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을 과학시대라고 하는데는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막상 과학과 가까워지려고 하면 과학은 신기루처럼 잘 잡히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과학을 「도깨비 방망이」쯤으로 알거나 과학자의 전유물로 여기기 때문은 아닐까. 「물리퀴즈여행」에 이어 새로 연재되는 「살아있는 과학퀴즈」는 과학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자 마련된 코너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보면서 과학을 재미있는 것으로 만들어 보자.
어린 시절에 따뜻한 햇볕이 내려 쪼이는 양지에서 여러 모양의 비누방울을 만들며 놀아본 기억이 나지 않습니까. 무수히 흩어지는 비누방울이 공중으로 날아가며 만들어내는 여러가지 모양에 반하기도 하고, 햇빛을 받아 생기는 무지개는 정말 동심의 나래를 펴게 하여 동화 속으로 끌어들이곤 했습니다.
그렇게 얇은 막이 바람에 흔들려 터지기도 하고 누가 더 큰 비누방울을 만들까 내기도 하며 우리는 작은 과학자의 꿈을 키웠습니다. 액체가 막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오래가지 않아 터져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모든 물질이 학교에서 배운대로 원자나 분자로 되어 있다면 이렇게 멋있는 현상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다음 물음들은 직접 실험을 해보지 않고서는 대답하기가 힘듭니다. 머리속에서만 따지는 과학에만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당혹감을 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조금 귀찮더라도 비누물을 만들고 철사와 스트로를 이용, 비누막 뜨개를 만들어 사용해 본다면 그 노력 이상으로 여러분들은 재미있는 과학의 세계를 맛보리라 믿습니다.
문제
1 그림과 같은 비누막 뜨개로 비누막을 만들었어요. 비누막은 몇개나 만들어질까요?
①3개
②4개
③6개
④12개
2 아래 그림처럼 철사줄로 둥근 비누막뜨개를 만들고 그 사이에 양쪽을 무명실로 묶은 비누막뜨개를 만들어 봅시다. 그리고 그중 한쪽을 터뜨려 봅시다. 어떻게 될까요? 터뜨린 막 반대쪽으로 '확' 밀려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현상의 이유를 설명한 의견중 가장 합리적인 것은 누구의 의견일까요?
①아람이 : 철사줄 쪽이 헐렁헐렁한 실보다 인장강도가 세기 때문이죠.
②보람이 : 비누막은 공기와 닿은 면적을 가장 작게 하려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죠.
③한솔이 : 비누막과 철사줄의 결합력이 비누막과 실의 결합력보다 세기 때문입니다.
④예솔이 : 비누막은 직선보다 곡선으로 잘 만들어지기 때문이에요.
3 그림과 같이 비누막뜨개를 만들어 비누물에 조용히 담구었다가 꺼내 봅시다. 양쪽 끝의 실이 붙어 버립니다. 양쪽 스트로를 잡고 가만히 당겨 보면 큰비누막이 만들어집니다. 이번에는 양쪽을 잡고 가만히 흔들어 봅시다. 금방 터질 것 같던 비누막이 출렁거리며 춤을 추게 됩니다. 비누막이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것으로 생각되어 그 이유를 다음 네 학생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가장 합리적인 대답을 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①아람이 : 우리가 보기에 비누막은 한겹이지만 실제로는 여러 겹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래 위로 흔들릴 때마다 그 겹수가 변화되어 얇아지기도 하고 두꺼워지기도 하기 때문이지요.
②보람이 : 비누풍선과 비누막은 실제로 같은 물질로 된 것입니다. 위에서 만들어진 비누막도 한 쪽에서 살살 불어보면 비누풍선이 만들어집니다. 아래 위로 출렁거리는 비누막은 단지 그 과정을 보여줄 뿐입니다.
③한솔이 : 그 약한 비누막이 출렁거리며 탄성을 가진다니 믿어지질 않는군요. 그러나 그 이유는 학교에서 배웠듯이 탄소와 수소의 긴 사슬 모양의 분자가 꼬였다 풀렸다 하는 것입니다.
