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수질 소음 쓰레기공해는 국민들의 일상생활을 위협하는 공포의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발표된 자료를 중심으로 환경오염의 실상을 종합해 본다.
지난 8월의 '물파동'에 이어 불거져 나온 10월의 '라면파동'은 국민의 생활환경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고도성장을 노래하던 60, 70년대에는 나중의 일로 치부되던 물 공기 식품의 질 문제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화급한 과제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89년에만 해도 이같은 환경문제는 '무뇌아' 등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피해, 식수원 오염, 자몽논쟁에서 비롯된 농약오염, 골프장 농약문제, 쇠기름 파문 등이 끊이지 않고 발생, 때로는 공포와 불안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면서 여론의 표적이 돼 왔다.
각종 환경운동단체의 활발한 활동과 함께 60년대 말 미국 유럽 일본 등지의 '환경열기'를 연상케 하는 이러한 현상은 기본적으로 최근의 '민주화 바람'에 힘입은 바 크다.
불신감 해소에는 미흡
88년 부터 시작된 국정감사를 통해 적어도 환경공해에 관한 한 정부는 있는 자료를 거의 내놓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또 정책당국도 '국민과 함께 하는 환경행정' 등을 내세우며 국민적 관심도를 행정시책에 활용하려는 전진적 자세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20여년 동안 정부가 공해실태를 숨겨왔던 데 대한 불신감은 좀처럼 씻겨지지 않고 있으며, 환경전문가들조차 이같은 정보 비공개에 큰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과 공해연구회(회장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지난 8월 한국대기보전학회 회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수, 공무원 등 환경전문가의 88%가 대기오염도 측정자료 등 자료부족으로 연구나 업무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환경청 서울시 등으로부터 자료를 받는 경우에도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85%에 이르렀다.
일반인들이 공해의 정도가 정부당국이 발표하는 '공해 실태'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믿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는 최근에 입수한 각종 환경오염 실태에 관한 자료를 통해 우리나라 환경문제의 현주소를 알아보고자 한다.
대기오염/체감 오염도 심각
서울 등 대도시 주민들이 눈이나 목이 따갑고 감기에 자주 걸린다는 '채감 오염도'로 보나 또는 앞서의 설문 조사에서 대학교수의 73%는 "건강을 위협할 정도로 대기오염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데서 짐작할 수 있듯이 대기오염은 각종 공해가운데 가장 폭넓고 일상적인 피해를 미치고 있다.
주요한 대기오염물질로는 아황산가스 먼지 질소산화물 오존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앞의 두 개는 주로 유류와 석탄의 연소과정에서 나오는 이른바 '후진국형' 공해물질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반면 뒤의 두가지는 자동차의 증가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피해가 가시화하고 있는 '선진국형'이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나라의 아황산가스 오염도가 일본이 최악의 공해상태였던 지난 67년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일본의 오염도는 그후 해마다 줄어들어 현재는 우리나라의 5분의 1수준에 머물러 있다.
공해병인 기관지 천식이 집단 발생한 '요카이지'(四日)시의 60년대 중반 오염도는 우리나라에서 현재 오염이 가장 심한 서울 문래동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눈길을 끈다.
(표1)은 전국 주요도시의 최근 1년동안(88년 10월~89년 9월)월평균 아황산가스 오염도를 나타낸 것이다. 이 통계에서 서울 부산 대구가 장기 환경기준(연평균 0.05ppm 이하)을 넘기고 있으며 서울의 오염도가 전국의 대도시 가운데 가장 높음을 알 수 있다. 광주와 울산은 환경기준을 넘는 달이 하나도 없는 양호한 상태를 보였다.
