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에서 무료 진로 상담자 모집공고를 낸 뒤, 독자들의 상담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 중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전국에서 다양한 독자들이 지원하고 있다. 개별 연락을 통해 신청자 모두에게 상담의 기회가 주어지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 거주하는 신청자들은 전화상으로 상담을 진행했다. 신청자별로 1시간가량 심층 상담이 이뤄졌는데, 그중에서 일부 사례를 요약해서 싣는다.
사례 1 뒤늦게 찾은 꿈, 대기만성의 길
-서울 S고 3학년 J학생-
“고2 때부터 생물에 흥미가 생겼어요.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더 공부하고 싶어졌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연구소에 가서 식품 연구를 하는 게 꿈이에요.”
“그러면 생물학과에 들어가서, 대학원에 진학해 심도 있는 연구를 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고2 때 하고 싶은 일을 결정했다니 빠른 결정은 아닌 것 같다. 이제 3학년이 됐으니 그동안 네가 걸어온 과정이 그 꿈을 향한 길이었는지를 맞춰봐야 해.”
본래는 하나씩 계획해서 꿈을 이뤄가야 순서가 맞지만, 뒤늦게 꿈을 찾은 J학생의 경우 지나온 과정을 떠올려서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의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처음에는 부모님이 무조건 의사를 하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저는 굳이 의사가 되고 싶은 마음이 없었죠. 그러다가 생물과목의 담임 선생님을 만나면서 비로소 길이 보였요.”
“그렇다면 엄마가 의사가 되라고 했지만 꿈을 찾아 헤매다가 생물이 뭔지를 알게 됐고, 그때부터 꿈을 향해 다시금 도전하게 됐다는 거지? 뒤늦게 하고 싶은 것을 찾았으니, 그때부터는 뭔가 노력하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해. 그러려면 3학년 1학기 때에는 내신 성적을 많이 끌어올리도록 해야겠지.”
J학생은 현재 내신 3등급에 머무는데, 조금은 부족한 성적이다. 3학년 1학기부터는 성적이 확연히 올라가는 상승 곡선을 그려야 그동안 부족했던 면들이 보완될 수 있다.
“비록 늦었지만 하고 싶은 걸 찾았잖아. 대학 문턱을 코앞에 두고도 하고 싶은 걸 못 찾은 학생이 많아. 뒤늦게 꿈을 찾기까지 무엇을 얻었는지 생각해봐. 친구도 얻고 다른 많은 경험들을 했잖니. 부족한 면을 깨닫고 반성하게 됐다면 그것 또한 큰 교훈을 얻은 거란다.”
J학생은 그동안 지내온 일들을 곰곰이 돌이켜본다. 다른 학생들이 시험공부에 열을 올리고, 각종 대회 준비에 바쁘고, 학원 숙제에 허덕이는 동안, 나는 무엇을 얻었을까.
“학급회장을 맡았고 발명교실에서 활동했어요. 헌혈도 꼬박꼬박 하고 학교에서 1년에 2번 하는 기아체험에도 참가했고요.”
“활동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너는 대인관계가 원활하고 긍정적인 학생인 것 같아. 일단 꿈에 대한 노력을 늦게 시작했다는 건 스스로 인정하자. 공부해서 받은 상장보다 비교과 활동에 참여한 거리가 많으니 그런 면을 부각시키면 훨씬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거야.”
그동안 갈피를 못 잡고 있다가 이제 답답한 마음이 조금 해소된 것 같다는 J학생. 상담 선님은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을 자기소개서로 작성하라는 과제를 줬다.
“일주일 만에 쓴 글과 6개월에 걸쳐 쓴 글은 “일주일 만에 쓴 글과 6개월에 걸쳐 쓴 글은 그 내용에도 확연한 차이가 난단다. 어떤 내용을 어떻게 쓸지, 자기소개서를 책상에 붙여놓고 메모해 가며 오랜 기간 고민하도록 해.”
누구나 완벽하지는 못하다. 다만 자신의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게 중요한 일. 뒤늦게 하고 싶은 일을 정하면서 지금 당장은 불안한 마음이지만, 이 과정이 앞으로 J학생이 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소중한 교훈으로 남을 것이다.
