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프톨레마이오스와 주전원 이론

천체는 원운동을 해야한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우주관을 그린 삽화.


BC 3세기 아리스타르코스는 달, 지구, 그리고 다섯 행성이 태양 주위를 돈다는 태양중심적 우주체계를 제안했다. 그러나 너무 일찍 나타난 천재였을까? 그의 생각은 관심을 거의 끌지 못했다. '우주의 중심에 정지해 있는 지구'를 굳게 믿었던 당시의 상식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4백여년이 지난 후 프톨레마이오스는 하늘은 공과 같은 구이며 지구도 공과 같은 모양을 한 채, 하늘의 한가운데에 있으며 어떤 종류의 운동도 하지 않는다는 지구중심적 우주관을 확립하게 된다. 만일 지구가 돈다면 지구 위의 물건과 생물들은 공중으로 날아갈 것이며 지구 자체도 견디지 못해 깨지리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생각이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지구 주위로 달, 수성, 금성, 태양, 화성, 목성, 토성, 그리고 마지막으로 붙박이별이 놓인 천구를 할당하고 주전원 이론을 이용해 1천년이 넘도록 바뀌지 않을 가장 완벽한 천체운동이론을 세웠다.

붙박이 천구

우주를 바라보는 옛사람들의 시각은 어떠했을까? 그들이 느끼는 우주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태양, 달, 행성들이 머리 바로 위에서 돌고 있으며, 제일 바깥쪽에는 붙박이별들이 고정돼 있는 구가 있다고 믿었다. 이 별들이 지구를 한바퀴 도는데는 하루밖에 걸리지 않으므로 천체들은 지구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프톨레마이오스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도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태양과 달과 행성과 붙박이별은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 이것은 가장 자연스런 발상이었다. 지구는 안정돼 있고, 단단하고,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며 천체는 매일 떠올라서 지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지금도 천문학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사람이라면 별로 가득 찬 둥근 하늘이 지구를 덮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주의 깊게 우주를 바라볼수록 이해하기 어려운 천체들의 움직임이 나타난다. 태양의 경우 추분점에서 춘분점까지 1백78일 정도이지만, 춘분점에서 추분점까지는 1백86일 정도가 걸린다. 둘 사이의 시간 간격이 다른 것은 왜 일까? 그리고 태양보다 더 복잡해 보이는 달의 운동은 왜 생기는 것일까? 어떤 때는 천천히 가다가 빨리 가기도 하고, 방향을 바꿔 거꾸로 움직이기도 하고, 마치 춤추듯이 움직이는 행성들의 움직임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태양과 달의 부등속 운동

옛날 사람들은 지구를 감싸고 있는 커다란 천구에 별들이 붙어 있고 천구가 회전하면서 별이 뜨고 지는 일주 운동이 생긴다고 생각했다. 태양이나 달도 별과 같이 하루에 한바퀴를 도는 일주운동을 하지만 이들은 날마다 조금씩 그 위치를 변화시킨다. 이들의 위치를 붙박이별과 비교해보면 그들이 지나는 길을 알 수 있다. 태양이 지나는 길을 황도라 하고 달이 지나는 길을 백도라 하는데, 운동의 방향은 붙박이별들이 붙어있는 천구의 회전과는 반대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조금씩 움직여간다.

달의 움직임이 가장 빨라 하루에 약 13도씩 서쪽에서 동쪽으로 옮겨간다. 이 때문에 달이 뜨는 시각이 매일 50분씩 늦어진다. 태양 또한 하루에 1도씩 서쪽에서 동쪽으로 옮겨가므로 볼 수 있는 밤하늘의 별자리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다.

그리스 천문학자 히파르코스는 일년 동안 태양이 한결같은 속도로 하늘을 이동해 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이는 고대부터 믿었던 “천체는 신적이고 영원하기 때문에 천체의 운동은 한결같으며 원형으로 이루어져야만 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선언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었다. 때문에 히파르코스는 태양은 원래 한결같은 원운동을 하고 있지만 그 원운동의 중심이 지구에서 약간 떨어진 점에 있다고 함으로써 타협할 수 있었다.

원의 중심에서 약간 벗어난 위치에 지구가 있다면 태양의 부등속 운동은 잘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달의 운동은 이보다 복잡해 이런 방식만으로는 설명할 수가 없었다. 달의 운동을 정밀하게 관측한 프톨레마이오스는 달에도 미묘한 부등속 운동이 있고 달과 지구와의 거리가 계속 달라진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이렇게 복잡한 달의 운동은 지구가 원운동의 중심에 있지 않다는 이심원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여기에서 그가 고안한 것이 하나의 큰 원 위에 중심을 두고 돌아가는 작은 원, 즉 주전원이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천체가 완전한 원인 주전원 위를 등속으로 운동하지만 이 주전원이 이심원 위를 움직이기 때문에 천체 운동에 부등속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각 원들의 회전 속도와 반지름의 크기는 실제 관측된 경험값에서 구해주면 됐다. 이로써 천체의 부등속 운동도 설명하면서 모든 운동은 원운동이어야 한다는 원칙도 지킬 수 있었던 것이다. 이론이 완성되자 프톨레마이오스는 행성 운동에 대해서도 주전원과 이심원을 써서 설명하려고 했다.
 