두드러진 것은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오염도가 높다는 점이다. 이는 겨울철 난방연료 사용의 급증에 따른 것으로 환경기준을 웃도는 오염도는 이 기간 동안 집중된다.(서울:10월~4월, 부산·대구:11월~4월, 대전:11월~2월)
경인지역의 중소도시 가운데는 서울보다 높은 오염도를 나타내는 곳이 있다. 작년 1~7월 사이 서울의 아황산가스 평균농도가 0.057ppm인데 비해 인천은 0.073ppm, 수원 0.067ppm, 부천 0.066ppm 등을 기록했다. 특히 인천시의 숭의동과 부평동, 수원시 팔달로, 부천시 심곡동 등은 서울의 오염 극심지역 못지 않게 공해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2)에서는 작년 1월부터 7월까지 서울시내 10개지점별 오염도를 보였다. 측정자료가 불충분한 신설동 신림동을 빼고 비교하면 아황산가스 오염은 문래동 광화문 마포 순으로 심하고 대치동 잠실동 불광동이 상대적으로 나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 기간 동안 전국 주요도시의 매일매일의 오염도를 살펴보면 단기 환경기준(하루 평균 0.15ppm 이하)을 웃도는 날이 상당수 눈에 띈다.
단기 환경기준은 급성 환경질환을 막기 위해 설정된 것으로, 이 농도에서 1시간 동안만 운동을 해도 허파기능의 장애가 올 수 있으며 기관지천식 환자가 발생한다고 환경청은 밝히고 있다.
단기기준 초과일수는 서울의 경우 전국 최고를 기록한 문래동의 33일에 이어 △광화문 22일 △마포 16일 △불광동 13일 △신설·잠실 각 6일이며, 부산은 △장림동 19일 △광안동 17일 △감전동 12일 등이다. 또 대구는 △복현동 9일 △동인동 8일 △대명동 6일이었다. 이같은 건강위험 오염도는 대부분 1월과 2월 등 겨울철에 집중됐는데, 문래동의 경우 1월에 18일, 2월에 15일 등 이틀에 하루꼴로, 광화문은 사흘에 하루꼴로 발생했다.
한편 공업단지의 경우 아황산가스 오염도는 지역에 따라 큰 차를 보였다. 지난해 1~7월 평균 농도는 서울 영등포기계공단 0.092ppm, 부산 장림공단 0.090ppm 등이 서울평균의 2배 가까운 극심한 오염도를 나타낸 반면 울산·온산·여천공단은 의외로 0.01~0.02ppm을 기록, 대도시 수준에도 못미치는 양호한 상태를 나타냈다.
아황산가스와 함께 주요 오염물질인 먼지(TSP)는 겨울철에 심하고 서울 부산 울산에서 오염도가 높게 나타나는 등 아황산가스와 매우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먼지 속에는 벤조피렌 등 수백가지의 발암 화학물질이 들어있고 각종 중금속이 포함돼 있기도 해 크게 주목받고 있으나, 현재 정확한 성분과 피해내용은 잘 밝혀져 있지 않은 형편이다.
이와 함께 최근 폭증하고 있는 자동차가 내뿜는 이산화질소 일산화탄소 탄화수소, 2차생성물인 오존 등도 점차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으나 아황산가스와 먼지에 비해선 심각도가 떨어지고 있다.
또 대기오염의 심화에 따라 이를 뚫고 내리는 강수의 오염이 가속돼 산성비의 산성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해동안 서울에 내린 비의 83%가 산성비였던 것으로 밝혀졌으며 겨울철 산성비는 종종 정상보다 산성도가 1백배나 높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
수질오염/생활하수 7%, 산업폐수 20% 매년 증가
인구증가와 산업화에 따른 수질오염 악화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고 할 수 있다. 강우량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반면 가정에서 나오는 생활하수는 해마다 7%씩, 그리고 산업폐수는 20%씩 늘어났다. 다시 말해 전에는 자연수로 흐르던 물이 지금은 상수나 공업용수로 쓰인 뒤 각종 폐수가 돼 하천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수질오염을 막을 국가적 대책은 소홀하기 짝이 없었다. 폐수와 하수처리장은 절대 부족해 하수처리율은 25%에 지나지 않으며 수원지의 관리가 부실해 위락시설이 앞다투어 들어서고 6백80만두에 이르는 소·돼지 사육농가는 거의 아무런 처리시설을 하지 않은 채 악성 폐수를 흘려보내왔다.
