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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없는 컴퓨터

손바닥 크기로 필기체문장 인식

일본 소니 캐논에 이어 미국 그리드사가 키보드 없는 컴퓨터를 내놓았고 슈퍼스크립트사 고사 등도 곧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것은 꼭 종이와 연필을 사용하는 것 같아요." 신형 팜톱(palmtop) 컴퓨터 개발에 참여했던 소니사의 히라야마 도모시의 말이다. 그것은 노트북(notebook)컴퓨터 보다도 더 작고 가볍다. 키보드가 없기 때문이다. 타이프를 치는 대신에 4×6인치 LCD(액정표시장치)스크린에 직접 전자펜으로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린다.

당신의 글씨와 그림을 알아보는 컴퓨터를 캐논사는 'AI노트'라고 부른다. 소니사의 신형 팜톱컴퓨터는 기존컴퓨터들이 해온 작업들을 거의 비슷하게 해낸다. 미국에서는 그리드시스템사의 그리드패드(Grid pad)가 작년 상반기 이래 실용화 되어 왔으며 이후 슈퍼스크립트사와 고(Go)사의 다른 기계들이 잇따라 선을 보였다.

키보드는 사라질 것인가. 아직은 아니다. 캐논사의 판단에 따르면 숙련된 타이피스트가 키보드를 통해 입력하는 빠르기는 팜톱컴퓨터보다 2배나 더 앞선다. 그리고 전통적인 문자인식시스템은 단지 대문자로 쓰인 문자들만을 이해한다.

그러면 이들 제품의 장점은 무엇일까. 손으로 써서 입력을 하는 컴퓨터는 더 작고 사용하기 쉽게 만들 수가 있다는 사실이다. 제조업자들의 희망은 완전히 새로운 컴퓨터를 창출해 내는 것이다. 그런 컴퓨터는 얼마나 다루기 쉬울까.

80% 인식률

팜톱컴퓨터의 스크린 중앙은 비어 있다. 맨 위를 따라 조그만 그림이 있다. 그것은 아이콘(icon)이라는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도구다. 실례를 보자. 계산기의 한 아이콘을 펜끝으로 누른 후 스크린 중앙으로 펜을 끌어당긴다. 그리고 펜을 치우면 계산기의 전면이 시야에 탁 드러난다.

숫자를 더하려면 다시 한번 펜으로 그래픽키를 누른다. 꼭 진짜 계산기처럼 결과가 전면에 전개된다. 이제 타이프만을 스크린 아래로 끌어 내린다. 그것은 일련의 상자들이다. 그리고 박스안에 글자와 숫자 그리고 일본문자인 가나를 쓰기 시작한다. 다음 박스로 넘어가면 컴퓨터는 이미 쓰여진 내용을 해석하고 문자들을 재배치한다 팬을 전송박스에 대어 문자들을 박스로부터 스크린의 중심부로 이동시킨다.

이어서 펜으로 브러시 아이콘(brush icon)을 누르고. 화면은 글자와 낙서들로 가득채운다. 원과 타원도 그려넣고 명암도 덧붙인다. 또한 팩스어댑터를 연결하고 전화수화기를 매단다. 그리고 자신이 그린 그림을 다른 사무실의 팩스에 보낼 수도 있다.

인상적인 장면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일본에서 나온 키보드 없는 장치들은 일본 시장에만 국한돼 있었다. 그 이유는 주로 인쇄물을 읽어내는 방식 때문이다. 이 기계들은 이전의 문자 인식시스템에서처럼 글자를 한가지 패턴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대신 글자가 기록되고 있는 동안 펜스트록의 횟수와 방향 그리고 순서를 추적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정확하게 표준방식으로 기록된 문자만을 기계가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표준방식이란 모든 일본인이 교육받은 쓰기법이다.

엔지니어들은 일본인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엄청난 숫자의 상용한자 때문에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한다. 신문 한장을 다 읽으려면 적어도 2천자의 한자를 알아야만 한다. 그뿐 아니라 발음기호와 로마자 숫자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팜톱컴퓨터를 실용화하기 위해 공학자들은 3천5백35자의 서로 다른 글자들을 인식하도록 고안해내야 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자를 기록하는데 그다지 귀찮아하지 않는다. 그 점이 다른 언어에서 팜톱컴퓨터가 인기없는 이유이다. 일본에서도 모든 사람들이 표준방식으로 글을 쓰지는 않는다. 소니사에서 조사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첫번째 시도에서 사용자들의 입력 내용가운데 80%만이 올바르게 인식됐다. 팜톱컴퓨터가 실수를 한 경우에는 타이핑한 상자들 아래쪽에 그 내용이 표시된다.
 

소니사의 「팜톱컴퓨터 」


워드프로세서기능 내장

소니사의 팜톱컴퓨터와 캐논사의 AI노트를 며칠 조작해 보면 제품설명서를 펴보지 않아도 될만큼 조작이 손쉽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소니사의 기계로부터 기록을 삭제하고 싶으면 우선 데이터를 조사해 나가다가 삭제할 부분에 가서 멈춘다. 그리고 펜으로 절단(shredder)아이콘을 기록안으로 끌어당기면 컴퓨터의 기억에서 제거된다.

현재 이용가능한 소프트웨어는 기계 내부에서 내장되어 있다. 이 소프트웨어가 팜톱컴퓨터를 기본 워드프로세기능과 도식 능력을 갖춘 고급 퍼스널 컴퓨터로 격상시켰다. 이것은 또한 다른 분야에서도 응용할 수 있다. 디지털녹음기도 한 예다. 마이크와 스피커에 내장된 팜톱은 8초간의 소리를 녹음하고 재생가능하게 한다.

