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명에 1명꼴로 미숙아가 태어나 그중 16.4%가 사망하고, 심신장애 실명 핵황달 등의 심각한 후유증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불행한 출생'의 원인과 문제점 치료대책은 무엇일까?
무서운 합병증들
행복한 삶의 조건으로서 건강의 중요성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삶의 출발점에서부터 건강을 잃는 경우가 적어도 20명에 1명꼴로 나타난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른바 미숙아(未熟兒)가 그들이다.
임신이 확인된 날부터 출산을 하는 순간까지 아마 모든 임산부들은 미숙아나 기형아가 출생하지나 않을까 하는 일종의 공포심을 가지게 마련이다. 이처럼 미숙아의 문제는 누구에게나 걱정거리가 되고 있지만 그 원인과 현황에 대해서는 의외로 알려져 있지 않다.
미숙아가 단순히 체중미달의 아기를 뜻한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신생아의 사망원인중 가장 흔한 게 바로 미숙아이며, 생후나 분만도중 무서운 합병증을 유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로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가톨릭의대부속 강남성모병원의 경우를 보면 과거 5년간 미숙분만아의 신생아사망률은 16.4%나 돼 외국에 비해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아직 신생아사망에 대한 전국적인 통계를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제도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미숙아사망이 커다란 비율을 점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라 하겠다.
미숙아에게서 나타나는 합병증은 뇌, 눈, 폐, 간, 심장 등에서 주로 보이고 있다.
뇌
미숙아는 분만시 손상에 의한 뇌장애뿐만 아니라, 뇌혈관의 성숙부족으로 저산소중에 제대로 견디지 못해 자연적인 뇌출혈 현상까지 일어날 수 있어 후에 심한 심신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눈
미숙아는 인공호흡기와 지속적으로 높은 농도의 산소가 요구되므로 이로 인한 후수정체섬유증식증(retrolental fibroplasia)이 발생하여 실명을 일으킬 수 있다.
폐
가장 흔한 합병증으로 미숙아 사망의 첫째 원인인 신생아호흡곤란증후군이 폐포확장물질인 계면활성제의 부족으로 일아날 수 있다.
간
신생아황달이 심하게 초래되어 핵황달을 일으킬 수 있고, 이 경우 심한 뇌손상을 초래한다.
이상의 몇가지 주요한 합병증 이외에도 심장에 선천성기형이나 내장손상 등을 일으킬 수 있고,면역계에도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
37주 이전에 분만한 저체중아
이처럼 거의 치명적인 질병을 초래할 가능성이 큰 미숙아는 의학적으로 임신 37주이전에 분만한 미숙분만아(preterm baby)를 뜻한다.
과거에는 분만시 체중이 2.5㎏이하 이거나 임신 37주 이전에 분만한 신생아를 특별히 구분하지 않았으나 신생아의 체중과 임신기간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저체중아와 조산아가 서로 다른 차이를 보이는 점을 감안해 1972년부터 WHO에서 현재와 같이 구분토록 한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임신 37주 이전에 분만한 미숙아는 대부분 2.5㎏ 이하의 저체중아인 경우가 많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1년간 출생하는 약 3백50만명의 아기중 7%인 25만명이 2.5㎏이하로서 이들중 대부분이 미숙아분만아였다.
우리나라는 강남성모병원을 예로 들면 약 20명에 1명꼴이 된다. 즉, 1984년 1년간이 병원에서 출생한 1만2백4명중 5백74명이 미숙아분만아로 5.6%의 빈도를 보였던 것.
