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은 3기관의 도움을 받아 똑바로 선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 팽팽한 균형을 깨뜨리는가?
현기증은 병명이 아니다. 어떤 질환이 원인이 되어 나타나는 하나의 증상인 것이다. 따라서 그 원인이 매우 다양하다. 또 가벼운 증상부터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까지 증상의 범위가 넓다.
일반적으로 현기증이라고 하면 어지러움을 말한다. '어지럽다' '주위가 빙빙돈다' '방바닥이 흔들린다' '물 위를 걷는 기분이다' '머리가 흔들린다' '눈 앞이 캄캄해진다' '어찔어찔하다' 등 다양하게 표현되는 것이다. 또 심하면 실신하기도 한다.
이러한 모든 증상은 자신의 위치와 주위환경과의 관계가 조화되지 않아서 생기는 일종의 감각이상 혹은 착각이라 할 수 있다.
칼슘덩어리, 이석의 역할
보통의 상태에서는 거의 의식되지 않는 상태에서 몸의 균형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실제로는 평형유지를 담당하는 기관에 의해 균형이 유지되는 것이다. 즉 눈을 통한 시각, 균형감각을 감지하는 귓속의 전정계, 피부근육및 관절에서부터 오는 감각인 심부지각계에 의해 신체균형이 이뤄진다.
3가지의 기본감각중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귓속에 있는 전정계다. 전정계는 전정과 3개의 반규관, 두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전정은 동그란 주머니 형태의 구형낭과 달걀모양의 난형낭으로 구성된다. 이들 주머니 안에는 각각 신경세포와 칼슘결정체로 된 조그마한 돌같은 이석(耳石)이 들어 있다.
예로 머리의 위치 차의 속도 등을 높이거나 줄일 때, 몸이 상하 전후좌우로 이동되는 경우 모두 이석이라는 칼슘결정체의 자리가 변한다. 이 이석의 위치변화를 신경세포가 감지, 뇌로 정보를 보내기 때문에 우리는 몸의 이동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누구나 한번쯤은 빙빙돌다가 갑자기 멈추어 섰을 때 어지러움을 느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경우는 전정계의 반규관속의 내림프액의 흐름이 몸의 회전이 멈춘 상태에서도 관성때문에 어느 정도 계속되는데 기인한다. 신경세포인 유모세포가 이 흐름을 감지, 뇌에 전달하기에 어지러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또 엘리베이터 안에서 위로 올라가거나 내려갈 때 처음에 어찔한 경우가 있다. 역시 전정속의 이석의 위치가 변하므로 그렇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눈을 통한 시각도 몸의 전형을 유지하는데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정상적인 사람도 아주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거나, 영화관에서 빠르게 추적하는 장면을 볼 때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어지러움증과 시각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피부감각과 근육및 관절 등에서 오는 감각, 즉 심부지각계에 의해서도 신체균형이 좌우된다. 예컨대 파도가 심한 바다에서 수영하는 경우 자신의 몸이 똑바로 서 있는지 비스듬하게 뉘어 있는지 잘 모를 때가 종종 있다. 특히 물결이 세게 흐르면 자신의 몸이 비스듬하게 누어 있는데도 똑바로 서있는 것으로 순간적으로 착각하기 쉽다. 발끝이 땅에 닿을 때에야 비로소 몸의 위치가 비스듬하게 놓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는 심부지각계가 몸의 균형유지에 관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
요컨대 신체균형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3가지 메커니즘, 즉 내이의 전정계, 눈의 시각, 피부 근육 관절의 심부지각계가 다 필요하다.
그러나 특수한 훈련을 받은 사람들은 그중 어느 한가지가 부족한 상태에서도 균형을 잡을 수 있다. 부단한 훈련에 의해서 가능해지는 것이다. 예를 들면 체조선수 비행기조종사 다이빙선수 서커스곡예사 등이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다. 이외에도 선원 자동차경주선수 고층건물에서 유리를 닦는 사람들도 몸의 균형을 잘 유지한다.
맹인들도 균형 잡는데는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다. 눈에 의한 시각이 전혀 없는 상태이지만 그들은 신체 평형을 잘 유지하고 있다.
제대로 훈련을 받으면 신체평형을 유지시키는 3대 메커니즘중 두가지만으로도 어지러움을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두가지 이상 장애가 온 경우에는 어지러움을 피하기가 어렵다. 일반사람들은 한 메커니즘에만 장애가 와도 어지러움을 느낀다.
현기증은 크게 두 종류로 분류된다. 운동감각이상 위치감각이상이 나타나는 경우를 진성현기증이라고 한다. 반면 눈앞이 캄캄해지고, 일어섰을 때 아찔해지는 증상들을 보이면 가성현기증이다. 진성현기증은 귓속의 전정계및 뇌에 이상이 있을 때 잘 일어난다.
