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리점에서 어떤 컴퓨터를 사야할까. 애프터서비스는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문교부는 금년 신학기부터 국민학교 4, 5, 6학년과 인문계중학교 1, 2학년에도 컴퓨터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그에 따라 컴퓨터대리점을 찾아 PC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최근 각PC 생산업체의 컴퓨터대리점들에는 신학기를 앞두고 아이들과 함께 나온 학부형들로 매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큰 마음 먹고 대리점에 나온 아이들과 학부형들은 한결같이 '이 대리점에서 컴퓨터를 구입하면 애프터서비스는 신속히 받을 수 있을까' '좀더 싼 대리점은 없을까' '다른 대리점에서 사면 기능도 더좋고 더싼 제품을 살수 있지 않을까' 등등의 고민으로 많은 시간을 허비하며 여기저기 대리점을 기웃거리게 된다.
아직 뿌리내리지 못한 대리점
국내에서 PC를 제조 혹은 수입판매하는 업체의 수는 30여개사에 달한다. 그중에서 전국 규모의 대리점망을 두고 있는 업체수는 약15개사 정도. 나머지 15개사는 서울에 1~2개의 매장을 두고 찾아오는 구매자나 기업체 방문, 큰 물량의 수요 발생시 경쟁입찰등을 통해 전국을 상대하는 열악한 판매구조를 갖고 있다.
또 전국 규모의 대리점을 확보해 두고 있는 15개 업체들도 금성 대우 삼보 삼성 현대 등을 제외하고는 일반개인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대리점을 확보한 업체가 부족한 실정이다. 지명도 있는 중소메이커 중에는 로얄컴퓨터 테레비디오 큐닉스 일진전자 OSI 효성 필립스 케이서 등 10여개 업체 정도가 용산 청계천 유통상가에 매장을 확보했을 뿐이다.
명색이 전국 규모의 판매대리점을 갖추었다는 업체들도 서울지역에서 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를 대리점으로 지정해 놓고 있어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PC를 처음 구입하려는 개인은 안타깝게도 30여개사에서 내놓은 다양한 모델의 컴퓨터를 기능 가격 등을 마음껏 비교해 보면서 살 수가 없다. 이는 일반에게 확산돼야할 컴퓨터보급을 가로막는 커다란 장애요인의 하나이다.
그러나 최근들어서는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유명회사 제품을 한곳에 전시해두고 기능과 가격을 비교, 컴퓨터를 구매할 수 있는 '컴퓨터백화점'같은 매장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교보문고내 '컴퓨터피아', 종로서적내 '컴퓨터판매장' 등의 대형서점과 용산전자랜드내 '소프트월드', 롯데백화점내 '컴퓨터매장' 등 대형 유통센터내의 매장이 그것이다.
이런 곳에서는 국내 4~5개사의 PC모델을 공급받아 가격표시와 함께 종합전시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종합전시 판매하는 곳은 아직 컴퓨터판매가 주사업이라는 인식이 박혀있지 않아 영업적 구조가 취약하고 특히 애프터서비스면에서 확고한 체계가 서있지 않은 것이 흠이다.
국내 유명 PC메이커의 대리점계약은 대부분 특정업체 1개사 제품만을 취급토록 하고 있기 때문에 그업체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구매자가 산 장소에서 신속히 애프터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단점이 있다.
다양한 유형
국내에서 개인이 PC를 사려면 이른바 유명메이커의 지역별 대리점 혹은 대만보드 조립판매점, 4~5개사의 PC를 종합전시 판매하는 종합매장에서 구입하는 경우 등 네가지가 있다. 그러나 용산 청계천 등지의 대만보드 조립PC(이른바 청계천 용산PC)구입은 애프터서비스 측면을 고려하면 신중을 기해야 한다.
구입처에 따라서 애프터서비스로 불편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거주자가 서울에 올라와 모처럼 구입한 PC는 애프터서비스를 받기위해 다시 용산 청계천까지 제품을 들고 와야하는 불편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애프터서비스를 생각한다면 메이커측과 대리점계약을 체결한 매장에서 사는 것이 구입자 입장에서는 현명한 선택이 된다.
한편 시장정유율이 높은 금성 대우 삼성 삼보 현대 등의 PC메이커 대리점들은 크게 4가지 부류가 있다.
