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는 침팬지속에 속하는 동물로, 인간과도 유전적으로 몹시 가까워. 대부분의 포유류처럼 암컷의 덩치가 수컷보다 더 작고 힘도 약한데, 사회를 이끄는 건 암컷들이래. 과연 그 이유는 뭘까?

Q.안녕, 자기소개를 해 줘!
난 암컷 보노보야. 지위가 제법 높은 편이지. 우리 사회에서는 암컷이 많은 일을 결정하거든. 짝짓기 시기와 상대도 암컷이 결정하고, 수컷들은 선택 받기를 기다려. 음식과 자원도 암컷이 먼저 고른 뒤에 수컷에게 남은 것을 주곤 해. 암컷이라고 무조건 지위가 높고 수컷이라고 무조건 지위가 낮은 건 아니야. 가장 강한 암컷의 아들은 엄마의 지위를 따라서 높은 신분으로 인정받기도 하거든.
Q.왜 암컷의 지위가 그렇게 높은 거야?
똘똘 뭉치는 게 우리의 비법이야. 수컷은 암컷보다 힘이 훨씬 세지만, 암컷 여러 마리가 수컷 한 마리를 제압한다면 이길 방법이 없지! 만약 어떤 수컷이 누군가를 괴롭히거나 음식을 혼자 차지하는 등 이상한 행동을 하면, 암컷들이 무리 지어 달려가서 그런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 4월 24일, 지난 30년 동안 우리를 관찰한 독일 막스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 연구팀은 “암컷과 수컷 사이에 일어난 1786번의 갈등 상황 중에 1099번은 암컷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됐다”고 말했어.
Q.그럼 수컷들은 서로 뭉치지 않아?
수컷은 자기들끼리 편을 들기보다 경쟁을 하더라고. 이미 우리 사회는 암컷 중심이기 때문에, 수컷은 더 높은 지위의 암컷에게 선택을 받아야만 자기 지위를 높일 수 있어. 그래서 암컷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노력만 하는 거야. 반면 암컷은 비상 상황을 목격하면 특정한 울음소리를 내는데, 근처에 있는 암컷들은 이 소리를 들으면 바로 모이게 돼 있어. 서로 모르는 사이더라도 말이야. 같은 암컷을 도와줌으로써 암컷 전체의 지위를 높인 거지.
Q.수컷끼리는 아예 친하게 지내지도 않는 거야?
한두 마리씩 친하게 지내는 수컷들은 있지만, 암컷들만큼 강한 유대감을 나누지는 않아. 수컷은 자신이 억지로 짝짓기를 시도하거나 먹이를 빼앗으려고 할 때보다, 그냥 암컷에게 복종할 때 더 많은 것을 얻는다는 걸 알고 있거든. 우리를 연구한 미국 하버드대학교 마틴 서벡 교수는 “대부분의 포유류 사회는 수컷이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어. 이어 “보노보 사회는 암컷의 연대를 통해 이러한 구조를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