이에 따라 많은 지천들은 아예 하수와 폐수만이 흘러가는 도랑이 돼 버렸고 이 물이 흘러드는 큰 강들도 중증의 오염에 시달리게 됐다. 지난 여름의 '식수파동'은 오히려 당연한 현상이었다. 식수에 대한 불신은 이미 극에 달해, 건설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들이 생수를 사마시는 데 쓴 돈이 82억원, 수도물을 끓여 마시느라 소비한 에너지가 6백억원, 그리고 한해동안 보급된 정수기만도 1백17만대에 이르렀다.
(표3)은 우리나라 4대강의 상류에서 하류에 이르는 지점별 오염도를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 표에서 보면 주요 하천의 대부분 지점에서 환경기준을 넘어서고 있으며 간이정수처리만 해도 마실 수 있는 수질은 안동호 정도일 뿐, 한강의 가양지점과 영산강의 나주지점 물은 아무리 처리해도 식수로 쓸 수 없는 수질을 나타냈다.
한강은 남한강 상류의 충주를 뺀 모든 곳에서 환경기준을 웃도는 오염도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2천6백84개의 공장에서 하루 24만2천t씩 흘려보내는 폐수와 중랑천 등 34개 지천을 통해 하루 3백32만t꼴의 하수가 흘러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팔당과 뚝섬까지 상수원수 2급수를 유지하던 한강물이 중랑천과 청계천이 흘러드는 보광동 지점부터는 고도의 정수처리가 필요한 3급수로 전락한다. 이어 88년에 수질이 BOD 1백3ppm을 나타낸 안양천 등이 합쳐지는 하류에선 4급수로 떨어진다.
상류인 안동에서 1급수이던 낙동강은 대구시의 생활하수와 폐수가 흐르는 금호강이 합류하는 고령 지점에서 그야말로 '먹물'로 바뀐다. 또 낙동강 하구언의 영향으로 양산공단 폐수가 역류, 부산시민의 취수원 물금지점의 수질은 3급수를 면치 못하고 있다.
낙동강에는 2천25개의 공장에서 버린 폐수가 하루 25만5천t꼴로 쏟아져 들어온다. 작년 7월까지 통계를 보면 대구공단의 폐수는 BOD 1백74ppm, 사상공단은 1백95ppm에 이르러 낙동강 오염을 가속시키고 있다.
중부권 식수원인 대청댐과 옥천 등 금강 상류도 환경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작년 7월까지 평균 78ppm의 오염도를 나타낸 대전공단 폐수와 대전시 생활하수가 흘러드는 갑천이 금강의 주 오염원이다.
영산호에 위치한 무안지점을 뺀 영산강 전 수역의 오염이 심각하다. 특히 하남공단과 광주시의 각종 폐수가 쏟아지는 나주지점은 환경기준을 2배 이상 웃도는 오염도를 보이고 있다.
하천과 함께 심각하게 떠오르는 문제가 호수오염이다. 인공호수는 우리나라 상수원수의 40%를 대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애초에 괸 물이기 때문에 수질오염에 취약하다는 허점을 안고 있다.
특히 상수원인 호수에 1백28개소가 들어선 가두리양식장과 호수유역의 축산시설은 호수를 썩이는 '부영양화'를 일으켜 식수원의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미 대청호 충주호 등 전국의 10여개 호수가 부영양화 현상에 시달리고 있으며 소양호마저 가두리양식장의 영향으로 부영양화의 전단계인 '육지 적조' 현상이 일고 있는 형편이다.
