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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로스웰 UFO 추락현장을 가다

UFO전문가들은 로스웰사건을 거의 신화처럼 받든다. 이번 취재는 그 신화에 커다란 흠집을 만들었다. 올해 발표된 UFO잔해가 거짓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하지만 신화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에서 LA(로스앤젤레스)까지 가는 일은 매우 곤혹스럽다. 9시간 동안 조그만 의자에 꼼짝없이 갇혀 있어야 한다. 다행히 위안이 됐던 것은 UFO 취재와 관련한 영화 한편이었다.

영화 제목은 ‘도착’( The Arrival). 제트추진연구소에서 일하는 전파 천문학자 제인은 어느날 외계은하 늑대 336지역에서 오는 신호를 포착한다. 그러나 이 사실은 은폐되고 함께 일하던 동료마저 살해당한다. 제인은 이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20개의 가정용 위성안테나를 연결해 외계신호를 다시 찾아나선다.

이 과정에서 그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외계에서 오는 신호와 똑같은 신호가 멕시코지역에서 발생한 것이다. 그는 곧바로 멕시코로 달려가 외계인기지와 인간의 탈을 쓴 외계인을 찾아낸다.

한편 과학계에서는 지구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매우 큰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 보고가 나왔다. 그 원인은 바로 외계인이 자신들이 지구에서 살 수 있도록 지구환경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제인은 알게됐다.

이 영화는 화성대기를 바꾸면 인간이 그곳에서 살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모티브가 됐다. 또 무릎관절이 뒤로 꺽이고 토끼 모양의 귀를 가진 특이한 외계인도 등장한다. 그러나 정작 흥미를 끈 것은 영화의 무대가 멕시코라는 사실이다. 지금 찾아가는 뉴멕시코주나 텍사스는 UFO는 물론 멕시코와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UFO로 유명해진 로스웰시

엘파소(El Paso)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LA에서 맞춰놓은 시계를 다시 거꾸로 1시간 돌려놓았다. 뉴멕시코 여행이 이제부터라는 다짐이기도 했다. 10번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약 80km를 달리면 라스크루시스(Las Cruces)가 나오고, 다시 70번도로 동쪽으로 들어서면 로스웰을 가게 된다. 로스웰시는 뉴멕시코주 샤베스군에 속에 있으며 텍사스주 엘파소로부터 3백23km 떨어져 있다.

로스웰로 가는 길목에는 소금을 뿌려놓은 듯한 화이트샌트사막이 있다. 이곳은 미사일기지가 있어 유명하지만, 더욱 잘 알려진 것은 1945년 7월 16일 세계 최초로 이뤄졌던 핵폭탄 실험일 것이다. 트리니트(삼위일체라는 뜻)사이트는 이를 기념해 만든 기념관이다. 또한 알라모고르도에 있는 스페이스센터도 즐거운 볼거리다.

로스웰시의 주요 산업은 농업이지만 최근 교통의 중심지로 부각되고 있다. 1600년대에 스페인인들이 처음 개척한 이래 1800년대부터 목장이 건설되기 시작했다. 로스웰시는 오는 길에 봤던 알라모고르도와 더불어 군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이곳에는 1891년에 설립된 뉴멕시코군사연구소가 있다. 그러나 정작 로스웰을 유명하게 만든 것이 UFO추락사건임은 로스웰시장실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시청 2층에 자리잡은 시장실 입구에는 외계인 상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시장실 안에 들어서자 외계인 모형들이 즐비하고, 유명한 도색잡지인 펜트하우스가 액자에 걸려 있었다. 펜트하우스 9월호 특집이 외계인 누드였다는 사실을 그때서야 알았다.

