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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비 왜 여자에게 잘 걸릴까

호르몬에서 인류학적 해석까지

"남녀 7세 부동석"이라 했더니 누군가가 일곱살 때만 남녀가 동석하지 않으면 된다고 우스개 소리를 한 적이 있다. 아마 예전에는 일곱살 때부터 남녀의 구별을 두었나보다. 그런데 남녀의 구분이 확연해지는 때는 호르몬이 확실히 다르게 분비되는 사춘기 때부터가 아닌가 한다. 이때부터 여성과 남성의 몸은 눈에 띄게 달라진다. 변비에 훨씬 더 잘 걸린다.

대체로 남성은 여성이 신비스러울 때만 적극적인 구애작전을 편다. 아내는 신비한 여성이기보다 가족의 개념에 더 가깝다. 그렇다면 변비 걸린 여성은? 오우 NO! 변비 걸린 여성은 자기 스스로도 자신감이 떨어진다. 똥배가 나오고 얼굴에는 여드름꽃이 피며 몸은 말기의 임산부처럼 나른해보이는데 신비감이 있을 수가 없다.

섬세함이 병

얼마 전 한참 꽃다울 나이인 23세의 한 여성으로부터 문의 전화가 왔다. 그녀의 상담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23세의 직장 여성입니다. 4년 전부터 변비가 조금 있었는데 그때는 견딜만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대변이 마려운데 방귀만 연신 나오고 변은 나오지 않아 애를 먹고 있습니다. 전에는 3-4일에 한번쯤 보던 변을 요즘은 일주일에 한번도 겨우 힘들게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랫배가 나오고 몸무게가 불어나면서 얼굴에 잡티도 많이 생겼습니다. 소변은 잘 나오고 소화도 잘 돼 식사시간이 되면 배고픔을 느끼지만 답답한 아랫배로 인해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주위의 권유로 콩가루 우유를 15일째 먹었는데도 전과 똑같습니다. 주위에서는 요구르트처럼 유산균이 함유된 식품도 권유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다른 사람과 똑같이 저도 한번 가볍게 살아보는게 소원입니다. 저의 변비를 낫게 하는 치료법이 없을까요? 속시원한 해답을 듣고 싶습니다."

이 여성이 4년 전부터 변비증상이 있었다면 고등학교 시절부터라는 말이 된다. 대체로 변비증상을 호소해오는 여성들은 임산부이거나 대입을 앞둔 고교생, 또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직장인일 경우가 많다. 한 통계에 따르면 남성이 변비 증세를 느끼는 비율이 10%인데 비해 여성은 40%에 달한다고 한다. 왜 그럴까.

첫째 호르몬 작용 때문이다. 여성은 일정한 나이가 되면 월경을 하게 된다. 월경을 하는 모든 여성은 배란의 시기를 거치는데, 이 때문에 거의 모든 여성은 한달에 한번쯤은 변비증상을 느낀다.

여성의 월경과 배란을 주도하는 호르몬은 '황체호르몬'과 '난포호르몬'이다. 배란부터 월경이 있기까지 황체호르몬이 분비되는데, 황체호르몬은 대장의 연동운동을 억제하기 때문에 변비를 유발한다. 또 월경이 시작되면서 배변이 잘 되는 것은 '난포호르몬'이 나오면서 장의 운동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두번째 이유는 여성이 남성보다 복근력이 약하다는 것. 여성은 근육의 섬유조직이 남성보다 약하다. 그래서 배 근육의 힘이나 변을 밀어내는 내장의 운동력이 남성보다 약하다. 그래서 배 근육의 힘이나 변을 밀어내는 내장의 운동력이 남성보다 약하다. 셋째 여성은 모든 면에서 남성보다 섬세하기 때문에 신경이 훨씬 예민하다. 자율신경도 예외가 아니다. 자율신경이 약하면 작은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스트레스도 많이 받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배변이 쉽게 이뤄질리 없다.
 

