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감정 사고 행동 일체를 통제하는 두뇌, 이 고도의 조직체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어떤 작용을 하는 것일까.
인간의 뇌는 겉으로 보기에 똑같은 모양의 두개의 반구(半球)가 복잡한 시경다발에 매어져 있는 신체의 중요한 기관이다. 이러한 뇌는 우리가 행동하고, 느끼고, 생각하고, 기억하는 일까지를 모두 통제한다. 그러나 뇌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은 연구자의 관심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고 있다. 예를들어 구조에 관심을 둔 해부학자는 "공통성을 갖는 것끼리 복잡하게 나열되고 세분화된 세포들의 집합체"라고 규정할 것이고 정보처리과정에 관심을 둔 생리학자는 "주변 환경에 대해 독특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는 전기화학적 기제(電気化学的 機制)"라고 답할 것이다. 또한 화학자는 "정보처리과정에 대해 믿을 수 없는 생화학적 체제"라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뇌에 전혀 지식이 없는 비전문가들도 모든 인간의 행동, 생각, 감정 및 기억 등이 뇌에 의해서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과학자들은 뇌가 하는 일을 탐사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뇌의 세포 하나 하나를 일일이 조사하기도 하고, 방사능이 함유된 화학물질을 주입하여 어느 부위의 뇌세포를 자극하는지를 관찰하기도 하고, 뇌를 해부하여 뇌의 구성 요소와 그 요소들간의 상호작용을 탐사하기도 한다. 여하튼 뇌를 연구하는 과학자의 관심은 뇌의 각 부위가 어떤 기능을 하고 있으며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정보가 어떠한 과정에 의해서 처리되는가를 밝혀내는 것이다.
고도로 조직화된 지식공장
뇌의 겉표면 즉 피질(皮質)은 수십억의 뉴런(神経細胞)과 뉴런 상호간을 연결하는 돌기(突起)로 구성되어 있다. 피질의 표면은 뚜렷하지만 전두엽(前頭葉), 두정엽(頭頂葉), 측두엽(側頭葉), 그리고 후두엽(後頭葉) 등 네개의 엽(葉)으로 나누어지며 이들 각각은 다소 다른 기능을 갖는다. 그리고 피질 밑에는 피질하 뇌조직이 있는데 이들은 전뇌(前腦),중뇌 (中腦), 뇌간(腦幹) 그리고 척수(脊髓)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뇌 뇌수 척수는 종족간(種族間)에 큰 차이가 없으나 전뇌는 종족간 계통발생학적(系統發生学的)차이가 있다.
전뇌의 조직인 시상부(視床部)는 피질로 가는 시각정보를 처리하고 연결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전뇌구조는 단일의 핵(核)이 아니며 변연계(辺緑系)로 알려진 집단구조이다. 변연계는 시상, 시상하부, 뇌간과 직접 정보교환을 하고 시상하부의 기능과 유사한 동기적인 행동(음식을 먹고 물마시기등), 정서적인 행동(공격), 성행동을 조절한다.
뇌의 중앙에 위치한 중뇌는 망상체(網狀体), 시상하부(視床下部), 뇌하수체(腦下垂体)로 구성되어 있다. 망상체는 신경조직에서 시상부를 통해 피질로 가는 감각정보를 받는다. 망상체의 섬유조직은 피질의 한정된 부위에 연결되지 않고 넓게 분포되어 있다.
잠을 자고 있는 동물의 망상체에 전기로 자극하면 곧 깨어나는 것으로 보아 그 기능이 각성(覺醒)과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망상체를 비활성화시켜 계속 수면상태를 만드는 실험과 수면제가 이곳에 작용하는 사실로 보아 확인할 수 있다.
시상하부는 뇌의 다른 부위에 광범위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뇌의 중요한 영역이다. 시상하부는 뇌분비선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신체의 균형을 유지하게 한다. 즉 항이뇨호르몬(抗利尿호르몬 : ADH)을 생성하고 뇌하수체에 저장하여 시상하로부터의 신경학적 명령에 따라 방출한다. 항이뇨호르몬은 신장에 작용하여 소변 중의 수분배설을 감소시킨다. 즉, 신장에 영향을 줘서 체내 수분을 재순환 시키고 소변을 농축시키는 작용을 한다.
