터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분야별 이용률은 보면 기계공학과 화학이 압도적으로 높고 산업공학 물리학 천문기상 응용수학 유전공학 순으로 이용되고 있다.

슈퍼컴퓨터는 시스템공학센터의 기존 컴퓨터 통신망을 통하거나 또는 전용선을 이용하여 전국 어느 지역에서나 접속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슈퍼컴퓨터와 이용자의 호스트 컴퓨터를 연결해 주는 중간 연결 컴퓨터(FEP)의 종류가 다양하므로 거의 모든 기종의 컴퓨터와 연결이 가능하다.

지방에서 슈퍼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통신비용(시외전화료)을 부담해야 하므로 이의 부담을 경감하고 지방에서의 슈퍼컴퓨터 활용을 높이기 위해 직할시 및 도청에 슈퍼컴퓨터 스위칭 센터를 설치하고 있다. 즉 서울의 슈퍼컴퓨터와 각 스위칭 센터간에는 고속 컴퓨터 통신망이 구축되어 있으므로 지방의 슈퍼컴퓨터 이용자들은 가까운 스위칭 센터까지만 연결하면 슈퍼컴퓨터에 접속할 수 있다. 현재 스위칭 센터가 설치된 지역은 부산 대구 인천 광주 수원 전주 춘천 대전 청주 등 9개 지역이다.

시뮬레이션의 마술사

우리나라에 단 한 대 뿐인 슈퍼컴퓨터 크레이(CRAY)2S는 어떤 컴퓨터인가.

슈퍼컴퓨터는 일반적으로 현재 사용중인 컴퓨터중에서 연산속도가 가장 빠른 컴퓨터를 말한다. 대형 컴퓨터가 1초당 1천만번 내외의 연산속도를 갖는데 비해 슈퍼컴퓨터는 이 보다 50~1백배 가량 빠르다.

크레이2S는 직경 1.35m 높이 1.14m의 세탁기만한 크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연산속도는 초당 5억번을 자랑한다. 주기억장치의 용량도 1백28메가워드(MW)로 알파벳 10억자까지 기억할 수 있다. 또 중앙처리장치(CPU)도 네대가 설치돼 병렬처리방식으로 계산속도를 올리게 되어 있다.
이 컴퓨터의 가격은 하드웨어만 3백억원. 소프트웨어와 유지·보수등에 드는 비용까지 합하면 5년간 4백20억원이 든다. 이렇게 비싼 슈퍼컴퓨터는 어떤 용도에 쓰이게 될까.

슈퍼컴퓨터는 기초과학연구와 첨단기술개발에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미지수가 수천개나 되는 고차원 연립방정식을 풀어내는가 하면 엄청난 데이터가 동원되는 기상자료분석도 거뜬하게 처리한다. 자동차나 항공기의 설계에 이용되는 컴퓨터시뮬레이션도 슈퍼컴퓨터가 없이는 불가능한 분야이고, 우주선 발사 등 빠르고 정확한 계산이 필수적인 분야에도 핵심적인 장비다. 해외에서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연구해 본 과학기술자들이 귀국 후 발벗고나서 슈퍼컴퓨터의 도입을 주장했던 것도 이러한 마력 때문이었다.

슈퍼컴퓨터의 강자는 미국과 일본이다. 방위산업을 등에 업고 전통적인 강세를 보여오던 미국은 이 분야에서도 최근 '전자왕국' 일본의 추격을 받고 있다. 크레이와 함께 쌍벽을 이루던 CDC가 슈퍼컴퓨터에서 손을 뗐고 NEC 후지쓰 히다치 등 일본 삼총사가 크레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실제로 NEC는 지난해초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를 선보여 미국의 자존심을 손상시켰다.

슈퍼컴퓨터 보유 현황도 아직은 미국이 약간 우위를 지키고 있지만(44%) 일본의 추격이 만만찮다(28%). 슈퍼컴퓨터에 비해 약간 속도가 처지는 미니슈퍼컴퓨터까지 합치면 일본의 보유대수는 오히려 미국을 능가한다. 시장 점유율에 있어서도 크레이가 전세계 시장의 57%를 점하고 있지만 일본기업들은 미국시장에 역상륙도 노리고 있다. 크레이 2S는 크레이사의 주력기종으로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보급돼 있는 슈퍼컴퓨터다.
 

