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609/S201610N058_1.jpg)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609/S201610N058_2.jpg)
그런데 구 교수가 발표를 마치면서 질문 하나를 던졌다. “코가 냄새를 맡는 데 관여하는 후각수용체 유전자가 췌장이나 면역세포 같은 조직과 세포에서도 발현되는지 알아보고 싶은데, 특정 후각수용체 유전자를 콕 집어내는 게 쉽지 않네요. 혹시 도와주실 분 있나요?”
이 질문이 김민수 교수의 뇌리에 꽂혔다. “내 기술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두 사람의 융합 연구가 시작됐다.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유전자 진단 기술
5년이 흐른 지난 7월. 두 사람은 전세계 생명과학자들을 위한 소프트웨어(SW)를 만들고 이를 서비스하는 웹사이트를 열었다. 원하는 유전자를 찾아낼 때 사용하는 ‘프라이머’라는 짧은 염기서열을 검색할 수 있는 웹사이트로, 지구상의 모든 유전자를 가장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는 프라이머 정보를 제공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됐거나 암에 걸렸는지 확인한다고 해 보자. 피검사나 조직검사를 해서 그 샘플 속에 들어 있는 바이러스나 암세포의 유전자를 찾아내야 한다. 이때 사용하는 기술이중합효소연쇄반응(PCR)이다. 유전자의 특정 서열을 수십억개씩 복제해서 그 유전자가 바이러스나 암 유전자가 맞는지 확인한다. 이 기술을 고안한 캐리 멀리스 박사는 1993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하지만 이 기술을 활용하는 데 큰 문제가 있었다. 프라이머는 목표 유전자의 원하는 부위에 달라붙어서 DNA중합효소가 유전자를 복제하게 만들어 준다. 그런데 유전자 맞춤형 프라이머를 제작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 3만~ 4만 개인 사람의 유전자에는 달라붙지 않으면서 목표로 하는 병원체의 유전자에만 달라붙는 정밀한 프라이머를 디자인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방법은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만든 것으로, 프라이머 여럿을 후보군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목표가 아닌 유전자에도 달라붙는 쓸모없는 프라이머가 다수 포함돼 있다. 연구자가 하나하나 직접 적합성을 테스트한 뒤 가장 적합한 프라이머를 찾아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609/S201610N058_4.jpg)
[전문성 × 신뢰]
MRprimerW는 DGIST가 개최한 융합세미나(현재 명칭 Monday Lunch Seminar)와 연구비 지원이 있었기에 탄생할수 있었다. 두 교수는 성공적인 융합 연구의 비결로 전문성과 신뢰를 꼽았다. 자기 분야에서 실력을 기르지 못하면 융합연구를 해도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협력을 할 때 한
일의 양이나 중요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자신의 역할이 더 크다고 인정받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면 장기간 공동연구를 하기 힘들다. 서로를 신뢰하고 장기적인 목표를 공유 하는 것이 중요하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609/S201610N058_5.jpg)
데이터 수도 월등하다. 지금까지 연구자들이 손수 찾아내서 기록해 둔 프라이머 데이터베이스보다 489배나 많은 수의 유전자 맞춤형 프라이머를 불과 몇 초만에 찾아낼 수 있다.
MRPrimerW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 두 달밖에 안 됐지만 전세계 연구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져서 벌써 검색 횟수가 4600회를 돌파했다. 구 교수는 “작년에 알고리즘을 개발해서 논문으로 제출했을 때 불과 5시간 만에 저널에서 게재 승인이 났을 정도로 기술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생물정보학 SW 연구는 미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 연구 성과를 잘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SW 중에 한국에서 개발한 것이 거의 없는데, 이 SW가 널리 사용되는 주인공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 교수와 김 교수는 DNA를 넘어 RNA와 단백질 등을 포함하는 생명 현상의 센트럴 도그마(Central Dogma) 관련 프로그램도 완성해 생물학 분야의 주요 데이터 분석 기술을 대체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