(그림1)배변의 매커니즘


사춘기에 치명적 상처 주기도

누구나 직장에 변이 고이면 척수에 신호가 보내지고 그것이 뇌에 전달되면서 변의가 느껴진다. 신호를 받은 뇌의 명령에 따라 배에 힘이 주어지고 장이 움직이면서 배변은 시작된다. 그런데 스트레스를 잔뜩 받은 상태에서는 자율신경 또한 약해지면서 이 신호체계는 깨지게 된다. 장은 뇌의 명령을 받아도 제멋대로 '뚱!'한채 제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생리적인 이유 외에도 여성이 남성보다 변비에 잘 걸리는데는 무리한 다이어트가 한몫한다. 일정한 시간에 일정량의 식사를 할 때 장도 일정한 훈련을 거친 숙련생처럼 노련하게 제때 제때 활발한 운동을 한다. 그러나 무리하게 살을 빼려고 식사를 거른다든가 한참 굶다가 폭식을 하게 되면 장은 그만 혼란에 빠지고 만다. 게다가 설탕이 많이 함유된 청량음료를 즐기는 여성이라면 장의 운동력은 더욱 둔화되게 마련이다. 설탕은 장의 기능을 무력화시키면서 설사를 유발시키기 때문이다. 그런데 설사는 '강한 변비'의 시초라는 것이 문제다. 변비와 설사는 사촌지간인 셈이다.

인류학적 해석도 가능하다. 모계사회가 부계사회로 전환되면서 여성은 변비에 더 잘 걸릴 수밖에 없는 운명을 걸머지게 됐다. 누구나 아침이면 변의를 느끼게 마련인데, 여성들은 남성들에게 화장실마저 양보하는 미덕 아닌 미덕을 몸에 지니게 된 것이다. 바쁜 남편을 위해서 '급해 죽겠는데도' 화장실은 직장에 나가야하는 남편이 먼저 차지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아침마다 찾아오는 배변의 시기를 하루이틀 놓치게 되면 이것이 또한 변비의 시초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하늘같은 남편' 아니 그 보다 더 높은 시아버지라 해도 화장실만은 제 때에 차지하는 것이 변비에 걸리지 않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소녀들에게 변비는 '치명적인' 가슴의 상처를 줄 수 있다. 참으로 안타깝기도 하고 웃음이 나오는 사례가 있다.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던 17세의 J라는 여학생은 잦은 방귀 때문에 귀국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음식이 달라서일까. 아무튼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그녀는 아무리 참으려 해도 지독한 방귀를 뀌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에서 부쳐온 소화제를 먹어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녀의 별명은 '방귀쟁이!'로 붙여졌고, 금새 주변의 놀림감이 됐다. 결국 친구 하나 없이 외톨이로 지내던 그녀는 소외감을 이기지 못하고 귀국하고 말았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변비증세가 있었던 J는 나를 찾아왔다. 공부 때문에 생겨난 강박감과 기계적인 생활이 변비를 유발시킨 원인이었다. '방귀쟁이'의 오명을 씻기 위해 그녀는 내 치료에 열심히 임해주었다.

-매일 아침 훌라후프로 운동할 것
-매일 아침 찬 물 한컵을 마실 것
-세번의 장 세척을 할 것
-가스제거제를 복용할 것
-편안한 마음을 가질 것

얼핏보면 너무나 평범한 처방 같지만 열심히 따라준 덕분에 그녀의 변비는 깨끗이 사라졌고, 허리도 2인치나 줄어들었다.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모든 여성은 우선적으로 변비를 조심해야 한다. 변비가 있으면 얼굴에 잡티는 물론이고 아랫배가 나온다거나 복부에 팽만감 또는 가스가 차게 되면서 체중이 증가하게 된다. 이것은 모두 변비로 인해 생기는 합병증이다.
 

