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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kilimanjaro)

-인류의 기원지이기도

아프리카 대륙의 최고봉 킬리만자로는 사반나 대초원에 우뚝솟아있다. 문호 헤밍웨이를 매료시킨 아름다운 정상을 가본다.

킬리만자로의 자연과 그 생성

아프리카대륙의 최고봉 킬리만자로(5,895m)는 남위 3도, 동경37도에 있다. 그야말로 적도 바로 아래있는 산이다. 적도 바로 아래 있는데도 정상 가까이에는 빙하가 발달하여 그 끝은 4천6백m에까지 미친다. 과거의 빙하유물인 말단 모레인(moraine·퇴석)을 3천6백m 부근에서 볼수있는 점에서 제4기 최후의 빙하기(약 2만년전)에는 거대한 빙하가 산 전체의 중턱이상까지 뒤덮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킬리만자로를 포함한 동아프리카 일대는 우기와 건기의 구별이 명료한 사반나 기후대에 속하여 3월초~5월, 11~12월말의 2회의 우기 아니고는 거의 비가 오지 않는다. 관목이 띄엄띄엄 점재하는 넓은 초원과 반은 사막인 자연경관이다.

킬리만자로의 북쪽과 남족의 광대한 사반나에서는 자부심강한 초원의 전사로 유명한 '마사이'족이 유목생활을 하고있다. 한편 상당히 우량이 많은 킬리만자로 산록의 삼림대에서 평야부에 걸쳐서는 농경민족인 '차가'족이 바나나 옥수수 밀 등을 재배하고 있다. 산록 일대는 또 커피 농장으로 개간되어 여기서 나는 커피 열매는 신맛과 향기가 좋은 킬리만자로커피로 유명하다.

킬리만자로는 사방으로 경사가 완만한 들판을 길게 펼치고 있는 성층화산(成層火山)이다. 성층화산이라 함은 그 화산체 형성의 역사속에서 대분화가 되풀이하여 일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킬리만자로 화산체는 세개의 피크로 이루어지며 서쪽으로 부터 시라봉(3,957m), 키보봉(5,895m), 마우엔지봉(5,150m)이라 불린다. 화산활동의 시기는 시라봉이 가장 빨라 지금으로부터 1백만~2백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프리카대륙에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라 불리는 원인(猿人)들이 삼림에서 초원으로 진출한 무렵에 해당된다. 시라봉은 오랜 동안의 침식작용으로 지금은 낮게 되었으나 시라 화산 탄생 무렵에는 1천m는 더 높았음에 틀림없다. 약 20만년전부터 마우엔지봉의 화산활동이 시작되었고 키보봉의 활동이 그 뒤를 이었다. 키로봉화산활동의 전성기는 불과 수만년에서 수천년전이다. 인류역사로 말하면 구석기시대에서 신석기시대에 해당된다.

이 세개의 봉우리는 흥미깊게도 마치 자를 대고 금을 그은것처럼 서북서~동남동의 선상에 나란이 있다. 산복에서 산록까지에 넓게 분포하는 많은 작은 분화구도 거의 이선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것은 지하에 잠재적인 깊은 균열이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킬리만자로 화산체는 수백만년에 걸쳐 이 균열을 따라 방대한 양의 마그마 분출이 되풀이되어 형성되었다 할수있다.
 

표고 1천m 높이에 있는 안보셀리 평원에서 본 킬리만자로. 오른쪽이 주봉 키보봉(5895m), 왼쪽이 마우엔지봉(5150m). 두 개의 봉우리가 완만한 안장같은 지대로 이어져 있다. 이곳은 동물들의 낙원이기도 하다.
 

인류의 발상지

동아프리카는 최초의 인류발생지라 하여 최근에 관심이 크게 쏠리고 있다. 인류의 먼 조상들은 되풀이하여 엄습하여 오는 빙하기를 지혜와 생명력으로 극복하여 살아 남았다. 이런 견디기 어려운 기후에다 화산활동은 또 하나의 공포였음에 틀림없다. 킬리만자로의 높은 봉우리가 끓임없이 포효하며 진동하고 정상에서와 주변의 작은 많은 분화구에서 불기둥이 치솟는 것을 그들은 목격했을 것이다. 손을 쓸수도 없이 넘쳐흘러 엄습해 오는 시뻘건 용암루와 불길에 쫒기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 같다.

