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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납게 부는 바람과 황량한 대지 먼옛날 아시아에서 몽골로이드가 찾아간 남위 40도 이남 아한대의 이 땅은 인류가 다다른 가장 변두리 땅이다.
 

핏츠로이의 우뚝선 화강암 봉우리


파타고니아는 남아메리카대륙의 최남단 거의 남위40도 이남의 가장 끝쪽 땅이다.극동지역과는 정반대의 위치에 있다. 그러나 지리적으로는 극동에서 가장 먼 이 땅의 사람들은 뜻밖에도 몽골로이드계인것이다.

 

긍지 높은 야생동물 구아나코 구아나코는 낙타과에 속하지만 가축화된 알파카나 라마와는 다르게 야생동물로서 긍지가 높다.


땅 끝에 있는 동북 아시아의 혈연
 

지금으로부터 약 1만2천년 전에 동기는 확실하지 않지만 동북아시아의 몽골로이드들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대이동을 시작했다. 대빙하기 말기무렵이어서 바다물이 빙하에 흡수되어버려 해면은 지금보다 1백~1백20m나 낮았다. 오늘날의 대륙봉은 거의가 육지여서 아시아 대륙과 북아메리카 대륙 사이를 현재 떼어놓고 있는 수심50m정도의 베링해도 그때는 육지를 이루어 양대륙을 잇고 있었다.
 

동북아시아를 출발한 몽골로이드가 아메리카대륙에 건너간 것이 언제 쯤 인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최근 알래스카에서 2만년전의 개의 화석이 발견되었는데 이것이 어쩌면 몽골로이드가 데리고 간 개가 아니었나 추정하고 있다.
 

아메리카 대륙에는 빙상(氷床)이 발달하여 그곳에서 여러갈래의 빙하가 흘러내리고 있었다.몽골로이드는 빙하가 없는 지역에 정착하기 시작하여 에스키모나 아메리칸인디언이 되었다.
 

얼마동안 지나자 그들중에는 더욱 남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하는 무리가 생겼다. 그들은 파나마지협(地峽)을 빠져나가 남아메리카에 도달하여 인디오가 되었다. 그것이 지금으로부터 약 1만년전 일이다.
 

채취경제(採取經濟)를 영위하던 그들이 어패류를 채취할 수 없게되자 간단히 이동하여 갔다는것은 유적의 변천으로 알 수가 있다.

이렇게 남하를 계속하여 끝내는 오늘날 '파타고니아'(Patagonia)라고 부르는 폭풍이 거칠게 부는 땅에 이르렀다. 그들이 오너족이나 야강족, 또는 마젤란이 파타곤족이라 부른 원주민이 되었다.
 

파타란 동물의 발을, 곤이란 크다는 것을 뜻하는 스페인어다. 실제로 파타곤족의 발이 컸던지는 알 수 없으나 발에 동물의 가죽을 감고있어 크게 보였던 것이 아닌가 추측되고 있다. 파타고니아의 지명도 이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들은 다시 해협을 건너 '후에고'섬에까지 이주했다. 그 곳에서 더 나가면 지금의 '드레이크'해협을건너 남극대륙이다. 몇세대에 걸친 3만㎞나 되는 몽골로이드의 여로는 여기서 끝났다.
 

16세기 이후 스페인 사람들이 대거 침입하여 몽골로이드의 세계는 파괴되었다. 스페인 사람들이 옮긴병균에 저항력이 없는 원주민들이 쓰러져 갔다. 그러는 사이에 한편으로는 스페인 사람과의 혼혈도 생겼다.
 

이렇게하여 순수한 오너족은 20년쯤 전에 멸절해버렸다. 순수한 야강족은 '후에고'섬에 몇명이 있을 뿐이다.그래서 오늘날에는 파타고니아에서 순수한 몽골로 이드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다만 유구한 태고부터 계속 불고 있는 바람만이 이땅을 지배하고 있다.

 

바람의 나라
 

1973년부터 안데스촬영을 하고 있는 일본의 사진작자 '타카노 준'(40)씨는 올해 아홉번째로 파타고니아 안데스를 목표로 1월에 출발, 3월까지 여행했다.
 

오랜동안에 안데스에 익숙해진 타카노씨지만 파타고니아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아마존 원류에서 벌레에 물린 상상처에 독나방이 알을 슬어 그것이 유충이 되어 상처주위를 기어다녀도 태연했던 그가 파타고니아에서는 노이로제가 될것 같았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바람 탓이었다. 카메라가 바람에 날려가 렌즈가 깨졌다. 전세를 낸 세스나기도 뜰 수가 없었다. 하루 종일 맑은 날은 거의 없고 촬영할 기회가 포착되지 않는채 시간만 지나갔다. 중앙안데스에서는 이런 일은 없었다. 그곳에서는 4월부터 9월까지가 건계(乾季), 10월부터 3월까지가 우계(雨季)로일기는 대개 예측될 수 있었다. 바람은 동쪽에서 불어와 산맥에 막혀 비나 눈이되고 서쪽해안지대에는건조한 사막이 펼쳐져 있다.
 

