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식품으로 인위적으로 몸의 상태를 조절할 수 있는가. 매일 섭취하는 음식물이나 운동 정도에 상관없이 특별한 약재나 식품을 복용하면 살이 찌거나 빠진다는 '믿음'은 타당한가.
성인병이나 비만이 문제가 되면서 날씬한 몸매를 선호하는 추세는 비단 용모에 신경쓰는 여성들의 것만은 아니게 됐다. 이에 따라 '살빠지는' 약이나 식품에 대한관심은 지대해졌고 그 부작용이나 문제점에 대해서도 많은 지적이 있어 왔다. 반대로 너무 말라서 고민인 사람도 있다. 살을 빼려 고심하는 사람보다 숫적으로는 훨씬 적은 이들을 살찌는 식품의 도움을 얻어 자신의 고민을 해결하려고 하기도 한다.
이같은 사람들의 수요에 맞추어 시중에 나도는 것이 종류도 다양한 살빼는 식품, 살찌는 식품들이다.
시중에 복용만하면 살이 빠지거나 찐다고 선전하는 약이나 식품들이 부지기수로 나와 있는 것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특히 살빠진다는 약은 종류나 원리 면에서도 다양하다. 여기에 상혼까지 개입하니 더욱 제각각이다.
약품으로는 중추신경을 자극해 식욕을 억제하는 약과 설사나 이뇨를 유발함으로써 체중을 줄인다는 약이 주종이다. 이밖에 잠자는 사이 성장호르몬을 분비함으로써 살을 뺀다는 약도 있다.
약이 아닌 보조식품의 형태를 띤 것도 많다. 야채효소가 한때 휩쓸고 지나갔고, 변비를 치료하는 섬유질 섭취방식도 아예 약으로 개발된 것에서부터 음료와 식품 등 가지가지다. 동규자차, 감비차 등의 작용도 설사를 유발함으로써 살을 뺀다는 것이다. 이밖에 몸에 붙이는 반창고 형태의 것, 바르면 살이 빠진다는 크림형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이다.
이러한 살을 빼려는 노력에 대해서는 운동과 칼로리섭취를 줄임으로써 점진적 감량을 꾀해야 한다는 교과서적 결론이 내려지곤 한다. 이상비만이 아닌 경우, 질병이 염려되지 않는 경우에는 건강을 유지하는 선상에서의 자연스런 다이어트로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살찌는 식품'은 전통 민간요법 불과
그런데 최근에는 극히 일각이기는 하지만 이와 반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허약하거나 너무 말라서 고민인 사람들의 위한' 살찌는' 약 또는 식품들이 대거 등장, 눈길을 끌고 있는 것. "마르고 허약하십니까, 식욕이 없으십니까, 아무리 먹어도 살찌지 않습니까"라는 광고문안과 함께 살찌는 보조식품들이 소개된 신문광고들이 눈에 띈다. 살이 찌고 체력이 보강될 뿐 아니라 체질개선까지 할 수 있다는 문구를 담고 있다.
이들 '살찌는' 식품들은 대부분 자라엑기스나 녹용 달팽이 흑염소 등에서 추출한 살찌는 성분들에 다른 한방약재들을 섞어 만든 '보약'들이다.
가령 '자보령(滋補靈)'의 경우 칼슘 단백질 필수아미노산 등이 풍부한 자라 분말과 비타민E복합체인 소맥배아유, 리놀산이 많은 홍화유 등을 섞어 만든 것. '달팽이 엑기스'는 식용달팽이에서 주성분인 콘드로이친 황산과 고단백질을 추출, 영지와 알로에 한방약재들의 엑기스들을 모아 1회용 팩으로 만든 것.
또 흑염소엑기스와 보혈을 위한 한방 처방인 사물탕(천궁 당귀 작약 숙지황)을 섞은 '흑고'도 최근 개발돼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최근에는 자보령에 녹용을 첨가한 '별기천'도 개발돼 더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이들 살찌는 식품들은 대부분 남성들을 위한 스태미너식품으로 판매된다는 것이 채화건강식품 조경정씨의 말. 그러나 막상 복용을 해본 고객들에 따르면 그리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는 듯하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오히려 식품들을 팔기 위한 선전문구가 '살찌는'것인 듯하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경희대 사상의학과 송효빈 교수는 성분으로 볼 때 이들 '살찌는 식품'들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민간요법을 정제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염소나 자라, 달팽이들은 민간에서 강장제로 사용된 것들이고 한방의학적으로 과학적인 효험이 밝혀진 약재는 아니라는 것이다.
"약이라는 것은 몸을 보한다면 몸의 어느 부분을 보하는 것인지, 경우와 체질에 따라 처방이 달라진다. 그러나 이들 판매식품의 경우 복용하는 이의 체질과는 무관한 몸에 좋다는 성분은 다 넣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식품을 복용하는 것은 피로하면 약국에 가서 피로회복제를 사 먹는 것과 같은 개념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상에 따라 몸에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이 구분되는 한방의학에 따르자면 각기 다른 체질에 따라 진단을 거쳐 처방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면 모든 사람한테 다 좋을 수는 없다는 것이 그의 조심스런 의견이다.
다만 한방약이나 민간요법의 경우 독극물로 알려진 부자나 초오(草烏)가 들어있지 않다면 인체에 그리 큰 해는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부작용을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 듯하다. 혹시 부작용이 나타나더라도 설사나 반점 등이 드러나는 정도에 그친다는 것이다.
부작용과는 별도로 이들 식품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은 해두고 넘어갈 법하다. 살이 빠진다는 식품도 그렇지만 살이 찐다는 식품들의 가격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송교수는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몸을 상대로 하는 민간약'들이 대체로 너무 비싸다"고 지적한다.
이같은 약이나 보조식품을 찾는 노력을 통해 보기좋은 외모와 건강을 얻으려하기 보다는 쉽게 건강을 사려는 '게으른 사람' 들이라는 게 조경정씨의 말이다. 이들의 '편한 생각'에 편승한 상혼이, 살찌는 약·살빠지는 약을 범람시키는 주범이라는 것이다.
건전한 식생활과 일정한 운동, 밝은 생활이 정신과 육체의 건강을 도모하는 지름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