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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eer] 건강장수의 비밀, 초백세시대를 꿈꾸다



박상철 뉴바이올로지전공 석좌교수(겸 웰에이징연구센터장)
 
“암 연구를 하다가 1990년대 초부터 노화로 주제를 바꿨어요. 당시 학계의 관심사는 몸속에서 벌어지는 산화적 손상과 노화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것이었는데(나라면) 전혀 다른 연구를 할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특히 한국의 ‘장수피플’을 만나는 백세인 연구를 하면서 노화에 대한 시각은 완전히 바뀌었답니다.”

노화 연구의 권위자 박상철 DGIST 뉴바이올로지 전공 석좌교수는 26년 전을 이렇게 회상했다. 연구 초기에 그는 ‘늙으면 모든 것이 다 죽어간다’고 생각했고 그 진행을 늦추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박교수는 “우리가 싸우는 노화가 어떤 상태인지 그 정의부터 알고 싶었다”며 “당시 인간수명을 최대 100세로 보고 있었기 때문에, 죽기 직전에 가까운 신체조건을 연구하기 위해 100세 내외의 장수인을 찾아 나섰던 것”이라고 말했다. 2001년의 일이었다.

‘안티에이징’가고, ‘복원’의 시대 온다
한국의 백세인들을 만나면서 박 교수는 연구 관점을 완전히 바꿨다. 죽음에 가까울 거라 생각했던 백세인에게서 오히려 왕성한 재생력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노화를 극복할 방법은 재생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박 교수는 노화를 늦춰야 한다는 ‘안티에이징’식 접근법을 버리고 늙은 세포를 젊게 되돌리는 복원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백세인 연구 이전에 박 교수는 늙은 세포의 증식을 연구했다. 증식 신호를 보냈을 때, 분열하는 젊은 세포와 달리 늙은 세포는 별 반응이 없었다. 늙은 세포의 세포막에는 카베올린(Caveolin) 단백질이 박혀있어 외부 신호를 차단한다는 연구 결과를 2000년에 학술지 ‘생화학’에 발표했다. 이 단백질이 신호를 받아들일지 말지를 결정하는 문지기 역할을 한다고 해서 노화의 ‘게이트 이론’이라고 불린다.

박 교수는 “현재 동료 연구자들과 늙은 섬유세포를 다시 젊게 되돌려 증식하도록 만드는 물질을 찾았다”며 “여러 검증을 거쳤고, 유명 과학지의 심사도 통과해 발표 시기만 남겨두고 있는 상태”라고 귀띔했다.

‘프라이빗에이징’ 향한 포괄적 연구 필요
오늘날, 산화적 손상설과 텔로미어(Telomere)설처럼 세포나 유전자의 손상에 중점을 뒀던 노화 학설들이 힘을 잃고 있다는 게 박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동물실험에서 항산화제의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오래 쓰면 개체에 더 나쁜 효과가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텔로미어가 짧아진다는 학설도 기존 관점과 충돌하는 사례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수명이 2년인 쥐들은 텔로미어가 사람보다 10배 더 길다. 같은 쥐라도 야생종은 텔로미어 길이가 실험용 쥐보다 짧은데, 야생종 쥐가 오히려 실험용 쥐보다 오래산다. 박 교수는 “노화 분야의 남은 학설은 두 가지”라며 “염증손상노화설과 환경 요인설”이라고 강조했다.
 

박상철 웰에이징 연구센터장과 이윤일(오른쪽) 선임연구원, 모윤정 석사후연구원이
새로운 화학물질로 다시 젊어진 늙은 세포를 영상으로 확인하고 있다.

 
달리다 넘어져서 상처가 났다면, 상처가 염증의 원인이다. 이와 달리 늙은 세포에서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유로 염증이 생긴다는 것이 염증손상노화설이다. 박 교수팀은 장내 늙은 세포에서 염증이 발생하는 이유가 면역세포와, 신호를 수송하는 혈관주위 세포 수의 감소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지난 1월 3일 ‘사이언티픽 리포트’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박 교수는 “혈관 주위 세포 수를 조절하는 물질을 찾으면 수명 연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화는 유전적 요인이 30% 이하로, 나머지는 환경적 요인에 좌우된다. 박 교수는 “20세기에는 환경적인 요인 중 상하수도나 전기, 의료혜택 등 공공적 측면의 ‘퍼블릭에이징’이 중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개인이 스스로의 수명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운동이나 식습관과 같은 개인의 영역, 즉 ‘프라이빗에이징시대’가 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영양학, 생물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의 리더들이 함께 포괄적인 연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융합 레시피
독창성 × 친화력
국내외 다양한 학자들과 교류하고 있는 박상철 석좌교수는 노화와 장수 연구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로 불린다. 박 교수는 “독창적인 연구로 국제학회에 가서 목소리를 내고 자신만의 친화력을 발휘해 동료 연구자를 많이 사귀면 세계적인 학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어느 학회에 가든 그날 가장 인상적인 발표를 했던 사람에게 먼저 연락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7~8달러 정도였던 칵테일 3잔을 함께 나눴고, 이렇게 만난 친구들과 연구와 친분을 교류했다. 박 교수는 “이제 DGIST의 모두가 (나의) 융합파트너”라고 자신했다.

2017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김진호 기자
  • 최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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