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수천개 은하들 무리에 뛰어들어 초속 600km로 날아가는 우주 화살

아침저녁 날씨가 제법 선선하게 느껴지고 가을 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된다. 옛말에 세월이 쏜살같다고 했던가. 세월이 얼마나 빠르면 날아가는 화살에 비유됐을까. 가을 단풍을 찾아다니다 보면 주황색으로 곱게 물든 잎에 잔가지가 어울려 화살처럼 보이는 나무를 만날 수 있다. 바로 화살나무다. 우주에도 화살을 닮은 대상이 있을까.

밤하늘 은하수를 누비다 보면 독수리자리 북쪽에 희미한 4개의 별이 화살처럼 그럴듯하게 모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화살자리다. 그리스신화에 따르면 사랑의 신 에로스가 쏘아올린 화살이라고 한다.

올해 3월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공개한 허블우주망원경 사진에서도 화살의 일부인 화살촉을 닮은 천체가 보인다. NGC1427A라 불리는 이 천체는 지구에서 화학로자리 방향으로 6200만광년이나 떨어져 있다. 화학로자리는 가을 남쪽하늘에서 일부만 보이는 별자리다.

‘우주 화살’ NGC1427A를 자세히 보면 파란 별들이 수없이 모여 있다. 화살자리에는 달랑 별이 4개뿐 인데 우주 화살에는 화살촉에만 무슨 별이 저리도 많은가. 화살자리의 화살을 에로스가 쏜 것이라면 우주 화살은 누가 쏜 걸까.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트로이전쟁 당시 그리스군의 영웅 아킬레우스는 발뒤꿈치에 화살을 맞고 죽었다. 아킬레우스의 어머니는 바다의 여신 테티스. 그녀는 아들을 불사신으로 만들려고 저승의 강 스틱스에 아들의 몸을 담갔는데, 이때 그만 손으로 잡고 있던 발뒤꿈치만 물에 젖지 않아 치명적인 급소가 되고 말았다. 아킬레스 건(힘줄)이란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다.

영웅 아킬레우스를 죽인 사람은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였다. 파리스는 아폴론의 도움을 받아 아킬레우스의 약점을 찾아 화살을 명중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파리스 자신도 화살 때문에 죽게 됐다.

우주 화살 NGC1427A는 트로이전쟁에서 파리스가 아킬레우스에게 쏘았던 화살처럼 죽음의 이미지와 에로스의 화살처럼 사랑과 탄생의 이미지를 동시에 갖고 있다. NGC1427A는 사실 우리은하처럼 별과 가스로 구성된 은하다. 천문학자들은 이 은하가 주변 가스 및 은하들과 상호작용으로 비틀려 화살촉 모양이 됐다고 설명한다. 이런 상호작용 덕분에 가스가 뭉쳐 새 별들이 탄생할 수 있게 해준다. 은하에서 파랗게 빛나는 별들이 새로 태어난 별이다.

현재 우주 화살은 수천개의 은하들이 드문드문 모여 있는 ‘화학로자리 은하단’으로 득달같이 돌진하고 있다. 그 속도는 무려 초속 600km. 그래서 은하 전체의 모양이 돌진하는 방향으로 화살촉 모양을 하고 있다.

NGC1427A가 이렇게 은하단 속을 누비다 보면 수십억년 내에 완전히 파괴될 전망이라고 한다. 은하의 별들과 가스가 뿔뿔이 흩어져 우주 화살이 사라지는 것이다.
 

화살촉을 닮은 은하 'NGC1427A'.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05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 진로 추천

  • 천문학
  • 물리학
  • 철학·윤리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