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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도의 열풍 아담한 슈퍼컴퓨터도 가능하다

초전도연구의 뜨거운 열풍이 컴퓨터과학자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최근 과학계를 흥분시키고 있는 연구테마는 '초전도체 개발'이다. 좀더 자세히 표현해서 절대온도 (K) 0도(-273℃)보다 높은 온도에서 전기저항 제로가 되는 물질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이다.
 

1911년 네덜란드의 '온네스'(H. K. Onnes)가 4.2K에서 수은의 전기저항이 갑자기 없어지는 것을 발견하고 이 현상을 초전도 현상이라 부른 이래, 초전도체 연구는 최근까지 80여년 동안 몇번의 좌절을 겪으면서도 지속돼 왔다. 즉 절대온도 0도 보다 좀더 높은 온도, 가능하다면 상온에서 초전도현상을 일으키는 물체를 개발해낸다면 과학기술계 전분야를 뒤흔들 수 있는 질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핵융합발전 입자가속기 MHD(자기유체동력학)발전 자기부상열차 핵자기공명영상장치(NMR-CT) 등 응용분야는 거의 무한에 가깝다. 그중에서도 특히 고집적 기억소자의 실현을 통한 초고속컴퓨터 개발에 초전도현상은, 두텁게만 느껴진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하나의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전기저항이 제로가 된다는 것은 저항에 의한 열이 발산이 없다는 의미. 바로 이점이 컴퓨터 설계자들에게 커다란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컴퓨터의 성능은 좁은 공간(칩)에 보다 많은 회로를 집적시키는데 달려 있다. 70년대 까지만 해도 실리콘의 집적도는 매년 2배씩 증가했으나, 80년대부터 집적 속도는 급속히 둔화되었다. 집적도가 높아지면서 회로에서 발생하는 열이 커다란 장애원인으로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중대형컴퓨터의 경우 10% 정도가 컴퓨터가 가열되지 않도록 하는 공조시스팀이 활용된다. 슈퍼 컴퓨터도 냉각시스팀이 고장나 가동이 중단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반도체 자체를 초전도체로 한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집적도 기술을 한단계 뛰어넘는 것이 가능하다.

 

조셉슨소자 모형(왼쪽)과 초전도체 내부 구조를 2천배로 확대한 사진.


실험실을 뛰쳐나온 초전도
 

초전도현상이 발견된 것은 1911년이지만 1973년가지만 해도 23K이상에서 초전도현상을 보이는 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2백50℃까지 주위 환경을 만들지 않는다면 초전도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따라서 초전도체가 응용되는 영역은 극히 제한돼 있었다. 물리학연구 진단시약 석유탐사 등 몇몇 연구분야에서만이 액체헬륨을 냉각시키는 데 드는 비용을 감수하면서 초전도체를 이용할 수 있었다.
 

1973년 이래 새로운 고온 초전도체를 발견했다는 이야기는 종종 나왔지만 모두 근거없는 것으로 판명되곤 했다. 일부 물리학자들은 초전도현상의 임계온도가 23K를 넘지 못할 것으로 섣불리 단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돌파구를 연 것은 IBM연구소의 '뮐러'와 '베트노르츠'. 1986년 1월 그들은 란탄과 바륨이 섞인 세라믹 구리 산화물을 냉각하면 전기저항이 크게 줄어드는 것을 발견했다. 몇개월후 35K에서 초전도성을 보이는 초전도체를 발견, 이를 즉시 학회에 보고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세계의 물리학계는 잠시 주춤했던 초전도연구의 열기속에 다시 빠져들었다.
 

1987년 3월 뉴욕에서 미국 물리학회가 열렸다. 여기서 전세계 수천명의 물리학자와 기술자들은 새로운 분류의 산화물 초전도체에 대해 토론했으며, 그 물질을 실제로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뮐러와 베트노르츠는 이 업적으로 87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이로서 초전도현상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사람은 도합 8명이 되었다.
 

그후 물리학자들은 90K보다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체가 되는 합성물을 알아내고 분리한 뒤 특성을 부여했다. 이는 뮐러와 베트노르츠가 발견한 란탄·바륨·구리산화물에서 란탄을 이트륨으로 치환한 것이다.
 

이후 IBM과학자들은 초전도물로 된 고온박막을 최초로 개발해냈다. 즉 액체질소의 온도 수준내에서 작동한 초전도 박막장치를 이룩해낸 것. 이는 초전도체로 각종 전자장치를 만드는 길을 열어 놓았다. 특히 이는 컴퓨터제조에 초전도응용의 제2단계 진보라 불리고 있다.

