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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는 왜 계속 피우게 되나

니코틴의 약리작용

흡연이 단순한 습관인가 아니면 이를 유도하는 약리학적 인자가 작용하는가 하는 점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다. 특히 효과적인 금연(禁煙)법을 개발해내기 위해서도 흡연을 계속하게 되는 이유를 밝혀낼 필요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국내외의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여기서는 니코틴의 역할을 중점적으로 다룬 서울대의대 정명희교수의 연구결과를 소개한다.

담배를 한모금 빨면 약 50ml의 담배연기를 마시게 된다. 이 담배연기 속에는 50mg의 물질이 들어있는데 이중 18mg은 고형의 소입자로 되어 있다. 나머지는 기체 및 증기(vapor)화된 물질로 이루어진 기체상으로서 이 기체부분의 5%는 유독한 일산화탄소(CO)로 되어 있다.

고형 소입자는 다르(tar)의 에어로졸(aerosol)로서 여기에 알칼로이드(alkaloid)인 니코틴(nicotine)이 용해돼 있다. 이 소입자는 0.5마이크론 정도의 미세한 방울이므로 한개피를 피울 경우 수천억개의 이들 입자를 마시게 된다.

대부분의 흡연자들은 담배연기가 폐속까지 깊숙히 들어가도록 들여마신 후 다시 내뱉는데, 겉보기에는 흡입된 연기가 다 나온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 일부만이 밖으로 나온다. 따라서 한번 마실 때 일산화탄소의 경우는 거의 전량이, 니코틴은 90%, 그리고 타르는 70%가 체내에 들어가게 된다.

폐속에서 타르 소입자는 기도에 축적되고, 니코틴은 혈액으로 확산되어 신속하게 뇌에 도달, 약리작용을 나타내는데 이 니코틴의 약리작용이 바로 흡연습관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생각되고 있다. 흡연을 통하여 담배잎으로부터 뇌까지 니코틴이 도달하는 데는 30초밖에 걸리지 않으므로, 흡연이라는 행위는 아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니코틴을 주입하는 방법인 셈이다.

흡연은 규칙적인 니코틴투여행위

흡연이 규칙적인 약물자가투여행위라는 사실을 설명해주는 예를 들어보자. 담배를 필 때 한모금 빠는데 걸리는 시간과, 얼마나 자주 빠느냐를 관찰한 결과, 하루중 처음 한개피를 필 때는 한모금 빠는 시간이 길고 자주 빨지만, 계속 담배를 피워감에 따라 점차 빠는 시간이 짧아지고 빠는 간격이 커짐을 알게 된다. 즉, 어떤 흡연자에게 한개피당 빠는 횟수를 제한하고 일정시간에 피는 담배갯수를 조사하면, 빠는 횟수가 적을수록 피는 담배갯수는 증가한다. 예를 들어 2, 4, 8, 12모금씩 담배빠는 횟수를 제한하고 각각의 경우에 12시간 동안 피운 담배갯수를 조사했을때 2모금의 경우 31개피, 4모금에 23개피, 8모금에 15개피, 12모금에 13개피를 피운 실험결과가 있다는 것.

또한 담배길이를 짧게 하거나 담배필터에 구멍을 내어 담배연기가 희석되도록 한 조건에서는 많은 갯수의 담배를 피우며, 연기에 미리 노출시킨 경우 담배를 덜 피우는 것을 관찰하게 된다.

이같은 실험적 관찰을 통해 흡연자는 흡연조건에 어떤 변화가 있을 때 항상 자신의 일상 흡연량을 유지하기 위해 흡연행위를 조절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흡연은 자기 스스로 약물을 투여하는 규칙적인 행위라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흡연행위를 계속 유발시키는 약물로서 니코틴을 꼽는 근거는 무엇일까.

이 점에 관해 동물이나 사람을 상대로 한 많이 실험이 진행된 바 니코틴이 주요흡연유발인자임을 시사해주고 있는데, 사람에 대한 실험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담배의 주요성분, 즉 일산화탄소 타르 및 니코틴을 변화시킬 때 흡연자의 흡연에 대한 만족감은 니코틴함량에 좌우되며 니코틴함량이 많을수록 흡연율도 감소한다.

둘때, 니코틴을 경구, 정맥 혹은 구강점막 등 여러 경로에 투여했을 때 흡연율이 감소한다.

세째, 오줌의 pH를 조절하여 니코틴의 배설을 촉진시키면 흡연율은 증가한다.

네째, 니코틴의 길항제 가운데 니코틴의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에 대한 작용을 모두 길항하는 메카밀라민(mecamylamine)을 투여하면 흡연율이 증가되나, 말초신경계에 대한 작용만을 길항하는 펜토리늄(pentolinium)은 흡연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다섯째, 흡연자에게 니코틴을 직접 투여하면 흡연에서 얻는 것과 같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며 이때 즐거움의 강도가 투여용량에 비례한다.

이상의 실험결과로 미루어볼 때 흡연은 니코틴중독현상이라고 해석되는데, 이는 경험적으로도 뒷받침되고 있다. 즉, 한때 니코틴을 제거한 담배를 시판한 적이 있었으나, 이것이 결코 흡연자에게 흡연의 즐거움과 만족감을 주지 못했으며 결국 상품화에 실패하고 말았던 것.

이처럼 흡연습관을 유발하는 니코틴은 그 자체가 해독을 끼치기도 한다. 말초혈관이나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니코틴으로 인해 더욱 악화될 수 있고, 소화성 궤양을 유발할 수도 있다. 또 일시의 60mg의 니코틴을 먹으면 대부분의 사람이 죽게 된다(담배 한개피에는 2mg 이하의 니코틴이 함유돼 있음).

그러나 담배의 해독은 니코틴보다는 타르나 일산화탄소가 더 무섭다. 타르에는 발암물질(benzo-a-pyrene)등 위험한 성분이 들어있으며 일산화탄소는 유독한 물질이다. 따라서 흡연으로 인한 유해효과가 흡연의 주목적이 되는 니코틴보다는 담배연기속에 들어 있는 여러 불순물에 의해 일어난다는 재미있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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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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