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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동아'는 창간을 앞두고 동아일보 연구실주관으로 과학·기술자 5백명을 대상으로한 국내 최초의 체계적인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과학 기술의 진흥은 무엇보다 실상을 정확히 파악한뒤 그 시책을 펴나가야 한다는 판단아래 실시된 이번 조사의 설문작성에는 김정흠(고대교수), 현원복(과학 저널리스트)씨가 협조했고 결과분석은 홍기선(고대교수), 권혁남(건국대강사) 씨가 맡았다. 본지는 조사결과를 '한국 과학 기술의 현주소''미래에의 전망''과학 기술자의 생활과 그 의식'이란 주제로 3회에 나누어 싣는다.

한국과학수준에 대한 평가

우리나라 과학기술자들은 현 한국의 과학을 중간정도의 수준으로 평가하고있다. 과학선진국의 수준을 100점이라고할 때 응답자들은 자기전공분야는 65점, 일반과학수준은 60점 정도를 주었다.

일반적으로 응답자들은 자신의 전공분야를 전체과학의 수준보다 약간 높게 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응답자들이 자기전공분야에 대한 우월의식과 함께 타전공분야에 대한 이해의 부족 및 편견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한국과학의 수준에 대한 평가는 전공분야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나타냈는데 먼저 의학·약학전공자들은 자기전공분야의 수준을 가장 높게 평가(평균72점)했으며 토목·건축공학전공자도 평균71점으로 비교적 높게 평가했다.

이에 반해 물리·수학전공자들은 58점으로 가장 낮게 평가했으며 지구과학·천문학 종사자 역시 비교적 낮게(60점) 평가했다. 자기전공평가에 있어서 대체적으로 기초과학전공자들이 평가를 낮게 하고 있다.(표1참조)

이같은 결과는 의학·약학이나 토목·건축공학분야가 실생활응용도가 높고 일반인에게 널리 인식된 과학분야인데 비해 물리·수학, 지구과학·천문학등의 기초과학분야는 순수학문적 성격을 띠고있어서 발달수준이 느리고 이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도 낮기 때문에 해당전공분야종사자들도 그 한계를 뚜렷이 인식하고 있는데서 비롯되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일반과학수준평가에 있어서도 자기분야를 높게 평가하는 사람이 전체과학수준도 역시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자신의 분야에 비교적 높은 점수를 주었던 토목·건축공학전공자들이 전체과학의 수준도 평균64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주었으며 의학·약학전공자 역시 비교적 높게 평가(63점)했다.

이에 반해 전공분야를 낮게 평가했던 물리학(수학전공포함)이나 전기·전자(컴퓨터 및 시스템 공학 포함)전공자는 일반과학수준도 55점으로 낮게 평가했다. 이는 자기 전공분야에 대한 수준평가를 전체과학분야의 수준으로 확대인식하려는 경향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또 대체로 나이가 들수록 후하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으나 그밖에 직업이나 최종학위등의 학문적·사회적 배경에 따라서는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표1) 전공분야 및 일반과학 수준 평가


전공 및 과학기술계의 당면과제

과학기술자들은 자신의 전공분야에서 시급히 해결돼야 될 문제를 자유롭게 한가지씩 적으라는 항목에서 약50가지의 다양한 문제들을 지적했는데 이를 9개 문제영역으로 정리하면 연구비지원, 연구활동자율성보장등 '연구활동지원'에 관한 문제(20.0%)가 가장 많이 지적되었다.

이어서 인력및 교육문제(19.3%) 특정분야육성(14.7%) 시설및 재료의 투자(14.5%) 기술투자(12.1%)순으로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거론되었다. 그리고 과학행정및 정책의 개선문제가 9.9%, 과학과 관계있는 정치·사회등의 환경개선문제가 8.5%였으나 대우문제는 의외로 낮게(1.0%) 지적되었다.(표2참조)

이러한 전공분야의 당면과제는 전공에따라 어느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분야에서는 연구활동지원문제가 가장 많이 지적되었으나, 이와는 달리 전기·전자공학(컴퓨터, 시스템공학포함), 생물과학, 농·축산학전공자들은 인력및 교육문제를, 금속및재료공학, 기계·섬유공학(항공, 조선, 우주공학포함)전공자들은 기술투자문제를, 지구과학·천문학전공자들은 시설및 재료투자문제를 가장 많이 지적하여 전공별로 분야가 안고 있는 당면문제가 서로 다름을 보여주었다.

