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2 도시 시카고의 맥코믹 센터 노스와 이스트 그리고 센터 빌딩에서 지난 6월 세계 최대의 가전제품 쇼가 개최되었다.
매년 여름과 겨울 두 차례에 걸쳐 라스베이가스와 시카고에서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는데 이번 하계쇼는 40회째.
실용·독창성이 중요
전 세계 70여개 국에서 5천5백여명의 외국 바이어들이 대거 참여, 상담을 벌인 이 메머드 쇼는 그야말로 형식적인 것을 떠나 실제적인 상거래로 이어지는 상담장소로서 너무나도 유명하다.
이번 쇼를 주관하고 있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s)는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있는데 후원은 EIA(Electronic Industries Association)에서 하고 있다.
금년에는 예년과 달리 신개발 상품을 선정하기 위한 89 상품(Innovations‘89’)심사위원의 구성을 한층 높여준 것도 특징이라고 하겠다.
89년도 신기술 상품을 선정하기 위해 전자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유능한 심사위원 12명을 모셨으며 경진 대회에 출품된 1천여 작품을 심사, 그중 2백35점을 추천했다.
소프트와 하드를 합쳐 선정된 제품들은 독창성 있는 제품들로서 하나같이 우리 생활에 바로 쓰여질 수 있는 가정용(민생용) 제품들이다.
그중 일본의 히다찌 회사가 내놓은 DAC70sw는 콤팩트 디스크 체인저(CD Changer)로서 참신한 디자인과 신기술을 보여 주었다.
맥코믹 센터 노스와 이스트관은 오디오 제품을 비롯, 카 오디오, 컴퓨터, 전화기 그리고 오락 게임기등 그 종류가 다양, 하루에도 수천여명의 여러나라 바이어들로 종일 붐비고 있었다.
우리 나라에서는 금성, 삼성, 대우 등의 종합 상사와 스피커 제조 회사로 미국 지역에서 더 알려진 ‘에어로 시스팀’그리고 많은 중소 기업체들이 외국 회사들과 치열한 판매 경쟁을 벌였다.
이번 쇼의 특징을 살펴보면 많은 오디오 제품들이 출품되고 있었지만 신개발품 보다는 실리적인 제품들이 많았다는 것과 카 오디오 제품들이 점차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것을 들 수 있다.
미국 시장에서 카 오디오는 몇년 전부터 계속 증가 추세에 있었으나 금년처럼 많은 제품이 나온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부분별로 살펴보면 자동차 액세서리에만 1백25개 업체가, 카 앰플리파이어에 62개 업체, 카 스피커에 1백5개 업체등 15 부분에 걸쳐 2백~3백여개 업체가 치열한 판매 경쟁을 벌였다.
맥코믹 중앙홀 2층 로비에 전시된 ‘블라우풍크트’회사를 비롯, 여러 회사가 내놓은 프로용 카 오디오 시스팀은 자동차 전체가 야외용 시스팀으로 꾸며져 있는데 출력이 몇백와트의 대 용량으로 여기에 사용되고 있는 스피커 시스팀만도 13인치 이상의 대형 유니트 수십개를 설치, 다이내믹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었다.
카 오디오 시스팀이라고 하기 보다는 이동 방송국과 같은 형태여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번 쇼의 또 한가지 특징으로는 홈 오토메이션(Home Automation)을 들 수 있다.
CES 쇼 본부가 가정용품 자동화에 참여한 회사들을 소개했는데 그중 GSW 워터 프로덕션 회사의 워터 히터(WATER HEATER)를 비롯, 전자 자물쇠, 자동 조명 원격 장치, 마란츠 회사의 오디오 시스팀, 맥슨 시스팀 회사의 전화 조정기등 많은 제품들이 있었다.
우리나라 제품중 대우 전자의 DVM-239FVHS 비디오 카메라는 자동 포커스가 내장된 형식으로 좋은 반응을 보여주었으며 삼성 전자관에서 보여준 실내용 골프 연습 촬영시스팀은 많은 골퍼들의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삼성 물산이 내놓은 35mm AF-300과 SF-250 등도 좋은 반응을 갖게한 카메라였다.
가정용 전화기로서 디자인등이 특이한 제품들이 여럿 소개되고 있었는데 코네어 회사(Conair Corp)의 스탠더드와 하이 에너지 시리즈, 스위스텔(Swisstel) 제품등은 참신한 모델들로 보여졌다.
인기끈 바르코 비전
맥코믹 노즈회관에는 사무기기와 전자오락기 등이 전시되어 있었으며, 이외에도 시청각 기자재등이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게 했다.
노즈 L관 4호실에 시청각 전시장을 마련한 바르코(BARCO)회사는 AV시스팀을 위한 가정용 시스팀을 내놓아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 회사가 이번에 시카고 전시회에 내놓은 바르코비전은 가정에서도 대형 스크린을 간단히 설치, 사용할 수 있는 프로젝트였다.
바르코비전 600N와 1500S는 찬란한 색상과 깨끗한 화면으로 감탄을 자아내게 했는데 바르코비전은 시청각 교재로서 대단한 인기를 갖게 했다.
시청각 기자재를 내놓은 슈어 HTS회사는 카트리지와 마이크로폰으로 유명한 슈어 브러더스 소속으로 맥코믹 센터 호텔 826호에 전시장을 마련, 많은 인파로 붐비고 있었다.
