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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머리 없는 시체의 비밀

왕을 감탄시킨 보물창고털이의 지혜


머리없는 시체의 비밀


기원전 1천2백년 경 이집트를 지배하던 람세스 3세는 막대한 은을 모아 궁전 근처 밀실에 보관했다. 네모난 돌로 촘촘히 쌓아올린 창고였기 때문에 자물쇠를 열고 정문을 통과하지 않는 이상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보물창고를 설계한 사람이 몰래 돌 하나를 느슨하게 끼워넣었다. 그는 사망하기 직전 아들 둘에게 그 돌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형제는 매일 밤 보물창고에서 은을 훔쳐냈다. 왕은 이를 눈치채고 창고 안에 덫을 설치했다. 하루는 형이 덫에 걸려 도망칠 수 없게 됐다. 그러자 형은 증거를 없애기 위해 “내 목을 가져가라”고 동생에게 지시한다.

다음날 아침 왕은 목없는 시체를 발견하고 아연실색한다. 그리고 대담한 도둑을 잡으려는 왕의 추적이 시작된다.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투스(기원전 5세기)가 집필한 ‘역사’에 발견되는 가장 오래된 탐정(왕)과 괴도의 머리싸움 얘기다.

왕은 시체를 궁전 문 앞에 걸어놓고는 이를 보고 슬퍼하는 사람을 잡아들이게 했다. 도둑 형제의 어머니는 이 소식을 듣고 동생에게 “만일 형의 몸을 훔쳐오지 못하면 왕에게 고하겠다”고 다그친다.

동생은 꾀를 내 당나귀에 포도주를 싣고 궁전 앞으로 간다. 그곳에서 실수인 것처럼 술을 땅에 쏟아 보초들의 주의를 끈다.

동생은 거짓으로 화를 내다 보초들과 얘기를 나누며 술을 권한다. 결국 취하도록 마신 보초들은 잠에 떨어지고, 동생은 이 틈에 형의 시체를 싣고 집으로 돌아온다.

이 소식을 들은 왕은 격노한 나머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범인을 잡겠다고 결심한다. 그는 애지중지 키우던 자신의 딸을 사창가로 보내며 “모든 사람을 거부하지 말고 손님으로 받돼 그들에게 한가지 질문을 던지라”고 지시한다.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현명했던 일과 가장 사악했던 일을 말하게 하라는 내용이었다.

소문을 들은 동생은 이번에는 왕을 골려주려고 또다른 계획을 세운다. 그는 최근 죽은 시체를 찾아 팔 하나를 떼어내 옷 속에 숨기고 공주에게 간다.

그녀가 질문했을 때 “가장 사악한 일은 왕의 보물창고에서 덫에 걸린 형의 목을 자른 일이며, 가장 현명한 일은 보초를 취하게 만들고 시체를 찾아온 일이다”라고 말한다. 공주는 그가 범인임을 알아차리고 손을 붙잡았다.

그러나 그 손은 동생이 미리 준비한 시체의 팔이었다. 공주가 혼비백산 놀란 틈을 타 동생은 유유히 사라진다. 왕은 범인의 대담성과 현명함에 감탄한 나머지 죄를 사해주고 막대한 재물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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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김훈기 기자
  • 자료출처

    박광규 추리문학가
  • 자료출처

    강효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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