이는 또한 갈증과 물을 찾는 행동에도 관여한다. 물은 생명 유지에 매우 중요하나 대부분의 생물은 많은 양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물을 과잉섭취하면 그것은 배설되며 체내에 물이 부족한 곳이 있으면 그곳에 보내진다. 이같이 시상하부는 먹고 마시는 행위, 체온조절, 생리적인 기능을 통제한다.
뇌하수체는 시상하부 바로 밑에 위치해 있고 시상하부의 통제를 받으며 호르몬을 방출한다. 시상하부와 뇌하수체의 호르몬 분비와의 관계는 잔디밭의 스프링클러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양을 조절하는 원리와 비슷하다. 즉 손(시상하부)으로 수도 꼭지(국소 호르몬)를 틀어서 스프링클러 (표적선 : 表積線―호르몬의 순환수준)에 의해 공급할 수 있는 지역에 그 양을 조절하는 것과 같다.
뇌간에는 뇌신경핵, 신경관, 감각섬유들이 들어있다.꼬한 교감신경(交感神経) 과 부교감신경(副交感神経)의 핵이 있다. 소뇌(小腦)는 뇌간을 통해서 뇌의 다른 부분과 연결되어 있으며 근육의 통제와 협조에 관여한다.
뇌의 해부학적 고찰의 마지막 구조로척수가 있다. 사람의 척수는 직경이 새끼손가락만 하다. 이것은 상행 및 하행 신경관, 근육수축에 관여하는 큰 뉴런과 반사행동을 촉진하는 작은 뉴런을 포함하고 있다.
매일 수천개씩 파괴되는 뇌세포
뉴런은 뇌의 기본 구성단위이다. 출생시 인간의 뇌는 2백억 내지 2천억개의 뉴런이 있다. 놀랍게도 인간은 출생시 가졌던 뉴런의 수만큼 다시는 갖지 못한다. 인간은 매일 수천개의 뉴런을 잃으나 보충되지 않으며 나이가 많아져 손실이 누적될 때까지는 이것을 깨닫지 못한다. 이러한 뉴런은 수많은 뉴런과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 정보를 교환한다.
뉴런은 종(種) 상호간 비슷하지만 하등동물의 뉴런은 뉴런들 사이의 전기적 접촉에 의해서, 고등생물(척추동물) 에서는 화학적 접촉에 의해서 정보를 교환한다.
뉴런은 모양과 크기가 다양하여 일부는 한개 또는 두개의 돌기가 신경의 세포체로부터 뻗어 있으며 다른 일부는 겨울나무(침엽수)와 유사한 많은 돌기를 지니고 있다.
뉴런은 세포핵(細胞核)과 생명유지에 필요한 대사기관(代謝器管)의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정보를 통합하고 전달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그림1)
세포체로부터 뻗어나가는 짧은 돌기가 수상돌기(樹狀突起)인데 이 돌기가 다른 뉴런으로부터 정보를 받아들인다. 긴돌기를 축색돌기(軸索突起)라 부르며 이는 수초(髓鞘)로 싸여 있다. 정보는 축색돌기의 긴 축을 따라 전달되며 다른 뉴런이나 근육에서 끝난다.
정보는 수상돌기로 들어와 뉴런을 거쳐서 축색돌기를 통해서 내보내진다. 신경연접부(神経連接部)는 뉴런들 사이 또는 뉴런과 근육 사이의 정보교환 부위를 말한다. 하등생물에서는 A뉴런의 정보가 전기적 과정에 의해서 B뉴런에 영향을 준다. 반면 고등생물에서는 정보가 A뉴런의 축색종말(軸索終末)에 도착하면 축색종말에서 적은 양의 화학물질(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어 B뉴런의 수상돌기에 영향을 준다. 신경전달물질의 영향은 B뉴런의 활동을 일으키거나(흥분) 가라앉게(억압) 할 수 있다. 신경전달물질은 축색종말 안의 작은 저장소에 저장되며 뉴런이 활성화되면 충분한 양이 분비된다.