 

초전도컴퓨터 10년 이내에
 

초전도체에서 일어나는 마이스너 효과.


'초전도컴퓨터'란 말처럼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완전 초전도컴퓨터를 개발해내기는 10년이란 세월을 보내야 할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전도현상에 컴퓨터과학자들이 흥분하고 있는 이유는 부분부분 연구결과가 컴퓨터설계에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완전 초전도컴퓨터 개발의 첫단계는 회로기판상의 도선인 칩연결선에 초전도물질을 사용하는 것. 이부분은 구리와 기타 금속으로 된 미세한 도선이다. 이를 실현시키려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실용적일 만큼 높은 전류밀도를 가지도록 후막을 제조해야 한다.
 

그러나 기존 실리콘기술과 결합되었을 때 냉각문제가 있고 기존 배선이 현재의 기술로 손쉽게 해결되므로 대체하는데 상응한 경제성이 있느냐는 문제가 있다. 1987년 3월 미국 스탠퍼드 대학 연구팀은 초전도체의 박막 연구로 높은 전류밀도를 얻는데 성공, 초전도체에 의한 칩연결이 실현될 가능성은 매우 높아지고 있다. 올해 안으로 실현 시기를 잡고 있다.
 

다음 단계는 트랜지스터간의 칩내에서의 연결. 이름하여 '온칩'(On Chip)연결이다. 이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2백56KD램이라든가 1MD램 혹은 4MD램 내부에서 트랜지스터를 연결하는 회로에 초전도물질을 사용하는 것이므로 반도체집의 집적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때에도 냉각의 문제와 함게 기존 기술과 결합시, 세라믹으로 된 박막이 부서지기 쉽다는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IBM연구원들의 세라믹 초전도체 박막 제조기술의 개가가 온칩연결의 가능성을 훨씬 앞당겼다. 전문가들은 90년대가 오기 전에 견본칩이 가능하다는데 의견이 일치되고 있다.
 

완전 초전도 컴퓨터 개발의 마지막 단계는 소자 자체와 연결선이 모두 초전도체로 된 집적회로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2~3터미널 극소전자스위칭 소자의 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 초전도체가 소자 자체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이해하려면 초전도 현상의 3가지효과 중의 하나인 조셉슨효과를 이해해야 한다.

 

초고속컴퓨터를 가능케한 조셉슨효과
 

초전도체의 특성은 전기저항 제로, 마이스너(Meisner)효과, 조셉슨효과 3가지로 요약된다.
 

초전도 상태가 되면 전자는 둘씩 쌍을 이룬다. 이들을 '쿠퍼'쌍이라고 하는데, 이 의미는 모든 쿠퍼쌍이 모여 하나가 된다는 의미를 가진다. 하나가 된 초전도체전자는 금속이온이 방해할 틈도 없이 액체처럼 흐를 수 있다. 바로 이 상태가 전기저항 제로인 것이다.
 

초전도 관계 사진을 보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이 공간에 뜬 초전도물질이다. 이를 마이스너효과라 한다. 자기장 안에 도체를 넣으면 전자기 유도가 생긴다. 즉 자기장의 영향으로 도채에 전류가 흐른다는 뜻. 초전도체의 경우도 전류가 흐르는데, 여기서는 전기저항이 제로이므로 한번 생긴 전류는 자기장이 존재하는 한 계속 흐르기 마련이다. 이 전류를 '차폐전류'라 부른다. 차폐전류는 초전도체 주위에 외부 자기장의 영향과 반대방향의 자기장을 형성하고 이 반대방향의 자기장이 외부 자기장의 침입을 막는다. 결국 일정 공간을 유지하면서 초전도체는 뜨게 마련이다.
 

컴퓨터과학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연구한 것은 초전도체의 조셉슨효과. 2개의 초전도체를 얇은 절연체나 금속으로 연결시키면, 전압을 걸어주지 않아도 초전류(super current)가 흐르고 여기에 자장이나 외부전류를 걸면 쉽게 저항상태가 된다는 사실이 1962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생인 '조셉슨'에 의해 발견되었다.
 

이 초전류를 약한 자장이나 외부전류로 제어하면 스위치(온-오프) 역할을 한다. 조셉슨효과를 이용한 조셉슨접합은 저온전자공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탄생시켰다. 조셉슨접합 중에 가장 잘 알려진 것이 컴퓨터 기억소자로서의 응용이다. 조셉슨소자를 기억소자로 활용할 경우, 저온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전력의 소비가 적을뿐 아니라 훨씬 적은 전류로도 스위칭작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손톱만한 칩 위에 10만개 이상의 기억소자를 집적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그만큼 계산속도가 빠르다.
 