사례 2 성공의 조건은 돈 아닌 ‘행복’
-경북 A고 2학년 B학생-
“시골에서 중학교를 다녔는데 지역에 나가서 상도 많이 받고 활동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를 더 큰 도시로 오니까 성적이 중간 정도밖에 안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활동할 기회도 많이 없고…. 뭘 해야 할지 답답해요.”
지방에서 살면서 서울과는 너무 다른 교육 환경에 답답함과 궁금증을 느낀다며 사연을 보내온 B학생. 중학교 때만 해도 몇 안 되는 학생들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수학·과학 경시대회뿐 아니라 글쓰기 대회에서도 상을 타면서 여러모로 우수한 인재로 인정받았다. 그런데 큰 도시의 고등학교에 가니 그동안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어릴 때는 의사가 되고 싶었어요. 그저 의사가 멋있어 보여서요. 하지만 다친 사람들을 계속 봐야 하는 의사를 할 자신이 없어졌어요.”
이공계에 의사가 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많지만, 대부분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B학생은 직업으로서의 ‘의사’에 대한 현실을 일찌감치 알고 자신의 길이 아니라 판단했지만, 아직 새로운 꿈을 발견하지는 못한 상태다.
“책은 많이 읽니?”
“아뇨. 책을 많이 못 봤어요. 학교에서 주로 문학 책을 권해서 관심이 덜 가더라고요.”
“책을 많이 안 접해서 네가 아직 인생의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 같아. 책을 보면 그 안에 인생의 나침반으로 삼을 만한 소중한 정보들이 나온단다. 그럼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 뭔가 도구를 다루거나 만드는 걸 좋아하니? 아니면, 새로운 이론을 배우고 연구하는 게 재미있니?”
“잡지를 보면서도 전자기기에 관심이 많이 가더라고요. 물리과목도 좋아요.”
“그렇다면 너는 기계공학이나 전자공학 쪽이 적성에 맞는 것 같구나. 그쪽으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
“생각을 해봤어요. 그런데 컴퓨터를 다루거나 기계를 다루는 쪽에서 일하면 밥 굶는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과연 그 일을 해도 되겠나 싶어요.”
“현실이 그렇지도 않을뿐더러, 네가 나서서 돈을 벌지 않으면 안 되는 형편인 거니?”
“그렇지는 않아요.”
“18살인 네가 벌써 먹고사는 걸 걱정한다는 건 맞지 않는 것 같아. 청소년은 청소년다운 꿈을 가져야지. 어떤 일을 하든지 돈을 벌 수는 있어. 하지만 무엇을 해서 돈을 버는지가 중요한 거야.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경제적인 부분은 따라오는 거란다. 벌써부터 돈만을 목적으로 적당히 할 일을 찾는다면, 더 큰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 거야.”
당장에 하고 싶은 꿈을 찾기 이전에 경제적인 현실부터 보게 된다는 B군. 10대, 아니 20대까지는 세상을 많이 돌아보면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를 계속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만약 네가 학생을 뽑는 입학사정관이라고 생각해봐. 그저 윤택하게 살겠다고 돈 잘 버는 전공을 골라 배우겠다는 학생을 뽑고 싶을까? 대학에서 열심히 가르쳐서 사회에 내보냈을 때, 국가와 인류를 위해 일하며 학교의 명예를 드높일 만한 학생을 뽑겠지. 삶의 목표가 뭐니? 어떤 과에 가는 것보다 그게 더 중요한 거야. 부모님의 세대에서는 먹고사는 게 중요했지만, 네 세대에는 행복할 일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할 거야.”
선생님의 진지한 충고에 한참 고개 숙여 이야기를 들은 B학생. 자신의 생각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한참을 생각한다.
“지방에서 자랐기에 교육 환경이 나빴다고 하지만, 그 환경에서 최선을 다한 모습을 보여주면 돼. 교내에서,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많이 찾아서 해봐. 봉사활동을 통해 고향에 보답하는 건 어떻겠니?”
B학생이 주어진 여건에서 사교육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무얼까. 첫째는 내신 챙기기, 둘째는 지역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하기. 선생님은 그중에서도 뜻깊은 봉사활동을 해보기를 권유했다.
