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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쪽 부리가 밑으로 가고 아래쪽 부리는 위로 올라가는 기묘한 모습으로 먹이를 먹는다.

근대 동물원이 생긴 것은 1928년 영국 런던에서였다. 그후 각국마다 동물원을 만들고 야생동물들을 사육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초창기의 동물원은 규모가 작고 우리도 동물들이 생활하기엔 너무 비좁은 데다 사육방법이 발달하지 못해 많은 동물들이 천수를 누리지 못하는 일이 허다했다.

그러다가 20세기 들어와서 동물원도 규모도 점차 커지고 시설도 동물들이 생활하기에 편리하도록 꾸며졌다. 또 동물원이 보유하고 있는 동물수도 크게 늘어나기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동물들을 동물원에 배치·전시하는 방법도 해를 거듭할수록 다양화되어 왔다.

동물원에 철책을 치거나 담을 쌓아 사육하던 종래의 방법에서 탈피, 깊은 도랑을 파거나 도랑에 물을 가득 채워 동물들이 달아나지 못하게 했다. 또 동물사 주위에 미로(迷路)를 만들어 관람객들이 한눈에 여러 종류의 동물들을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방식을 처음 채택한 동물원은 1907년 독일 함부르크 교외에 세워진 '스텔링겐' 동물원이었다. 그뒤 세계 각국의 여러 동물원들이 이 방법을 많이 따랐다. 우리나라에서 이 방식을 본떠서 건설한 최초의 동물원은 서울대공원 동물원이다.
 

진흙으로 만든 집에서 새끼와 함께
 

월츠의 선율에 맞춰

대공원을 찾는 관람객들은 거의 모두가 넓은 상사장에서 뛰어 노는 수많은 동물들의 모습에 취하게 된다.

특히 대공원 동물원 정문을 막들어서서, 오른쪽 산책로를 따라 1백m쯤 걸어 들어오면 핑크빛 새무리들이 조용하면서도 우아한 자태로 거닐고 있는 모습에 관람객들은 탄성을 지르게 된다. 바로 홍학이다.

푸른 잔디와 초록색의 조경수를 배경으로 가냘픈 한개의 다리로 몸을 지탱하고 긴 목을 틀어 머리를 깃 속에 묻고 서 있는 홍학의 모습은 한편의 그림이다. 더욱이 1백여마리나 되는 무리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 활개를 치며 날 때는 마치 발레단이 춤을 추는 모습과 흡사하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창경원 동물원시절엔 홍학의 군무(群舞)를 연출시켰던 적도 있었다. 홍학쇼가 처음 열린 것은 1969년 11월 창경원 개원 60주년 기념일이었다.

창경원 동물원에서 홍학을 들여와서 쇼를 한다고 하니 온 장안이 들썩거렸다. 1백마리나 되는 대집단이 원무곡의 음률에 맞춰 일제히 춤을 춘다는 사실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원래 홍학쇼는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마이애미동물원에서 시작됐다. 이 동물원은 연중 끊이지 않는 관광객들을 위해 해마다 시설을 바꾸고, 갖가지 동물들을 조련시켜 여러 가지 흥미로운 쇼를 펼쳐 보이고 있다.

이 동물의 원숭이 동산은 구경하는 사람이 철망으로 둘러싸인 터널을 통과하게 돼 있다. 바깥 정글에서 마음대로 뛰어 놀고 있는 원숭이들이 '관람자'가 된 셈이다. 또 앵무새들이 마차끌기 시소타기 등을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동물쇼는 플라밍고쇼였다.

이곳의 홍학쇼는 1960년대 초부터 시작됐다. 2백마리의 홍학은 조련사가 '앞으로 가', '뒤로 돌아가', '좌향앞으로 가' 등 군대식 구령으르 마치 장병들이 제식훈련을 받듯이 질서정연하게 움직인다.

미국에서 아이디어를 빌려 와 시작한 일본의 홍학쇼를 개최한 나메가와동물원은 도쿄에서 차로 4시간이 걸리는 동물원이었는데 소문이 나자 도시에서 몰려드는 관람객들로 연일 만원을 이뤘다.