(그림3)각국의 슈퍼컴퓨터 보유현황(89.7 현재)


기계와 화학분야에 집중

슈퍼컴퓨터는 지난 1년동안 어떤 연구에 이용됐을까. 아직 국내의 슈퍼컴퓨터 이용수준은 초보적인 단계다.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외국기술에 의존하고 이를 이용한 기초과학 및 공학연구도 아직 보편화 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물리 화학 생물 대기과학 등 기초과학을 비롯, 기계 항공 전기전자 재료 원자력 등 응용분야 및 생산 공학분야에 이를 이용하려는 시도는 급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구체적인 연구성과도 나오고 있다. 이 글에서는 최근 시스템공학센터가 전시한 대표적인 슈퍼컴퓨터 이용사례를 중심으로 몇가지 소개한다.

■ 단백질공학/항암제개발을 목표로

유전공학센터 김승목 박사는 단백질공학의 기본기술을 개발하는데 슈퍼컴퓨터를 이용했다. 이 연구는 생체내에 존재하는 면역조절단백질을 활성화시켜 항암제 및 간염치료제를 개발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슈퍼컴퓨터는 분자를 이루고 있는 각 원자들의 움직임을 컴퓨터상에서 모의실험(시뮬레이션)하고 그 결과를 그래픽 워크스테이션을 통해 그림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항암제로 활용되는 인터루킨 Ⅱ와 B형 간염바이러스의 표면에 존재하면서 질병의 원인이 되고 있는 PRE-SⅡ 사이의 관계를 해석해 낸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앞으로 단백질 구조해석뿐 아니라 항암제 난치병치료제 개발 등으로도 발전해 갈 가능성이 있다.

■비행기 설계/CAE 프로그램

시스템공학센터 임철호박사는 비행기 설계에 슈퍼컴퓨터를 이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비행체의 형태 및 치수를 결정하기 위한 초기 기본설계용 CAE(컴퓨터이용공학) 프로그램을 이미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공기역학 추진력 비행기구조 등 설계조건에 맞춰 치수를 결정해주는 것이다.

비행기의 설계는 수많은 변수들과 많은 계산과정이 포함되기 때문에 슈퍼컴퓨터 아니면 엄두조차 낼 수 없다. 임박사는 이 프로그램과 슈퍼컴퓨터를 이용, 1만피트 상공을 마하(음속) 0.4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는 20인승 쌍발터보프로펠러 여객기에 대한 초기설계를 마쳤다. 이 여객기는 비행기 설계에서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국내 지리조건에는 오히려 적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임박사는 컴퓨터시뮬레이션을 이용, 자동차충돌시 운동에너지를 흡수하고 충돌력을 감소시키는 차형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기아산업의 위탁연구로 수행하는 이 연구를 통해 자동차가 충돌할 때 일어나는 변형을 컴퓨터상에서 예측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초음파기술/신체조직의 이상유무 파악

과학기술원 박송배교수는 초음파 단층촬영기술에 슈퍼컴퓨터를 활용했다. 기존 초음파 단층촬영기술은 초음파가 직진한다는 가정하에 이루어져 정확성이 크게 떨어졌으나 슈퍼컴퓨터를 이용할 경우 초음파의 산란현상까지 다룰 수 있어 신체조직의 이상유무를 정확하게 파악 가능하다는 것.

슈퍼컴퓨터는 인체 내부를 보다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산란되는 초음파의 속도분포 밀도 흡수분포 등을 이용해 물체의 특성을 역으로 추적해 간다. 이 연구는 유방암 등의 치료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체내에서 산란되는 초음파와 신체조직을 연계키는 작업은 파동방정식에 의해 계산되는데 종전에 일반컴퓨터로 사흘 걸리던 작업을 슈퍼컴퓨터를 이용해서 3분만에 거뜬히 해냈다고 한다.