한편 깨끗한 바다의 대명사처럼 알려진 동해가 지난해부터 크게 오염됐음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동해에서 오염이 가장 심한 속초연안의 작년 상반기 오염도는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이 6.5ppm으로 공업용수는 물론 선박의 정박에도 적합치 못한 수질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문진연안 또한 4.9ppm을 기록, 속초와 마찬가지로 3등급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처럼 동해의 오염이 심화된 것은 처리안된 수산물 가공공장 폐수와 하수가 다량 유입된 데다 방파제를 마구 연장해 바닷물의 순환을 막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쓰레기/2차 오염으로 확산
오늘날 미국이나 유럽에서 가장 골머리를 썩히고 있는 공해문제가 쓰레기처리라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대기와 수질오염 등을 각종 방지시설을 통해 해결하고 난 선진국도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생활양식이 불가피하게 가져다 주는 쓰레기 문제에 봉착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쓰레기문제는 생활에서 나오는 쓰레기뿐 아니라 산업체에서 나오는 각종 중금속과 유해 화학물질이 포함된 산업쓰레기, 그리고 원전 등 핵시설에서 나오는 핵쓰레기 등을 모두 포괄한다.
우리나라에서 쓰레기 발생량은 소비생활의 변화와 산업화와 함께 급증하고 있으나 매립 등 원시적인 처리방법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매립지 확보문제는 물론 지하수 오염 등 2차공해를 유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청이 최근 집계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루에 버리는 생활쓰레기의 양은 8t트럭 1만대 분량이 넘는 8만7천t으로 1인당 2.1㎏꼴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가운데 1만4천t은 농촌에서 생긴 쓰레기이다. 또 산업쓰레기의 배출량은 하루 5만1천t이며 특히 유해 산업쓰레기의 배출량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에서 하루 7만3천t씩 나오는 생활쓰레기는 아직도 연탄재가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인스턴트식품 등에 널리 쓰이는 플라스틱의 비중이 급증 추세이다. 쓰레기의 절대량도 70년의 6배, 80년의 2배에 이른다. 문제는 이들의 95%가 매립처분되고 있어 가뜩이나 좁은 국토의 오염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인근 주민의 격심한 반발에 부닥쳐 쓰레기 매립지를 확보하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이제까지의 매립방식이 비위생적이어서 인근 농경지에 피해를 미치는 일이 잦았고 산업쓰레기를 이곳에 불법 처분하는 일도 적지 않았기 때문에 나온 당연한 반작용이다.
한편 급속한 산업화에 따라 산업쓰레기의 배출량도 빠른 신장세를 보여 88년에는 전년도보다 21.6%나 늘어났다. 특히 중금속 폐유 폐합성수지 등 독성이 강하고 처리가 어려운 특정 산업쓰레기는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24.6%의 가파른 증가를 보였다. 지난해 특정산업 쓰레기는 하루 2만9t꼴로 배출됐다.
산업쓰레기의 경우에도 불법매립에 의한 2차공해 등의 문제와 매립지 확보문제가 최근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이와 함께 높은 열량을 지닌 산업쓰레기의 재생이용이 너무 적다는 지적도 활발히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김진오박사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폐타이어, 폐유 등 산업쓰레기로부터 얻을 수 있는 에너지가 연간 석유 1천5백만 드럼에 해당하지만 재생해 이용하는 양은 9%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음/최대의 민원대상
눈에 보이지 않는 소음공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민원대상이 되고 있고 사실상 그 심각도는 예상을 훨씬 웃돌고 있다.
