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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연구지원센터

「과학한국」의 버팀목으로

'기초과학연구소'의 발상이 대학의 연구지원을 위한 '지원센터'로 바뀌었는데···

'기초과학연구에 필요한 기자재를 빌려줍니다.' '과학한국'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자연과학 두뇌들의 대부분이 몰려있는 대학에 연구 기자재를 지원할 '기초과학연구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가 올해부터 본격 가동한다.

기초과학기술이 빈약하다는 점은 우리 과학계가 안고있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腱).' 당장 상품을 만들어내는 생산기술은 선진국과 어느 정도 경쟁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지만 막상 생산기술의 근간이 되는 기초연구에는 기업이나 국가차원의 투자가 인색하다. 이 때문에 해외로부터 기술의존도가 높고 자체 기술개발의 탄력성이 부족하다는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운동선수로 말하면 기본기가 부실해 다양한 응용기술을 닦을 수가 없다는 뜻이다.

기초과학의 부진은 전적으로 이 분야에 투자가 미흡한 데 원인이 있다. 88년 우리나라가 기초연구에 쓴 연구비는 2백31억원으로 미국의 3백60분의 1, 일본의 2백40분의 1이고, 대만에 비해서도 3분의 1에 불과하다. 특히 국내 자연과학 박사학위 소지자의 80%가 집중된 대학의 기초연구여건은 한심할 정도다. 국내 대학의 연구자 1인당 보유연구시설비는 6백만원으로 미국 대학의 2억원, 국내 출연연구소의 7천만원에 비해 너무나 보잘 것없는 규모다. 사립대학은 더욱 심각해 인건비 부담으로 인한 재정난 때문에 내로라하는 명문대학의 경우에도 83년이후 제대로 된 실험장비를 들여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여곡절끝에…

지원센터는 이러한 기초과학연구의 척박한 풍토에서 지난 88년 8월 탄생했다. 그러나 이 센터의 설립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애초에 정부에서는 기초과학의 부진이 산업기술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자 '기초과학연구소'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80년대에 수도 없이 생겨난 정부출연연구소처럼 정부주도로 기초과학만 연구하는 새로운 연구소를 발족시키려 했던 것이다. 이러한 구상은 87년 10월 정부안으로 확정되어 다음해에 50억원의 예산까지 확보했다.

그러나 기초과학연구소 설립 구상은 각 대학들의 거센 반발을 초래했다. 우수한 두뇌들이 몰려있는 대학의 연구기능을 외면한채 옥상옥(屋上屋)의 연구소를 세운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88년 2월 전국 23개 대학부설 기초연구소 소장들은 연서로 이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탄원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그후 기초과학연구소 설립은 백지화되고 자체연구보다 연구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지원센터의 설립이 추진되게 됐다. 각 대학들이 개별적으로 구입하기 힘든 비싼 장비들을 지원센터에서 정부예산으로 구입해 매우 저렴한 이용료만 내고 각 대학들이 공동으로 사용하게 하자는 것. 지원센터의 설립에는 정부와 대학, 양쪽이 모두 찬성했다. 이에따라 지원센터는 88년 8월 정식으로 발족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원센터의 위치를 어디로 두느냐를 놓고 경제기획원과 지원센터간에 묘한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경제기획원은 인구분산과 국토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지원센터가 대덕에 위치해야 한다는 주장이었고, 지원센터측은 대학연구진의 60% 이상이 몰려있는 수도권의 실질적인 연구지원을 위해서는 서울에 위치해야 한다고 팽팽히 맞섰다. 결국 6개월간의 논쟁끝에 본부는 대덕에 두고 지소는 서울에 둔다는 절충안으로 타결됐다. 그후로도 지원센터는 대덕에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과학기술원(KAIST)의 이전계획이 확정되기를 기다려야 했다. 처음 계획과는 달리 과학기술원 연구부(현 과학기술연구원)가 서울에 남기로 하면서 그 부지를 일부 활용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대덕에 본부, 서울에 지소

1년여 기간을 허송세월한 지원센터는 지난해 9월부터 정상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과천에 구멍가게처럼 차리고 있던 사무실을 서울 대치동으로 넓혀 옮기고, 각 대학 연구진들에 가장 필요한 연구장비가 무엇인지 폭넓게 의견을 청취했다.

어느 대학교수는 이 설문조사에서 이렇게 당부했다고 한다. "최고 수준의 장비를 갖춘다고 너무 떠들지 말라. 현재 대학에서는 외국에서 흔한 중간정도의 장비도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시효과에 그칠 그럴듯한 장비보다 실제 우리 수준에서 긴요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을 우선적으로 구입하자."

지원센터는 기초연구장비 26종 5백만달러어치를 발주해 현재 21종이 국내에 도착했다. 이들 장비는 서울지소에 설치가 끝나는 대로 올하반기부터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대덕연구단지에 건설된 지원센터본부는 오는 92년 완공될 예정인데 대지3만2천평에 건평은 5천평 규모. 이외에도 지방대학의 연구지원을 위해 부산 대구 광주 등지에 지소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연구장비는 A,B,C급 등 3종류로 분류해 C급장비는 각 대학에서 각자 갖추도록 하고 B급장비는 각 지소에 설치해 지역차원에서 공동이용하며 아주 비싼 A급 첨단장비는 대덕본부에 설치해 전국적으로 공동이용하게 한다는 것.

기초과학의 영역은 점차 명확하게 정의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학문들간의 벽이 허물어지고 복합학문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어떤 분야를 기초과학으로 지원해야할지 애매모호한 경우도 더러있다.

김현남 지원센터소장은 "기초과학하면 흔히 물리 화학 생물 수학 등 순수과학을 생각하는데 물리학의 응용분야인 반도체의 경우 기초과학이라고 규정하기는 힘들다. 반면 금속분야라고 할 수 있는 신소재는 기초과학의 영역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의학 농학 공학 등 분야에서도 생산적인 연구보다 기초연구에 해당하는 분야에 과감하게 지원할 것"이라고 말한다.

아주대 물리학과교수로 있다가 지원센터 소장으로 발탁된 그는 누구보다 대학의 연구환경을 속속들이 알고있기 때문에 지원센터의 장비는 최소한의 감가상각비와 유지비에도 못미치는 이용료만 받고 대여해 실제 연구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다만 지난해 '기초과학연구의 원년(元年)'이라며 이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처럼 떠들다가 최근 범국가적인 '첨단기술개발계획'에는 기초과학에 대해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는 것을 보고 씁쓰레한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지원센터에 설치된 연구기기들^안정성 동위원소 질량분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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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김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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