전공분야 당면과제에서 연구활동지원에 대한 지적이 두드러진 것은 연구활동에 알맞는 지원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는 동시에 그동안 국가적차원에서 벌여온 과학기술두뇌 유치 및 인재양성노력이 아직도 미흡함을 드러낸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전기·전자공학, 생물과학, 농·축산학분야의 인력및 교육문제는 이 분야에 대한 인식부족과 경시에서 비롯된 결과로 볼수 있다. 금속 및 재료공학, 기계·섬유공학에서의 기술투자요구와 지구과학·천문학에서의 시설·재료투자에 대한 요구가 타분야에 비해 두드러지게 높은 것으로 보아 앞으로 이들 분야에 대한 중점적인 투자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

전반적인 과학기술계가 안고있는 당면과제로는 특정분야육성문제(19.4%)가 가장 많이 지적되었으며 이어서 기술투자문제(17.5%) 과학행정및 정책(16.8%) 인력및 교육(16.8%) 연구활동지원(13.6%) 등이 비교적 많이 지적되었다. 그러나 대우문제(5.6%) 시설·재료투자문제(5.5%) 정치·사회적 환경문제(4.9%)등은 비교적 낮게 지적되었다.

한편 특정분야육성문제중 응답의 대부분이 기초과학분야육성(전응답자의 16.8%)에 관한 것이었는데 이것으로 우리나라 과학기술자들은 기초과학분야의 낙후가 전체과학수준을 떨어뜨리고 있으며 이 분야에의 중점육성이 시급하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알수 있다.

특히 기초과학전공자들의 특정분야육성문제에 대한 지적률이 두드러지는데 특히 물리학(수학포함) 전공자의 40.0%, 지구과학·천문학 전공자의 30.8%가 이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나 전기·전자공학(컴퓨터및 시스템공학포함)전공자와 금속 및 재료전공자들은 기술투자문제를, 기계·섬유공학전공자들은 과학행정및 정책의 개선을 많이 지적했다.

시급히 육성시켜야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과학분야를 상황에 따라 정책적으로 집중 육성시켜온 한국의 과학정책은 그동안 응용과학분야에 대해서만 주로 투자 육성해왔다. 따라서 기초과학분야가 타분야에 비해 낙후될 수밖에 없었고 위와 같은 결과는 해당종사자들도 그것을 인식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편중된 과학육성정책을 지양, 특히 기계나 섬유공학에 대한 정책 및 행정의 개선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표2)


중점 육성 분야

응답자들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분야중 의학·약학과 토목·건축학분야의 수준이 선진국수준에 이르고 있고 반대로 우주공학, 지구과학·천문학의 수준이 가장 뒤져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나라의 제반여건을 고려할때 컴퓨터 및 시스템공학, 금속 및 재료공학, 전기 및 전자공학등을 중점 육성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표3참조)

응답자들에게 여러 과학분야 중 그 수준이 선진국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생각되는 분야를 2개씩 들라는 물음에 대해 전응답자의 약 반수(47.4%)가 한의학을 들었으며, 토목·건축학(39.7%) 의학·약학(30.9%) 역시 많이 지적되었다. 이는 앞에서 나타난 응답을 확인해 주는 셈이다.

이어서 이들 분야보다는 조금 떨어지지만 전기 및 전자공학(18.4%) 수학(13.6%) 농·축산학(13.2%) 등도 비교적 많이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우주공학, 지구과학·천문학에 대한 지적은 한 사람도 없었으며, 금속 및 재료공학(1.1%) 생물과학(1.8%) 공정 및 장치(1.8%) 등의 첨단분야도 매우 낮게 지적되었다.

한편 가장 뒤진 분야에 대한 물음에 있어서는 대다수(82.7%)가 우주공학을 들어 압도적인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다. 또 지구과학·천문학(37.6%) 금속 및 재료공학(24.8%) 등도 비교적 많이 지적된 분야였다.

앞으로 중점적으로 육성해야할 분야로는 컴퓨터및 시스템공학(35.8%)과 금속 및 재료공학(34.2%)이 가장 많이 지적되었으며 이어서 전기·전자공학(30.3%) 농·축산학(19.9%) 생물과학(15.0%) 물리학(12.7%) 기계·섬유공학(11.4%)의 순이었다.

그런데 응답자들은 가장 뒤진 분야로 자신의 전공분야를 지적하지는 않았으나 중점 육성분야에 대한 반응에서는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자신의 전공분야를 중점 육성시켜야 한다고 지적한 점이 흥미롭다 하겠다.
 

(표3) 앞서거나 뒤진분야 및 중점육성분야


국민의 과학적 사고방식

응답자들은 우리나라국민의 과학적 사고방식이 아주 낮다고 평가하고 있다. 우리국민의 과학적 사고수준이 어느정도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대해 48.1%가 낮은 편이다에, 19.1%가 낮다에 응답하여 3분의 2정도(67.2%)가 우리국민의 과학적 사고방식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있다. 이에 반해 높다라는 반응은 하나도 없었으며 높은 편이다라는 반응은 7.8%에 불과했다. 보통이다라는 반응은 25%였다.

70년대에 우리나라가 급속한 산업화를 이룩하면서 국민들의 사고나 가치관등이 전통적인 성향을 탈피하여 급속히 서구화되어 가고 있는 오늘날의 경향을 고려해 볼때, 이러한 과학기술자들의 부정적인 평가는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에 익숙한 응답자의 시각에서 본 일반국민의 수준으로 해석하는 것이 좋을듯 하다.

