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C나 인터페론의 투여요법이 연구중이나 권장할 게 못된다.
인류가 앓아온 질환중 가장 오래되고 흔한 것이 바로 감기다. 특히 겨울철에는 도처에 감기환자가 있어 오히려 걸리지 않는 사람이 이상할 정도다.
감기가 병원균에 의해 발생한다는 사실이 실험적으로 증명된 때가 1914년. 그러나 현대의학의 눈부신 발달이 불치병을 하나 하나 정복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흔하디 흔한 감기만큼은 '특효약'이 아직 개발되지 못한 실정이다. 왜그럴까.
감기는 어떻게 걸리나
감기를 일으키는 병원균은 수없이 많이 밝혀져 있다. 그중에서 가장 흔한 원인균인 바이러스만 해도 약 1백여종이 감기를 일으킬 수 있다.
이들중 어른이 걸리는 감기의 가장 흔한 바이러스는 '리노 바이러스'다. 리노(Rhino)란 라틴어로 '코'를 의미한다. 여기서 옛날부터 감기의 주된 증상은 코감기였음을 알 수가 있다.
어른감기의 15~40%가 리노바이러스에 의해 발생되고 그외 '리스파이라토리 신시티알(RS)바이러스' 등 여러 바이러스가 감기를 일으키지만 증상이나 치료가 대동소이해 구태여 감기의 원인균을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독감으로 알려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처럼 심한 증상과 합병증 등이 동반되어 원인균을 확실히 밝혀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감기는 전염경로가 호흡기 감염이다. 감염된 환자의 기도 분비물이 기침 등을 통하여 대기중에 수포(水泡) 형태로 배출되면 그속에 병원균이 오래동안 생존할 수가 있게 돼 이들 수포가 다른 사람의 기도내로 흡입, 인체의 건강상태에 따라 발병하게 된다. 이러한 호흡기 감염경로는 현실적으로 예방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손을 통한 바이러스의 감염이 감기의 전염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져 유행성 감기가 극성을 부릴 때는 자주 손을 씻는 간단한 습관만으로도 전염경로차단에 큰 효과가 있다.
감기환자가 가장 흔하게 호소하는 경우가 코감기 증상이다. 감기의 초기증상은 대개 콧물이 심하게 나고, 코가 간지러우며 재채기가 나거나, 코가 막혀 킁킁대고 심하면 호흡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러한 코감기 증상은 감기환자의 3분의 1내지 2분의 1에서 나타난다. 다음으로 많은 증상은 목감기 증상. 감기환자의 25% 내지 50%가 목이 붓거나 아프고 심하면 음성이 쉬며 기침 가래 등이 동반된다.
일반적인 감기증상으로 열이 동반되는 것이 보통이나 섭씨 39도 이상의 고열을 동반하는 경우는 드물다. 감기환자가 심한 고열을 동반하면 혹시 다른 합병증이 병발하지 않았나 의심하여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감기환자 중에는 이러한 호흡기 증상은 약하나 오히려 두통 전신피로감 관절통 등 전신증상이 주증상인 경우도 25%나 되는데 이를 우리 민감 의학에서는 옛날부터 '몸살'이라고 불러왔다. 이러한 몸살은 기도로 감염된 바이러스가 혈중내(血中內)로 침범하여 나타나는 전신증상이다.
감기란 한번 걸리면 대개는 특별한 치료없이도 인체내의 면역기전에 의하여 4~9일(평균7.4일)이 지나면 완쾌되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10일 이상 감기를 앓게 될 경우라면 단순한 감기로 여기지 말고 합병증 유무를 관찰하는 것이 좋다.
감기특효약이 없는 이유
감기의 특효약이 없는 이유는 감기의 원인이 대개 바이러스인 경우가 많고, 바이러스는 인체세포내에서 생활, 증식하는 미생물인 까닭에 인체세포에 손상을 주지 않고 바이러스에만 작용하는 약을 개발하기가 기술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즉 바이러스를 죽이기 위해서는 인체세포도 손상을 주게 되므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되어, 대부분의 감기환자에게 원인균에 대한 근본적 치료법을 시행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환자의 증상에 따라 대증요법만이 최상의 치료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안정이 감기에선 가장 중요한 치료법이다. 감기가 들면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안정하며, 균형있는 영양식을 섭취하여 환자의 전신상태를 좋게 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법인 셈이다.