‘슈어 HTS시어터 리퍼렌스 시스팀’은 새로운 사운드의 개념을 심어준 것으로 일종의 멀티채널 시스팀을 가정에서 즐길수 있게 한 것이다.
센터와 좌우 음량을 들려주는 HTS 50CF스피커 시스팀과 좌우쪽 서라운드 스피커인 HTS 50LRS는 좋은 콤비네이션을 갖게해 초저음용 우퍼인 HTS 50SW와 함께 최고의 사운드를 연출시켰다.
신호를 재생시켜주는 파워앰프로는 두 채널용인 HTS-50SPA를 사용하도록 했다. 모든 기능을 조절해준 HTS 5300 제너레이션III 데코더는 이 시스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었다.
오디오 시스팀중 독특한 설계를 보여주는 몇종류만 소개해 보기로 하자.
아날로그와 디지탈 신호를 FM방송으로 잘 전송시켜주기 위한 튜너를 새로 개발한 캐나다의 매그넘다이나랩(MAGNUM DYNALAB)회사의 FT-101 FM스테레오튜너는 아날로그 베타를 전면에 설치한 모델이다.
이태리의 카브레(CABRE) 회사가 내놓은 AS-101 스테레오 프리앰프도 독특한 디자인을 보여준 모델로 필자의 관심을 끌었다.
우리나라에는 소개된 일이 없지않나 하는 스피커 시스팀 회사들의 신제품도 볼 수 있었는데 그중‘THIEL’의 CS 1,2가 독특한 디자인을 지닌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왕년에 북셀프 스피커로서 각광을 받았던 KLH회사는 맥코믹 이스트 350호 전시관에서 몇 종류의 북셀프형 스피커 시스팀과 정전형 플레인지 모델 9을 소개하고 있었다.
이 모델은 최근에 제작된 것으로 디지탈 신호 재생에 새롭게 도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센터호텔 629호에 자리잡고 있는 밀로즈 오디오(MELOS AUDIO INC)회사는 TM-90 ST 진공관형 파워앰프를 출품, 주목을 끌었는데 첨단오디오 전시회에서 진공관을 소개하는 것은 퍽이나 아이로닉한 일이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이번 CES 89에는 많은 진공관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어 그렇게 놀랄만한 일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진공관 앰프를 내놓은 회사로는 미국의 유명한 오디오 리서치 회사가 여러 종류의 하이엔드 모델을 선보이고 있어 주목되었으며 VTL 회사도 스테레오 진공관 45/45와 75/75를 등장시켰다.
45/45 파워앰프는 콤팩트 시리즈, 75/75파워앰프는 딜럭스 시리즈로서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 회사는 이 모델 이외에도 모노널형등 여러종류의 희귀한 진공관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스피커 시스팀으로는‘VANDERSTEEN’제품이 독특한 디자인과 사운드를 보여 주었고 ‘KINERGETICS BSC 컴퓨사운드 서브우퍼’ 모델 SW 100, 200 그리고 100, 5등이 새로운 모습을 자랑하고 있었다.
AR회사의 STC-660과 DAHLQUIST회사의 M909도 이번 쇼에서 들어본 스피커 시스팀으로는 좋은 소리를 들려 주었다.
오디오용 액세서리로서는 카다즈 오디오 회사가 내놓은 몇 종류의 오디오 케이블이 돋보였는데 그중‘HEXLINK’스피커 케이블과 파워코드 그리고 골드 RCA 코넥터 등이 있었다.
MIT 오디오 케이블로는 ‘ZAPCHORD’가 잡음을 최소한도로 억제시켜주게 설계했다고해서 소개된 제품이었다.
팬톰 어쿠스틱 제조회사가 내놓은 팬톰 어쿠스틱 섀도우(PHANTOM ACOUSTICS SHADOW)는 컬럼형으로 된 모듈로서 리스닝 룸의 저역에서 발생되는 공명음을 조정해주게 한 것으로 드레숄드 회사를 창립한 ‘넬슨 패스’가 고안, 이번쇼를 통해 선전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디스크웨셔 회사의 오디오용 액세서리 그리고 이소테릭 오디오 유에스에이의 플래티넘(PLATINUM)오디오 케이블도 나와 있었다.
오토폰 회사는 T.M. 시리즈라고 하는 유니버살 카트리지 3종류를 소개했는데 바로 TM-7, 14 그리고 20이다.
이 카트리지는 스탠다드-P형 톤암에 간단히 설치하여 사용할 수 있는 모델이다. 너무 많은 종류가 선보여 모두 소개할 수 없는것이 유감이다.
치열한 경쟁속에서 나날이 어려워져 가고 있는 기술경쟁 그리고 국내외의 어려운 제반 여건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중소기업들도 전세계의 유명회사들과 한치의 양보없이 경쟁을 계속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어느 부스를 가보아도 한국인들은 무섭게 뛰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기여이 해내고야 마는 급한 성격의 소유자들인 것이다.
CES 쇼를 참관하고 나서 느낀것이 있다면 이 전자쇼는 쇼가 아니라 실질적인 판매경쟁 장소라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스피커 제조회사로서 잘 알려진 ‘에어로’를 방문했을때 천만불 계약을 마치고 나오는 이 회사의 사장 윤상수씨를 보고는 나도 모르게 감격, 흐뭇한 시간을 갖기도 했다.
무언가 자랑스런 그분들의 모습을 이곳에서 확인하며 전시장을 빠져나오니 어느덧 미시간호의 푸른물과 마지막 2호선 셔틀버스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