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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년 이어온 동양의 전통

체질 고려한 약제 선택

한의학에서는 식물약제를 물질 그 자체의 효능만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체질과 결합시켜 어떤 효과가 나는지를 종합적으로 검증해내고 있다.

식물에는 사람의 생명을 기르고 연장시키는 물질이 들어있는가 하면 반대로 억제시키고 위협을 주는 것도 허다하다. 동양에서 수천년간 써온 식물약제들은 오랫동안 실제로 활용돼 왔고 그 임상효능을 집대성하고 이론화해 인체에 적용시켜 왔다.

이와같은 약초들의 효능 효과를 약초들의 명칭에 부여한 것을 보면 선조들의 지혜를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미치광이풀’ 은 사람이 먹으면 즉각 광적인 반응을 보이는데 여기에 들어있는 히요스시아덴 같은 성분들이 중추신경을 지나치게 흥분시켜 발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식물약제를 단순한 물질로서의 효능만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음양이론을 적용시켜 체질의 음양에 부합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모든 식물약제에는 차고 더운 것이 있고 인체의 차고 더운 체질과 서로 연관을 시켜 새로운 치료법을 창안하는 것이다. 한 예로서 감기로 열이 날 때 몸이 찬 체질인 사람은 더운 약재로서 땀을 나게 하는 계수나무의 가지를 쓰고, 더운 체질인 사람은 황금이라는 냉한 약물로서 열을 내리게 한다. 이런 식으로 동양에서는 식물약제를 사용하고 있다. 바로 이런 점이 서양사상과 다른 점이다.
 
수천년 이어온 동양의 전통
 
보건위생의 삼각지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약제를 보면 규격이 일정치 않고 또 의약품으로서의 관리가 소홀해 효능보다도 위생상에 많은 의문이 생기게 한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금년부터 한약제의 유통관리를 현대화하고 모든 약재에 대한 농약과 중금속 검사를 철저하게 실시할 것이므로 우선 정부의 시책에 기대를 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일이 하루아침에 개선되기는 힘들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해 경희대 한의대에서는 시판되고 있는 한약재(국산 및 수입품) 농산물 1백20종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실시했다. 실험대상 모두 식품기준치와 일치했으나 그 중에 5개 품목에서 허용기준치를 초과했다. 그러나 한약을 환자에게 투여할 경우에는 소위 법제과정이라는 것을 거치게 되는데, 약재를 열이나 물로 씻고 불로 쪄서 독성을 제거하고 환자에게 복용시키므로 유독물질이 완전히 없어진다.

한의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나 서양의학을 전공한 사람 중의 일부는 식물약제(한약)를 먹으면 금방 간이 손상돼 치료불가능하게 된다고 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임산부가 한약을 먹으면 기형아를 낳는다고 까지 한다. 그러나 위험 약물이 될 소지가 있는 약초에 대해서는 의사가 환자의 체질에 알맞게 조제 처방해 안심하고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한의사들은 환자를 명확하게 진찰하고 부작용없이 탁월한 치료반응을 얻기 위해 약초를 선별하고 근원적인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다.

늘상 먹는 감자 고구마 쌀 상추 도라지 마늘 부추 등에는 풍부한 영양소가 들어있다. 그러나 이런 음식들이 체내에 들어가면 위나 간 폐 혈액상에 변화를 초래하는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소량으로 다양하게, 그리고 계절에 알맞게 조화시켜 먹는다면 음식들은 생명의 힘이 되지만, 어느 한가지만을 과다하게 먹는다면 음식이 아닌 치료제가 된다.

도라지를 예로 들면 껍질을 까고 삶아 양념해서 먹으면 상큼한 씹는 맛과 향기가 좋은 일품요리다. 그러나 도라지를 껍질채 말려 한번에 12g 이상을 복용하면 가래를 삭히고 기침을 멎게하는 진해거담제로 변하게 된다. 도라지에는 프라티코딘이라는 성분이 있어서 이런 반응을 보이게 된다.

요즘에 마늘이나 양파에서 고지혈증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물질을 찾아낸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또 연뿌리는 쪄서 반찬으로 먹지만, 생으로는 코피 대변출혈 각혈증에 걸린 사람들의 혈관을 수축시키며 혈액응고시간을 단축시키는 약제로 쓰인다.

이렇게 같은 식물이라도 제조과정에 따라서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게 된다.

보약도 알고 먹어야 보약

보약은 막연한 개념속에서 이뤄지는 관념적 생활습관이 아니라 식물약제가 체내에 들어가 면역세포의 수를 증가시키고 피로를 막아주면서 신진대사를 활성화시킨다는 뜻이 된다.

면역 증강물질로는 인삼과 오미자를 들 수 있다. 현대와 같은 복잡한 사회에서는 정신노동을 많이 하게 되는데 보약을 먹으면 집중력 기억력 의지력 사회활동의 폭이 증가하고 쉽게 피로하지 않으며 강한 의지력을 나타낸다.

즉 병원균이나 내부 장기에서 일어나는 병적상황에 대처하는 면역기능이 강화돼 질병에 걸리지 않는 저항력을 얻게 된다.

최근에 이뤄지고 있는 식물약제에 대한 동서양의 연구활동은 식물약제대 대한 효능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발전시키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통계학적인 고증에 따르면 식물약제(보약)을 먹고 30% 이상의 면역 증강작용이 나타났다고 한다.
 

1996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안덕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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