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말까지 온실효과로 기온이 3~5℃ 올라 평야지대가 바닷물에 잠길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빙하기가 다시 올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학자들은 대개 "그렇다" 고 대답한다. 북위 42˚에 위치한 시카고가 1백m 두께의 얼음에 뒤덮혔던 지난번 빙하기가 물러간 지 약 2만년. 수만년을 주기로 찾아오는 빙하기가 앞으로 1~2만년 지나면 도래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구는 추워지고 있는가. 수만년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지구가 한냉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십 수백년의 단위로 볼 때 지구는 더워지고 있다. 대기중의 탄산가스의 농도가 높아져 일어나는 '온실효과'(溫室效果)가 그 원인이다.
온실을 덮고 있는 투명한 유리는 태양광선은 투과시키지만 온실내에서 방사하는 적외선(열선)은 완전히 흡수해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다. 이런 현상이 지구적인 규모에서 일어나는 것이 온실효과이다. 이때 유리의 역할을 하는 것이 주로 화석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탄산가스이다.
매년 50억 t의 탄산가스 방출
지구상의 탄산가스는 주로 바다와 대기 그리고 육상의 동식물에 포함되어 있다. 인간이 석탄을 태우게 되는 공업화 시대에 이르기까지 이 3자간의 수지는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그림1). 그러나 19세기말 이래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가 대량으로 연소되기 시작했다. 최근에 오면 매년 탄산가스의 탄소로 쳐 50억t이 화석연료로부터 대기중으로 내뿜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30억t은 대기에 그리고 나머지 20억t은 바다에 흡수된다. 삼림의 파괴도 대기중 탄산가스 농도의 증가에 기여한다.
탄산가스의 농도를 처음 재기 시작한 것은 국제지구관측년의 첫 해인 1958년으로 미국에 의해 하와이의 '마우나로아' 관측소와 남극의 '사우드 폴' 기지에서 시행됐다. 그후 지금까지 전세계 30개소에서 관측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림2)는 대기중의 탄산가스 농도의 변동을 보여준다.
그림에서 보듯이 탄산가스의 농도는 매년 9월에 최저치를 보이다 점차 상승하여 다음해 5월에 최고치를 나타낸다. 이 진폭은 식물의 활동을 반영하는 것으로, 봄부터 여름에 걸쳐 식물은 탄산가스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하는 광합성을 하기 때문이다. 탄산가스의 농도는 매년 증감을 되풀이하면서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사실을 이 그림에서 알 수 있다. 1979년부터 84년까지 6년간의 증가분은 약 8ppm, 연간 1.3ppm씩 늘어난 셈이다.
미국과학아카데미는 1979년과 81년 탄산가스가 기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론적으로 계산해 냈다. 그 결과 탄산가스의 농도가 현재의 2배로 되면 세계의 평균기온은 1.5~4.5℃ 상승한다는 추정이 나왔다. 온도상승은 특히 극지방에서 현저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왜냐하면 극지방의 얼음과 눈이 녹으면 햇빛의 반사율이 떨어져 온도가 더 상승한다는 것. 햇빛의 반사율이 얼음의 경우는 70%정도이나 물은 5%에 불과하다.
이런 이론적인 예측치는 관찰을 통해 확인되어야 한다. 이 확인여부에 대해서는 학자들의 의견이 갈린다. 확인파의 대표격은 NASA의 기상학자인 '한센'. 그는 과거 1백년간의 지표와 기온변동을 면밀히 검토한 끝에 지구의 평균기온은 온실효과에 의해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그림3). 한편 미확인파는 온도의 상승이 탄산가스에 의한 것인가에 대해 회의를 표시하고 있지만, 현재의 추세는 대체로 탄산가스로 인한 온실효과를 인정하는 것이다.
전세계의 경제성장률은 2.5%에서 3% 정도로 당분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쓰이는 에너지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원이 등장하지 않는 한 석탄이 중심이 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대기중의 탄산가스 농도는 2050년 무렵에는 공업화 사회에 들어오기 이전의 2배가 넘는 5백80ppm에 이르게 된다. 21세기 말에는 3~4배의 탄산가스 농도가 될 것이다.
현재 화석연료를 태워 대기중에 배출되는 탄산가스의 40%는 바다에 흡수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바닷물에 탄산가스가 녹아들수록 해수의 화학적 성질도 바뀌어 탄산가스의 흡수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그 만큼 대기중의 탄산가스가 늘어나게 마련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21세기 말에는 대기중 탄산가스의 농도가 현재의 2배를 넘어서 지구의 평균 기온도 3~5℃ 상승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6천년 전 빙하가 녹아 수면이 상승하던 유독 따뜻했던 시기가 있었다. 이때의 평균기온은 지금보다 2℃ 정도 높았다. 만일 평균기온이 3~5℃ 올라가면 해면상승은 보다 대규모로 이루어질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서 남극의 빙상(氷床)의 붕괴. '로스' 해와 '웨델'해 양쪽으로부터 따뜻한 해류가 흘러들어오면 서 남극의 빙상을 지탱하고 있는 붕빙(棚氷)이 녹아 빙상 전체가 소멸될 위험이 있다. 만일 그렇게 되면 해면상승은 5~8m에 달해 전세계의 평야다운 평야는 모두 물에 잠기가 된다.
탄산가스만 기후변동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냉장고의 냉매(冷媒)나 스프레이의 용매로 쓰이는 프레온가스, 가축의 분뇨에서 생기는 메탄가스 그리고 질소비료로부터 나오는 산화질소(소기) 등도 대기의 온실효과를 일으킨다. 지금까지의 쓰임새를 유지한다면 2050년 무렵에는 탄산가스의 3℃에 더하여 프레온 0.5℃ 메탄 0.2℃ 산화질소 0.6℃의 온도상승이 예상된다.
현재의 지구는 대국적으로는 한냉화로 향하고 있다. 그런데 이 자연의 순환을 넘어서는 인공적인 온난기를 인간이 만들어내고 있다. 21세기에 인류가 이로 인한 어떤 댓가를 치러야 할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