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레오의 사고실험
뉴턴 역학이 등장하기 이전 중세의 아리스토텔레스는 물체가 등속운동하기 위해서는 힘이 계속해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실제 생활에서는 마찰력 때문에 수레에 힘을 줘 계속 끌지 않으면 수레는 곧 멈춘다. 수레를 계속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힘이 계속 필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움직이는 물체에 힘을 가하지 않으면 곧 멈춘다고 생각한 이유는 마찰력이라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해 멈추는 것임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런 세계관을 체계적으로 반격한 사람이 갈릴레오 갈릴레이다. 갈릴레오는 경사면을 따라 내려간 공이 다시 반대쪽 경사면을 따라 올라가도록 굴렸을 때, 마찰이 없다면 경사의 정도에 상관없이 공은 출발한 곳과 같은 높이만큼 다시 굴러 올라간다고 했다. 그리고 공이 올라가는 반대쪽 경사면의 경사를 점점 낮추면 원래 높이에 도달하기 위해 더 멀리 굴러가고, 반대쪽 경사면이 수평이고 마찰을 무시한다면 공은 영원히 수평면을 굴러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경사면이 많이 기울어져 있을 때는 마찰력을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에 실험이 가능했으나, 경사면의 기울기가 거의 없어지면 공이 멈출 정도로 마찰력이 커지기 때문에 실험으로 증명할 수가 없었다. 이때 갈릴레오는 실험할 수 없는 상황을 사고(思考)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고, 그 결과 마찰력이 없는 상태에서 운동하는 물체는 영원히 자기의 속도를 유지한다고 주장했다(<;그림 1>;).
<;실험 따라하기 1 - 서로 반대로 움직이는 진자>;
① 작은 플라스틱 컵 2개, 스티로폼 구 2개, 마스킹테이프, 실, 바늘, 셀로판테이프를 준비한다.
② 8cm 정도 길이의 실 2개를 바늘로 엮어 스티로폼 구를 각각 고정시킨다.
③ 실에 연결한 스티로폼 구를 각각 플라스틱 컵의 뚜껑 안쪽에 셀로판테이프를 이용해 붙인다.
④ 하나의 플라스틱 컵에는 물을 넣고 스티로폼 구가 매달린 뚜껑을 닫는다. 다른 하나에는 물을 넣지 않고 스티로폼 구가 매달린 다른 뚜껑을 닫는다.
⑤ 2개의 플라스틱 컵의 뚜껑을 맞대고 마스킹테이프로 연결한다.
⑥ 물이 담긴 컵이 위로 가도록 가운데 부분을 잡고 앞으로 죽 내밀며 두 스티로폼 구의 모습을 관찰한다.2009 동경과학축전에서 소개된 실험이다. 그림에서 위쪽 컵에서는 스티로폼 구보다 물의 관성이 더 크고, 아래쪽 플라스틱 컵에서는 공기보다 스티로폼 구의 관성이 더 크다.
관성과 질량은 어떤 관계일까
갈릴레오는 이처럼 마찰력이 없는 상태에서 운동하는 물체는 영원히 자기의 속도를 유지한다고 생각했다. 물체의 이러한 성질을 ‘관성’이라고 한다. 그런데 자기의 속도를 유지하려고 하는 성질인 관성은 속도를 바꾸려고 하는 외부의 시도에 저항하는 성질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물체가 그런 시도에 똑같이 저항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같은 속도일 때 승용차에 비해 트럭을 멈추기가 훨씬 힘들다. 그 이유는 바로 ‘질량’의 차이 때문이다. 속도를 바꾸려는 시도에 강하게 저항할 수 있으면 질량이 큰 물체이고 그런 시도에 저항하는 정도가 약해서 쉽게 멈추거나 움직일 수 있으면 질량이 작은 물체다. 이때의 질량을 관성과 연관지어 ‘관성 질량’이라고 부른다.
물체의 질량과 관성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예로 버스 안의 손잡이를 들 수 있다. 정지해 있던 버스가 갑자기 출발하면 손잡이는 뒤로 기울어진다. 그렇다면 실로 버스 바닥에 고정된 채 공중에 떠 있는 풍선은 어떻게 될까. 풍선도 손잡이와 마찬가지로 뒤로 기울어질까. 아니다. ‘앞으로 기울어진다’가 답이다. 똑같은 상황에서 손잡이와 풍선이 기울어지는 방향이 다른 이유는 바로 질량에 있다. 그리고 버스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공기의 질량이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손잡이는 공기보다 질량이 크기 때문에 관성이 커서 뒤쪽으로 기울어지지만, 떠 있는 풍선은 공기보다 질량이 작기 때문에 공기보다 관성이 작아 상대적으로 앞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이다. 만약 버스 안에 공기가 없다면? 풍선은 손잡이처럼 뒤로 기울어질 것이다.