주전원의 원리


주전원으로 설명되는 행성의 역행

행성들은 붙박이별을 배경으로 움직이는데, 그 속도가 부등속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수시로 역행운동도 한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이런 변화는 행성들이 주전원 위를 움직이지만 이 주전원이 지구를 중심으로 한 대원 위를 움직이면서 일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수성과 금성은 부등속 운동만 보이지만, 화성, 목성, 토성은 역행운동까지 보이므로 같은 주전원 이론이라 할지라도 운동의 속도와 원의 크기가 달라져야 했다. 하지만 주전원을 도입해도 미묘한 변화들은 관측값과 일치하지 않는 일이 많았다. 때문에 프톨레마이오스는 주전원 위에 다시 제2차, 제3차의 주전원을 세우고 회전 속도를 변화시키면서 관측값과 일치시켜 나갔다. 이렇게 해서 행성들의 운동을 모두 설명하는데 수십여개의 주전원이 필요하게 됐다. 하지만 프톨레마이오스는 행성들이 실제로 수십 개의 주전원 위에서 움직이는지는 별로 상관하지 않았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주전원 이론을 통해서 계산한 값과 실제 관측값이 맞느냐 하는 점이었다.

주전원 모델은 워낙 복잡해서 천체의 위치를 계산하려는 후대의 천문학자들을 괴롭혀 왔다. 프톨레마이오스로부터 전해진 행성표를 개량하기 위해 1250년 경 카스틸랴의 왕 알폰소는 새로운 천문표를 만들라는 지시를 했다. 하지만 너무도 복잡한 주전원을 대하고 “신이 세계를 창조할 때 나에게 한 마디만 의논해주었더라도 세계는 좀더 간단한 것이 돼 있었을 것”이라고 한탄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였다.


별을 관측하고 있는 프톨레마이오스


고대천문학의 결정판 알마게스트

그리스를 대표하는 천문학자라 할 수 있는 프톨레마이오스는 AD 2세기에 알렉산드리아에 살았다. 천문학뿐만 아니라 수학자, 물리학자, 지리학자로서 활약했다. 정확히 생존 기간에 대한 기록은 없지만 그의 천문학 관측은 AD 127년부터 151년까지 약 25년에 이르고 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이름을 높인 것은, 지구 중심적 우주관에 입각한 천문학을 집대성한 ‘알마게스트’의 편찬이다. 모두 13권으로 된 이 책은 2세기 전반에 완성됐는데,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인정받기까지 약 1천5백년 동안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고대천문학의 천문학 결정판이었다.

알마게스트는 수많은 관측데이터와 이론들을 잘 정리하고, 고대인들이 습득한 모든 실용적, 계산적 천문학 지식을 종합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원래 이름은 Megale syntaxis Mathematike이다. 아라비아인에 의해 알마게스트(가장 위대한 것이라는 뜻)라 불리며 중세 전체를 통해서도 천문학의 경전으로 군림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천동설의 주창자로 알려져 있지만,그가 독자적으로 천동설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니며,그 당시 지배적이던 우주관을 그가 종합적으로 체계화시켜 확립한 것이다.프톨레마이오스의 모델이 사람들에게 잘 받아들여진 이유는 당시 기구로 관측할 수 있었던 것들을 정확히 기술할 수 있었고,복잡한 계산에 의해 천체의 미래 위치를 잘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해보기 주전원실험


주전원 실험


예로든 그림은 지동설에 따라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화성의 움직임이다.지구처럼 화성도 태양 주위를 돌지만 둘 사이의 공전 주기가 달라 화성의 움직임은 한결같지 않다.때로는 똑바로 움직이다가 멈추기도 하며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이러한 화성의 움직임은 천동설에 바탕을 둔 주전원 모델로 설명할 수 있다.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 길이가 짧고 긴 두개의 종이자를 만든 다음,종이자의 양끝에 구멍을 뚫는다.두 종이자가 맞닿게 하고 볼펜 3개를 준비한다.긴 종이자의 한쪽 끝을 고정시키고 나머지 두 점에 볼펜을 끼워 각각 일정한 속도로 회전시키면 그림에 나타난 것과 닮은 모양의 화성 운동 궤적이 그려진다.

이 실험을 통해 두 종이자의 길이와 회전하는 속도를 잘 결정한다면 실제 밤하늘에 그려지는 화성의 움직임을 잘 예측할 수 있다.프톨레마이오스가 확립한 주전원 모델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에 있다는 틀린 가정에서 출발했지만,당시의 관점에서 풀기 어려웠던 행성의 불규칙한 운동을 잘표현하고 예측할 수 있는 수학적 모델로서는 의미가 있었다.

생각해보기 지구 자전의 증거들


인공위성의 서편현상.지구 자전으로 인공위성이 궤도를 돌 때마다 계속 서쪽으로 이동해간다.
 

아리스타르코스는 고대에 이미 태양중심설을 주장했지만 지구가 자전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의 이론은 인정받지 못했다.지금이라면 지구가 자전한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1851년 프랑스의 과학자 푸코는 파리의 팡테온 신전의 천장에 진자를 매달아 진동면이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것을 관측해 지구가 자전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만약 지구가 자전하지 않는다면 진자는 항상 똑같은 선을 따라 움직였을 것이다.하지만 진자가 진동하는 동안에 지구의 자전이 반시계 방향으로 이루어지므로 상대적으로 진자의 진동면이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인공위성의 움직임을 살펴보아도 지구의 자전을 알 수 있다.인공위성이 일정한 속력과 방향으로 지구 중심을 공전한다고 할 때 지표면에서 바라보는 인공위성의 궤적이 그림과 같이 나타난다.지구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자전하므로 인공위성이 나타날 때마다 서쪽으로 이동한 것처럼 보인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00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진행

    강선욱
  • 김동훈 아마추어 천문가
  • 김지현 대장

🎓️ 진로 추천

  • 천문학
  • 역사·고고학
  • 물리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