약물요법으로는 환자의 증상에 따라 적절한 약제를 투여한다. 즉 두통이나 관절통 고열 등이 있는 경우는 아스피린계통의 진통해열제를 투여한다. 그러나 흔히 독감이라고 알려져 있는 인플루엔자인 경우, 특히 어린이들에게 아스피린을 투여할 경우에는 '라이씨증후군'이라는 뇌와 간을 침범하는 치명적인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유행성 독감 환자의 경우 아스피린 대신 다른 진통해열제를 투여하는 것이 좋다. 감기로 인하여 콧물이 심한 경우는 항히스타민제 등을 투여하면 좋은 효과를 얻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항히스타민제는 약리작용상 수면효과가 있어 때로는 심한 졸음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어 주의를 요한다.
한편 기침이 심한 환자는 코데인 등이 포함된 진해제를 사용할 수가 있고 가래가 많은 경우는 거담제 등을 투여하는 것이 감기의 보조요법적인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항생제는 원칙적으로 바이러스성 감기인 경우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미 언급했듯이 항생제는 세포내에 존재하는 바이러스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능력이 없어 효과를 기대할 수가 없고 오히려 약제 내성균의 인체내 증식이 유발되거나 항생제의 부작용이 유발되어 치료에 장애가 되는 수가 많다.
그러나 감기로 인한 세균성 합병증(폐염 기관지염 축농증 중이염)이 병발되면 주저없이 빨리 적절한 항생제를 사용해야 하고, 원인균이 용혈성 연쇄상구균에 의한 상기도 감염인 경우는 적절한 항생제를 투여해야만 한다.
충분한 휴식과 영양식이 중요
감기는 위에서 언급되었듯이 특효약이 없는 까닭에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감기가 유행할 때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균형있는 영양식을 섭취하여 전신의 건강상태를 높이는 것이 저항력을 길러주게 된다.
그리고 외출후, 특히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거쳐 귀가했을 시는 반드시 손을 씻는다든지 소금물로 양치질을 하는 등의 예방법만으로도 감기의 감염빈도를 훨씬 낮출 수가 있다.
최근 감기의 예방이나 치료에 비타민C의 대량투여가 효과가 있다는 논문들이 일부 유명학자들에 의해 발표되어 비단 의학계뿐만 아니고 일반인들에게도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연구된 결과를 종합해보면 비타민C를 대량 투여한 사람들에게서 감기를 예방하는 효과는 없고 다만 감기에 걸렸을 때 감기를 앓는 기간을 조금 단축시킨다는 통계가 나왔을 뿐이다. 따라서 내과 교과서적 입장에서 보면 감기예방을 위한 비타민C의 대량투여는 권장할만한 방법이 못되고 있다.
한편 일본 후생성에서도 감기예방을 위해서는 비타민C의 대량투여를 더 이상 권장하지 않는다는 공식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이것은 감기에 비타민C가 해롭다는 뜻이 아니고 감기에 걸렸을 때 싱싱한 과일을 먹는 등 적당량의 비타민C 섭취로 충분하며, 하루 필요량의 10~15배씩 투여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간혹 비타민C의 대량투여시 오줌을 산성화시켜 신장결석을 유발시키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어 감기의 예방이나 치료에 있어 비타민C의 대량투여효과는 회의적이라고 하겠다.
1960년대 후반 경부터 구미 선진국에서는 감기의 예방주사개발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시행되고 있으나, 감기를 일으킬 수 있는 원인균이 너무 많아 감기예방주사의 실용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그러나 인플루엔자 독감의 경우는 노약자들에게 임상적으로 예방주사가 적응증이 되는 경우 널리 사용되고 예방효과 역시 우수하다.
또한 인터페론 등 항바이러스 효과를 가진 여러 면역물질 등이 개발되어 감기초기에 투여하면 우수한 치료효과를 나타내고 있으나 이러한 항바이러스 약제들이 아직까지는 너무 고가이고 투약시기도 발병초기에만 투여해야 효과가 있는 등의 단점이 있어 널리 사용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의학이 이런 상태로 계속 발달해 간다면 2000년대에 이르러서는 감기의 예방 또는 치료제가 개발되어 인류가 감기없는 세상을 살 수 있는 날이 온다는 것이 꿈만은 아닌 가능한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