첫째 PC메이커측에서 전국적 규모의 판매망을 갖추기 위해 대리점 모집광고를 낸후, 신청을 받아 지역별로 선정된 대리점. 이 경우는 그회사 제품만을 취급하기로 전제하고 반대급부로써 광고 기술지원과 판매시 대당 일정 마진을 받기로 한 대리점이다. 용산·청계천에도 이런 형태의 대리점이 있으며 가장 일반적 형태로 이들 업체중 일부는 애프터서비스지정점 계약을 하게 된다.
둘째 소프트웨어 개발사업을 주로 하는 업체인데, 이 경우를 흔히 '소프트웨어 협력업체'라 부르기도 한다. 이런 대리점은 소프트웨어 개발을 해주면서 자사가 외부로부터 소프트웨어개발 일감을 의뢰받았을 때 취급사의 기종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주면서 PC를 판매한다. 이런 판매점은 일반개인이 접근해 PC를 사는 경우가 드문편이다.
세째 여러회사 컴퓨터를 비교 전시판매하면서 특정업체와 계약을 맺게된 대리점으로 종로서적 같은 곳은 S사와 계약을 맺고 있다.
네째 PC메이커가 직영으로 경영하거나 가전대리점을 통해 판매하는 경우이다. 금성 삼성 대우 등 가전3사와 대도시에 애프터서비스를 위해 직영점을 낸 경우도 있다.
이상과 같은 4부류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금성 대우 삼보 삼성 현대 등은 지금 전국 50여개 이상의 대리점을 확보한 상태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저가PC로 치열한 격돌
PC생산 대메이커들은 이른바 보급형PC라는 명목으로 60~70만원대 저가격 PC를 각사 대리점들을 통해 일제히 방출하고 있다.
현대전자가 수퍼16E라는 모델을 77만3천원, 삼보가 젬파워를 89만원, 대우전자가 CPC-4000L을 69만원, 금성이 마이티16J를 89만원, 삼성이 SPC-3000S를 76만9천원 등에 경쟁적으로 내놓은 것이다.
이같은 저가PC 출하경쟁은 현대전자를 선두로 삼보 대우 등이 가세, 기름을 부은격이 됐고 대리점의 등쌀에 못이긴 금성 삼성도 그뒤를 쫓는 상황으로 전국 대리점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하고 있다. 이들 5개사는 저가PC의 대대적인 광고와 더불어 대리점 안내를 곁들여 신학기를 맞고 있는 소비자의 구매욕구에 불을 당기고 있다. 또한 일부메이커와 대리점에서는 방학기간동안 세일을 단행하기도 해 가수요를 만들어내는 전략도 쓰고 있다.
그러나 각사와 대리점에서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60~70만원대 저가PC 슬로건은 소비자를 일시적으로 현혹시키기 위한 과장광고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눈치빠른 소비자들은 이들 5개업체가 치열하게 PC를 판매 하면서 어떻게 60만원대부터 90만원대까지 가격차이를 크게 둘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낮은 수치의 이 슬로건의 이면을 보면 실제는 부가세와 모니터가격을 포함시키지 않고 써넣은 유혹성 가격인 것이다. 또 모니터가격과 부가세를 포함시켰다해도 PC를 불편없이 사용키위한 정상적시스팀(FDD 2대+512KB RAM+모니터 1대+한글카드포함)을 갖추기 위해선 추가구입이 필수불가결한 실정이다.
업체들에선 이런 현상을 교육용PC라 그렇다고 허울좋은 변명을 하고 있지만 눈가리고 아웅하는 졸렬한 영업방법임을 부인치는 못하고 있다.
따라서 각사가 제각기 내놓고 있는 보급형PC는 정상적시스팀을 만들기 위해 추가로 옵션품목을 구입하면 가격은 모두 1백10만원 전후의 비슷한 수준이 된다. 각 사별로 조금 자세하게 저가 16비트 PC의 현실을 살펴보자.
금성은 저가PC로 마이트 16J라는 XT기종을 89만원(부가세 모니터별도)에 판매하고 있다. 금성의 마이티 16J를 512KB, 2FDD, 모니터1대, 한글카드를 포함한 정상적 시스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모니터를 추가 구입해야 한다. 12인치 모니터(소비자가 11만9천9백원)를 구입하고 본체부가세를 지불한 실제 가격은 1백9만8천9백원.
대우전자는 CPC-4000L을 69만원(부가세 포함, 모니터 별도)에 시판했다. 69만원인 CPC-4000L의 추가구입 품목은 256KB램, FDD1대, 12인치 모니터 등이다. CPC-4000L은 한글보드(약 20만원)를 구입치 않아도 한글처리가 되지만 타사의 기본스펙과 맞추기 위해 구입을 하면 약 1백10만원 정도.
