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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력 살충제 개발 "우리도 신물질 개발경쟁에 뛰어들어야…"


황기준박사/한국화학연구소


현대의 과학기술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 신물질을 만들어내는 데에 주저하지 않는다. 오늘날에 있어서 신물질의 개념은 막연한 형태가 아니고 우리 생활에 절실히 요구되는 의약품이나 농약 등으로 촛점지워진다.
 

특히 작년 7월부터 국내에서 실시되고 있는 물질특허제도는 신물질 개발이 절실함을 일깨워주었고 우리나라도 비로소 신물질시대에 접어든 느낌을 주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소 유기화학부 농약연구팀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반영, 신물질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에 'KH502'란 초강력 살충제를 개발, 물질특허를 출원한 황기준(39)박사를 만나 보았다.

 

● 배추좀나방에 특효


-이번에 개발된 KH502는 보통 '살충력은 강하고 독성이 적은 새로운 농약'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좀더 자세히 설명해주시지요.
 

"정확히 알려져야 할텐데 과장된 면이 없지 않아요. 우선 이 신물질은 동남아에서 극성스러울 정도로 번성하는 배추좀나방에 특히 살충력이 강합니다. 이제까지 개발된 신물질 중에서 배추좀나방에 가장 강한 살충력을 가졌던 '델타메스린'(Deltamethrin)보다도 6배 이상의 살충력을 가지니까요. 다른 해충, 즉 벼멸구나 진딧물 모기 등에도 일반상품 정도의 구제효과는 있읍니다.
 

다음은 독성문제인데, KH502는 피라졸계(系) 화합물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최상의 농약으로 알려진 피레스로이드계 농약보다는 독성이 많습니다. 물론 이외의 농약보다는 독성이 많지는 않지만요."
 

사물을 정확히 객관적으로 설명하려는 자연과학자의 체질이 몸에 밴듯, 매스컴의 과장된(?) 표현부터 시정하려 애쓴다. 그러나 (표1)에 나타난 바와 같이 KH502의 살충력은 배추좀나방은 물론이고 벼멸구나 모기 등에도 일반 농약상품 이상의 구제효과가 있다. 특히 기존 농약에 해충들이 내성을 갖고 있어 표에 나타난 것 이상으로, KH502의 살충효과는 상대적으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표1) 각 농약의 살충효과 비교^★표는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일반 농약 상품. 각 간의 수치는 곤충의 50%가 죽는 약의 양.


페리스로이드계 농약이 최상의 농약임에는 틀림없지만 값이 비싸고 공기중에서 쉽게 분해되어 약효가 없어지기 쉬운데다, 해충들이 쉽게 이 약에 저항성을 갖게되어 해마다 약의 사용량을 증가시켜야 하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신물질개발의 의미를 말씀해 주시지요.
 

"아직 우리나라는 물질특허를 획득한 신물질이 없지만 신물질의 경제적 위력은 대단합니다. 제가 귀국하기 전에 있었던 미국 '몬샌토'사에서 '라운드업'이라는 신물질을 개발에 1년 순수익을 3억달러 이상 올리는 것을 보았읍니다. 이정도 돈이면 우리 연구소가 30~40년 동안 아무 걱정없이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액수이지요. 보통 물질특허가 18년간 존속하니까 대기업에서 10년에 하나씩만 신물질을 개발해도 된다는 결론이지요."
 

-신물질이 개발돼 상품화되는데는 어느정도 시간이 걸립니까.
 

"KH502가 물질특허를 획득하고 상품화돼 소비자 손에 들어가는데는 4~5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상품화 되기까지의 과정은 독성연구가 좀더 정확히 돼야 하고 프로세서 개발, FDA(미국 식품의약국)등록, 시장성 조사 등의 조치가 완료돼야 하니까요. 미국 '듀퐁'사와 시장개척 문제를 협의하고 있읍니다."


● 몇만분의 1의 확률


신물질개발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오르냐고 물어보았다.
 

"신물질 아이디어는 지구상에서 하루에 수백만개씩 쏟아진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러한 정보를 모두 검색하면서 새로운 분자구조를 설계하고 여기에 생리활성을 갖는 물질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보통 3만개정도 만들어 활성화합물(Active Compound) 하나 정도 성공하니까 산삼 찾는 것보다 더 힘들다고 봐야지요."
 

이번에 개발한 KH502는 황박사의 3번째 작품. 86년 5월에 귀국, 짧은 기간 동안에 운이 좋게도(?) 벌써 3번째의 작품을 개발해냈다. 작년의 작품이 특히 벼멸구에 살충력이 강한 KH263과 KH269이다.
 

황박사는 71년에 서울대 약대를 졸업하고 군대갔다와서 75년까지 KIST(현 KAIST 전신)에 있다가 유학, 미국 예일대학에서 82년에 학위를 받았다. 귀국하기 전까지는 미국 몬샌토사에서 근무했다. 박사과정, 포스트닥(박사후 과정), 민간회사 연구소에 근무하면서 나름대로 구상한 신물질을 국내에서 하나씩 실현해내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신물질개발 수준은 어느 정도입니까?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우리나라의 신물질개발역사는 아예 없다고 봐야지요. 지금이 바로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구환경에 있어서 문헌검색, 정보교환, 시약수급, 자금조달 등 어려운 면이 없지는 않지만, 정부출연연구소만큼은 어느정도 연구진도 갖추어 그런대로 운영해나가고 있읍니다. 문제는 기업이지요. 아무리 연구자가 필요한 신물질을 개발했다고 해도 그것을 상품화하는 작업이 더욱 중요합니다. 특히 신물질은 성공했다 하면 '경제적 이익'이 엄청나므로 기업측에서도 과감히 투자해야 합니다."
 

물론 신물질 연구개발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이지만 확률 0과 그래도 확률이 몇만분의 1인 것과는 다르지 않느냐는 이야기다.
 

자신이 개발한 신물질이 물질특허를 획득하고 상품화되어 벌어들이는 돈으로 후배들이 좋은 환경에서 연구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황박사는 "세계의 신물질 개발경쟁에 우리가 뒤질 하등의 이유가 없다. 배추좀나방이 우리나라에서는 존재치 않지만 동남아에서는 2년만에 한번씩 학술 대회(大会)가 열릴정도로 피해가 커, KH502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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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김두희 기자
  • 사진

    전민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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