왜 킬리만자로는 동아프리카의 지금 자리에 생긴것인가. 그것을 푸는 열쇠는 아프리카 대지구대(大地溝帶)라고 불리는, 지구의 지표가 거대하게 찢어진 지대가 이루어진 장대한 드라마에 감추어져 있다. 동아프리카의 화산은 킬리만자로 뿐만이 아니다. 수백만년 동안에 활동한 증거가 있는 화산이 북쪽의 홍해에서 이디오피아를 지나 케냐 우간다 탄자니아에 걸쳐서 동 아프리카의 고지를 거의 남북으로 이어 분포하고 있다. 더욱 흥미깊은 것은 이런 지형적인 부푸름 중앙부에 지구(地溝)라는 거대한 철지대(凹地帶)가 수천km나 연연하게 이어져 있는 것이다.

영국의 지질학자 '그레고리'는 19세기말 이것을 아프리카 대지구대라 이름 붙이고 그 과학적 해명에 처음으로 착수했다. 최근에 많은 지구과학자는 아프리카 대지구대는 플레이트(지구표면을 덮고 있는 두께 1백km 정도의 암석판)의 경계이며 이 경계가 찢겨나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먼 옛날 수억년전에 유일한 초대륙 판게아(Pangea·지구의 대륙의 거의가 하나로 되어 있었다는 초대륙. 3억년전 쯤에 있었으며 1억 수천만년전에 북아메리카, 유라시아 및 곤드와나로 나누어졌다)가 분열, 이동하여 현재의 대륙분포를 형성했다는 장대한 대륙 이동의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대륙은 대지구대를 경계로 지금 분명히 찢겨 넓혀지고 이동을 하고있다는 것이다. 틀림없이 먼 장래에 동아프리카는 대륙에서 떨어져 나가 인도양쪽으로 이동할 것이다. 킬리만자로는 아프리카 대지구대의 바로 위, 남쪽 변두리 가까이에 있다. 아프리카 대지구대는 북쪽에서 찢겨지기 시작, 남으로 점점 벌어지는 경향이 있으며 이에 따라 화산의 연령도 남쪽 화산일수록 젊다. 킬리만자로는 푸른 사반나의 하늘에 샛하얀 얼음관을 쓰고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 지하에서는 아직 젊은 에너지가 불타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아프리카의 잠자는 사자라 할 수 있다.

동물들의 낙원

동물들은 이동에 장해가 되는 지형적 기후적 환경조건이 없는 한 육지가 이어져 있으면 지역적인 특수성이 없는 것이 통례다. 특히 대집단으로 생활하고 있는 아프리카의 초원성포유동물(草原性哺乳動物)은 어느정도의 정주성은 있으나 몇년만에 한번씩 오는 비가 적은 해에는 물을 찾아 대이동을 하는 것을 볼수 있다. 그럴때는 상당히 넓은 범위로 동물들의 교류가 일어난다고 보아야 할것이다.

그러므로 킬리만자로의 동물이라 해도 그 경사가 완만한 초원 사반나 지대의 동물들은 동아프리카 초원에 널리 서식하는 동물들과 다를바 없다. 실제로 코끼리, 무소, 기린, 얼룩말, 누, 들소(아프리카 물소)나 아프리카 영양등 동아프리카 영양류 동물들은 모두 이곳에서 볼수 있다. 그리고 육식성의 사자나 치타, 시체를 찾아헤메는 하이에나 대머리 황새, 대머리독수리 등이 잘 어울려 생활하고 있다.

킬리만자로를 배경으로 마사이·안보셀리 게임리저브에서 이런 동물들이 얽혀 펼치는 드라마는 실로 굉장한 경관이기도 하다.
킬리만자로의 경사가 완만한 들판에 이어지는 삼림에는 삼림성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으며 거기서 볼수있는 동물들 중 특기할 만한 종류는 영장류 일 것이다. 흔히 볼수 있고 아름다운 종류의 하나로 '다이애나 멍키'가 있다. 그리고 표고 2천~3천m 정도 까지는 영양류의 행동무대가 되어 있다.
 

