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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 발견의 역사 호기심과 실험으로 밝힌 공기의 정체

탄소 수소 질소 산소 등이 발견되기까지의 과정을 알아본다.

옛날의 원시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호흡을 했다. 그만큼 그들의 대기에 대한 관심은 거의 본능적이었다. 화산이 폭발하여 나쁜 냄새가 풍기고 기분이 나쁘면 대기중에 악기(惡氣)가 가득 찼다고 생각한 나머지 그 장소를 피하기 위하여 생활의 터전까지 옮기기도 했다. 대기의 본질을 어떻게 생각했나를 나타내는 최초의 기록을 보면, 바람이나 대기를 호흡과 연결시켰고 또 그것을 초자연적인 것으로 생각했다(라틴말로 'anima'는 영혼이나 호흡을 의미하고 또 바람이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호흡과 신비의 공기

그런데 기원전 600년 무렵부터 공기에 대하여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등장하였다. 그리스의 자연철학자인 아낙시메네스(B.C. 493∼433)는 자연은 흙 물 공기 불로 되었다고 주장하고, 이것들이 양적인 여러 비율로 결합하여 만물을 형성한다고 생각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 또한 공기를 한 종류의 원소로 보았다.

고대사람들은 공기에 대한 갖가지 실험을 했다. 기록에 의하면, 빈 그릇을 물속에 거꾸로 넣고 눌러서 가라앉히면 그릇속에 공기가 있어 물을 밀쳐내기 때문에 그릇을 채울 수 없다는 사실을 관찰하였고, 가죽포대속에 들어 있는 공기를 압축하면 저항이 생긴다는 발견도 기록되어 있다. 또 대기의 압력을 이용하여 물을 끌어 올리는 자동장치를 작동하는 방법을 고안했다고 한다.

이처럼 고대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된 공기는 중세에 접어들면서 거의 사람들의 안중에서 사라졌다. 그 까닭은 많은 학자들이 연금술에 열을 올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근대에 접어들면서 기체의 연구는 큰 진전을 보였다. 영국을 중심으로 과학자들 사이에 실험적 방법이 유행하였고, 연구의 방법이 점차 세련되어졌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기체화학의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기체화학의 선구자 「반 헬몬트」

그중 영국의 '반 헬몬트'(1580∼1644) 는 대기와 또 다른 기체의 존재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석탄이 탈 때와 호흡할 때 생기는 가스는 같은 종류이지만 그 가스는 대기와 다르다고 보았다. 그런 가스는 온천속에도 있으며 석회에 산을 가할 때에도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가스란 확실한 모양이나 체적이 없고, 무한히 팽창하는 물질이라고 정의하였다. 그는 이 기체를 '가스·실베스톨'(솦속의 기체란 의미) 혹은 '야성(野性)가스'라 이름을 붙혔다. 따라서 그는 가스(기체)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인 셈이다. '가스'는 그리스어의 카오스(chaos, 혼돈)에서 유래했다.

반 헬몬트는 '야성 가스'에 대해서 정확한 기술을 하였는데, 이 가스는 지금의 이산화탄소이다. 그러나 그는 이것을 모으고 보존하는 방법, 또 분석법이나 확인법을 알고 있지 못하였다. 따라서 그를 이산화탄소의 발견자라고는 할 수 없다.

한편 그는 뛰어난 분석기술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매우 호기심이 강해 여러 종류의 기체의 존재를 알아냈다. 그는 왕수(질산과 염산을 1:3비율로 혼합한 것)를 덥힐 때 생기는 기체로서 염소를 관찰한 최초의 과학자이다. 또 그는 유황을 태워서 이산화항(아황산가스)을 만들었고 일산화탄소도 만들었는데, 이것은 다른 과학자들 보다 1백50년 앞서는 일이다. 반·헬몬트가 만든 기체의 목록중에는 야성가스(${CO}_{2}$), 풍성(風性)가스(${Cl}_{2}$), 지성(脂性)가스(${SO}_{2}$), 건성(乾性)가스(NO)가 기록되어 있다. 기체의 성질과 그 종류를 과학적으로 표현한 최초의 사람으로서 반 헬몬트는 분명히 18세기 기체화학의 선구자였다.

한편 기체의 연구에 새로운 빛을 던져준 인물로 꼽히는 과학자로 S. 헤일즈(1677∼1761)를 들 수 있다. 그는 영국의 생리학자이며 목사로서 정량적(定量的) 연구방법을 생물학계에 도입한 사람이다. 그는 식물성 물질을 가열할 때 대개의 경우, 어떤 종류의 공기가 발생하는 것을 관찰하였다. 1727년에 창안했던 그의 수상기체 포집법은 기체연구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았다.

