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m의 높이뛰기 기록과 11m의 멀리뛰기 실력을 십분 발휘하는 「백수의 왕」은 사냥감을 앞발 한방에 쓰러뜨린다.
지구상에는 사자 호랑이 표범 치타 등 6속 36종에 이르는 고양이 무리가 살고있다.
이 무리는 모두 고양이과(科)의 동물로 분류되고 있는데 다른 여러 동물과 마찬가지로 한 조상으로부터 출발, 사자 호랑이 표범 등 여러 형태로 진화해 왔다.
사자는 예로부터 고상하고 용기있고 싸움 잘하는 동물로 알려져 왔다. 게다가 섹스능력도 뛰어나 사람들로부터 '백수(百獸)의 왕'으로 불려왔다.
그래서 고대 이집트사람들은 사자를 신의 불가사의한 힘과 왕의 위엄을 상징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또 앗시리아나 그리스사람들은 여신 옆에 반드시 사자를 그려넣기도 했다.
사자가 이처럼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아온 이유는 동물중에서 가장 왕자다운 외모를 갖추었기 때문이다.
낭창낭창한 허리를 가진 암사자도 그 위용이 대단하다. 더욱이 화사한 황금빛에서 깊이있는 흑갈색으로 변해가는 멋진 갈기를 갖고 있는 수사자의 모습을 보면 과연 제왕의 칭호를 받을만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러나 사자를 백수의 왕으로 보는 이들은 주로 서양사람들이다. 이에 비해 동양에서는 호랑이를 백수의 왕으로 여긴다.
지금도 '호랑이는 아시아의 맹수, 사자는 아프리카의 맹수'라고 불리고 있다. 호랑이는 동양권에 사자는 서양권에 분포돼 있기 때문에 나온 말일 것이다.
호랑이 대 사자의 한판
사람들은 사자와 호랑이가 싸우면 어느 편이 이길까 하고 무척 궁금해 한다. 필자도 이러한 질문을 자주 받곤 한다. 하지만 그 때마다 명쾌한 답변을 할 수 없어 당황할 때가 많다. 한마디로 간단히 답변하기엔 곤란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에 관한 논란이 학자들간에도 쟁점이 된 적이 있었다.
인도 봄베이의 자연학회가 발행한 1960년도판 회지에는 처음으로 이 문제가 다뤄졌다. 사자와 호랑이가 싸울 경우 어느 쪽이 이길 것인가를 특집으로 꾸민 것이다.
이 특집에서 호랑이가 우세하다고 주장한 사람들은 동물세계의 약육강식론을 근거로 내세웠다. 그들은 호랑이와 사자가 유일하게 동일한 지역에 분포돼 있던 인도 서부지역의 예를 들고 있다.
그곳에서는 사자가 거의 멸종단계에 이르러 불과 수십마리가 사람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반면 호랑이는 해마다 종족을 크게 번식 수천마리가 우글거렸다. 호랑이 우세론자들은 사자와 호랑이가 싸우는 과정에서 힘센 호랑이가 사자를 이겼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자 우세론자들은 사자가 눈을 감고 느긋하게 누워 있는데도 호랑이가 이를 피해 갔다는 19건의 관찰기록을 증거로 사자가 호랑이 보다 더 힘이 세다고 반박했다.
한편 사자와 호랑이의 습성을 면밀히 분석한 한 동물학자는 흥미로운 판정을 내렸다. 그는 초원에서 싸우거나 단체로 싸울 때는 사자가 호랑이보다 우세했으나 밀림이나 개인전에선 호랑이가 이겼다고 밝히고 있다. 또 한낮에 벌어진 결투, 사막지대에서의 싸움에선 사자가 더 강하나 심야의 결투나 수중전에선 호랑이가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사자와 호랑이의 힘자랑은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우열을 가릴 수 없다고 결론짓고 있다.
호랑이는 분명 아시아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맹수다. 반면 사자는 본고장인 아프리카는 물론 이고 옛날에는 유럽 서아시아 인도 등 넓은 지역에 걸쳐서 살았다. 그래서 이들 지역에서는 사자가 최고의 맹수로 알려져 왔다. 그러다가 사자는 인간문명의 북새통에 점차 밀려 오늘날에는 거의가 아프리카 동부와 남부의 넓은 보호구역에 갇혀서 살고 있다. 아시아에는 인도의 '거'(Gir)라는 산림보호구역에 조금 남아있을 뿐이다.
왜 이렇게 사자가 멸망의 길을 걷고 있을까. 다른 동물들과의 투쟁의 결과라는 판단은 적어도 사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아마도 인류의 문명이 사자의 무리를 초라하게 한 주범일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자연은 인류문명의 발달에 반비례하여 쇠퇴일로의 길을 걸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팽창하는 인류의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은 산지를 개간해 나갔다. 그 결과 야생동물들은 사람을 피해 멀리 떠나야 했다.
