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은 죽어도 우주 물질의 순환은 영원하다.
빛나는 업적을 남기다 짧은 생애를 마치는 걸출한 위인이 있는가 하면 초야에 묻혀 묵묵히 긴 세월을 보내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밤하늘의 별들도 다양한 생애를 갖고 있다. 인간사회와 다르다면 별의 운명은 태어날 때 이미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탄생할 때 많은 성간가스가 뭉쳐 질량이 큰 별은 '격렬하지만 짧은 '일생을 보내는 반면 작은 별은 ''평온하고 긴' 생애를 맞는다.
수명과 활동성은 반비례
그 이유는 바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킬 연료의 양에서 찾을 수 있다. 크고 무거운 별은 중력이 크기 때문에 중심부에서 핵융합 반응이 격렬히 일어나 밝게 빛난다. 그러나 동시에 수소 등 연료를 빨리 태워 없애기 때문에 수명이 짧다. 이와 반대로 가벼운 별은 핵융합 반응이 느리게 일어나며, 그렇게 밝지는 못하지만 긴 수명을 누리게 된다.
예컨대 처녀자리에서 일등성으로 빛나는 '스피카'는 질량이 태양보다 10배크고 1초당의 에너지 소비율은 태양의 1만배에 달하지만 수명은 태양의 3백분의1인 3천만년에 불과할 것으로 계산되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가장 무거운 별은 태양의 약 1백50배. 청백색을 띤 이별의 수명은 고작 1백만년 정도로 추산된다.
탄생한 별의 내부는 수천만˚Κ에서 수십억˚Κ라는 엄청나게 높은 온도 상태이다. 따라서 전자를 묶어둘 수 없는 원자핵들은 서로 고속으로 충돌해 핵융합을 일으키고 보다 무거운 원소가 된다. 성간가스에서 태어난 별의 경우 주성분은 수소이기 때문에 수소의 핵융합이 일어나 헬륨이 된다. 이처럼 수소를 연소시키는 주계열성(主系列星)은 태양을 포함해 모든 별의 92%를 차지하는데, 별의 일생은 대부분 동안 이런 상태를 유지하며 안정하다. 그러나 이 시기를 지나면 별들은 각기 질량의 크기에 따라 극적인 최후를 맞게 된다.
블랙홀은 거대별의 종착역
태양보다 30배 이상 질량이 큰 별의 일생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겪게 된다. 우선 중심의 수소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주계열성 단계에서 중력과 방출 에너지가 균형을 이루어 안정된 상태를 유지한다. 그후 중심부의 수소는 모두 타 헬륨이 되고 표면의 수소가 모두 타 헬륨이 되고 표면의 수소가 연소를 시작한다. 수소의 연소가 진행되면 균형이 깨어져 별이 수축하고 온도는 더욱 올라간다. 그리하여 더 무거운 원소인 중심의 헬륨의 원소가 시작된다.
이 과정은 되풀이 되어 다음 단계에서는 헬륨의 표면이 연소하고 중앙에는 탄소와 산소가 생겨난다. 이런 식으로 계속 가벼운 원소에서 무거운 원소로 연료를 바꾸어 나간 마지막 단계인 적색거성은 그림과 같은 조성을 갖는다.
이 적색거성은 말그대로 거대한 붉은별로서, 반경이 태양의 수백배에 달하며 지구의 공전궤도에 필적하는 1억km 의 반경을 가진 것도 있다. 여름밤 전갈자리에서 붉게 빛나는 '안타레스'는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적색거성의 예이다. 적색거성은 반경이 크기 때문에 평균밀도는 매우 낮다. 반면에 극히 고밀도의 중심핵은 체적으로는 전체의 1조분의 1에 불과하지만 별 질량이 거의 대부분을 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형성된 철의 중심핵은 융합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성자로 분해한다. 결국 중심핵의 수축이 무한히 진행돼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고 블랙홀이 형성된다. 이 과정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자. 별이 중심핵이 수축을 계속함에 따라 밀도가 매우 높아져 전자가 원자핵 속에 파묻히는 상태가 된다. 즉 원자핵이 전자를 포획하여 원자핵 속의 양성자가 중성자로 변해 간다. 그러면 원자핵 소의 양성자와 중성자의 균형이 깨져 중성자가 원자핵으로부터 흘러 넘치게 된다. 물질의 중성화자가 진행되는 것이다. 수축이 더욱 진행되면 중성자끼리 서로 접하게 되고, 압력이 높아지면 수축이 정지되고 그 반발로 폭발이 일어난다.