토마스 E 제닝스시장은 로스웰시가 UFO로 유명해진 것에 대해 이유야 어떻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사건의 진위를 묻자 “그 사건을 직접 보지 못했다”는 식으로 공식적인 답변을 피했다. 그는 “로스웰사건이 시의 홍보에 큰 역할을 한다”며 UFO가 그려진 로스웰시의 상징배지와 로스웰 안내서를 보여주었다. 그의 명함에도 역시 같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로스웰시장은 외계인시장으로 유명해졌다.그는 정책적으로 로스웰시의 상징으로 UFO와 외계인을 내세우고 있다.
 

UFO수수께끼박물관

로스웰시에는 2개의 UFO관련 박물관이 있다. 그중에서 먼저 찾아간 곳은 UFO수수께끼박물관(UFO Enigma Museum)이다. UFO수수께끼박물관은 시내에서 남쪽으로 6km 정도 떨어진 한적한 곳에 있었다. 왜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 있을까 하는 이유는 주위를 둘러보고서야 알게 됐다.

바로 로스웰육군항공기지(RAAF)가 그 곁에 있기 때문이다. 육군항공기지는 1947년 로스웰사건이 일어났을 때 외계인이 머물렀던 곳이다. 그러나 그해 8월 워커 에어포스베이스로 이름이 바뀌었다.

1992년 4월에 문을 연 이 박물관은 약 70-80평 남짓한 곳이지만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된 개인 UFO박물관이다. 운영비는 방문객으로부터 1달러씩 입장료를 받고, 일부에서 얻은 기부금과 UFO관련 기념품을 팔아 마련하고 있다.

이곳 운영을 맡고 있는 존 프라이스(44세)는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2만5천여 방문객이 찾아왔다”고 말한다. 어릴 적 아버지로부터 로스웰 UFO추락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라다가 1987년 UFO박물관을 세울 결심을 했다고 한다.

프라이스는 “로스웰사건은 분명한 UFO추락사건”이라면서 추락현장에서 수집한 여러 가지 물건들을 보여줬다. 그가 보여준 물건 중에는 올 6월 유타주에 사는 블레이크 라손이라는 사람으로부터 구했다는 UFO잔해도 있었다. 그러나 프라이스는 그 금속조각이 “진짜인지는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프라이스와 인터뷰하던 도중에 매우 재미있는 정보를 하나 입수했다. 바로 근처에 UFO를 매일 관측하는 남매가 있다는 것이었다. 비록 1947년에 일어났던 로스웰사건과 거리가 있지만 한번 만나보기로 했다.

로스웰 데일리 레코드

수수께끼박물관 문을 나서면서 1947년 당시에 간행됐던 로스웰 데일리 레코드라는 신문을 샀다. 7월 8일자 1면 머릿기사는 “RAAF가 로스웰목장에서 비행접시를 붙잡다-자세한 사항은 드러나지 않아”라는 제목이 붙어있었다.

“8일 정오 로스웰육군항공기지의 발표에 따르면 509폭격대가 비행접시를 찾아 이를 상부에 보냈다. 그러나 비행접시가 어떻게 생겼으며 무엇으로 구성돼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윌모트부부는 비행접시가 추락하던 날 밤 9시 50분경 지름 5-6m, 높이 1.5m 정도의 비행접시(두개의 접시를 서로 엎어놓은 모양)가 4백50m 상공에서 시속 6백-8백km의 속도로 날아가는 모습을 봤다고 증언하고 있다. 윌모트부부는 시에서도 가장 존경받고 믿을만한 사람들이다.”

7월 9일자 머릿기사는 “래미장군 비행접시 감추다”였다. 내용은 로스웰에서 찾아낸 잔해는 비행접시가 아니고 기상관측기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인터뷰에서 최초의 목격자인 브래즐은 “전에 두개의 기상관측위성을 직접 본 적이 있다”면서 그러나 “로스웰에 추락했던 비행물체는 그 어떤 기상관측위성도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차 안에서 잠깐 기사를 읽는 동안 로스웰육군항공기지를 지나 에스카밀라 남매가 꾸며놓은 미드웨이 사이팅(Midway Sighting)박물관이라는 곳에 당도했다. UFO수수께끼박물관으로부터 10분거리(15km)에 있는 덱스터군에 있었다.

