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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전자문명시대의 복병-전자스모그

갑자기 택시미터기가 고장나는가 하면 안구의 온도가 높아지고 로봇이 사람을 죽인다.

전자공학의 발달이 인류의 풍요로운 삶에 큰 보탬이 돼온 것은 사실. 그러나 전자제품이 범람하게 됨에 따라 예기치 않았던 부작용들이 꼬리를 물고 나타나고 있다. 그 가운데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이 소위 '전자스모그'.스모그라고 하면 1952년 수천명의 사망자를 낸 런던의 대기오염사건을 떠올리겠지만, 전자스모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파로서 인간에게 직접 간접의 피해를 미친다.

 

로봇은 전자스모그에 의해 흉기로 돌변할 수 있다.


로봇왕국의 로봇살인
 

1982년 2월 일본 야마니시현의 한 밸브가공공장. 정지중이던 나사깎기 로봇이 돌연 작동을 시작해 정비중이던 근로자 한 명이 사망했다. 원인은 부근에 있던 크레인에서 순간적으로 발생한 전기불꽃이 전자노이즈를 발생시켰던 것으로 판명됐다. 현재 8만대 이상의 로봇이 가동중에 있어 세계 최대의 로봇 보유국인 일본에서는 '로봇살인'이 큰 사회문제로 되고 있다. 일본 노동부에 따르면 78년이후 로봇에 의해 사망한 공장노동자의 수는 10명에 달하며 부상자만도 매년 7~8명에 이른다고 한다.
 

로봇이 이처럼 폭주한 원인은 로봇 자체에 기계적 결함이있어서가 아니라 주변에서 발생한 전자파가 로봇의 작동을 혼란시켰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우리는 전자파의 홍수속에 살고 있다고 할만큼 수많은 전자기기에 둘러싸여 있다. 가까이에 있는 퍼스널컴퓨터, 전자레인지, TV로부터 전철, 송전탑, 안테나, 자동화장치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는 다양하다. 여기서 나오는 전자파는 직접 인체에 해를 끼치기도 하지만 종종 다른 전자기기의 작동을 방해해 위험을 초래하기도 한다.
 

먼저 전자파가 인체에 직접 끼치는 영향은 주로 마이크로파에 의한 열효과를 통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마이크로파라고 하면 TV방송에서 사용되고 있는 극초단파(UHF)로부터 위성통신이나 방송위성이 사용하는 센티파(SHF), 밀리파(EHF)까지를 포함하는데, 전자 레인지가 음식을 덥히는 것은 바로 마이크로파의 열효과를 이용한 것이다. 이 문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미국은 지난해 전파의 환경기준을 세워 놓고 있다. 즉 동물실험을 통해 체중 1kg당 4W의 전파를 쏘이면 체온이 1℃ 상승하는데, 그 10분의 1의 강도를 안전기준으로 정한 것이다.
 

열효과를 이야기할때 많이 드는 예가 휴대용 무전기(트랜시버)의 위험성. 여기서 나오는 마이크로파가 안구의 온도를 높혀 백내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혈액이 흐르는 몸의 다른 부분은 온도가 올라도 곧 식지만, 안구속의 수정체에는 혈액이 흐르지 않아 쉽게 온도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얼굴에서 5cm 떨어진 곳에 휴대용 무전기를 댔을 때 2백MHz일 경우 0.4℃, 1천MHz일 때는 1.1℃나 상승시킨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안구의 온도가 4℃ 올라가면 백내장의 위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0.4℃ 정도가 안전기준치로 간주되고 있는데, 3백MHz이상의 용량을 가지거나 교통순경처럼 휴대용 무전기를 늘 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일단 위험권 내에 들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이와같은 열효과 말고도 전자파가 염색체의 이상이나 뇌속의 칼슘의 유출, 또는 면역기구의 교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도 나오고 있다.
 

휴대용 무전기에서 나오는 마이크로파가 백내장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전자파의 홍수가 혼란 불러
 

전자스모그가 일으키는 간접적 피해는 훨씬 다양하다. 전자파 공해란 면에서 우리보다 '선진국'인 일본의 사례를 알아보자. 지난 85년과 86년 두차례에 걸쳐 전철의 무선교신이 두절된 일이 발생했다. 밝혀진 원인은 인근 주택의 TV게임기에서 나온 펄스신호의 전자파. 또 85년 7월에는 항공관제용 레이다 화면에 방해영상이 나타나 관계자들을 당혹케했다. 결국 밝혀진 범인은 공항에서 2백m 떨어진 민간 옥상의 TV전파 증폭기.
 

