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년부터 한강에서 재갈매기가 발견된 것도 생태계의 큰 변화이다
한강에 새들이 차츰 늘어나고 있다. 수많은 철새들이 집단적으로 찾아오는가 하면 희귀조류인 천연기념물까지 목격되고 있었으며, 여의도 부근 밤섬에는 수백쌍의 습지새와 물새들이 찾아와 번식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한강개발이 가져다준 선물이기도 하겠으나 한편으로는 변화의 추세가 어떻게 될는지 주목되기도 한다. 과연 한강의 새들이 얼마나 늘어난 것인지 최근의 조사결과를 놓고 분석해볼 필요가 있겠다. 또 보다 나은 새들의 서식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필요한 일은 무엇인지도 따져봐야 할 것이다.
한강의 연도별 조류조사결과
조류의 조사는 천호대교에서부터 하류인 행주대교까지의 한강에서 서식하는 종류와 개체수 등을 대상으로 했는데, 주로 한강의 남측 강변과 북측 강변로를 따라 실시하였다.
조사시 교통편은 오토바이와 승용차를 이용하여 주로 물새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종류와 개체수를 직접 확인, 기록하였다. 조사시기는 1980년부터 1986년 8월까지로 이 기간중 28회에 걸쳐 실시하였다.
이상의 조사에서 한강개발공사를 기점으로 하여 한강에 서식하는 조류의 종류수와 개체수에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즉, 1980년 4회에 걸쳐 관찰된 조류는 47종 1천7백18개체로써 고방오리가 2백99개체(17.4%)로 최우점종(最優占種)을 나타냈으며, 다음으로 개개비 1백38개체(8.08%), 건마물떼새 1백5개체(6.11%) 쇠오리 1백2개체(5.93%), 청둥오리 1백2개체(5.93%)의 순위였다.
1981년에 관찰된 조류는 총 41종 2천8백36개체로 흰뺨검둥오리가 4백77개체 최우점종을 나타냈으며 다음으로 청둥오리 고방오리 황오리 쇠오리 등의 순위였다. 특히 천연기념물 조류인 황새와 재두루미가 난지도앞 한강의 개펄에서 관찰되었다는 것은 큰 의의가 있는 것이다.
1982년에 관찰된 조류는 44종 2천30개체로서 우점조류는 고방오리 쇠오리 청둥오리 종다리 흰뺨검둥오리의 순위였다. 특히 수면채취형 오리의 밀도가 높았다.
1983년 관찰된 조류는 43종 2천7백36개체였으며, 우점조류는 청둥오리 황오리 쇠오리 흰뺨검둥오리 재갈매기 등의 순위였다. 재미있는 것은 바다해조류인 재갈매기가 한강까지 올라온 사실이었는데, 이는 한강 상류에 많은 댐이 생겨 강물과 민물이 교차됨으로써 물고기의 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1984년에 관찰된 조류는 46종 3천4백8개체이며, 관찰된 조류는 중대백로가 최우점종을 나타냈으며, 다음으로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황오리 재갈매기 등이 많이 관찰되었다. 한강개발이 진행됨에 따라 많은 모래섬과 자갈섬이 생기자 습지에 서식하는 백조류가 나타난 것이 특이하다. 또한 수면성 오리인 고방오리 쇠오리 등이 개발로 인해서 줄어든 것이 특이하다.
1985년 관찰된 조류는 총 62종, 4천4백42개체였고 중대백로가 최우점종을 나타냈다으며 다음으로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흰쭉지오리 댕기흰쭉지오리의 순위였다. 물새류의 변화에 있어서 특기할만한 것은 강가의 습지와 개펄을 좋아하는 오리류의 생활터전이 박탈되었기 때문에 이들 무리가 많이 줄었으며, 그대신 개발로 인해 한강이 깊어지자 잠수질하여 물고기를 잡아 먹는 잠수채취형 오리가 많아졌다.
1986년에 관찰된 조류는 69종 5천6백46개체였다. 우점조류는 중대백로 흰쭉지오리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등의 순위였다. 한강의 개발이 마무리 됨에 따라 강뚝과 개펄 습지가 변화, 조류의 종류와 개체수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대부분 개펄이나 습지에 많던 조류는 거의 사라지고 물새류인 잠수성 조류가 증가하였다.
7년동안 4계절 20회에 걸쳐 관찰된 조류의 무리별 개체수를 보면 오리류가 20종 4천32개체, 백로류 6종 3천5백99개체, 갈매기류 5종 1천4백98개체, 도요새류 10종 1천4개체, 물떼새류 6종 8백47개체, 논병아리류 4종 2백13개체, 매 및 수리류 6종 1백59개체이며 전체 관찰된 조류중 51.88%로 반수 이상이었다.
이 기간동안 한강에서 관찰된 조류는 총 93종 2만2천3백35개체이며, 이중 청둥오리가 최우점종으로 전체의 10.92%를 차지하고 있으며, 다음으로 중대백로 9.87%, 흰뺨검둥오리 9.19%, 고방오리 4.68%, 쇠오리 4.61%의 순위였다.
흰꼬리수리 재두루미도 나타나
이상의 우점조류들은 한강개발과 더불어 많은 조류의 비교 차이를 가져왔으며 특히 한강개발 전과 개발 후의 단계에서 나타났다. 개발 전에는 개펄과 습지에 사는 조류들이 우점종을 나타냈으나 개발 후는 잠수성 조류가 더욱 밀도가 높았다.