UFO도시

에스카밀라 남매가 일약 유명세를 탄 것은 1994년 11월 20일 UFO를 비디오로 촬영한 때문이다. 맏형인 호세(43세)가 UFO촬영으로 NBC, ABC 등 미국의 유명방송국에 출현하자 이번에는 남동생 매뉴얼(41세), 베키(33세)도 나섰다. 그들은 매일 16시간 동안 비디오카메라를 로스웰평원 방향으로 고정해 놓고 UFO가 찍히기를 기다렸다. 그 결과 많은 UFO를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갈수록 사람들이 UFO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95년 3월 미드웨이사이팅이라는 박물관을 세우고 자신들이 찍은 비디오테이프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비디오테이프 하나에 1백25달러라면 적지 않은 가격이었다. 남매가 모두 매달린 만한 장사다.

에스카밀라 남매는 UFO관측소 입구에 ‘UFO도시’(전에는 ‘뱀혀가 날름거리는 곳’으로 부름)라는 간판을 세워놓았다. 이곳 박물관은 우리나라 시골길에서 사과나 배를 내놓고 파는 허름한 창고를 연상시켰다. 또한 박물관 전시물은 자신들이 찍은 사진들 뿐이었다.
기자가 들어서자 매뉴얼과 베키가 반갑게 맞이했다. “호세는 어디 있냐”고 물었더니 베키가 “외지에 출타 중”이라고 대답한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20여대의 UFO편대비행, 아름답게 발광하는 UFO, 헬리콥터처럼 보였다가 나중에 영락없이 UFO로 보이는 장면들. 정말 수많은 UFO들이 그들이 보여준 비디오에 담겨 있었다.

과거에는 자신들이 “비디오카메라를 열어놓아 UFO가 찍히는 것을 기다렸지만, 지금은 텔레파시가 오므로 그때 비디오를 찍는다”고 매뉴얼은 설명한다. 뒤에서 누가 쳐다보면 뒷통수가 따갑듯이 텔레파시가 오면 그런 느낌이 든다고 한다. 또 어떤 때는 눈앞에서 불빛이 깜박거리고, “안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고 했다. 베키는 UFO가 착륙한다는 메시지를 받고 요즘 촬영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우스갯소리로 정보기관에서 혹시 찾아오지 않느냐는 질문에 CIA가 매년 4차례 찾아와 방문객과 촬영한 비디오를 조사해 간다는 충격적인 대답을 들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어떤 제재를 받은 적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비전문가인 기자의 눈에 석연치 않은 구석들이 있었다. 비디오에서 본 것 중 벌로 보이는 것을 그들은 UFO라고 우겼다. 또 UFO를 촬영한 장소도 문제였다. 우선 비디오를 설치해 놓은 곳에 나무가 있어 낙엽이 많이 지므로 UFO의 비행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 또 벌이 날아다니므로 UFO가 빠른 속도로 나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 그밖에 2시간여 동안 머물면서 수많은 비행기가 오고가는 것도 목격할 수 있었다.
 

윌터 하우드
 

회색 외계인과의 만남

하룻밤을 로스웰에서 지샌 후 다음날 로스웰시 중심도로에 위치한 국제 UFO박물관을 찾아갔다. 입구에는 제시 마셜 2세가 11살 때 보았던 UFO 모형이 걸려 있었다. 박물관 안에는 그동안 목격됐던 UFO 사진과 각종 자료들이 전시돼 있었다. 특별히 눈을 끈 것은 외계인 모형이었다. 이 모형은 1994년 로스웰 사건의 목격자들이 증언한 바를 따라 제작된 것이다. 외계인은 회색인종으로 키는 1백5cm, 몸무게는 23kg, 손가락과 발가락은 각각 4개씩이었다. 특히 이 외계인은 로스웰필름이 공개되기 전에 제작됐다는 점에서 많은 것을 시사했다.