빙글빙글 돌고…
첫째 회전성 현기증. 이때는 자신이나 주위가 돌면서 심한 어지러움을 느낀다. 이 증상은 메니엘씨병(Meniere氏病) 급작스런 난청 내이염 전정신경염 등이 있을 때 잘 일어난다.
회전성현기증을 일으키는 질환은 이밖에도 많다. 목뼈인 경추와 동맥의 이상, 혈압이상, 뇌출혈및 뇌에 질환이 있을 때도 회전성 현기증이 일어난다.
둘째로 부동성현기증이 있다. 한마디로 몸이 붕 뜨는 느낌의 현기증이다. 특히 위치감각에 이상이 오며 대사성질환 각종 중독증 뇌의 질환 자율신경실조증 정신신경증이 있는 환자에게서 잘 일어난다.
셋째로 동요성 현기증이 있다. 증상은 고혈압 저혈압 부정맥 등이고 순환기계 질환자에게 흔히 나타난다.
저혈압은 고혈압보다 현기증을 더 잘 생기게 한다. 저혈압환자의 현기증은 주로 앞이 캄캄해지는 가성현기증인데 때로는 경미한 실신상태에 빠진다. 고혈압이나 저혈압인 경우에는 난청이나 이명이 생기지 않는다.
넷째로 앞이 캄캄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증상은 빈혈 내분비이상 등 대사성질환자 정신신경증 환자에게 잘 나타난다. 또 혈압조절장애 심장질환의 경우에도 앞이 캄캄해질 수 있다.
다섯째로 실신을 하는 사람도 있다. 주로 기립성저혈압 부정맥 경동맥증후군 등을 가진 사람에게 발생하는데 뇌의 혈액순환이 일시적으로 되지 않는데 기인한다.
현기증은 저절로 생기기도 하고 신체의 어떤 움직임이 가해져 유발되기도 한다.
현기증은 첫째 머리의 변화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 일어날 때 또는 머리의 위치가 변할 때 일어나는 현기증을 '발작성 두위현기증'이라 한다. 이 현기증은 머리의 위치가 급변함에 따라 구형낭 난형낭 속의 이석이 장애를 받으면서 일어나는데 일종의 퇴행성 변화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나이든 사람에게서 자주 발생하며 난청이나 이명은 없다.
목의 움직임 또는 운동에 의해서도 현기증은 유발된다. 목을 앞뒤로 구부릴때, 오른 쪽 왼쪽으로 돌릴 때 현기증이 생기는 것이다. 또 경추나 경추동맥에 이상이 있어도 일어난다.
셋째 팔운동에 의해서도 어지러워질 수 있다. 옷을 입을 때, 수영 테니스 등의 운동을 할 때, 물건을 집을 때 팔을 움직이면 현기증이 일어난다. 팔운동에 의해 쇄골하동맥이라는 혈관이 일시적으로 차단되어 뇌에 혈류가 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넷째 기립 직립에 의한 어지러움도 있다. 갑자기 일어날 때 순간적으로 잠깐동안 아찔하게 느끼는 것은 자율신경의 불안정한 상태와 관련되어 있다. 자율신경의 이상은 당뇨병 노화 월경 임신 내분비장애 대사장애시 나타난다.
다섯째 귓구멍(외이도)에 압력이 가해지면 간혹 현기증이 생긴다. 이때는 눈동자가 좌우나 상하로 떨리는 안진현상을 동반하는데 주로 내이의 전정계에 병이 있을 때 발생한다.
여섯째 큰소리로 인해 일시적인 현기증이 유발되는 경우도 있다. 대개 내이에 병이 있을 때 그런 증상이 생긴다.
일곱째 현기증은 과호흡에 의해서도 유발된다. 화가 났거나 흥분했을 때 호흡이 거칠어지면서 현기증이 일어나는 것. 이때에는 실신하거나 손발이 뒤틀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과호흡을 억제하면 증상이 없어지며 대개 여자에게 잘 발생한다.
여덟째 때로는 난시나 맞지 않은 안경을 쓴 경우에도 어질어질하게 느껴진다. 물체의 크기변화 원근감의 갑작스런 변화 때문이다.
현기증은 원인도 많고 발생 메커니즘이 복합 미묘해서 진단하는 방법만도 수십가지가 있다. 대체로 다음과 같은 진단법이 주로 활용된다. 귀에 대한 청력및 균형기능 검사, 안진검사를 포함한 눈에 대한 검사, 여러 신경학적인 검사를 하는 것이다. 또 심전도 혈액검사 뇌파검사 뇌컴퓨터단층촬영 등을 한다.
현기증의 치료는 그 원인질환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요체이다. 원인질환을 치료해주면 현기증도 함께 소멸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