주로 한강의 여의도 부근 밤섬에는 하절기인 6월부터 9월까지 철새와 텃새들이 번식하고 있으며, 관찰된 종류와 개체수 및 둥우리수는 다음과 같다.
번식조류는 쇠제비갈매기 63둥우리, 꼬마물떼새 51둥우리, 깝작도요 48둥우리, 개개비 47둥우리, 흰뺨검둥오리 24둥우리, 알락할미새 4둥우리의 순위였고 총 6종 2백37둥우리로 높은 번식밀도를 나타냈다.
최근 서울의 한복판 한강에 적은 수나마 희귀 천연기념물 조류가 나타난다는 것은 매우 흥미있는 일이다. 1980년부터 1986까지 한강에서 발견된 천연기념물 조류는 5종 57개체이었다.
그 종류는 흰꼬리수리(천연기념물 제243호)를 비롯하여 재두루미 (천연기념물 제203호), 큰고니(천연기념물 제201호) 매류인 갯빛개구리매 및 황조롱이(천연기념물 제 323호)등이다.
조류생태계의 문제점
한강은 서울시의 인구팽창과 공업화로 인해 생태계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고 이에 따라 서식하는 한강의 생물상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한강은 바다의 짠물이 한달에 2회씩 서울까지 역류하여 들어 오는 까닭에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하는 곳에서는 많은 미생물과 수서동물(水棲動物)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서울의 한강에서 처음으로 바다의 갯지렁이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이다. 필자가 한강의 철새를 조사하던 중 1983년 9월7일 성산대교에서 행주대교에 이르는 강변 개펄에서 집단으로 서식하는 10cm내외의 갯지렁이를 발견한 것이 그것이다.
갯지렁이는 민물과 바닷물의 중간지점에서 사는 대표적인 환형동물이다. 그러므로 이곳 한강까지 바닷물이 올라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같은 사실은 생물생태계의 먹이연쇄와 관련해 대단히 중요한 의의를 지니고 있다.
또한 1983년부터 한강에서 재갈매기가 발견되었다는 것도 생태계에 큰 변화를 가져온 증거이다. 왜냐 하면 갈매기는 지금까지 해조류만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두마리가 아닌 40∼50개체의 무리를 한강에서 쉽게 볼 수 있다는 사실은 바닷물과 먹이와의 관련성이 있기 때문이다. 즉 갈매기의 먹이인 물고기 많다는 얘기다.
이와 같은 급속한 변화는 최근 한강개발과 더불어 가속되고 있다고 보아진다. 즉 한강개발로 인해 옛날 오염되기 이전의 깊은 강바닥이 파헤쳐짐으로써 오염되지 않은 퇴적물에서 서식하던 미생물들이 표출되었기 때문이다. 이 미생물들은 갯지렁이의 먹이로서는 아주 훌륭한 것이며, 또 갯지렁이를 먹이로 하는 많은 물고기들이 당연히 이곳으로 모여들기 마련이다.
그외에도 천연기념물인 흰꼬리수리가 매년 겨울 한강에서 물고기를 잡아 먹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으며 잠자리로 밤섬을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지금까지의 조사결과를 종합해보면 한강에서 서식하는 조류의 종류와 개체수는 서서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야생조류의 조류와 개체수는 서서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야생조류의 종류와 개체수를 더욱 많이 오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수준에서 더 이상 감소되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강 자체가 바로 물새들의 서식환경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물의 오염을 막아야 하겠다.
물의 오염을 막는다는 것은 수중이나 얕은 물에서 사는 작은 미생물과 수서동물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즉 이러한 모든 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새들도 살아갈 수 있는 좋은 조건이 되는 셈이다.
철새나 텃새들이 찾아올 환경이라는 것은 먹이 휴식처 잠자리 번식장소 이동경로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조건들을 말한다. 최근 자연보호운동을 한다고 해서 한강변 아무 장소나 곡식을 뿌려주는 광경을 보게 되는데 한강에 찾아오는 조류중에는 물고기를 잡아먹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갯지렁이나 실지렁이 조개류 등을 즐겨먹는 새들이 있고, 또 채소류나 곡류를 주식으로 하는 새들도 있는 것이다. 즉 새들이 모이는 장소에 따라 곡식과 동물질 등을 구분하여 그들의 먹이가 부족할 때 먹이를 갖다 놓아야 한다.
또한 무엇보다도 중요한 몇가지의 환경을 들면 넓고 얕은 개펄, 모래밭이 있어야 하고 자갈밭과 작은 바위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그외에도 습지식물인 달풀을 비롯하여 억새류 갯버들이 무성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식물들은 추운 겨울에 물새류의 좋은 잠자리가 되며, 또한 개개비의 둥우리로 이용되기도 하고 갯버들은 백로류의 휴식장소로도 이용될 수 있다.
또 이들 식물들을 여름의 홍수에 잠기게 되어도 생명력이 강하여 잘 자랄 뿐 아니라 강뚝의 파괴를 막아주는 역할도 할 수 있다.
그외에도 한강변의 작은 녹지공간에 잔디만을 심을 것이 아니라 한강에 찾아오는 조류들이 채식할 수 있는 보리 밭벼 조 옥수수 수수 종자식물 등을 심는 것이 보다 좋을 것이다.
현재 한강에는 모래섬이나 모래톱 등이 거의 없어졌으나 마지막 하나 남은 밤섬은 그나마도 철새의 낙원을 이루어 매년 이곳을 찾는 철새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곳에 과거 한강변의 습지와 같은 환경을 조성해준다면 세계적인 도시공간속의 철새 낙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