국제UFO박물관은 1991년 9월에 월터 하우트, 글랜 데니스, 그리고 맥스 리텔이 함께 세웠다. 하우트는 로스웰사건이 일어난 때 로스웰육군항공기지의 공보장교로 근무했던 사람이고, 데니스는 당시 그곳 영안실에서 근무했다. 그리고 현재 박물관 운영책임을 맡고 있는 리텔은 친구인 데니스로부터 로스웰사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듣다가 UFO에 빠지게 된 사람이다.

기자는 처음 월터 하우트와 글랜 데니스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가 잔뜩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하우트는 약 1백10km 떨어진 곳에 있어 취재 일정상 만나기가 어려웠고, 데니스는 출타 중이었다.
리텔은 로스웰사건을 회고해 달라는 부탁에 “당시 신문을 보고 처음 알았으며, 나중에 친구인 데니스로부터 발표되지 않은 이상한 얘기를 들었다”고 말한다. 데니스는 로스웰육군항공기지에 근무하던 시절 지금까지 보지못했던 금속으로 이뤄진 특이한 잔해들을 봤으며, 간호원으로부터 외계인 시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리텔은 지난 9월 8일 마을사람들과 함께 UFO를 목격했다고 자랑삼아 말했다. 하얗고 푸른 빛이 도는 UFO였다고 한다. 리텔은 혹시 로스웰사건에서 구한 잔해나 물증이 없냐는 질문에 창고 속에 감춰두었던 금속조각을 꺼내서 보여줬다. 그러면서 “이것은 얼마전 블레이크 라손이란 사람이 건네준 것으로 로스알라모스국립연구소에서 분석을 끝냈다”고 말한다. 앞서 UFO수수께끼박물관에서 보던 것과 같은 종류의 금속조각이었다. 왜 이렇게 중요한 물건을 전시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누가 훔쳐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UFO잔해 분석

리텔이 건네준 로스알라모스국립연구소의 분석자료는 로스웰사건을 푸는 매우 중요한 열쇠였다. 96년 7월 30일 국제UFO박물관의 요청으로 로스웰 추락현장에서 찾아낸 UFO 잔해로 보이는 2개의 금속조각에 대한 동위원소 분석이 실시됐다. 잔해분석에는 영국제 열이온화질량스펙트로미터(TIMS)가 사용됐다. 또한 박물관에서 나온 밀러 존슨과 그의 부인 마릴린이 참관한 가운데 실시됐으며 모든 과정은 박물관의 요구대로 비디오테이프에 담겼다.

분석결과 2개의 금속조각은 각각 구리와 은이 50대 50으로 섞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던 성분은 지구에서 생성된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2개의 표본에서 산출된 구리의 경우 63Cu와 65Cu의 비율이 각각 2.2391, 2.2383으로 지구에서 발견되는 평균치와 0.5-1%의 오차를 보였다(표1). 표본의 수치는 인간이 정제해서 쓰는 구리성분(2.2393)과도 큰 차이가 없었다.
 

(표1)구리 동위원소 분석
 

결국 로스웰 잔해로 추정되는 금속조각은 지구에서 그 원료를 구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실험에 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은의 결과도 대체로 지구의 것이 명백하지만(표2) 하나의 표본에 대해서 분석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로스알라모스의 변명은 시간이 없었다는 것. 그러나 그들은 구리분석에 대한 결과가 명확하기 때문에 UFO잔해는 전체적으로 지구에서 구한 물질이라는 결론이다. 또한 흠을 하나 더 들자면 국제과학위원회에서 발표한 자료에는 지구 상에서 채취되는 구리와 은이 얼마나 큰 편차를 보이는지를 나타내고 있지 않다.
 

(표2)은 동위원소 분석
 

UFO가 추락한 콘농장

로스웰시에서 북쪽으로 30분 정도(40km) 가면 콘농장이 나온다. 이 농장은 UFO가 떨어졌던 장소로 현재 관광코스로 개발돼 있다. 농장주인인 허브 콘과 그의 부인 실라(34세)는 어른 한사람당 15달러씩 받고서 자신의 농장 한구석에 있는 추락장소를 안내해 준다.

