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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잘하는 약 ‘스마트 드럭’의 유혹

내일 쓸 집중력 오늘 당겨 쓴다?

‘붕붕 주스’ ‘붕붕 드링크’ ‘박카리스’ ‘붕붕 그레이트 스웨트’ ‘카페인 뱅뱅’.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각성 음료 레시피다. 에너지음료에 자양강장제, 비타민 C, 이온 음료 등을 함께 넣어 마시는 ‘칵테일’형 에너지음료가 새로운 각성 음료로 회자되고 있다. ‘붕붕’이라는 수식어는 카페인의 영향으로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든다고 해서 붙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이맘때면 각성 효과가 있다는 출처 불분명의 칵테일 음료에 대한 정보가 SNS에서 유독 많이 돌아다닌다. ‘공부 잘하는 약’에 대한 내용도 많이 보인다. 이들이 건강에는 괜찮은 걸까.

 

 

고카페인 음료, 자살 생각 높여

카페인 뱅뱅의 카페인 함량을 계산해봤다. SNS에 공개된 카페인 뱅뱅 제조법은 물 200mL에 12g 커피믹스 4봉지를 넣고 여기에 박카스 1병과 레모나 4포를 넣으면 된다. 각 제품의 성분표시란에 기재된 카페인 함량을 토대로 카페인 총량을 계산하면 카페인 뱅뱅 한 잔에는 카페인이 230mg 들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 청소년 1일 적정량인 ‘몸무게 50kg 기준 125mg’을 훌쩍 넘는다. 


강재헌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에너지음료 외에도 커피 우유, 비타민 음료 등에도 카페인이 많이 포함돼 체중이 적게 나가는 어린이와 청소년은 1일 적정량 한도를 넘어가기 쉽다”며 “드물긴 하지만 고카페인 음료로 미국에서 부정맥으로 사망하는 사례도 있었던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페인 과다 섭취는 성인보다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부작용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고카페인 음료가 문제가 되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4월 “청소년이 에너지음료, 탄산음료, 커피 등을 통해 카페인을 과잉 섭취하면 어지럼증, 가슴 두근거림, 수면장애, 신경과민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너지음료의 과다 섭취가 청소년의 자살 생각 빈도를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민인순 순천향대 보건행정경영학과 교수팀은 2015년 시행된 ‘제11차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 자료를 토대로 중·고등학생 6만6068명을 분석했다. 
그 결과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매일 1회 이상 고카페인 음료를 마시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자살 생각 빈도가 중학생의 경우 2.66배, 고등학생의 경우에는 3.89배까지 높아졌다. 연구결과는 ‘한국학교보건학회지’ 2016년 8월호에 게재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림축산식품부가 발간한 ‘2017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에너지음료 제품 매출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4년 1341억 원에서 2016년 1669억 원으로 늘었다. 

 

 

ADHD 치료제가 ‘공부 잘 하는 약’?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는 기억력 개선이나 집중력을 높이는 데 좋다는 소문이 돌면서 일명 ‘공부 잘하는 약’으로 통한다. ADHD 환자가 아니면 처방받을 수 없다보니 이 약을 구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불법으로 거래되는 경우도 있다.   
국내에서 처방되는 ADHD 치료약 성분은 ‘클로니딘염산염’ ‘메틸페니데이트염산염’ ‘아토목세틴염산염’ 등 3가지로 이뤄졌다. 이들 성분은 ADHD 환자들에게 부족한 신경전달물질의 양을 증가시켜 증상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일반인의 집중력 감소는 체력 저하와 피로가 가장 큰 원인이다. 따라서 일반인이 ADHD 환자의 치료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다. 이영식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ADHD 환자가 아닌 사람이 치료약을 먹으면 숙면을 방해하거나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등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정신상태를 나사에 비유하면 ADHD 치료제는 헐렁한 나사를 조이는 역할을 한다”며 “이미 꽉 조여져 있는 나사(정상인)를 더 세게 조이려고 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도 2017년 11월 보도자료를 내고 “정상인이 ADHD 치료제인 메틸페니데이트염산염 등을 잘못 복용하면 두통, 불안감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심각한 경우 환각, 망각 등의 정신과적 증상뿐 아니라 자살까지 시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유럽을 잠식한 ‘스마트 드럭’