공기는 원소가 아니다

에딘버러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글라스고대학에서 교수가 된 J. 블랙(1728∼99)은 1756년에 발표한 졸업논문에서 탄산가스의 제조법과 그 성질을 밝혔다. 즉 탄산마그네슘(${MgCO}_{3}$)이나 탄산칼슘(${CaCO}_{3}$)을 서서히 가열하면 탄산가스가 발생하며, 이 가스는 수산화칼슘[${Ca(OH)}_{2}$]과 수산화칼륨(KOH)에 잘 흡수된다는 사실도 발견하였다. 이 때 탄산가스가 다른 물질과 결합해서 생긴 고체인 탄산염 중에는 항상 탄산가스가 존재한다는 뜻에서 탄산가스를 '고정(固定)공기'라 불렀다.

이상과 같은 블랙의 기체에 관한 연구는 그 의의가 매우 크다. 그 첫째 이유는, 그가 실험적·정량적 연구를 기체연구에 도입하여 근대화학의 길을 열어 준 선구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화학자로서 많은 재능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었다. 특히 화학 분석을 하기 위한 도구로서 화학천칭(天秤)을 도입한 최초의 인물이었다.

둘째 이유는, 블랙이 기체에 관한 신비로움을 제거함으로써 기체화학 발전에 중요한 첫 발을 내딛게 하였다는 점이다. 즉 기체는 액체나 고체에서 방출되는 것일뿐만 아니라, 고체나 액체와 동등한 위치에서 반응하고 결합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함으로써, 기체의 연구를 한 개의 독립 연구분과로 올려 놓았다.

셋째 이유는, 공기는 고대로부터 원소로 인정되어 왔는데 블랙의 실험을 통해서 공기의 원소성이 부정되었다. 탄산가스가 다른 물질에 고정되어 탄삼염을 형성하는 것은 자연의 공기속에도 소량의 탄산가스가 함유되어 있다는 좋은 증거가 되었다. 이로써 공기는 원소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넷째 이유는, 불랙은 공기속에 있어서 다른 기체의 발견을 예상토록 하는 기초를 닦아 놓았다는 것이다. 그가 "한 개의 새롭고 무한한 영역이 내 앞에 열려 있다. 대기 속에는 수많은 또 다른 종류의 기체가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예상함으로써 공기속에서 또 다른 종류의 가스가 발견되도록 자극하였다.

적중된 예상

에딘버러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J.블랙의 강의를 들었던 D.라더포드(1479∼1819) 는 독립적으로 질소(${N}_{2}$)를 발견하였다. 라더포드는 공기의 성분 중 연소하는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물질을 연구하여 1772년 학위논문으로 제출하였다. 그는 필폐된 공기 속에 쥐를 넣고, 그 쥐가 숨이 막혀 죽을 때까지 방치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촛불을 태우고, 다시 인을 넣은 다음 인이 타지 않을 때까지 연소시켰다(이제 이 밀폐된 그릇 속에는 산소가 하나도 없다). 그리고 그 공기를 강한 알칼리에 통과시켜 탄산가스를 제거하였다(나머지 공기중에는 탄산가스가 전혀 없다). 그런데도 그 공기가 '유독'하거나 '유해'하였다. 그리고 그 공기 속에서 촛불을 태워도 타지않고 쥐도 살수 없었다. 그래서 이 공기를 '생명이 없는 기체' 혹은 '독기체'라 불렀다. 이 가스를 당시 '플로지스톤화 공기'라 불렀다. 이 가스가 곧 질소이다.

또 일생동안 야심없이, 사람 만나기를 꺼려하면서 과학 전반에 걸쳐 연구를 수행한 H. 카벤디시(1731∼1810)는 '타는 공기'라 불렀던 수소(${H}_{2}$)를 발견하였다. 그는 케임브리지대학에서 4년간 공부를 하였지만, 학계에 진출하지 않고 초야에 묻혀 연구에 열중하였다.

금속을 산에 녹일 때 발생하는 기체에 관해서는 이미 보일(1627∼91)이 상세히 연구한 바 있었다. 카벤디시는 이를 철저히 검토한 결과, 이 가스는 매우 가볍고 잘 타는 기체임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이 기체는 물이나 알칼리에 잘 녹지 않으며, 이 기체와의 혼합공기는 강렬하게 폭발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리고 이 때 물이 생기므로 물은 사실상 원소가 아니고 화합물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고대로부터 믿어져온 물의 원소성이 부정되고 말았다.

특히 질소중의 약 20분의 1정도는 질소가 아닌 또 다른 기체라는 것을 밝힘으로써 불활성가스의 존재를 예언하였다. 이 불활성가스는 1백년 후 속속 발견되었다. 카벤디시는 또한 수질검사 기술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생쥐 두 마리와 자신을 실험동물로

영국의 비국교 목사이자 진보적인 과학자인 J.프리스틀리(1733∼1804)는 산소을 발견하여 산화현상을 설명함으로써 화학혁명의 돌파구를 열어 놓았다. 1774년 8월 1일, 기체수집에 사용한 수은으로부터 중대한 발견이 이루어졌다. 수은을 공기중에서 가열하면 산화수은(HgO)이 생성된다. 그리고 이 산화수은에 렌즈로 모은 태양광선을 쪼일 경우, 이상한 성질을 지닌 기체가 발생하는 것을 프리스틀리가 발견하였다. 사실은 2년 전 K.W 쉐더(1742∼86)가 이미 산소를 발견했지만, 그 발표가 늦어져 발견자로서의 명예를 프리스틀리에게 돌아갔다.