실라는 1994년 3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농장을 기웃거리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그저 둘러볼 뿐이라며 말을 돌리더라는 것이다. 나중에서야 남편으로부터 그들이 자신의 농장에 있는 UFO추락장소를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콘부부는 국제UFO박물관과 협조해 95년부터 UFO추락장소를 안내하기 시작했는데 현재까지 9백여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콘농장은 말이 농장이지 거의 황무지나 다름없었다. 곳곳에 선인장들이 즐비한데다가 나무나 풀조차도 가시처럼 날카로웠다. 추락현장에는 아무런 기념물도 없었다. 다만 3개의 성조기가 꽂혀 있을 뿐이었다. 실라의 설명을 듣고서야 그곳이 바로 외계인이 발견된 역사적인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됐다.

실라는 “이곳을 안내하지만 로스웰사건에 대해선 잘 모른다”면서, 자신은 “시집온 죄밖에 없다”고 해 한바탕 웃었다. 실라는 UFO에 대해 정말 아는 것이 없었다. 다만 남편이 농장에서 UFO를 본 적이 있다는 말만 했다. 선인장과 가시덤불 사이로 추락현장을 둘러보면서 50년 전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그려봤지만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세계적인 UFO연구기관을 가다
 

뮤폰이 목격자들의 진술을 종합해 만든 UFO모형.
 

뮤폰(MUFON; Mutual UFO Network)은 UFO 현상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국제조직이다. 1969년 5월 31일 설립돼 지금까지 많은 UFO목격사례들을 분석해 왔다. 뮤폰의 특징은 유전학, 항공학, 대기학, 의학, 심리학, 천문학, 사진분석학 등 78개 과학기술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중에는 UFO를 믿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뮤폰은 지금까지 UFO를 단순하게 믿던 단체들과 달리 매우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있었다. 현재 뮤폰은 41개국에 대표를 두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맹성렬씨(영국 유학 중)가 맡고 있다.

뮤폰이 있는 텍사스주 시귀인까지는 거의 하루가 걸렸다. 로스웰에서 엘파소까지 자동차를 타고 나와 다시 비행기로 2시간 가량 샌안토니오로 갔다. 그 다음 시귀인까지는 차로 한시간.

뮤폰책임자인 월터 H 앤드루스(77세)는 항공사에서 30년이 넘도록 비행기를 만들어온 그의 경력이 말해주듯이 비행기전문가이다. 그가 UFO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1948년 8월 15일 가족과 함께 UFO를 목격한 후로 1969년 뮤폰이 만들어질 때 주도적으로 일했다. 그가 이사를 다닐 때마다 뮤폰사무실이 옮겨졌다는 사실만으로도 뮤폰에서 그의 비중을 알 수 있다.

취재동기를 설명하자 앤드루스는 “로스웰사건은 지금까지 일어났던 것 중 가장 큰 UFO사건”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러나 “UFO 목격사례 중 99%는 가짜”라고 말한다. 얼마전 만났던 에스카밀라 남매는 어떤지 물어봤더니 앤드루스는 고개를 흔들면서 자신은 “그들 비디오에 대해 많은 의심을 품고 있다”고 대답했다. 무슨 UFO가 그리 많이 찍히고, UFO가 기다린다고 나타나냐는 것이다. “UFO 사진 중 잘 찍힌 것은 일단 의심해 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최고의 UFO 전문가에게 외계인이 지구인들을 납치하는 것이 사실인가 하고 묻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궁금증일 것이다. 앤드루스는 1989년 뉴욕에서 발생했던 린다 코틸의 예를 들면서 “거의 확실하다”고 말한다. 뮤폰의 납치사례 조사가들의 분석자료를 보면 믿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UFO에 대한 연구가 계속돼야 그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는 것의 그의 의견이었다.