종합컴퓨터 이상의 역할
그렇다면 이와같은 뉴런은 어떻게 활동하는가 뉴런의 막(膜)은 체(sieve)와 같아서 막의 이쪽에서 저쪽으로 작은 분자 또는 이온의 통과를 허용하나 큰 분자나 이온의 통과는 방지한다. 또한 막은 나트륨(N${a}^{+}$)은 내보내고 칼륨(${K}^{+}$)을 취하는 펌프 역할을 한다. 이러한 (N${a}^{+}$)/(${K}^{+}$)펌프작용 과정에서 세포내에 음전하(陰電荷)를 띤 단백분자들의 영향으로 뉴런의 안과 밖사이에 전위(電位)가 생긴다. 전위는 안쪽에 대하여 음전하를 띠게 된다.
비활동 또는 휴식 뉴런은 -60밀리 볼트의 전압을 나타낸다. 만약 전압이 -50밀리볼트 이하가 되면 뉴런의 축색돌기에서 활동저위가 시작된다. 활동전위는 축색돌기 막의 미세한 출입구의 순간적인 열림으로(N${a}^{+}$)이온이 축색돌기 안으로 들어오고 (${K}^{+}$)이온이 나간다. 활동전위 동안 전압은 양전하를 띤(N${a}^{+}$)이온의 유입으로 인하여 -60밀리볼트에서 +10 또는 20밀리볼트로 급격한 변화를 보인다.
이같은 뉴런의 전기활동이 막의 출입구를 통해 이온이 이동하고 활동전위가 축색종말에 도착하면 저장된 신경전달물질이 일부가 분리되어, 접합간격(뉴런과 뉴런사이)을 통과 확산하여 수상돌기 막의 수용제(受容体)에 도착한다. 뉴런은 축색종말로부터 신경전달물질을 방출하여 접합성 흥분이 접합성 억압을 능가하여 충분히 활동전압 가까이에 도달할 수 있도록 준비할 수 있다.
어떤면에서 뉴런은 종합컴퓨터와 같은 기능을 한다. 그러나 이미 설명한바와 같이 뉴런이 그렇게 단순한 것은 아니다. 어떤 뉴런은 수상돌기에서 활동전압을 일으킬 수 있으며, 어떤 접합부는 상호작용을 한다. 즉 정보는 양쪽으로 전달된다.
위에서 고찰한바와 같이 뇌는 전기화학적 기계이다. 외부로부터 화학물질을 투여함으로써 뇌의 기능을 변화시킬 수 있다. 어떤 약(화학물질)은 중추신경을 억압하고 다른 약은 중추신경 흥분제로 작용한다. 아교, 벤젠, 알 콜 등은 뇌활동 억압제로서 남용할 때는 심각한 후유증을 일으키게 하거나 죽음에 이르게 한다. 또한 암피타민, 매드드린, 덱스드린과 같은 약들은 축색종말에 축적된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돕고 전달물질의 접합부 농도를 증가시켜 신경의 흥분을 증가시킨다. 따라서 이런 약들을 남용하면 약물중독을 일으켜 위험하며 과량 복용하면 발육에 장애가 오고 심각하면 약물 유발성 정신병과 뇌 파괴를 유발할 수도있다.
뇌의 정보처리는 어떻게?
뇌의 정보처리과정은 사고, 이성(理性)동기, 인지과정(認知過程) 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신경과학의 이해는 뇌의 정보처리과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림2)는 촉감 수용체로부터 정보의 흐름을 도시(圖示)하고 있다.
(그림2) 의 A는 손가락으로부터 온 촉감이 시상에서부터 두정엽에 사건의 감각을 등록하고 피질에 넓게 퍼진 망상체의 활성화를 수반하는 것을 보여준다. B에서는 손과 손가락을 움직이게 하는 운동명령을 발표하도록 전두부 연합피질(聠合皮質)에 의해 인지적으로 평가되는 것이 나타나있다. 전두부 피질하 운동영역에서 출발하는 운동출력은 피질하 운동영역과 소뇌에 의해 좀더 조절되어 척수를 통과하여 적절하게 근육에서 끝난다. 이와 같이 간단한 단순행동이라도 뇌의 많은 영역에서 관여하고 있다.