프리스틀리는 이 기체를 '탈(脫) 플로지스톤 기체'라 이름붙이고 이를 열심히 연구하였다. 이 기체 속에서는 질소와는 달리 쥐가 활발하게 활동하며, 이를 호흡하면 매우 상쾌해짐을 알아 냈다. 그래서 장차 부자들사이에는 이 공기를 호흡하는 악습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리고 이 기체가 결핍된 공기중에 식물을 놓아 두면 원래의 신선한 공기로 되돌아 간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프리스틀리는 산소의 이러한 성질을 연구하는데 있어서 실험대상으로 생쥐 두 마리와 자기 자신을 택했던 것이다. 따라서 그는 "이제까지 생쥐 두 마리와 나 자신만이 그것을 쉼쉴 특권을 가졌다"라고 쓴 바 있다.

그는 1774년 가을 파리를 찾아 근대 화학의 아버지인 라보아제(1743∼94)를 만났다. 프리스틀리는 라보아제에게 그가 최근에 발견한 새 '공기'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이로부터 라보아제는 공기 자체는 단일물질이 아니라 두 가지 '공기들'로 되어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중 한 종류의 공기 즉 산소가 연소, 호흡 등의 현상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로써 연소란 물질 속에 내재한 플로지스톤이 달아나는 것이며 그것이 용기를 가득채우면 연소가 끝난다는 플로지스톤 이론이 더 이상 설 땅을 잃어 버렸다. 그 대신 물질이 탄다는 것은 플로지스톤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산소와 결합하는 산화현상이란 사실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라보아제를 가리켜 화학혁명의 주인공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희귀한 기체들

대기중에 희귀한 기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19세기 마지막 10년 사이의 시대까지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러나 19세기 말에 이르러 정성분석(定性分析)의 기술이 현저하게 정교해지고, 또 설험실의 설비가 개량됨으로써 과학실험의 정밀도나 그 영역이 증대되어 그 발견의 가능성은 점점 높아졌다.

1882년 당시 케임브리지에 있는 카벤디시연구소 소장인 물리학자 레일리(1842∼1919)경은 희귀한 가스를 발견하였다. 그는 공기에서 얻은 질소에 불순물이 들어 있는 경우를 생각하고 관찰하였다. 그러나 실험적으로 그러한 가능성이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그는 '자연'이란 잡지에 이에 관한 기사를 실었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자 함이었다.

이 때 스코틀랜드의 저명한 화학자인 람세에(1852∼1916)경이 이 문제에 도전할 것을 희망하였다. 결국 그들은 특수실험 끝에 질소보다 무겁고 어떠한 물질과도 화학반응을 하지 않는 기체를 발견하였다. 1894년 람세에와 레일리는 이 최초의 불활성기체의 발견을 발표하고, 그 그체를 그리스어로 '불활성'의 뜻인 '아르고스'에서 딴 이름인 '아르곤'이라 불렀다.

헬륨(He)이 태양중에서 발견된 것은 1960년이었다. 천문학자 록키어(1836∼1920) 경은 태양의 백열가스층에서 발견한 이 원소를 헬륨이라 불렀다(그리스어로 '헤리모스' 즉 태양에서 유래한다). 그 후 25년간 헬륨은 태양에만 존재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1889년 미국의 광물화학자 W.힐데브란트는 우라늄광을 산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기체가 발생하는 것을 관찰하였다. 그는 이 기체를 질소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람세에는 이에 동의하지 않고 그 시료를 록키어에 보냈다. 그런데 이 시료는 25년 전 태양에서 확인된 헬륨과 같다는 사실이 1895년에 증명되었다. 따라서 헬륨 은 대기중에도 존재하는 기체의 한 종류임이 확인되었다. 이것이 최초로 액화된 것은 1908년이었다.

아르곤과 헬륨이 발견되자 화학자들은 대기중에 또 다른 불활성기체가 존재할 것이라고 굳게 믿게 되었다. 그들은 농축된 액체공기에서 산소와 질소 그리고 아르곤과 헬륨을 제거한 다음, 새로운 세 종류의 기체를 확인하였다. 하나는 크립톤(Kr)(그리스어로 '숨겨져 있다'는 뜻에서 유래), 또 하나는 네온(Ne)(그리스어로 '새로운'이란 말에서 유래) 이었다. 그후 1898년 7월 12일 크세논(Xe)('새로운 참가자'란 뜻)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1900년 라돈(Rn)도 발견되었다.

희귀가스는 불활성가스라고도 한다. 이들은 액체공기의 분별증류로 얻을 수 있다. 다른 물질과 잘 반응하지 않는 성질을 이용해 이들은 과학분야와 공업분야에서 귀중하게 이용되고 있다.
 

생쥐 두마리의 실험을 나타내는 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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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오진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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