이같은 수치는 그 자체로서 적지 않은 빈도일 뿐 아니라, 최근 10년간 자궁내 태아사망과 과숙분만이 현저히 감소하는 추세와는 달리 그다지 감소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숙분만은 왜 생기나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것이 원인이 돼 미숙분만을 초래하게 되는 것일까. 미숙분만의 원인을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다. 그만큼 다양한 원인들에 의해 미숙아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미숙분만의 가능한 위험인자를 비교적 큰것부터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세 이하 또는 35세 이상의 임신▲저소득층 ▲ 미혼여성 ▲ 낮은 교육정도 ▲ 산전진찰을 받지 않은 경우 ▲ 임신간격(터울)이 짧은 경우 ▲ 흡연·읍주 ▲ 홀몬제 복용▲ 고혈압 ▲ 감염, 특히 바이러스성 감염 ▲ 자궁기형 ▲ 사산아·미숙아분만경력 ▲스트레스와 영양실조 ▲ 임신중 체중증가미달 ▲ 중기임신중절경력 ▲ 쌍태아 ▲ 빈혈과 과중한 노동.
이상의 미숙분만 원인인자들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가난임을 알 수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 임신중의 영양부녹으로 여러가지 합병증올 초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신생아의 체중도 현저히 작은 경우가 많다.
가난이 가장큰 문제
저소득계층에서의 미숙분만은 그 치료과정에도 어려움을 안겨주기 때문에 더 문제가 된다. 즉, 1.5㎏의 미숙아를 2개월간 입원치료할 경우 1백20만 내지 2백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므로 의료보험혜택이 없다면 저소득계층에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전체적인 통계가 없어 확실치 않으나 미국에서는 미숙아 치료에만 연간 2백만달러가 소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의사와 부모의 갈등
미숙아를 치료하는 데는 경제적 부담보다도 더욱 곤란한 문제점이 있다. 그것은 미숙아를 치료한다 해도 뇌성마비나 실명 등의 심각한 후유증을 나타나게 되므로 부모들이 '적극적인 치료의지'를 보이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최근 급격한 의학의 발달과 더불어 미숙아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를 위한 신생아집중치료실(Inernsive care unit)이 증가하면서 미숙아의 사망률은 감소되고 있지만 심신장애아(Handicapped baby)는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소아과학회의 보고에 의하면 5백~1천g의 미숙아중 67%가 생존했는데 이중 14%가 가벼운 심신장애를 나타냈고, 19%가 중증의 심신장애를 나타냈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의문점들을 제기하고 있다.
"미숙분만아중 치료를 통해 정상아가 됐다 하더라도 그 많은 돈과 시간과 고통을 정당화할 수 있을만큼 충분하다고 할 수 있는가. 혹시 적극적인 치료가 단순히 아기의 몸무게와는 상관없이 모든 아기를 살리고자 하는 영웅적인 심리가 작용하여 지나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아닌가."
그런가 하면 미숙아의 부모와 의사와 입장 차이에서 생기는 미묘한 갈등도 지적되고 있다.
"아기의 부모들은 자신의 아기에게 적극적인 치료를 원치 않아도 의사들은 치료를 계속하고 아기를 살리고 싶은 직업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기가 죽는다는 것에 대한 공포보다도 심신장애아를 가지게 되는 두려움이 더욱 커 다음번의 임신기회를 원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의사는 치료의 한계점을 적절히 설정해야할 의무를 갖는다."
이상과 같은 문제들을 음미해볼때 미숙분만아 특히 28주 이전에 분만된 1천g 이하의 경우,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보조적인 대증요법인 산소, 수액 등의 투여만으로 운명에 맡길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결정은 어떻게 보면 의사가 그 스스로 자기의 역할을 포기한다고 생각될 수도 있으므로 부모의 입장, 미숙아의 상태, 기타여건들을 충분히 고려하여 신중한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다.
치료와 예방을함께
미숙분만아는 한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국민의 질적 문제 등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따라서 미숙분만아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를 시행하여 심신장애아의 발현율을 감소시키고 사망률을 저하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숙분만아의 적극적인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겠다.
즉, 미숙분만아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인자를 가능한 한 제거하고 국가적으로 모자보건향상에 힘을 기울임으로써 국민의료의 질적 향상을 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