④예솔이 : 비누막은 공기와 달리 액체 상태에서 만들어진 것이므로 기체인 공기와 만나 그 면이 불안정해지기 때문에 가장 접촉면적을 줄일 수 있는 안정한 공모양으로 되길 원하고 있어요. 그러나 스트로와 실에 붙잡혀 그렇게 되지 못하니까, 비누막이 탄성을 가지는 까닭은 공모양이 되려는 경향과 그대로 있으려는 경향과의 싸움 때문에 나타나는 것입니다.
4 바람이 불지 않는 방안에서 비누방울을 만들었어요. 그다지 크지 않은 비누방울도 얼마 안가서 터져 버리는군요. 비누방울이 오래 가지 못하고 터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①아람이 : 공기는 쉬지 않고 움직이는 입자로 되어 있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흐림이 있을 겁니다. 그 공기의 흐름이야 말로 비누방울을 터뜨리는 주범입니다.
②보람이 : 비누를 풀어서 만든 것이 비누물이므로 비누물로 만들어진 비누풍선도 비누와 물이 그 성분일 것입니다. 그것이 얇은 비누막으로 만들어지는 원인은 비누와 물이 잘 결합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터지는 이유도 비누물 풍선을 이루는 물이 증발되기 때문입니다.
③한솔이 :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우리는 대기의 바다속에 살고 있죠. 대기란 공기의 수많은 입자로 이루어져 있고 큰 공간을 작은 공기의 입자들로 채울 수 있는 이유는 빠른 운동때문이죠. 우리가 잘 몰라서 그렇지 잴 수만 있다면 그 충격량은 상당히 클 것이에요. 비누막을 수없이 두들겨대는 공기입자의 충돌때문에 결국 터지고 마는 것입니다.
④예솔이 : 과학의 세계가 그렇게 간단할 리 없습니다. 제가 과학시간에 배운 것을 기초로 하면 비누막은 탄소와 수소로 이루어진 긴 사슬 모양의 분자라고 했습니다. 비누막이 터지는 이유는 비누분자와 물분자의 수소가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입니다.
5 고리모양의 비누막 뜨개로 비누막을 만들고 세로로 세워두면 비누방울이 떨어지고 잠시후 터집니다. 터지기 직전에 알 수 있는 방법을 지적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①아람이 : 한두번 터질 때까지 시간을 재보고 꼭 그 시간이 되면 터지는지를 알아보면 됩니다.
②보람이 : 비누막을 세워 소용돌이 치는 무늬들이 많아지면 터지게 됩니다.
③한솔이 : 비누막을 향해 뜨거운 열을 쏘이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게 되면 터지게 됩니다.
④예솔이 : 양지쪽에서 비누막에 생기는 무지개빛 간섭무늬를 보면 알 수 있어요.
6 여러분이 만든 가장 큰 비누물 풍선의 크기는 얼마인가요? 만약 내일 다시 비누물 풍선을 만든다면 오늘 만든 것보다 더 크게 만들 수 있을까요? 또한 무한히 큰 비누물 풍선을 계속해서 얻을 수 있을까요? 다음 견해 중 가장 합리적인 의견은 누구의 의견입니까?
①아람이 : 내일 부는 것과 오늘 부는 것은 큰 차이가 없으므로 무한히 큰 풍선은 만들 수 없습니다.
②보람이 : 풍선은 계속 커지지 않고 그때그때 환경에 따라 커질 수도 작아질 수도 있지만 거기에는 어떤 한계가 있지요. 주사위를 아무리 잘 쌓아도 어느 이상되면 무너지고 마는 이치와 비슷하게 말예요.
③한솔이 : 비누방울을 부는 기술만 좋아진단면 얼마든지 크게 불 수 있어요.
④예솔이 : 물이 증발되는 것을 막고 비누물의 농도를 진하게 한다면 그 한계는 정해지지 않아요.