이러한 뇌의 발달은 유전과 환경과의 상호작용의 결과로 고려된다. 출생시 나타나고 있는 기본형태의 뇌구조는 신경돌기들의 급속한 성장, 신경접합부의 형성, 수초의 형성을 경험하고 사춘기가 되면서 저하한다. 이러한 과정들은 생물체의 환경에 의해서도 변화한다. 풍요한 환경은 뇌의 발육에 크게 공헌한다. 뇌를 활성화시키는데 필요한 주변 환경이 억눌림을 받게 되면 퇴화될 것이다.
뇌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전기화학적 기계라 하였다. 신경과학은 아직 초보적 단계이지만 뇌의 신비를 벗기기 위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두개의 의식, 오른쪽 뇌와 왼쪽 뇌
오른쪽 뇌반구와 왼쪽 뇌반구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고 해석한다. 즉 언어를 구조화하기 낱말의 의미를 파악하기 계산하기 숫자를 차례대로 외우기와 같은 일들은 왼쪽 뇌반구의 기능으로 특징지워지고, 얼굴 기억하기 환경적인 소리(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기적소리 등의 자연음) 멜로디·소음인지하기 점이나 위치등을 찾기 시각적인 형태 파악하기(그림이나 사진의 지각과 해석등)와 같이 덜 구조화된 일들은 오른쪽 뇌의 기능으로 특징지워진다.(그림3, 표1)
뿐만 아니라 오른쪽·왼쪽 뇌의 의식의 차이는 어떤 학습과제를 학습하는 학습양식에서도 볼 수 있다. 오른쪽·왼쪽 뇌는 각기 다른 방법으로 학습한다. 즉 오른쪽 뇌는 왼쪽 뇌보다 비언어적인 심상(心像)을 사용하고, 오른쪽 뇌는 비논리적이고 비교적 덜 분석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계열적이고 논리적인 방법에 있어서 왼쪽 뇌보다 효과가 적게 나타났다.
그러므로 왼쪽 뇌는 읽기 쓰기 말하기 셈하기와 같은 학교학습의 기본적인 능력을 관장하고, 오른쪽 뇌는 음악 그리기 조각하기와 같은 예술적인 능력을 관장한다.
□왼쪽 뇌와 언어
언어가 왼쪽 뇌와 관련되어 있다는 실증적인 연구가 많다. 임상연구에 의하면 오른쪽 뇌에 손상을 입었을 때보다 왼쪽 뇌에 손상을 입었을 때 언어상실이 많은것으로 나타났으며 왼쪽 뇌를 일시적으로 마비시켰을 때 언어상실을 초래하고 오른쪽 뇌를 마비시켰을 때는 언어상실이 일어나지 않았다. 또한 난독증(難讀症)은 왼쪽 뇌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한편 말더듬이도 왼쪽 뇌와 관련되어 있다.
□오른쪽 뇌와 창의성
창의성은 오른쪽 뇌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창의성이란 말속에는 직관(直觀) 무의식(無意識), 심상(心像)의 개념을 모두 포괄한다.
직관이란 새로운 생각이 갑자기 나타나는 통찰(洞察)과 같은 개념으로 쓰인다. 직관, 즉 새로운 생각이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창의적 사고의 특징이다. 무의식은 말그대로 의식에 떠오르지 않음을 뜻한다. 무의식의 마음이 명확하지 않은 것은 그것이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데도 불구하고 그 행동을 말로 잘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말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은 왼쪽 뇌가 작용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무의식의 마음을 찾아내려는 정신의학적 우월성을 이용하고 있다.
한편 마음 속에 그린 그림을 심상이라고 한다. 마음 속에 그림이 없으면 생각할수도 없다. 생각할 때 느끼는 감정은 그림을 그릴 때 느끼는 감정과 같은 것이다. 이와 같이 창의력은 오른쪽 뇌의 기능이다.
신경과학의 발달은 신비에 싸여있는 뇌를 벗기는데 중요한 공헌을 하고 있다. 즉 기억, 감정, 사고가 모두 뇌의 통제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의 발견은 우리 인간의 행동과 의식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 비해결의 영역은 많다. 이같은 뇌의 신비를 벗기는 작업는 뇌의 개발과 함께 계속 연구되어져야 할 과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