이처럼 태양의 30배 이상의 질량을 가진 별은 블랙홀로 일생을 마치게 된다. 수명은 수백만년에서 1천만년까지로, 별의 수명치고는 대단히 단명하다.
태양정도의 별은 수명 1백억년
태양보다 질량이 약 10배 정도 되는 별의 생애도 앞의 경우와 대동소이하다. 단지 수명이 길어 약 3천만년 정도가 되고 마지막 단계에서 초신성 폭발을 거친 후 블랙홀이 아니라 중성자성(中性子星)으로 되는 것이 다른 점이다.
중성자성은 태양정도의 질량을 가진다해도 반경은 10km밖에 안되는 초고밀도의 별이다. 여기서 전자는 원자핵 속의 양성자에 흡수되어, 양성자는 중성자로 변한다. 중성자성의 개념을 처음 이론적으로 제시한 사람은 '오펜하이머'와 '볼코프'로 1939년의 일이었다. 실제로 중성자성이 발견된 것은 거의 30년이 지난 1967년이었다. 영국 케임브리지에 있는 전파천문대의 대학원생이었던 '벨'과 '히위시'가 일정한 시간간격을 두고 전파의 펄스가 전해오는 기묘한 현상을 조사한 결과, 이 펄스는 강한 자장을 가진 중성자성이 고속으로 자전하여 방사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히위시'는 1974년 '라일'과 함께 천문학 분야에서는 최초의 노벨상을 받았다.
태양의 몇 배 정도 질량을 갖는 별은 1억년 정도의 수명을 갖는다. 그러나 중심부에 탄소와 산소가 연소하는 단계에서 핵융합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초신성 폭발을 일으켜 별을 구성하던 모든 물질을 우주로 흩뿌린다.
우리 은하계의 표준적인 크기인 태양과 비슷한 질량을 갖는 별은 1백억년이란 비교적 긴 생애를 누린다. 그만큼 활동도 격렬하지 않아 초신성 폭발 등은 일으키지 않는다. 이 유형의 별들은 수소와 헬륨을 차례로 연소시키고 내부에 탄소와 산소가 생겨 나기까지 앞서 본 다른 별들과 같은 과정을 겪는다. 단지 그 활동이 덜 활발하고 느릴 뿐이다. 그러나 핵융합 반응은 여기서 중단하고 탄소와 산소를 주로한 백색왜성(白色倭星)으로 움츠러든다.
백색왜성은 지구만한 크기의 작은 별로서 표면온도는 1만˚Κ정도로 높지만 표면적이 작아 희미하게 빛난다. 밀도는 매우 높아 백색왜성 1㎤의 무게는 10~1백만kg에 달한다. 보통의 별들은 핵융합 반응이 진행된에 따라 적색거성으로 진화한다. 그러나 어느 단계에 이르면 별의 바깥층이 불안정하게 되어 대부분의 물질이 우주로 누출되고 중심핵만이 남는다. 이것이 바로 백색왜성이다. 백색왜성은 내부의 열에너지를 빛으로 써버림에 따라 점차 식어가 색깔도 청백색에서 황색으로 그리고 마침내는 검은색의 흑색왜성으로 우리의 시계에서 사라진다. 그러나 밝은 별과 쌍동이 별을 이룰 경우에는 이런 사망선고를 피할 수 있다. 상대편 별로부터 가스를 끌어들여 다시 반응을 일으켜 신성이 되고 조건에 따라서는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밝은 별과 백색왜성이 쌍동이 별을 이룬 대표적 예는 겨울 밤하늘에 가장 밝게 빛나는 큰개자리의 '시리우스'성이다.
태양보다 작은 질량의 별들은 중심부의 수소가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헬륨이 생기고 표면의 수소가 연소를 하는 단계에서 반응을 멈춘채 헬륨을 주성분으로 하는 백색왜성이 된다. 이런 작은 별들은 흑색왜성으로 수명을 다하기 까지 1천억년의 장수를 누린다.
별들이 저마다 다른 일생을 마친다해도 그들을 구성하는 물질은 영원히 순환을 계속한다. 주계열성이 적색거성으로 성장할 때 그 질량의 일부는 성간공간으로 방출되며, 커다란 질량의 별이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면 대부분의 질량을 성간공간에 되돌려 준다. 이 성간가스들은 다시 뭉쳐 암흑성운을 이루고 그 속에서 어린 별들이 새 생명을 얻는다. 이처럼 가스에서 별, 그리고 별로부터 가스로 이동하는 우주의 물질순환은 변함없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