조셉슨효과를 이용한 조셉슨소자는 현재의 실리콘반도체 소자에 비해 10~1천배의 고속처리가 가능하며 소비전력도 실리콘소자의 1천분의 1에 불과하다. 또한 소자 자체의 작동 속도도 실리콘 소자에 비해 10배나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초전도컴퓨터란 이와같은 실리콘칩을 소자 및 연결부분까지 초전도물질로 대체해내는 것을 말한다.

 

비현실적이라는 비난을 극복
 

초전도물질 박막제조에 쓰는 전자선 베이퍼의 내부 모습.


초전도 컴퓨터는 앞으로 10년 안에 그 모습을 나타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회의론 또한 없는 것은 아니다.
 

유명한 컴퓨터 하드웨어 설계자들 중 대부분은 "초전도에 관한 논문을 읽어봤지만 이것이 앞으로 어떻게될지는 미지수다"라고 말하기도 하고 "초전도 컴퓨터를 운운하기 전에 우선 초전도 물질을 대량생산해내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은 훨씬 장래의 일일 것이다"라고 말한다.
 

또한 초전도컴퓨터를 '가짜증권과도 같은 비현실적인 것'이라고 단정지어 이야기하는 컴퓨터과학자들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생각도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다. "1개월 전의 비현실성은 얼마만큼 줄어들고 있으며 1년전의 비현실성 정도는 놀랄만큼 줄어들고 있다"고 자인한다. 그만큼 빠르게 새로운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계의 공룡들이라 불리는 미국 컴퓨터메이커들의 초전도에 대한 태도는 초전도연구의 현실적위상을 가장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AT&T의 벨연구소 6백명의 연구원 중 1백명 정도가 초전도 연구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나, 대부분 부업으로서 임하고 있다고 한다.

IBM은 좀 독특하다. 60년대 중반부터 조셉슨소자를 기본으로 한 컴퓨터연구를 해온 이들은 최근 고온 초전도체 개발로 활기를 띠고 있다.
HP(휴렛 팩커드)사도 초전도체컴퓨터를 위한 기초조사를 하고 있는 정도이다.
 

이들 이외의 대부분은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방관적인 자세다. 슈퍼컴퓨터로 유명한 크레이리서치사 미니컴퓨터의 대명사 DEC, 반도체계의 거성 인텔 등이 그 전형이다.
 

"초전도 현상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적극적인 연구는 아직 진행하고 있지 않다" 또한 "초전도는 흥미있는 분야이며 진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등의 표현이 바로 그들의 생각이다.
 

일본은 이보다는 적극적이지만, 그들의 5~6년전 캐치프레이즈였던 '제5세대컴퓨터' 내지는 '생각하는 컴퓨터'가 기초연구 부족으로 거의 공수표로 드러난 것과 마찬가지로 기초연구가 어느 정도인지는 의심스럽다.

 

열기는 뜨겁지만 현실은 냉험
 

초전도체 연구는 작년 올해 내년에도 과학계의 핫이슈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10년후 20년후가 되도 이러한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87년 7월 미국 레이건대통령은 초전도 재료의 실용화를 위해 3개의 입법조치 및 8개의 행정조치 등 11개항의 '초전도 개발 가속계획'을 발표했다. 초전도기술을 21세기 전략기술로 삼는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이라 할 수 있다. 일본 통산성 과학기술청 문부성도 초전도개발에 보이는 관심이 지대하다.
 

그결과 고온 초전도체가 속속 발견 내지 발명될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컴퓨터의 활용은 그렇게 만만치 않다.
 

앞에서 언급한 회로기판 상의 연결, 칩 위의 연결부분을 초전도물질로 바꾸는 문제는, 비록 이점이 있다 해도 돈을 들여가며 연구할 경제성이 있느냐는 점이다. 컴퓨터에서 발생하는 열의 대부분이 연결부분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집적회로 자체에서 발생한다. 칩 자체를 즉 칩 속의 소자와 소자 연결회로를 모두 초전도체화 하지 않으면 컴퓨터의 질적 비약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의미이다.
 

아뭏든 완전 초전도컴퓨터의 실현이 10년이 걸릴지 아니면 그 이상이 될지는 초전도체 연구 진전 상황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슈퍼컴퓨터와 같이 엄청난 데이타처리능력을 가지면서도 책상위에 얹을 수 있는 고속 고성능 컴퓨터가 가능하다면 컴퓨터계는 또한번 '제2의 마이크로프로세서 혁명'이 불어 닥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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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김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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