전국 주요도시의 소음공해가 밤낮 할 것 없이 환경기준을 넘고 있음은 물론 일부 지역에서는 직업병인 난청의 위험까지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당국의 대응은 무성의하기 짝이 없어, 88년까지 측정한 소음도가 신뢰성이 크게 떨어지는 결과로 나오자 작년부터는 측정망을 정비한다는 이유로 공식자료는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환경청이 88년 한해동안 서울 부산 광주 대전 대구 등 전국 5대도시의 소음공해를 측정한 결과 모든 도시의 녹지와 주거지역에서 환경기준을 넘어섰고 상업·준공업지역의 경우 대전과 대구만이 환경기준을 밑돌았다. 그러나 이 자료는 광주가 주거지역은 물론 상업·준공업지역에서도 서울보다 소음공해가 훨씬 심한 것으로 나오는 등 일반인의 상식과 어긋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어, 측정지점의 선정 등에서 일관성이 없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편 김포공항에 인접한 경기도 부천시 고강동 주부의 26%가 직업병인 소음성 난청에 걸린 것으로 밝혀지는 등 민간과 군 공항 주변의 소음공해가 극심한 상태에 있지만 이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대책은 거의 마련돼 있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8월의 '물파동'에 이어 불거져 나온 10월의 '라면파동'은 국민의 생활환경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고도성장을 노래하던 60, 70년대에는 나중의 일로 치부되던 물 공기 식품의 질 문제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화급한 과제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89년에만 해도 이같은 환경문제는 '무뇌아' 등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피해, 식수원 오염, 자몽논쟁에서 비롯된 농약오염, 골프장 농약문제, 쇠기름 파문 등이 끊이지 않고 발생, 때로는 공포와 불안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면서 여론의 표적이 돼 왔다.
각종 환경운동단체의 활발한 활동과 함께 60년대 말 미국 유럽 일본 등지의 '환경열기'를 연상케 하는 이러한 현상은 기본적으로 최근의 '민주화 바람'에 힘입은 바 크다.
불신감 해소에는 미흡
88년 부터 시작된 국정감사를 통해 적어도 환경공해에 관한 한 정부는 있는 자료를 거의 내놓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또 정책당국도 '국민과 함께 하는 환경행정' 등을 내세우며 국민적 관심도를 행정시책에 활용하려는 전진적 자세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20여년 동안 정부가 공해실태를 숨겨왔던 데 대한 불신감은 좀처럼 씻겨지지 않고 있으며, 환경전문가들조차 이같은 정보 비공개에 큰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과 공해연구회(회장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지난 8월 한국대기보전학회 회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수, 공무원 등 환경전문가의 88%가 대기오염도 측정자료 등 자료부족으로 연구나 업무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환경청 서울시 등으로부터 자료를 받는 경우에도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85%에 이르렀다.
일반인들이 공해의 정도가 정부당국이 발표하는 '공해 실태'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믿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는 최근에 입수한 각종 환경오염 실태에 관한 자료를 통해 우리나라 환경문제의 현주소를 알아보고자 한다.
대기오염/체감 오염도 심각
서울 등 대도시 주민들이 눈이나 목이 따갑고 감기에 자주 걸린다는 '채감 오염도'로 보나 또는 앞서의 설문 조사에서 대학교수의 73%는 "건강을 위협할 정도로 대기오염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데서 짐작할 수 있듯이 대기오염은 각종 공해가운데 가장 폭넓고 일상적인 피해를 미치고 있다.
주요한 대기오염물질로는 아황산가스 먼지 질소산화물 오존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앞의 두 개는 주로 유류와 석탄의 연소과정에서 나오는 이른바 '후진국형' 공해물질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반면 뒤의 두가지는 자동차의 증가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피해가 가시화하고 있는 '선진국형'이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나라의 아황산가스 오염도가 일본이 최악의 공해상태였던 지난 67년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일본의 오염도는 그후 해마다 줄어들어 현재는 우리나라의 5분의 1수준에 머물러 있다.
공해병인 기관지 천식이 집단 발생한 '요카이지'(四日)시의 60년대 중반 오염도는 우리나라에서 현재 오염이 가장 심한 서울 문래동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눈길을 끈다.
(표1)은 전국 주요도시의 최근 1년동안(88년 10월~89년 9월)월평균 아황산가스 오염도를 나타낸 것이다. 이 통계에서 서울 부산 대구가 장기 환경기준(연평균 0.05ppm 이하)을 넘기고 있으며 서울의 오염도가 전국의 대도시 가운데 가장 높음을 알 수 있다. 광주와 울산은 환경기준을 넘는 달이 하나도 없는 양호한 상태를 보였다.