■손상역학/항공기의 파손을 예측

서울대 김승조교수(항공공학과)는 연속체의 손상역학을 이용해 항공기 구조물이 외부충격에 의해 약화되는 과정을 연구하고 있다. 손상역학은 국내에서 거의 연구실적이 없는 미개척 분야로, 이를 이용하면 항공기의 손상을 예측함으로써 항공기의 수명을 연장시키고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김교수는 오는 93년까지 학술진흥재단과 크레이사의 지원자금을 받아 슈퍼컴퓨터용 3차원 손상역학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다. 손상역학은 구조물의 손상진전을 유한 요소법을 이용, 예측해내는데 이론자체가 비선형계산이고 계수가 많으므로 슈퍼컴퓨터가 없이는 감당해내기 힘들다.

김교수는 항공우주비행체의 주된 하중이 실리는 부분에 복합재료를 사용함으로써 항공기의 무게를 줄이고 내구성을 높이는 연구에도 슈퍼컴퓨터의 도움을 받고 있다.

■균열분석/파괴공학의 기초

서울대 고현무교수(토목공학과)와 시스템공학센터 김문현박사는 공동으로 구조물의 균열을 슈퍼컴퓨터로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구조물에 외부충격이 가해지면 파괴작용이 탄성적으로 발생하지만 어느 한계를 넘으면 비탄성적으로 변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과정을 컴퓨터그래픽을 이용, 알기쉽게 나타내는 작업이다. 이 연구는 이동경계치 문제를 위한 효율적인 수치해석방법을 개발하는 것 외에도 지진충격에 의한 구조물의 설계 및 안정성 검토, 원자력발전소의 구조물 압력용기 파이프라인 등의 안전성, 항공기 구조물과 로켓부스터 정밀접합 기술 등에 활용이 기대된다.

■위성영상처리/세밀한 지도를 만든다

필자가 속해 있는 시스템공학센터 12그룹은 위성자료를 슈퍼컴퓨터로 수신해 이를 영상처리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한반도의 세밀한 지도를 작성하고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을 높인다는 것이 연구의 목적.

위성에서 보내오는 데이터는 워낙 방대해, 이를 받아들여 영상으로 나타내는 작업은 슈퍼컴퓨터의 도움이 없이는 도저히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연구팀은 이미 한반도 중부지역의 지도를 완성했고 서해안 지역의 3차원 디스플레이에도 성공했다.

■기상예보/수치예보의 원동력

중앙기상대 봉종헌박사는 서울대와 공동으로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중장기 수치예보 모델을 개발하고 세계기상통신망과 연결해 각국의 기상정보를 신속하게 알아볼 수 있게 했다. 이 연구를 통해 악(惡)기상이 포함된 수치예상일기도와 예상강수량의 정량적 분포도를 그려내 기상예보의 정확성을 높였다.

또 과학기술원 이동규박사는 슈퍼컴퓨터를 이용, 한반도에 크게 영향을 끼친 악기상 사례들들 국지규모 수치모델에서 예측실험했다. 구체적으로 84년 9월의 집중호우, 86년 8월의 태풍 베라, 87년 4월의 저기압 발달 등을 연구해 당시의 기상상태를 분석함으로써 수치예보 모델을 개발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경제분석/증권투자에도 이용

슈퍼컴퓨터는 비단 과학기술연구에만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시스템공학센터와 인하대에서는 이를 이용, 국가경제발전형태와 증권투자 분석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국가 경제발전모델은 그동안 사용되던 매크로모델 대신 경제를 구성하는 각 요소들의 의사결정, 경제단위들의 활동을 모의실험하여 국가 경제를 예측하는 마이크로시뮬레이션 모델이다. 증권투자분석연구는 증권시장정보 경제정보 상장회사정보 등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통계적 시뮬레이션 분석기법을 적용하여 주식가격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다.

미국의 월스트리트나 일본의 증권가에는 이미 경제분석과 투자분석을 위해 슈퍼컴퓨터를 광범하게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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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양영규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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