뮤폰 방문으로 로스웰UFO추락사건 취재는 모두 끝이 났다. 이번 취재의 최대 성과는 올해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었던 로스웰금속조각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또한 작년 국내에서도 화제를 모았던 로스웰필름(‘외계인 생체실험의 진실’ 참조)이 UFO전문가들조차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 충격이었다. 로스웰필름은 로스웰사건의 증언자들이 말하는 외계인과 너무 차이가 났던 것이다.

그렇다면 정작 로스웰사건은 UFO추락사건이 확실한 것일까. 이러한 의문에 대해선 많은 증언자들이 사실이라고 주장한다는 것밖에 아무 것도 더 이상 알아내지 못했다. 우선 증거를 찾기가 어려웠다. UFO전문가들은 그 증거를 미정부가 거두어갔고, UFO 추락현장 역시 사고가 난 후 곧바로 복구했다고 주장한다. 결국 로스웰사건은 다시 미궁에 빠졌다. 하지만 뮤폰의 책임자인 앤드루스의 말처럼 UFO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가 끊임없이 이뤄지는 한 그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

로스웰 UFO추락사건 일지

●1947년 6월 24일 케네스 아놀드가 자가용 비행기로 워싱턴주 레니아산 상공을 날던 중 9대의 UFO편대 목격. 그는 이를 하늘을 나는 비행접시라고 부름. UFO연구가들은 이날을 UFO기념일로 삼음.

●1947년 7월 2일 밤11시-11시반 사이 뇌우가 몰아치는 가운데 샌어거스틴평원 상공을 비행하던 원반형 물체가 폭발, 일부 잔해를 링컨군 포스터농장에 떨어뜨리고 샤베스군 쿤농장에 추락.

●7월 3일 이른 아침 맥브래즐이 7살된 이웃집 꼬마 디 프록터와 함께 UFO잔해 발견.

●7월 6일 맥 브래즐은 주워온 잔해를 조지 윌콕스 보안관에게 보여줌. 윌콕스는 다시 로스웰육군항공기지(RAAF) 제시 마샬소령에게 연락해 윌리암 블랜차드대령에게 보고됨. UFO잔해는 곧바로 지적존재대항부대(CIC)의 캐비트라는 대원에 의해 수거됨.

●7월 7일 UFO잔해 수거가 계속됨. 오후 4시. 로스웰 라디오방송국KSWS의 린디아 슬리피가 비행접시 추락사고를 전송하려고 했으나 FBI로 추측되는 곳으로부터 차단당함.

●7월 8일 아침, 추락현장 복구를 마치고 수거된 UFO 잔해를 특별히 B29에 실어 포트워스를 거쳐 워싱턴으로 가져감. 정오 무렵, 로스웰육군항공기지의 공보장교 월터G하우트 중위가 "일찍이 소문으로 나돌던 비행접시가 어제 사실로 나타났다"며 공식 발표. 이러한 발표는 곧바로 전세계로 전송됨. 오후, 포트워스에 있는 제8공군기지의 로저 래미 준장이 로스웰잔해는 비행접시가 아닌 기상관측기구라고 번복해 발표하고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손상된 기상관측기구를 공개함.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맥 브래즐은 1주일 정도를 구금당함.

모글 프로젝트
로스웰필름으로 온세계가 시끌벅적했던 95년 9월 미공군은 특급비밀로 묶어두었던 모글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모글 프로젝트는 옛소련 지역을 정탐하기 위해 띄웠던 특수비행선의 작전명이다.

1947년 미국과 소련의 첩보전은 치열했다. 미국은 소련의 레이더를 교란시킬 목적으로 특수비행선을 만들어 띄웠는데 고장으로 지상에 추락했다는 것이다. 결국 미정부는 UFO추락사건도 아니고 기상관측기구 추락사건도 아닌 특수비행선 추락사건이라면서 다시 한번 로스웰사건의 진실을 번복했다.
 

1996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홍대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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