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가격이 점점 내려가면서 이의 구입과 활용이 늘고 있다. 과연 저가 PC시대는 올 것인가.
K씨는 1남 1녀를 둔 평범한 가장이다. 그런데 얼마 전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녀석의 성화에 못이겨 PC를 하나 사줄 것을 약속하고 말았다. 어쩔 것인가? 내년부터는 학교에서도 컴퓨터를 교과목으로 가르친다고 하니 학부모의 입장에에 신경이 쓰이기도 했고, 엄청나게 비싼 줄만 알았던 PC의 가격이 20내지 30만원 정도란 이야기에 솔깃하기도 했던 것이다. 그래서 아들녀석과 이른바 컴퓨터 매장이 많이 있다는 청계천의 세운상가로 갔던 K씨는 매우 놀랐다.
넓은 매장이 모두 컴퓨터로 가득 찼고, 많은 사람들이 북적대고 있었던 것이다. 언제부터 이렇게 컴퓨터를 사고 팔았던 것이었을까? 그리고 아들 또래의 아이들도 많았다. 판매원과의 상담은 K씨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와 개념들의 잔치였다. 더구나 아들녀석의 보조설명을 듣는 지경에 이르러서는 당혹감에 빠지기도 했다.
그런데 판매원은 고등학교에서는 16비트 PC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는 점과 아들이 곧 고등학교생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리고 K씨도 앞으로 다가올 컴퓨터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PC를 배워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16비트 PC를 한대 집에 두는 것이 좋다고 역설했다. K씨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은 16비트 PC를 85만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고, 신용카드로 24개월 할부구입을 하면 한달에 4만원이 못되는 금액만 내면 된다는 대목에서 였다. 과연 많이 싸졌구나?
PC와 자동차
PC는 말 그대로 개인이 사용하는 컴퓨터이므로 널리 그리고 많이 보급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한 조건은 여러가지가 있다. PC를 사용해야 할 필요 또는 사용함으로써 얻는 이득이 커야 하고, PC를 구입하여 사용하기 편하도록 하는 각종 지원이 충분해져야 하며, 가격이 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컴퓨터를 자동차에 비유해 볼 수 있다. 자동차가 처음 발명되었을 때를 생각해 보자. 독자 여러분도 무성영화를 통해 초창기의 자동차가 어떠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할 수 있으리라, 그때 자동차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분명 일반 대중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가격이 엄청나게 비쌌으니까. 그리고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사용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얼마 가지 않아서 자주 고장이 나곤 했는데, 이때는 운전자가 직접 고쳐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컴퓨터의 초창기와 너무나 흡사하다. 방안을 가득 채운 진공관의 괴물은 엄청난 가격에서나, 몇분마다 진공관을 교체해야 하는 등의 수선을 해야 사용할 수 있는 전문성에서나 초기의 자동차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자동차는 어떤가? 자동차의 구조나 수선법을 몰라도 운전기술만 터득하면 쉽게 사용할 수 있고, 가격 또한 초기보다는 엄청나게 싸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PC 또한 머지 않아서 가격도 싸고, 사용법도 간단해지리라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여러가지 상황으로 미루어 보건대 사용법이 간단해 지는 것보다는 가격이 싸지는 것이 더 빨리 실현될 전망이다.
가격과 성능
컴퓨터의 가격이 계속 싸질 수 있다는 사실은 일반인에게도 별로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왜나하면 TV나 비디오의 가격도 계속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제품의 경우에는 모델이나 기능의 차이가 가격을 결정하며, 컴퓨터의 경우에도 이것은 마찬가지다.
시간이 흐르면 가격이 내리는 속성은 전자제품이나 PC나 같다. 현재 PC는 전자제품과 같이 널리 사용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지만, 그 사용영역을 계속해서 확장하고 있으므로, 당분간은 가격이 내려갈 여건이 성립된다. 그리고 컴퓨터에 사용되는 반도체들의 가격도 계속 하락 하고 있는 추세인 것이다.
여기에다가 여러 회사들의 경쟁이 이를 더욱 가속화시킨다. 현재의 PC시장에서는 다양한 제품이 나오기보다는 한 종류의 제품이 표준으로 정해지는 것이 더 바람직한 상태이다. 그 이유는 시장을 크게 만들어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기 쉽도록 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여러 회사가 만드는 PC는 큰 성능의 차이를 보일 수 없게 되고, 경쟁은 가격에서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물론 기능의 차이에 따른 PC의 가격 차등이 없는 것은 아니다. 8비트 PC와 16비트 PC, 16비트 PC와 32비트 PC가 가격이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급의 PC에서도 장착한 주변장치의 질과 종류에 따라서 가격 차이가 많이 날 수 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일반적으로 대기업체에서 만든 제품은 질도 높으며 애프터서비스도 좋지만 가격이 비싸고, 중소업체에서 만든 제품은 가격은 싸지만 질이 만족스럽지 못하고 애프터서비스도 충분치 못하다. 이런 현상은 PC에서도 대체적으로 성립한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대기업은 PC를 생산해서 주로 외국에 수출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노하우를 축적하여 제품이 안정된 상태에 있다. 그리고 중소기업보다는 애프터서비스에 더 투자할 여력이 있으므로 서비스가 더 좋은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가격은 중소업체보다 훨씬 비싸다.
반면에 중소기업은 영세해서 고객을 위해 투자할 여력이 별로 없다. 따라서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싼 가격뿐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부품들을 수입하여 조립 생산을 했지만, 올해 PC의 수입이 가능해지면서 대만제품을 대량으로 수입하여 가격을 더욱 낮추었다. 대만은 우리보다는 훨씬 싼 가격으로 PC를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돈이 궁한 학생들은 가격이 싼 중소업체의 PC를 사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대기업체의 PC를 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게 되질 않는다. PC를 잘 모르거나 주위에 잘 아는 사람을 두지 않은 사람은 대기업체의 PC를 사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중소업체의 PC를 산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대기업체의 제품이 나빠서 아니다. PC는 이전의 컴퓨터와는 달리 특수 부품들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기존에 나와 있는 부품들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이것들을 조립하여 PC를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중소업체 제품이라고 해서 사용하는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어느 정도의 신뢰성이 있는 제품을 얼마나 싸게 내는가에 있다.
물론 싼 가격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컴퓨터를 구입하면 그사용법을 배워야 한다. 그러나 비싼 대기업의 PC를 구입함으로 인해 받을 수 있는 교육은 대단한 것이 못된다. 차라리 그 차액으로 학원비를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이것은 개인이나 소규모 단체에서 PC를 구입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큰 규모의 구입에서는 대기업체의 PC들도 중소기업체만큼이나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기업체의 PC를 기피할 이유가 없다.
PC의 가격정보
만약 PC를 구입하게 된다면 다른 제품들을 살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기초적인 사항들을 준비하지 않으면 바가지를 쓴다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제품을 구입할 수가 있다. 가장 좋은 선택은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것을 구입하는 것이다. 그래야 그들과 함께 컴퓨터를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다.
(표1)은 국내에서 가장 가격이 저렴하다고 하는 청계천 세운상가의 PC가격의 한 예이다. 이 가격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이보다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있다. 다만 구입시 가이드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PC의 구입에서 가격이 중요한 결정요인이기는 하지만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혼자 구입하지 말고 잘 아는 사람과 상의하고 구입처도 추천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