(그림2)변비 퇴치 경혈 찾기


장 담그는 정성으로

변비도 여러종류가 있지만 가장 흔한 것이 습관적 변비다. 이는 체중조절을 위해 일정한 식사와 충분한 양의 수분섭취를 하지 않았을 때 많이 발생한다. 또한 신경장애로 장의 일부가 심하게 수축돼 발생하는 경련성 변비는 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학생이나 직업인에게 많이 걸린다.

이 두가지 변비를 치료하는 방법은 자율신경의 안정과 휴식이다. 자율신경이 안정되면 신진대사가 활성화되면서 대장의 운동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특히 대장은 정신적인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마음을 편하게 가진다는 것은 장의 운동이 활발해짐을 뜻한다.

자율신경 훈련법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 좋아진다고 생각하고, 믿으며, 확신함으로써 자율신경을 좋은 방향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잠들기 전에 '내일은 잘될거야' '내 병은 점차 나아진다' 등 자신이 바라는 바를 10회 정도 중얼거리면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변의를 느끼면 즉시 화장실로 가는 것이 좋다. 위·대장 반사 훈련에 대단히 좋기 때문이다. 또 따뜻한 손으로 배를 마사지하는 것도 변비를 없애는 방법 중의 하나다. 특히 허리에서 엉치뼈 사이에 위치한 소장유와 대장유, 그리고 변비점을 눌러주는 경혈 지압법은 자율신경을 활발하게 해주고 대장운동의 기능도 촉진시킨다(그림 2).

운동요법으로는 배근육을 훈련시키는 방법이 있다. 주로 윗몸 일으키기, 누워서 다리들어 올리기, 붕어운동(물고기가 지느러미를 흔들듯 옆으로 누워서 몸을 흔들어주는 운동) 등을 하루에 수십번씩 해주면 배변시에 충분한 힘을 줄 수 있는 복근력이 생긴다. 하지만 이 모든 방법을 실행해도 잘 호전되지 않을 때는 전문의를 찾아가 근본적인 원인을 알아내 장세척이나 약물요법으로 치료받는 것이 좋다.

장을 다스리는 것은 '장 담그기'와 같다. 장을 잘 띄워야 발효가 잘 되듯이 우리 몸의 장에서 미생물이 역할을 잘해줘야 변비가 생기지 않는다. 결국 장의 연동운동도 장안의 미생물이 부패했느냐 발효했느냐에 따라 '변비'냐 '배변'이냐가 판가름나는 것이다. '부패'와 '발효'는 자기 몸을 평소 어떻게 관리했느냐가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자율신경과 복근력이 약하면
찾아오는 그대 이름은 변비!
미인이 되고 싶은 여성은
장 담그기를 잘해야 한다.
 

복근력을 강화시키면 배변이 훨씬 수월해진다. 윗몸일으키기는 손쉽게 할 수 있는 복근강화 운동이다.


생활 속의 변비 치료법

①하루 세끼 규칙적인 식사와 충분한 양의 비타민ㆍ무기질ㆍ섬유질ㆍ수분을 꼭 섭취하며 군것질로 식사를 대용해서는 안된다.
②밥과 주로 잡곡밥ㆍ현미밥을 먹는다(곡식의 껍질에는 변비를 해소하는 성분이 다량 포함돼 있다).
③반찬은 고기류보다 섬유질이 많은 야채류ㆍ해조류ㆍ과일을 먹는다.
④공복시나 운동 후 수분을 꼭 보충해준다(하루 6컵 정도의 물).
⑤커피ㆍ홍차ㆍ녹차ㆍ탄산음료 등은 변비를 유발시키므로 피한다.
⑥유산균이 많이 함유된 신김치ㆍ치즈ㆍ요구르트와 된장ㆍ청국장 등의 발효식품을 적당량 섭취한다.
⑦규칙적인 배변 습관을 가지기 위해 변의를 느낄 때 즉시 화장실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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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이왕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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