경인지역의 중소도시 가운데는 서울보다 높은 오염도를 나타내는 곳이 있다. 작년 1~7월 사이 서울의 아황산가스 평균농도가 0.057ppm인데 비해 인천은 0.073ppm, 수원 0.067ppm, 부천 0.066ppm 등을 기록했다. 특히 인천시의 숭의동과 부평동, 수원시 팔달로, 부천시 심곡동 등은 서울의 오염 극심지역 못지 않게 공해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2)에서는 작년 1월부터 7월까지 서울시내 10개지점별 오염도를 보였다. 측정자료가 불충분한 신설동 신림동을 빼고 비교하면 아황산가스 오염은 문래동 광화문 마포 순으로 심하고 대치동 잠실동 불광동이 상대적으로 나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 기간 동안 전국 주요도시의 매일매일의 오염도를 살펴보면 단기 환경기준(하루 평균 0.15ppm 이하)을 웃도는 날이 상당수 눈에 띈다.
단기 환경기준은 급성 환경질환을 막기 위해 설정된 것으로, 이 농도에서 1시간 동안만 운동을 해도 허파기능의 장애가 올 수 있으며 기관지천식 환자가 발생한다고 환경청은 밝히고 있다.
단기기준 초과일수는 서울의 경우 전국 최고를 기록한 문래동의 33일에 이어 △광화문 22일 △마포 16일 △불광동 13일 △신설·잠실 각 6일이며, 부산은 △장림동 19일 △광안동 17일 △감전동 12일 등이다. 또 대구는 △복현동 9일 △동인동 8일 △대명동 6일이었다. 이같은 건강위험 오염도는 대부분 1월과 2월 등 겨울철에 집중됐는데, 문래동의 경우 1월에 18일, 2월에 15일 등 이틀에 하루꼴로, 광화문은 사흘에 하루꼴로 발생했다.
아황산가스와 함께 주요 오염물질인 먼지(TSP)는 겨울철에 심하고 서울 부산 울산에서 오염도가 높게 나타나는 등 아황산가스와 매우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먼지 속에는 벤조피렌 등 수백가지의 발암 화학물질이 들어있고 각종 중금속이 포함돼 있기도 해 크게 주목받고 있으나, 현재 정확한 성분과 피해내용은 잘 밝혀져 있지 않은 형편이다.
이와 함께 최근 폭증하고 있는 자동차가 내뿜는 이산화질소 일산화탄소 탄화수소, 2차생성물인 오존 등도 점차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으나 아황산가스와 먼지에 비해선 심각도가 떨어지고 있다.
또 대기오염의 심화에 따라 이를 뚫고 내리는 강수의 오염이 가속돼 산성비의 산성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해동안 서울에 내린 비의 83%가 산성비였던 것으로 밝혀졌으며 겨울철 산성비는 종종 정상보다 산성도가 1백배나 높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
수질오염/생활하수 7%, 산업폐수 20% 매년 증가
인구증가와 산업화에 따른 수질오염 악화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고 할 수 있다. 강우량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반면 가정에서 나오는 생활하수는 해마다 7%씩, 그리고 산업폐수는 20%씩 늘어났다. 다시 말해 전에는 자연수로 흐르던 물이 지금은 상수나 공업용수로 쓰인 뒤 각종 폐수가 돼 하천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수질오염을 막을 국가적 대책은 소홀하기 짝이 없었다. 폐수와 하수처리장은 절대 부족해 하수처리율은 25%에 지나지 않으며 수원지의 관리가 부실해 위락시설이 앞다투어 들어서고 6백80만두에 이르는 소·돼지 사육농가는 거의 아무런 처리시설을 하지 않은 채 악성 폐수를 흘려보내왔다.