“고등학교에 함께 올라온 친구들과 봉사회를 만들어봐. 한 달에 한 번, 고향에 내려가서 마을회관을 가꾸거나, 노인정에서 봉사를 하면 좋겠구나. 네가 기계에 관심이 많으니까 어르신들을 위해 낡은 전자제품도 고쳐드리고, 환경 친화적인 풍력 발전기를 만들 수도 있고. 그런 활동을 통해 학습적 결실을 얻어 탐구대회에 출전을 해도 좋은 경험이 될 거야.”
사례 3 내신 성적이 버거운 과학고 학생
- 서울 A과학고 2학년 K학생 -
서울의 모 과학고에 다니는 K학생. 1학년 때만 해도 전교에서 중간 정도였던 내신 성이 2학년이 되자 하염없이 떨어졌다. K학생은 갈수록 떨어지는 성적에 어깨가 축 처진 채로상담 선생님을 찾아 왔다. “과학고는 워낙에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모여 있어서 내신 성적을 높이기가 힘들어. 그런 점은 대학에서도 충분히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야. 단, 중간 등수 안에만 들어도 좋겠구나. 과학에 비해 국어, 영어 성적이 좋은 편이니?”
“네. 그런 편이예요. 그런데 이번 시험에서는 잘 못 봤어요.”
“그렇다면 너는 문과에도 소질이 있는 장점이 보이는구나. 하지만 일관성이 있어야 돼.성적이 들쑥날쑥하면 그만큼 노력이 부족한 결과로 보이니까.”
“학교에서는 어떤 활동을 해봤니?”
“R&E 연구를 해서 좋은 점수를 받았어요. 그리고 올해 학교 임원으로 뽑혔어요.”
경시대회는 중학교 때까지는 참가해서 입상도 했으나 고등학교에서는 준비를 못했다는 K학생. 상담 선생님은 앞으로 치러지는 중요한 경시대회에 참가해보라고 권유했다. 과학고 학생의 경우 경시대회 입상이 중요한 이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KAIST나 포항공대 같은 연구 중심 대학에서 열고 있는 경시대회는 참가해보는 게 좋아. 방학 때 캠프 활동도 지원해보고. 열정이 있다면 뭐라도 해보려고 진작에 노력을 했을 거야. 가고 싶은 대학 홈페이지에는 들어가 봤니?”
가고 싶은 대학 홈페이지에는 들어가 봤니?”K라도 준비해서 다양한 활동에 도전할 것을 다짐했다.
“무엇보다 학교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이력이 되겠구나. 문과적 소질도 있고 리더십이 있다는 건 이공계에 진학해서도 큰 장점이 될 거야. 지난 학기 선거 활동에 매진하느라 성적에 소홀했지만, 학교 임원으로 일하면서 얻은 것들을 자기소개서에 잘 풀어내면 입학사정관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을 거야.”
K학생은 중학교 때부터 이과 공부에 남다른 소질이 있어서 과학고에 들어왔지만, 막상 고등학교에 들어와 보니 자신보다 더 우수한 학생들 사이에서 약간의 방황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시기를 다 보낸 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사춘기 때는 누구든 성적이 조금 떨어지기도 해. 그 과정을 겪었다고 생각하고, 그동안 네가 깨달은 점을 정리해서 보여주면 돼. 단, 그 문제점들이 반복돼서는 안 돼. 대학에 가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된단다.”
상담 선생님이 보기에는 사람들과 잘 어울고 리더십이 있는 면을 볼 때, 산업공학이 적성
에 맞는 것 같은데, K학생은 아직 구체적인 전공을 정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K학생은 진정 하고 싶은 것을 좀 더 고민해보기로 했다
상담 선생님의 조언
1. 내신 성적은 중간 등수 안에 들도록 노력한다.
2. 수학·과학 경시대회와 각종 탐구대회 정보를 탐색
해서 참여할 만한 대회를 준비한다.
3. 경시대회, R&E 활동과 함께 과학, 수학의 특기를 입
증할 이력을 만든다.
4. 가고 싶은 대학들의 홈페이지를 방문해, 연구실을
검색하며 전공하고 싶은 분야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