그러나 파타고니아에서는 바람은 언제나 서쪽에서 불어온다. 남반구의 강한 편서풍대에 푹 덮여있기 때문이다.
 

남반구의 편서풍대는 지구를 완전히 일주하고 있다. 가로 막는 육지라고는 뉴질랜드와 이곳 파타고니아 밖에 없다. 아프리카나 오스트레일리아는 편서풍대의 북쪽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태평양의 습기를 듬뿍 머금은 구름이 최고 해발 4천m나 되는 파타고니아 안데스에 부딪친다.이 때문에 여름에도 눈보라가 3주간이나 계속되는 수가 있는 것이다.
 

태평양 쪽의 빙하 옆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기상의 변화를 쉽게 알 수 있어 마치 기상 교과서를 한장한장 넘기고 있는것 같다. 아득한 서쪽의 대양 위에 구름이 나타나 시시각각으로 이쪽으로 다가온다. 바람이 더욱 심하게 불어 주변이 깜깜해지고 비나 눈이 엄습해온다. 구름은 방하에 부딪쳐 표고 1천2백~2천m의 빙상이나 그보다 위의 봉우리에서는 눈보라가 치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다시 서쪽의 대양위로 눈을 돌리면 저 멀리 수평선 위에는 밝고 푸른 하늘이 펼쳐져 나가기 시작하고 있다.

 

얼음의 나라
 

그레이 호수의 절경 「파이네」산군의 남쪽에 있는 「그레이」호수.
 

이런 빙상 위의 눈(雪)은 강수량으로 환산했을때 연간 6천㎜에 이른다. 그반 이상이 녹지 않은채 축적되고 이윽고 자체의 무게로 압축되어 얼음이 된다. 파타고니아는 남극대륙, 그린랜드에 다음가는 제3의 빙하지대이다. 그러나 남극대륙과 그린랜드가 혹한지역에 있는데 비하여 파타고니아에서는 겨울에도 최저기온이 섭씨 영하5도 전후 일때가 있다.
 

그래서 얼음이 잘녹고 다시 결정되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렇게하여 기포가 적고 투명도가 높은 얼음이 된다. 이 얼음은 푸른 빛만을 반사하고 다른색은 흡수해버리므로 섬뜩한 기분이 들 정도로 푸른 빙하가 된다.
 

이것이 파타고니아 빙하의 특징이다.
 

호수와 맞닿은 빙하의 말단은 대개 빙산분리라고 하는, 붕괴되어 떨어져 나가는 붕락(崩落)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칠레의 상 라파엘 빙하의 말단은 수면위로 70m나 되는 절벽을 이루고 있다. 또 수면 아래는 2백m나 되는 두께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붕괴되어 떨어지는 얼음덩어리의 표면이 10m사방이라고 하면 2만7천㎡, 즉 2만7천t의 얼음이 한꺼번에 무너져내리는 셈이 된다.
 

붕락의 충격으로 빙괴는 부서져 유빙(流氷)이되어 호수를 떠돈다. 끊임없이 울려퍼지는 그 붕락의 소리를 듣고 있으면 빙하가 마치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파타고니아 안데스의 서쪽 태평양쪽은 강수량이 많아 남극너도밤나무 밀림이 발달했고 이끼(苔)의 천국이다. 이끼는 종류가 많은것만이 아니고 가장 원시적인 타이프가 많이 있어 세계의 이끼의 뿌리를 볼 수가 있다.
 

그러나 일단 산맥을 넘어 동쪽으로 나가면 연중 반건조의 차가운 기후가 된다. 이때문에 지형의 풍화나 침식이 그렇게 많이 진행되어 있지않다. 원시의 황량한 풍경, 그 속에 빙하가 만든 아름다운 호수가 점을 찍은듯 수없이 많이 있다.
 

산은 괴위거대(魁偉巨大)한 성과 같다. 대빙하시대에 빙하가 여기저기를 깎아 만든 첨탑과 바늘 같기도 하고 연필 같기도 한 산과 산들이다. 핏츠로이나 파이네의 암봉군(岩峰群), 세로 카스티조의 침봉군(針峰群) 어느것이나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자연의 조형물이다.
 

그런 세계 속에 있으면 인간은 의식아래에 잠 들어있었던 인간본래의 감정이 잠을 깨는 것 같이 느껴진다.

1987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타카노 준
  • 마츠이 카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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