이에 따라 많은 지천들은 아예 하수와 폐수만이 흘러가는 도랑이 돼 버렸고 이 물이 흘러드는 큰 강들도 중증의 오염에 시달리게 됐다. 지난 여름의 '식수파동'은 오히려 당연한 현상이었다. 식수에 대한 불신은 이미 극에 달해, 건설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들이 생수를 사마시는 데 쓴 돈이 82억원, 수도물을 끓여 마시느라 소비한 에너지가 6백억원, 그리고 한해동안 보급된 정수기만도 1백17만대에 이르렀다.
(표3)은 우리나라 4대강의 상류에서 하류에 이르는 지점별 오염도를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 표에서 보면 주요 하천의 대부분 지점에서 환경기준을 넘어서고 있으며 간이정수처리만 해도 마실 수 있는 수질은 안동호 정도일 뿐, 한강의 가양지점과 영산강의 나주지점 물은 아무리 처리해도 식수로 쓸 수 없는 수질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팔당과 뚝섬까지 상수원수 2급수를 유지하던 한강물이 중랑천과 청계천이 흘러드는 보광동 지점부터는 고도의 정수처리가 필요한 3급수로 전락한다. 이어 88년에 수질이 BOD 1백3ppm을 나타낸 안양천 등이 합쳐지는 하류에선 4급수로 떨어진다.
상류인 안동에서 1급수이던 낙동강은 대구시의 생활하수와 폐수가 흐르는 금호강이 합류하는 고령 지점에서 그야말로 '먹물'로 바뀐다. 또 낙동강 하구언의 영향으로 양산공단 폐수가 역류, 부산시민의 취수원 물금지점의 수질은 3급수를 면치 못하고 있다.
낙동강에는 2천25개의 공장에서 버린 폐수가 하루 25만5천t꼴로 쏟아져 들어온다. 작년 7월까지 통계를 보면 대구공단의 폐수는 BOD 1백74ppm, 사상공단은 1백95ppm에 이르러 낙동강 오염을 가속시키고 있다.
중부권 식수원인 대청댐과 옥천 등 금강 상류도 환경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작년 7월까지 평균 78ppm의 오염도를 나타낸 대전공단 폐수와 대전시 생활하수가 흘러드는 갑천이 금강의 주 오염원이다.
영산호에 위치한 무안지점을 뺀 영산강 전 수역의 오염이 심각하다. 특히 하남공단과 광주시의 각종 폐수가 쏟아지는 나주지점은 환경기준을 2배 이상 웃도는 오염도를 보이고 있다.
하천과 함께 심각하게 떠오르는 문제가 호수오염이다. 인공호수는 우리나라 상수원수의 40%를 대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애초에 괸 물이기 때문에 수질오염에 취약하다는 허점을 안고 있다.
특히 상수원인 호수에 1백28개소가 들어선 가두리양식장과 호수유역의 축산시설은 호수를 썩이는 '부영양화'를 일으켜 식수원의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미 대청호 충주호 등 전국의 10여개 호수가 부영양화 현상에 시달리고 있으며 소양호마저 가두리양식장의 영향으로 부영양화의 전단계인 '육지 적조' 현상이 일고 있는 형편이다.
한편 깨끗한 바다의 대명사처럼 알려진 동해가 지난해부터 크게 오염됐음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동해에서 오염이 가장 심한 속초연안의 작년 상반기 오염도는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이 6.5ppm으로 공업용수는 물론 선박의 정박에도 적합치 못한 수질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문진연안 또한 4.9ppm을 기록, 속초와 마찬가지로 3등급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처럼 동해의 오염이 심화된 것은 처리안된 수산물 가공공장 폐수와 하수가 다량 유입된 데다 방파제를 마구 연장해 바닷물의 순환을 막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쓰레기/2차 오염으로 확산
오늘날 미국이나 유럽에서 가장 골머리를 썩히고 있는 공해문제가 쓰레기처리라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대기와 수질오염 등을 각종 방지시설을 통해 해결하고 난 선진국도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생활양식이 불가피하게 가져다 주는 쓰레기 문제에 봉착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쓰레기문제는 생활에서 나오는 쓰레기뿐 아니라 산업체에서 나오는 각종 중금속과 유해 화학물질이 포함된 산업쓰레기, 그리고 원전 등 핵시설에서 나오는 핵쓰레기 등을 모두 포괄한다.