팜톱컴퓨터의 크기는 뚜껑을 닫았을 때 8.1x6.2x1.8인치다. 무게는 배터리를 포함해 1.5kg을 넘지 않는다. 내부 프로그램용으로 2메가바이트(MB), 일시적인 기록물을 저장하기 위해 3백20KB의 메모리를 보유하고 있다. 정보를 영구히 보존하고 싶으면 데이터를 IC카드나 2인치 디스크드라이브에 옮기면 된다. 또한 여러 종류의 표준 프린터와 연결해 쓸 수도 있다. 가격은 1천3백달러 정도다.

캐논사의 AI노트는 팜톱컴퓨터와 거의 같은 기능을 갖고 있다. 하지만 AI노트는 용량이 더 작고 팩스어댑터같은 부속을 갖고 있지 않다. 또 한자를 읽을 수 없기 때문에 가나만으로 단어를 입력해야만 한다. 그러면 기계가 그것을 한자로 변환시킨다. 키보드로 입력하는 기존의 워드프로세서와 똑같은 방식이다.

AI노트는 스트로크(글씨 쓰는 것) 순서가 중요하다. 숫자와 로마자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반시계 방향으로 쓰여진 '0'자만을 받아들이고 '0'자를 시체 방향으로 쓰면 컴퓨터는 그것을 '2'자로 인식한다.

AI노트의 가장 뛰어난 기능은 계산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보통 종이 위에다 쓰는 것처럼 괄호 제곱수 루트 등을 포함한 식을 써보면 이들 수식을 쓰자마자 기계는 작동을 수행하고 결과를 제시한다.

AI노트는 팜톱컴퓨터보다 크기가 약간 더 크다. 하지만 두께는 1인치도 안되며 무게도 0.7kg을 넘지 않는다. 가격은 약 5백달러.

손으로 입력할 수 있는 장치들은 컴퓨터에 있어 새로운 영역을 창출해 낼 것으로 보인다. 후지쓰사는 은행 고객들이 직접 컴퓨터에 데이터를 입력해 넣는 시스템을 연구중에 있다. 즉 고객들이 구좌를 개설하거나 예금을 인출할 때, 또는 기록을 제거할 때 이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다.

9개국어 인식 가능

미국에서는 그리드사가 그리드패드컴퓨터를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 이 컴퓨터는 지난 9월에 소개된 것으로 가격은 2천3백70달러. 이 컴퓨터는 80C86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사용하기 때문에 어떠한 도스(DOS) 프로그램도 실행할 수 있으며 그래픽모드에서 원하는 배치도 가능하다. 크기는 책크기만 하고 무게는 2.2kg정도. 외부 키보드를 연결시킬 수도 있으며, 전통적인 컴퓨터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서 모뎀도 내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리드사의 강점은 불어와 독어를 포함해 9개의 다른 언어를 재빨리 인식해내는 능력과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그래픽기법이다.
키보드가 없는 컴퓨터의 사용이 늘고 있는 것 같이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더 많은 문제점이 해결되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모든 사람들에 의해 수용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할 것이다. 후지쓰의 이시가키연구원은 "현재의 화상표시장치들은 어렵고 불안정하다"고 전제하고 "종이 위에 쓰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지 못하면 이런 기계들은 얼마 안가서 도태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러나 이것은 이제 시작일뿐이다. 팜톱 AI노트 그리드패드 등 컴퓨터들이 지금 실용화 되고 있지만 이들은 퍼스널 컴퓨터의 역사에 있어 다음 세대를 여는 시발점일 뿐이다.

「넥스트」이래 새로운 컴퓨터

"그것은 필기판(clipboard)처럼 보일겁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슈퍼스크립트(Superscript)사의 영업 담당자 지그 퍼매니우크는 올해 연말쯤에 선보이게 된 '컴패니언'(Companion)이라고 명명된 키보드 없는 컴퓨터를 이렇게 표현한다.

퍼매니우크에 따르면 이 컴퓨터의 프로토타입(prototype)이 인쇄된 문자들을 수용하는 단계이며 손으로 쓴 필기체 입력 내용은 현재 연구중에 있다고 한다. 분석과 작업을 재빨리 해내기위해 이 시스템은 고속의 RISC(명령어축소) 프로세서와 유닉스(UNIX)시스템을 사용한다. 슈퍼스크립트사는 이 장치가 그림을 저장하는대 더 많이 사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종이에다 원가를 적어야 할 때 여기에다 쓰면 된다. 기록한 내용은 다시 찾아 볼 수 있도록 2만페이지의 기억용량을 갖춘 메모리에 저장해 놓거나 팩스대신으로 보낼 수도 있다"고 퍼매니우크는 설명한다.

또다른 회사로는 캘리포니아주의 고(Go)사다. 이 회사는 최근들어 컴퓨터 전문가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고사는 이번 가을에 실용화 가능한 무게 2.2kg, 두께 2.5cm의 제품을 개발해 놓고 있다. 이 컴퓨터는 8MB의 기억 용량을 갖춘 80286마이크로프로세서를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고화질 비디오화면과 고정되지 않고 자유스러운 펜을 강점으로 내세울 예정이다. 경제해설가인 리차드 세퍼는 이 컴퓨터를 "넥스트(Next, 스티브 좁스가 만든 컴퓨터 )이래 가장 많이 이야기 될 새로운 컴퓨터"라고 전망한다.

아마도 고사의 컴퓨터는 IBM으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는 것같다. 또한 사용중에 있는 어떤 다른 것보다도 인간의 필체에 대해 더욱 포용력이 있는 새로운 인식시스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문자와 대문자로 쓰여진 문자들도 인식가능하며 스크린위의 어느 곳에나 문자를 써도 판독될 것이다. 이 장치는 마치 펜과 종이를 사용하는 것처림 컴퓨터상에서 단어나 문장을 재빨리 입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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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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