홍학은 군서(群棲)하는 강한 집단성을 갖고 있다. 그 습성을 잘 살려 이용한 것이 바로 플라밍고쇼지만 동물애호라는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그러면 과연 홍학이 음률을 식별하는 지능을 갖고 있을까? 또 음률에 맞춰 율동을 하는 능력이 있는 것일까?

모든 동물은 청각이 있는 이상 자기 나름대로 음향을 들을 수 있고 또 그 소리에 대해 반응도 보인다. 그러나 동물은 동물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지능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동물이 사람처럼 어떤 일련의 음향변화에 맞춰 똑같이 일련의 반응행동을 하는 것의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홍학이 군무를 하는 동안 월츠라는 음악을 들려주는 것은 홍학의 감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단지 홍학의 걸음걸이나 활개치는 모습이 월츠곡에 맞고, 무대와 홍학의 핑크빛 자태가 잘 어울려 마치 홍학이 월츠춤을 추는 것으로 착각하는 데 불과하다.
 

홍학은 분홍신을 신은 발레리나
 

미용식을 하기도

홍학은 황새나 저어새 등과 가까운 '분홍색을 띤 두루미'다. 또 오리나 기러기와도 핏줄이 닿는다. 현재 홍학은 3속6종이 있는데 학자에 따라서는 3속5종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남아메리카 칠레에 살고 있는 것은 칠레홍학(학명은 Phoenicopterus chilensis)이라 부르고, 플로리다와 쿠바에는 쿠바 또는 아메리카홍학(Ph. ruber ruber), 동아프리카와 인도엔 꼬마홍학(Ph. minor), 아프리카나 유럽에 이동·분포하는 커먼홍학(Ph. ruber roseus), 남미의 안데스지방엔 안데스홍학(PH. andinus) 그리고 제임스홍학(Ph. jamesi) 등이 있다.

아프리카의 홍학들은 겨울이면 유럽지중해 연안으로 이동하여 생활한다. 때로는 북부독일 또는 영국에까지 가는 '놈'들도 있다.

보통 키는 1.5m이고 깃털 색은 아름다운 핑크색을 띠고 있다. 홍학 가운데 가장 체구가 작은 홍학은 꼬마홍학이다. 이 홍학은 털색깔로 약한 흰색에 가깝다. 이와는 반대로 제일 키가 큰 쿠바홍학은 짙은 분홍색을 띠고 있다.

홍학의 깃털은 가을철에 털갈이를 하는데 이때 새 깃털이 나오면서 색깔은 분홍빛을 더해간다. 모든 동물 이다 그렇듯이 생식기에 접어든 탓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식기라 하더라도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면 깃털 색깔은 분홍빛을 선명하게 띠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색깔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홍학들에게 미용식인 당근을 갈아서 먹이기도 한다. 또 캐로틴제를 사료에 배합해 주기도 한다.

홍학이 먹이를 먹는 모습을 보면 지금까지 다른 조류에선 보지 못한 독특한 행동을 발견하게 된다.

홍학의 위쪽 부리는 묘하게 생겼다. 끝에서 3분의 1부위부터 안쪽으로 약 45도 각도로 굽어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먹이를 잡거나 먹을 떄는 긴 목을 밑으로 늘어뜨린다. 이 때문에 머리는 거꾸로 놓이게 된다. 위쪽 부리가 밑으로 가고 아래쪽 부리는 위로 올라가는 참으로 기묘하고 거북스러운 모습을 연출하는 것.

홍학들은 봄철 번식기가 되면 개흙을 부리로 물어다가 높이 30∼40cm의 탑모양의 둥우리를 만들고 1개씩 알을 낳는다. 새끼가 자라 스스로 독립할 때가 되면 이곳의 먹이는 바닥이 난다. 이 대군의 홍학들이 새끼를 데리고 서서히 몇 패로 나뉘어 다음에 살 곳을 찾아간다. 한꺼번에 수천수만마리가 날 때는 태양마저 빛을 잃는다.
 

쿠바홍학
 

1989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김성원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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