우리나라에서 쓰레기 발생량은 소비생활의 변화와 산업화와 함께 급증하고 있으나 매립 등 원시적인 처리방법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매립지 확보문제는 물론 지하수 오염 등 2차공해를 유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청이 최근 집계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루에 버리는 생활쓰레기의 양은 8t트럭 1만대 분량이 넘는 8만7천t으로 1인당 2.1㎏꼴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가운데 1만4천t은 농촌에서 생긴 쓰레기이다. 또 산업쓰레기의 배출량은 하루 5만1천t이며 특히 유해 산업쓰레기의 배출량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에서 하루 7만3천t씩 나오는 생활쓰레기는 아직도 연탄재가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인스턴트식품 등에 널리 쓰이는 플라스틱의 비중이 급증 추세이다. 쓰레기의 절대량도 70년의 6배, 80년의 2배에 이른다. 문제는 이들의 95%가 매립처분되고 있어 가뜩이나 좁은 국토의 오염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인근 주민의 격심한 반발에 부닥쳐 쓰레기 매립지를 확보하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이제까지의 매립방식이 비위생적이어서 인근 농경지에 피해를 미치는 일이 잦았고 산업쓰레기를 이곳에 불법 처분하는 일도 적지 않았기 때문에 나온 당연한 반작용이다.
한편 급속한 산업화에 따라 산업쓰레기의 배출량도 빠른 신장세를 보여 88년에는 전년도보다 21.6%나 늘어났다. 특히 중금속 폐유 폐합성수지 등 독성이 강하고 처리가 어려운 특정 산업쓰레기는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24.6%의 가파른 증가를 보였다. 지난해 특정산업 쓰레기는 하루 2만9t꼴로 배출됐다.
산업쓰레기의 경우에도 불법매립에 의한 2차공해 등의 문제와 매립지 확보문제가 최근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이와 함께 높은 열량을 지닌 산업쓰레기의 재생이용이 너무 적다는 지적도 활발히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김진오박사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폐타이어, 폐유 등 산업쓰레기로부터 얻을 수 있는 에너지가 연간 석유 1천5백만 드럼에 해당하지만 재생해 이용하는 양은 9%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음/최대의 민원대상
눈에 보이지 않는 소음공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민원대상이 되고 있고 사실상 그 심각도는 예상을 훨씬 웃돌고 있다.
전국 주요도시의 소음공해가 밤낮 할 것 없이 환경기준을 넘고 있음은 물론 일부 지역에서는 직업병인 난청의 위험까지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당국의 대응은 무성의하기 짝이 없어, 88년까지 측정한 소음도가 신뢰성이 크게 떨어지는 결과로 나오자 작년부터는 측정망을 정비한다는 이유로 공식자료는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환경청이 88년 한해동안 서울 부산 광주 대전 대구 등 전국 5대도시의 소음공해를 측정한 결과 모든 도시의 녹지와 주거지역에서 환경기준을 넘어섰고 상업·준공업지역의 경우 대전과 대구만이 환경기준을 밑돌았다. 그러나 이 자료는 광주가 주거지역은 물론 상업·준공업지역에서도 서울보다 소음공해가 훨씬 심한 것으로 나오는 등 일반인의 상식과 어긋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어, 측정지점의 선정 등에서 일관성이 없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편 김포공항에 인접한 경기도 부천시 고강동 주부의 26%가 직업병인 소음성 난청에 걸린 것으로 밝혀지는 등 민간과 군 공항 주변의 소음공해가 극심한 상태에 있지만 이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대책은 거의 마련돼 있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