사자가 즐겨 먹는 먹이인 산토끼 사슴 노루가 없는 곳에서는 아무리 백수의 왕이라 할지라도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 결국 그들은 가축을 잡아먹는다. 때로는 사람까지도 해치게 된다. 그러면 사람들은 자구책을 강구,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사자사냥을 했다.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로 있을 때는 실로 많은 사자가 죽었다. 대영박물관의 포코크씨는 "인도에서 사자의의 씨를 말린 것은 호랑이나 지방민이 아니고 영국사관들"이라고 말했다. 공식발표는 아니지만 당시 영국사관 한명이 4백80마리의 사자를 사냥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사자는 초원에서 무리를 지어 살기 때문에 숲속에서 외토리로 사는 호랑이보다 훨씬 사냥꾼의 표적이 되기 쉽다. 더구나 호랑이는 야행성인데 비해 사자는 낮에 주로 행동하기 때문에 위험부담도 그만큼 크다.
사자는 다른 고양이과의 무리와는 달리 집단생활을 한다. 보통 4~5마리씩 작은 집단을 이루나 30마리 이상의 대집단도 있다. 이 무리는 대부분 암사자와 새끼 사자들 그리고 몇 마리의 수사자들로 구성된다.
성숙한 수사자의 몸길이는 2.7m정도이고 몸무게는 2백kg내외다. 암사자는 이보다 작사서 몸길이는 2.4m 몸무게는 1백50kg쯤 된다.
사자의 몸은 대부분이 근육으로 돼 있어서 힘이 세고 운동능력도 뛰어나다. 체중이 3백kg이상이나 되는 얼룩말을 앞발로 단번에 쳐서 쓰러 뜨릴 정도다. 또 3m 높이를 가볍게 뛰어 넘을 수 있고 멀리뛰기는 무려 11m의 기록을 보유한다.
수사자는 한량(?)
수사자는 사냥을 주로 암사자에게 시킨다. 때문에 어떤 동물학자는 수사자를 대단하게 여기는 풍조는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수사자는 워낙 눈에 잘 띄기 때문에 많은 짐승들이 재빨리 눈치를 채고 달아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수사자는 직접 먹이를 사냥하지 않고 암컷이 사냥을 할 때 먹이를 몰아주는 일을 떠맡는다.
탄자니아의 세렝게티국립공원은 이같은 사자의 사냥솜씨를 직접 목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다.
동물보호구역인 이 대평원은 면적이 1만5천㎢에 달한다. 이곳에선 어림잡아 1천여마리의 사자가 수만마리에 달하는 얼룩말과 소과의 일종인 누를 사냥하면서 살고 있다.
얼룩말과 누는 아주 조심스러운 동물이어서 작은 움직임도 놓치지 않는다. 게다가 사자보다 주력이 빠르기 때문에 대낮에 벌판에서 이들을 습격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사자부부는 밤에 사냥한다. 날이 저물어 사냥감들이 긴장을 풀고 있을 때 몰래 포위해 잡거나 협동작전을 편다. 즉 수사자가 크게 울부짖어 숨어서 기다리고 있는 암사자 쪽으로 사냥감을 내몰아 덮치는 수법을 쓴다.
사자의 먹이떼는 철따라 옮겨다니기 때문에 사자들도 이들을 따라 이주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 갓 낳은 새끼가 있는 어미 사자는 무리와 함께 이동하지 못할 경우가 종종 있다. 이렇게 되면 몹시 굶주린 나머지 사람을 습격할 때도 있다. 그러나 대개는 먹이를 발견한 독수리의 뒤를 밟거나, 물웅덩이 근처 숲속에 숨어 있다가 물을 먹으러 오는 사냥감을 잡아 먹는다.
사자는 임신한지 약 1백9일만에 3~4마리의 귀여운 아기 사자를 분만한다.
사자의 새끼들은 젖을 먹기 시작한지 6~7개월이 지나면 어미 젖이 말라 붙기 때문에 이때부터 고기를 먹기 시작한다. 새끼 사자는 사냥을 할줄 모르기 때문에 식사 때에도 항상 제일 마지막 차례다. 또한 이때 새끼들은 수사자로부터 사냥법, 무리들과 서로 협력하는 법, 적이 나타나면 숨는 법 등을 배운다.
집단생활을 하는 사자의 세계 역시 최고의 보스를 떠받는다. 그 밑에 몇 명의 경호원과 비서들로 짜여진 통치체계를 갖추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