일상에서 관성 발견하기
우리는 생활 속에서 물체의 관성을 이용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별다른 생각 없이 하는 동작 속에도 관성의 원리가 있으며, TV에서도 심심치 않게 관성의 원리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림 2>;는 ○○커피 광고의 한 장면이다. 테이블 위에 커피와 찻잔 등이 놓여 있다. 이때 광고 속 여배우가 테이블보를 빠르게 잡아당기자 커피와 찻잔은 테이블 위에 그대로 남고 테이블보만 쏙 빠져 나왔다. 어떻게 한 것일까. 바로 커피와 찻잔의 관성을 이용한 것이다. 컵 위에 종이 한 장을 얹은 다음, 동전 하나를 놓아두고 종이를 재빨리 잡아당기면 동전이 컵 속으로 톡 떨어진다.
앞에서 이야기한, 달리던 차가 갑자기 멈추면 몸이 앞쪽으로 쏠리는 이유도 관성 때문이다. 그래서 안전벨트가 필요한 것이다. 안전벨트를 ‘관성벨트’라고 하면 어떨까. 또 지난 동계올림픽에서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했던 스케이트 경기를 떠올려보자. 선수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결승선을 통과한 뒤 바로 멈출 수는 없을까. 아쉽게도 관성 때문에 바로 멈출 수가 없다. 오히려 얼음판 위에서는 마찰을 별로 받지 않기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관성을 이용해 경기장을 한 바퀴나 돌 수도 있다.
관성력은 실제로 존재할까
관성과 관계는 없지만, 관성을 말할 때 언제나 곁에 있으며 헛갈리는 단어가 있다. 바로 ‘관성력’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관성력은 물체의 질량에 의해 결정되는 성질인 관성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관성은 물체 고유의 ‘성질’을 의미하지만, ‘관성력’은 물체를 보는 관찰자의 상태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준 힘이다. 물체의 운동을 보는 사람(관찰자)이 정지하거나 등속운동을 할 때에는 운동법칙이 성립하지만 관찰자가 속도가 변하는 가속운동을 할 때, 즉 관성계에 있지 않을 때 물체의 운동이 다르게 보이고 운동법칙이 성립하지 않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가상의 힘이 관성력이다. 관성계란 가속운동을 하지 않고 관성을 유지하는 관찰자를 뜻한다.
예를 들어 투명한 엘리베이터 안의 인형을 생각해보자(사고실험). 엘리베이터가 정지 상태에서 출발해 위로 가속운동을 할 때, 엘리베이터 밖 지면에 정지해 있는 관찰자(관성계)가 엘리베이터 안의 인형을 보면 엘리베이터와 함께 위로 ‘가속’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관찰자가 엘리베이터 안에 함께 타고 가속운동하면서(비관성계) 그 인형을 본다면, 인형은 관찰자 앞에 그대로 ‘정지’해 있다. 이런 경우는 운동법칙으로 설명할 수 없는데, 운동법칙이 관성계에서만 성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엘리베이터 안 관찰자가 관성계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운동법칙을 성립하게 하기 위해 도입한 힘이 관성력이다. 이때 관성력은 관찰자의 가속운동에 의한 효과를 상쇄해주기 위해 그 인형(물체)에 관찰자의 가속도와 반대방향으로 ‘관찰의 가속도×질량’ 크기의 힘이 작용하는 것처럼 도입한 가상의 힘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힘은 두 물체의 상호작용에 의해 존재한다. 그래서 어떤 힘이든지 그 힘에 대한 반작용력이 존재한다. 하지만 ‘관성력’은 두 물체의 상호작용에 의한 힘이 아니기 때문에 반작용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실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힘이라고 하는 것이다. 버스가 갑자기 출발할 때 손잡이나 사람이 뒤로 기울어지는 것은 관성력을 받아서가 아니라, 단지 관성에 의한 현상이다.
<;실험 따라하기 2 - 떨어지는 종이컵>;
① 종이컵, 송곳, 물을 준비한다.
② 종이컵의 아래쪽에 송곳처럼 뾰족한 것으로 작은 구멍을 뚫는다.
③ 구멍을 손가락으로 막고 물을 반쯤 채운다.
④ 의자나 책상 위에 올라가서 종이컵의 구멍을 막은 손가락을 뗀다. 구멍을 통해 물이 새어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⑤ 다시 구멍을 막고 있다가 종이컵을 떨어뜨려보자. 종이컵이 떨어지는 동안 구멍에서 물이 새어나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