삼보컴퓨터의 저가PC인 젬파워는 89만원(모니터, 부가세별도)이라 선전하고 있지만 부가세를 포함한 소비자가격은 97만9천원. 추가구입 품목인 12인치 모니터(11만원)를 포함하여 젬파워의 실소비자가격은 1백8만7천원 이다.
삼성전자는 최근에 저가PC로 SPC-3000S를 76만9천원(부가세 포함, 모니터별도)에 내놓았다. SPC-3000S를 정상적 시스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FDD1대, 모니터1대, 256KB 램을 추가로 구입해야 한다. SPC-3000S의 옵션품목을 구입하고 부가세를 지불하면 1백5만원 정도.
현재전자는 저가격 PC로 수퍼16E A, B, C 3개 모델을 시판했다. 현대전자가 대리점을 통해 내놓은 A모델의 경우 77만3천원으로 선전을 하고 있지만 추가 구입폼목인 FDD1대, 256KB 램, 참글 워드프로세서 등을 구입하고 부가세를 더하면 실소비자 가격은 1백14만7천3백원이 된다. B, C모델의 경우도 A모델과 같이 만들려면 똑같은 비용이 소요된다.
용산 청계천 컴퓨터상가에서 구입하는 제품의 1시스팀 (640KB 램, FDD2대, 모니터1대, 한글카드포함) 가격은 75~85만원선. 메이커제품에 비해 30만원 정도 저렴한 대신 불량 RAM과 저급 FDD를 사용한 제품들이 많이 퍼져 있다. 정상램과 불량램의 가격차는 4~5만원, 저급FDD와 정상FDD의 가격차는 2만원 정도인데 이를 노리고 일부 악덕상인은 값싼 제품을 찾는 구매자를 속이는 경우도 가끔 있다. 용산 청계천 등의 비메이커제품은 싼데 비해 구입시 주의해야하고 애프터서비스면에 있어 낮은 점수를 받는 것이 단점이다.
메인터넌스와 애프터서비스
PC구입시 사용자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애프터서비스이다. PC의 애프터서비스는 통상 1년간으로, 그 기간이 끝난 후에도 고장시 신속한 유지보수를 받고 싶으면 메인터넌스라는 계약을 애프터서비스업체와 애프터서비스유효기간이 끝난 직후 맺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애프터서비스가 업체 일방적으로 정한 일정기간 동안만 무상으로 서비스를 해주는데 비해 메인터넌스의 쌍방간의 합의에 의해 이루어진다. 메인터넌스의 개념은 컴퓨터 및 주변기기의 유지보수라는 의미로 그 비용은 통상 PC구입가의 월 1% 수준이다. 즉 PC구입가격이 1백만원이면 1년간은 무상으로 애프터서비스를 받고 그 이후는 메인터넌스 계약에 의해 매월1만원(혹은 년 0.1%정도) 씩의 금액을 내고 신속히 유지보수를 받는다는 개념이다.
이 메인터넌스 계약이 체결되면 공급업체측은 계약기간동안 발생되는 모든 수리와 최상의 상태로 가동시키기 위한 점검, 사전조치 등의 지원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 현실정은 유명메이커 대리점에서 조차 신속한 애프터서비스를 받기 힘든 실정이다. 이것은 PC를 판매하고 있는 다수의 대리점들이 PC를 손쉽게 수리할 정도의 장비와 기술력을 보유한 전문기술자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급히 개선돼야 할 큰 문제점이다. 장기적으로 볼때 사용자나 대리점, 메이커 모두에게 손해를 끼치게 되므로 사용자들도 애프터서비스 기간이 끝난 후 메인터넌스 계약을 맺는 풍토를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PC구입 후 통상 1년에 3~4회는 주변기기에서 고장이 발생하는데 이 경우 계약을 체결안했을 시는 메이커에서 Per Call이라는 요금계산을 적용, 한번 출장시마다 메인터넌스 1년에 상응하는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계약을 맺어두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앞에서 지적한 몇몇 문제점들을 모두 감안한다면 사용자와 메이커는, PC도 가전제품이 애프터서비스를 받는것과 같은 풍토가 되도록 대리점 구조를 개선해야만 한다. 그 길만이 모처럼 크게 일어난 컴퓨터보급 확산의 호기를 잃지 않는 현명한 방법으로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