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인과 달리 서양인의 눈동자 색깔은 각양각색이다. 그래서 서양의 경우 눈동자 색깔은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판별하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눈동자 색깔이 전혀 다르게 변한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 고속도로에서 자동차 운전자가 경찰에게 면허증을 제시할 때 경찰이 “당신의 눈동자는 갈색인데 면허증에는 파란색이다”라고 말하며 ‘운전면허증 미소지’ 판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이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을 듯하다.
미국 콜롬비아대학의 비토 박사는 1백87쌍의 쌍둥이를 대상으로 6세 이후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눈동자 색깔이 변했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눈에 띄게 변화한 경우가 16.6%에 이른다는 점이 밝혀졌다.
조사 대상을 쌍둥이로 삼은 이유는 눈동자 색깔이 변하는 것이 유전적인 요인 때문인지 아니면 외부 환경적 요인 때문인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일란성쌍둥이의 경우 1개의 수정란이 2개로 분리된 형태이기 때문에 두명의 유전형질은 같다. 이에 비해 이란성쌍둥이는 별도의 2개 수정란에서 발생한 것이므로 두명의 유전형질이 다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란성쌍둥이의 경우 눈동자 색깔이 동일한 패턴으로 변한데 비해 이란성쌍둥이는 각기 다른 변화를 나타냈다. 눈동자 색깔이 변하는 것이 유전적 요인에 따른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비토 박사는 이 현상이 “마치 나이가 들면서 머리가 하얗게 세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서양인들은 사진이 붙은 신분증을 제시하기 전에 눈동자 색깔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꼭 확인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