정답
1 답은 ③입니다. 이 문제는 비누막에 대해 흥미를 느껴 보자는 의미에서 마련한 것입니다. 처음 해보는 사람은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불규칙적인 거품이 생길 것처럼 생각되나 실제로 해보면 비누물에 거품이 없는 한 규칙적인 모양이 만들어집니다. 한면에 3면씩이고 비누막 뜨개가 정사면체이므로 전체 12면이 만들어지지요. 그러므로 막의 수는 6개가 됩니다. 그 이외에도 비누막이 왜 안쪽으로 모이는가, 왜 일정하게 만들어질까 등의 여러 의문은 계속되는 문제 속에서 해결해 보도록 합시다.
2 답은 ②입니다. 위문제에서 남겨 두었던 비누막이 가운데로 모이는 이유와 관련이 있습니다. 혹시 아람이의 의견을 따라간 사람은 없었습니까? 여러분들은 자신이 처음 접하는 문제를 해결해야만 할 때 어려운 과학용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의견을 따랐던 적이 없습니까?
옛날 어떤 과학자들은 권위있는 학자의 의견을 너무 존중한 나머지 "숫말의 이빨수가 암말의 이빨수보다 많다"라는 말을 확인하기 위해 마굿간으로 가지 않고 도서관으로 뛰어 갔다는 우스운 이야기가 전해 내려옵니다. 아람이의 '인장강도'나 보람이의 '결합력' 등은 이러한 예로 보여집니다. 아직 확실하게 파악하지 못한 개념의 용어를 충분히 알지도 못한 채 사용한다면 문제의 올바른 이해를 더욱 어렵게 할 뿐이죠. 문제에 나온 한쪽만 남은 비누막을 비누물이 묻은 손으로 살살 잡아당겨 보면 비누막은 넓어지면서 터지지 않습니다. 다시 놓으면 원래 위치로 돌아갑니다. 비누막과 줄다리기를 해본 사람이라면 그 원인에 대해 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자연은 간단한 질문으로 부터 끈질기게 연구하는 사람에게 그 비밀을 털어놓게 됩니다.
비누막과 공기가 만나는 면은 서로 다른 두 상태가 만나기 때문에 불안정한 존재입니다. 이렇게 불안정한 요소를 최대한 줄이려면 그 접촉면을 최소로 줄여야겠지요. 따라서 비누막을 가로지르고 있던 실은 양쪽 비누막에 의해 고루 잡아 당겨지다가 한쪽이 없어지자 그 균형이 깨지고 표면적이 최소화되려는 경향을 따르게 됩니다.
3 답은 ①입니다. 비누막은 얇을 뿐 아니라 위의 실험에서도 알 수 있었듯이 탄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트로 사이에 줄이 붙어 있어도 살살 당기면 문제의 그림처럼 가운데 부분 쪽으로 점점 벌어지면서 커다란 비누막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4사람의 주장은 대답방법이 달라 여러분들을 혼돈에 빠지게 하지는 않았습니까? 자연현상에 관한 뚜렷한 생각이 서있지 못하면 누구나 조금만 상황이 어려워져도 곧 혼란에 빠져 버리고 맙니다. 잔잔한 호수에서 보트를 탈 때에는 나침반이 없어도 되지만 큰 파도가 일어나는 바다에서 길을 잃었을 때에는 반드시 올바른 방향을 찾을 수 있는 나침반이 필요하겠지요.
자연현상을 바로볼 수 있는 시각이 마련될 때까지는 질문에 대한 핵심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파악하는 것이 가장 필요합니다. 아람군의 경우 평범한 가설로 대답하면서도 문제를 정확하게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보람양의 경우 자신이 실험을 해 보고 신기한 나머지 자기중심적인 대답을 한 것 같군요. 한솔군은 학교에서 배운 지식에 너무 매달려 확인해보지도 않고 그대로 믿어 버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솔양은 과학적 사실 뿐 아니라 과학철학에 관한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러나 비누막이 탄성을 가지고 있는 까닭을 너무 이론적으로(실험적으로 검증되기 어려운 방법) 접근, 포괄적인 대답이 되었습니다.