한편 이러한 반응을 전공별로 나누어 보면 물리학, 전기 및 전자공학, 화학, 지구과학, 천문학 전공자들이 다른 분야전공자에 비해 국민의 과학적 사고수준을 더 낮게 평가하고 있었다. 또 이러한 반응은 최종학위취득국가가 국내냐 국외냐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였는데 선진국민과의 접촉기회가 많았을 국외에서의 학위취득자들이 국내 취득자보다 조금은 더 부정적이었다.

중고교 과학교육에 대한 평가

현재 우리나라 중고교 과학교육에 대한 과학기술자들의 평가는 매우 부정적이다. 즉 중고교과학실험실습시설 교육시간 등의 양적 측면에 매우 부족하고 교사의 질, 전반적인 과학교육내용 등의 질적 분야도 빈약하다고 응답하여 우리나라 중고교과학교육이 매우 심각한 지경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표4참조)

특히 과학실험실습에 대해서는 절대다수(93.9%)가 부족하다고 응답한 반면 보통이다라는 의견은 5.1%, 충분하다는 긍정적인 평가는 1.0%에 불과했다. 전반적인 과학교육의 내용에 대해서도 70.2%가 빈약하다고 응답했으나 보통이다는 25.3%, 충분하다는 의견은 4.5%였다.

또 교사의 질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는데 63.4%가 교사의 질이 낮다에, 34.7%가 보통이다에 응답한 반면 높다라는 의견은 1.9%에 지나지 않았다.

과학교육시간에 있어서는 65.2%가 부족하다에, 26.5%가 보통이다에, 8.3%가 충분하다고 응답하여 다른 분야에 대한 평가보다 긍정적인 반응이 약간 많았다.

이러한 반응은 전공분야에 따라 뚜렷한 반응의 차이는 없으나 대체로 물리학, 전기·전자공학, 생물과학, 지구과학전공자들이 다른 분야전공자들에 비해 더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표4) 중·고교 과학교육에 대한 평가


조사방법 및 표본의 특성

이 조사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발간한 한국과학기술인명사전(1983년판)에 수록된 약 8천5백명의 국내거주 과학기술자들을 연구모집단으로 했다. 이 인명사전에서 일정한 간격을 두고서 연속적으로 표본을 추출하는 체계적 표집방법(Systematic Sampling Method)을 통해 5백명의 과학기술자들을 무작위로 추출했다. 이렇게 추출된 5백명의 표본을 대상으로 우편조사(Mail Survey)를 통해 자료를 수집했다.

자료를 수집함에 있어서 설문지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9월16일 1차 설문지 발송에 이어 1주일후인 9월23일에 2차 설문지발송을 했다. 발송된 5백통의 설문지중 표본으로 추출된 사람의 이직, 퇴직 또는 사망으로 인해 21통이 반송 되어옴으로써 실제 발송설문지는 4백79통이었으며, 총 3백38통이 회수되어 우편조사로서는 비교적 높은 수준인 70.1%의 회수율을 보였다. 그런데 최종회수마감일(10월8일)을 지나 도착된 17통의 설문지는 자료분석에서 제외되어 모든 분석은 3백21통의 설문지를 통해 이루어졌으며 고려대학교 전자계산소에서 사회과학 통계프로그램(SPSS)을 이용, 전산처리되었다. 이 조사의 최대허용표본오차(Sampling Error)는 95% 신뢰수준에서 ±4.38이다.

이 조사의 표본은 전공분야별로 골고루 분포되었으나 의학·약학전공자들이 가장 많았으며 성별로는 남성이, 직업별로는 교수가, 학위별로는 박사학위소지자들이 과반수이고 현업종사년수나 연령적으로 과학기술계에서 오랫동안 종사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표본의 구체적인 특성은 다음과 같다.

1. 전공분야
의학·약학(21.0%) 농·축산학(11.1%) 화학(10.2%) 토목·건축학(9.9%) 물리학(8.6%) 전기 및 전자공학(7.8%) 기계·섬유공학(5.4%) 생물과학(5.4%) 금속 및 재료공학(4.1%) 지구과학·천문학(4.1%) 공정 및 장치(3.8%) 항공·조선공학(1.3%) 컴퓨터 및 시스템공학(1.3%) 우주공학(0.3%) 기타(4.5%)
2. 성별 남 95.6% 여 4.4%
3. 연령 평균 47.0세
4. 직업 교수 55.3% 연구원 30.0% 의사 6.4% 공무원 3.8% 사업 2.2% 기타 2.2%
5. 학위과정등 교육기간제외한 현업종사년수 평균 18.0년
6. 최종학위 학사 26.0% 석사 12.2% 박사 61.9%
7. 월평균수입 평균 1백12만2천원
8. 거주지 서울 61.3% 지방 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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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김담구 연구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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