그 밖에도 전철의 팬더그래프에서 일어나 스파크에 의한 택시 요금미터기의 교란, FM라디오 전파가 자동변속(오토매틱)자동차의 제어장치를 혼란에 빠뜨린 사례, 심장병 환자의 몸속에 내장된 페이스메이커가 쇼윈도우에 있던 도난방지기의 전파로 교란돼 심장발작을 일으킨 일, 그리고 여객기내에서 사용한 휴대용 워드프로세서가 조종실 계기의 오동작을 일으킨 일 등이 세계 각국에서 보고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불필요하게 흘러넘치는 전자파의 발생원은 무엇일까. 이제까지 든 사례를 통해 체계적으로 정리해 보자. 우선 들 수 있는 것이 자연현상에 의한 전자파이다. 그 원인으로 벼락, 태풍, 화산의 분출에 수반되는 방전현상, 전파성, 태양 등의 전자파 방사 등을 들 수 있다.
 

보다 심각한 것이 인공적인 전자파. 첫째, 계측용 전자기기와 퍼스널컴퓨터, 워드프로세서 등의 정보처리기기를 들 수 있다. 이들은 자체의 기능으로서 펄스파 등 넓은 범위의 파장을 가진 전자파를 방출하기 때문에 부근의 전자기기에 대한 영향을 예측하기가 무척 어렵다.
 

둘째, 기기 자체가 고주파를 발진하는 것들이 있다. 전자 레인지, 공업용 고주파 가열장치, 라디오, TV등이 대표적 예이다. 셋째, 방전을 이용하는 전자기기로서 자동차의 점화플러그, 형광등, 가전제품의 스위칭 전원, 스폿용접기 등을 들 수 있으며, 이들은 방전시 높은 주파수의 전자파를 방사한다.
 

넷째로 전력의 수송과 이용에 수반하는 것으로서 상업용 주파수 및 직류전력의 수송과 이용, 고주파의 전력시스팀이 여기 해당한다. 끝으로 시스팀의 기능과는 관계없이 전자파를 내는 것으로서 고전압 송전계통에서의 코로나 방전, 전차의 팬더그라프 접촉점에서 일어나는 방전 등이 그 원인이다.
 

번개의 방전은 자연계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전자파의 대표적 예이다.

 

우리나라도 예외 아니다
 

이상과 같은 불필요한 전자파의 발생원을 살펴볼 때 우리나라도 '전자스모그'의 예외 지역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아직까지 정확한 피해실태가 보고되지는 않고 있으나 앞으로 그런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농후하다.
 

예컨대 로봇의 경우 노사분규의 회오리가 가라앉은 요즘 자동화열기가 일고 있어 그 수자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이런 추세로 자동화가 진행된다고 할 때 우리나라에서도 '로봇살인'이나 로봇에 의한 산업재해가 발행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자동변속장치를 갖춘 자동차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이런 자동차가 잇달아 사고를 일으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 아직 확실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엔진 점화의 불꽃에서 생긴 전자파가 자동변속장치의 전자회로를 교란시킨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겨울철에 흔히 경험하는 정전기 현상도 주변에 널려진 전자기기에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 정전기는 1조분의 1초 정도 동안 순간적으로 일어나며 밝은 곳에서도 불꽃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정전기를 띤 의자와 그렇지 않은 의자가 부딪쳤을 때 나오는 방전만으로도 1m반경내의 컴퓨터 또는 단말기의 회로를 교란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한편 전선(電線)주변에 생기는 약한 자기장이 어린이에게 암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보고가 최근 미국과 스웨덴의 연구자들에 의해 이루어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의'사비츠'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가정에 설치된 전선에 의한 자기장에 가장 많이 노출된 곳의 어린이는 가장 적게 노출된 곳보다 5배의 발암률을 보였다는 것. 자기장이 돌연변이를 일으키진 않지만 성장하는 어린이에게 암유발을 도울 생물화학적 변화를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 연구는 아직 확정적이진 않지만 전자파의 위험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전자공학의 발달이 우리 생활에 편리함과 때로는 안전함을 가져다 준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훨씬 복잡해졌음도 분명하다. 이는 인간이 예측할 수 없는 돌발사태가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가장 완벽한 안전장치를 갖췄다는 원자력발전소의 잇단 사고는 그 가능성을 잘 보여준다. '전자스모그'는 대가없이 문명의 이기를 향유할 수 없다는 교훈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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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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