4 답은 ②입니다. 비누막이 얼마나 얇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해 실감하는 문제입니다. 비누방울을 만드는 비누막은 대단히 얇아서, 어느 경우에는 물과 비누의 가장 작은 입자가 서로 연결된 때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더운 여름날 세수를 하고 닦지 않은 채 앉아 있으면 팔뚝에 묻어 잇던 물기가 어느 새 날아가 없어져 버리는 것을 경험해 본적이 있을 겁니다. 비누막의 경우 이런 경우보다 쉽게 증발해 버리리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아람군의 공기의 흐름이나, 공기입자의 충돌을 주장한 한솔군의 경우도 어느 정도의 타당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가장 합리적인 대답을 찾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5 답은 ④입니다. 자, 이번 문제는 다소 어렵군요. 그래도 지금까지 닦아온 여러분의 실력으로 능히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보기를 직접 실험으로 해보는 것입니다. 실험이란 자연상태의 복잡한 현상을 조건을 통제해서 우리가 알고 싶어하는 정보로 얻어내는 것입니다. 고급기재를 고루 갖춘 실험실에서만 실험을 한다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현대식 고급기재들은 여러분의 감각기관의 기능을 연장시켜 주는 것에 불과합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여러분의 머리 속의 생각과 그것들을 정리할 수 있는 필기도구와 노트입니다.
다시 문제로 돌아가서 각각의 경우를 살펴봅시다. 아람군은 실험의 통제조건을 시간으로 보았죠. 더 구체적인 조건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비누물을 만든 재료, 비누물의 농도, 비누막 뜨개의 재료, 굵기, 생긴 모양, 기압, 온도, 습도, 비누막 만드는 방법 등 이외에도 실험목적에 따라 다른 조건도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보람양의 경우는 자세한 관찰에 더욱 관심을 가졌습니다. 비누막에 나타난 소용돌이 무늬는 아직도 액체의 성질을 가진 비누막과 기체가 만난 경계면으로 대단히 불안정합니다. 그러나 소용돌이 무늬가 비누막이 터지는 것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한솔군은 아람군의 경우에다 한가지 조건을 더 추가하여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하였습니다. 예솔양의 경우는 조심스러운 관찰이 요구됩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비누방울의 무지개 빛 무늬(간섭무늬)가 비누막의 두께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문제에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이 무늬는 막표면에서 반사되는 빛과 그 안쪽 면에서 반사하는 빛이 지나가는 길의 길이가 차이가 생겨 나타나는 현상입니다(경로차에 의한 '간섭현상'을 말함). 이 무늬의 변화는 막이 얇아짐에 따라 간섭무늬가 차차 많아지고 아래쪽으로 몰려오면서 그 폭이 좁아지다가 드디어 터지게 됩니다.
6 답은 ②입니다. 비누물 풍선의 최대크기를 알아보려는 실험입니다. 이 실험의 목적은 비누물 풍선이 무한히 커질 수 있는 연속적인 존재인지 어느정도 커진 후 더 이상은 커지지 못하는 입자적인 존재인지를 알아보려는 데 있습니다. 먼저 연속적인 견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견해로는 계속해서 얇은 막을 얻을 수 있다, 비누막을 무한히 크게 만들 수 있다, 비누막 풍선은 계속 크게 변할 수 있다, 비누막과 비누물 풍선은 표면이 매끈하다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입자적인 견해로는 비누막의 두께는 어느 정도 이하로 얇게 만들 수 없다, 비누막의 최대크기는 한계가 있다, 비누방울 두개를 합칠 수 있다, 비누막을 찔러도 터지지 않는다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아람군의 경우 입자설을 주장하는 듯하나 확실한 이유가 못됩니다. 보람양의 경우 비누물 풍선을 입자로 보고, 그 입자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이 풍선의 팽창에 견디는 힘을 주사위가 높이 쌓여짐에 따라 쓰러지기 쉬운 것과 비교해 놓았습니다. 한솔군과 예솔양의 경우는 외부조건에 의해서 얼마든지 커질 수 있다는 연속설의 입장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입자설은 고대 그리스의 원자론자들의 주장 이후에 2000년간 묻혀져 왔습니다. 그러다가 1808년 달톤에 의해 다시 원자설이 주장됩니다. 요즘은 국민학생들까지도 원자라는 말을 들어 보았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원자설은 많이 들어도 보고 학교에서 배우기도 했지만 실제로 자연현상을 설명하려고 할 때는 아직도 적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