얼룩말과 아프리카 물소
 

열대에서 한대까지의 모든 식물

킬리만자로는 웅대한 산이다. 그것은 열대초원의 바다에 든 거대한 섬과도 같다. 에워싸고 있는 사반나에서는 볼 수 없는 우림(雨林·비가 많은 지대의 숲)이 무성하고 북반구와 공통되는 온대식물이 많고 거대한 풀이 독자적인 경관을 보이며 아프리카인데도 빙점이하의 세계에 고산식물이 꽃밭을 이루고 있다. 킬리만자로에는 열대에서 한대까지의 식물층이 고도를 따라 다채롭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운무림(雲霧林) 킬리만자로의 등산로 시발점은 표고 1천6백50m인 탄자니아의 말랑게이트이다. 여기서 부터가 국립공원으로 울창하게 우거진 삼림으로 에워싸여 있다. 등산로를 따라 관상식물로 알려진 인퍼티엔스가 무리를 지어있고 우거진 베고니아가 나무를 타고 올라가고 있다. 삼림속의 풀밭에는 새우뿌리(뿌리가 새우등을 닮은 관상용 난과 다년초)가 돋아있다. 국화과의 다년초 산모자(山母子), 콩과의 다년초 산마황(山馬蝗), 나무딸기, 쥐손이풀, 선태식물 등도 극동지역과 공통된 속(屬)으로 눈익은 모습이다. 그런 한편으로 같은 속이라도 높이가 3m가 넘는 도리지과의 다년초 춘용담(春龍胆)이나 2m나 되는 낚시풀, 잎이 톱니처럼 되고 반점이 있는 질경이 등 극동 지역식물과는 같은 류과라 생각할 수 없는 종류도 있다. 국화과이면서 브라킬레마속이나 베로니아속은 마치 나무와 같다.

삼림은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나자식물(裸子植物)인 삼나무속과 녹나무과의 오코테아속이 거의 차지하고 있으며 이런 나무의 가지에 석송이 덕지덕지 달라붙어 나무 껍질을 덮고 있다. 안개나 비가 많고 온도가 높기 때문이다.

고층습원(高層湿原) 운무림은 표고3천m까지 발달한다. 삼림지대 중에서도 습지에는 꽃이 아름다운 트리토마나 글라디올러스가 섞인 왕골속의 초원이 침입하고 있으나 3천m에서 식생이 일변하여 본격적인 초원이 된다. 그 경계에는 소나무도 더러있다. 초원에는 벼과의 풀이 우세하나 산토끼꽃, 아네모네, 란, 붓꽃과의 소형종, 클로버나 밀집국화등도 자란다. 삼림대의 것과는 다른 거대한 도라지과 다년초 로벨리아가 드문드문 있는 것도 이지역.

히드(heath) 높아도 3천2백m 부근에서 습기를 띈 초원은 끝나고 건성의 황무지가 된다. 황무지의 주역은 에리카로 철쭉과의 잎도 꽃도 작은 관목이다. 거기에 꽃이 큰 프로테아나 좀분버들도 섞여 있으나 높이는 길어야 사람키 정도. 풀로서는 잎이 흰쑥이 눈에 띈다.

4~5월 우기의 황무지 늪에는 국화과의 시네라리아, 왜소한 네가래풀, 빌로도 양치나 용담과의 이년초 별꽃풀 등 특색있는 식물도 분포한다.

거대한 풀 킬리만자로는 표고 3천5백m를 넘는 곳에서 용암대지(溶岩台地)가 얼굴을 보인다. 대지 언저리의 습지 가장자리나 고층습원에서는 킬리만자로의 거인 자이안트세네시오가 자란다. 극동에도 분포하여 습지를 좋아하는 것은 공통되지만 높이는 수m나 되어 표고 4천m부근의 습원에 수풀을 이루고 있는 모습은 멀리서 보면 사람이 거리를 두고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고산군락(高山群落) 표고 3천9백m에서 4천2백m는 수종의 밀짚국화가 우세하게 자라 고산군락을 이룬다. 흰 줄기잎은 꽃이 없어도 눈처럼 보이지만 꽃이 피는 시기에는 꽃이 하얗게 나무그루를 덮어 아름답다.

표고 4천3백m 이상은 현화식물(顕花植物·일정한 발육을 한뒤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고 씨가 생기는 고등식물)의 군락이 없고 약간의 지의류(地衣類)가 있다. 그리고 5천m가 넘는 마우엔지 산의 깎아지른것 같은 낭떠러지에는 식물이 없고 킬리만자로의 피크도 눈을 쓰고 있어 열대이면서도 식물과 인연이 없는 세계를 이룬다.


킬리만자로 중턱의 운무림. 나무에 석송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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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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