미국과 유럽은 ADHD 치료약 등 ‘스마트 드럭(smart drug)’으로 불리는 정신과 치료 약물 남용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라리사 마이어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정신의학과 교수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이 미국, 독일 등 15개국 약 11미국과 유럽은 ADHD 치료약 등 ‘스마트 드럭(smart drug)’으로 불리는 정신과 치료 약물 남용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라리사 마이어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정신의학과 교수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이 미국, 독일 등 15개국 약 11만 명(2015년 7만9640명, 2017년 2만9758명)에게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2017년 기준 14%가 뇌기능 강화를 위해 스마트 드럭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5년에서 5%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doi: 10.1016/j.drugpo.2018.05.009
스마트 드럭을 가장 많이 복용한 국가는 미국으로 나타났다. 2015년 응답자 중 20%가 집중력이나 기억력 향상을 위해 약물을 복용한다고 밝혔는데, 2017년에는 그 수치가 30%로 증가했다. 또 스마트 드럭 사용자가 급격히 늘어난 곳은 유럽으로 조사됐다. 프랑스는 2015년 3%에서 2017년 16%로, 영국은 2015년 5%에서 2017년 23%로 껑충 뛰었다. 
미국과 유럽은 소비하는 약물의 종류가 달랐다. 미국은 ADHD 치료약을 처방받기가 비교적 쉬운 만큼 ADHD 치료제로 쓰이는 암페타민류의 ‘애더럴(상표명)’을 가장 많이 복용했다. 반면 암페타민류 약물을 금지하는 유럽에서는 메틸페니데이트류의 ‘리탈린(상표명)’이 가장 많이 쓰였다.
국내에서도 암페타민류 약물은 사용이 금지돼 있다. 또한 클로니딘염산염, 메틸페니데이트염산염, 아토목세틴염산염 등 ADHD 치료제로 사용되는 성분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한다. 
스마트 드럭이 효과는 있을까. 스마트 드럭의 지적 능력 향상 여부는 여전히 논란이다. 외과 의사가 수술을 앞두고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 드럭의 한 종류인 ‘모다피닐’을 복용하는 것처럼 특정한 상황에서 스마트 드럭이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연구는 있다.doi:10.1016/j.phrs.2010.04.002 
그러나 미국 글로벌신경과학계획재단(GNIF)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뇌와 행동’ 2012년 9월호에 “많은 인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기억개선 효과가 작거나 플라세보(위약) 효과인 경우가 많았다”고 발표했다. doi: 10.1002/brb3.78
2013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건강한 성인 4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애더럴과 리탈린 등 스마트 드럭의 복용이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인지기능 향상이 착시 효과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결론이 났다. doi:10.3389/fnins.2013.00198
연구진은 “과거에 발표된 약학적 인지능력 향상(PCE) 관련 논문을 분석한 결과, 대학생이나 청소년, 운동선수 등 일반인이 ADHD 치료제를 복용했을 때 인지능력이 향상된다는 보고는 일부에 불과했다”며 “오히려 정신질환, 심근경색, 심근증, 돌연사 등과 연관이 있는 만큼 장기적인 연구와 오남용 예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가별 스마트 드럭 복용 통계 

라리사 마이어 교수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이 미국, 독일 등 15개국 약 11만 명(2015년 7만9640명, 2017년 2만9758명)에게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ADHD 환자가 아닌데도 뇌기능 강화를 위해 ‘스마트 드럭’ 복용을 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2015년 5%에서 2017년 14%로 크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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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김민아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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