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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지만 무공해 식품이라 해서 사먹는다. 정말 무공해인가. 전문가들은 적어도 저공해식품임은 분명하다고 말한다. 이른바 무공해식품의 생산 판매 소비의 현장을 살펴본다.

경기도 부천에 사는 K부인은 1주일에 한번꼴로 어김없이 서울나들이를 한다. 위암과 직장암을 앓고 있는 남편에게 '생명의 식단'을 차려주려는 일념에서 시작해 벌써 6개월째다. K부인이 이처럼 정성스럽게 찾는 곳은 서울 압구정동의 내추럴 하우스. 이른바 무공해농산물만 파는 곳이다.

남편이 암환자로 판명된 후 갖가지 의학적 처방을 받았지만 별 뾰족한 수가 없던 차에 무공해식품 특히 케일즙을 복용하면 좋다는 얘기를 듣고 마지막 희망으로 찾았다는 것. K부인은 케일 7백g을 3, 4단씩 사다가 즙을 만들어 남편에게 복용케 하고 있다.

K부인처럼 절박한 처지는 아니지만 건강에 신경이 쓰이는 사람들도 많아 찾아오고 있다는 게 내추럴 하우스 주인 김명희씨의 말이다. 서울시내 변두리는 물론 과천이나 성남에서도 찾아와 무공해쌀이나 과일 채소를 사간다는 것. 대학입시가 임박했을 때는 무공해케일즙을 만들어 수험생자녀에게 주려는 학부형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서울에 사는 샐러리맨 S씨는 작년부터 충남 아산군 음봉면의 한 마을에서 생산되는 무공해쌀을 직접 가져다 먹고 있다. 농약을 일체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짓는 음봉면 주민들을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S씨는 '무공해쌀'이 판로가 없어 일반미와 똑같이 시장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는 서울의 동료·친척들과 공동구입하기로 작정, 실천에 옮겼다.

가격은 농민들이 현지에서 내다파는 것보다 1만원가량 비싼 80㎏ 1가마당 7만5천원으로 합의를 봤다. 이 가격은 서울에서 아끼바리 1가마가 대개 7~8만원이므로 별로 비싼 것은 아니었다. 2년째 음봉면 농민들과 '거래'를 하고 있는 S씨는 "농민도 손해볼 것 없고 서울사람들도 싼값에 무공해쌀을 먹을 수 있어 반응들이 매우 좋다"고 말한다.

몇년 전만 해도 무공해식품 하면 돈 많은 사람들의 사치쯤으로 여겨졌던 게 사실이다. 값도 엄청나게 비쌌고, 구입할 수 있는 방법도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과 수년 사이에 무공해식품판매코너가 백화점이나 수퍼마다 생겨나 점차 대중화돼가고 있는 것이다.

농약의 공포

무공해식품이 이처럼 아직도 일부이긴 하나 도시사람들의 관심을 끌면서 식탁에 오르고 있는 것은 그만큼 무공해농산물을 생산해내는 농민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다시 말해 화학비료와 농약이 있어야만 농사가 되는 줄만 알았던 농민들이 이같은 화학영농의 폐해를 깨달아 이른바 무공해농법에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무공해농법은 화학영농 특히 농약의 위험성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비롯됐다. 5·16후 식량증산정책에 따라 대량으로 각종 농약이 살포되면서 초래된 농약공해현상이 더 이상 계속돼서는 안되겠다는 자각이 일부 농민들 사이에서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61년 이후 국내의 농약소비량은 연평균 23.6%에 이르는 급신장을 보여왔고 83년까지는 2천4백73%라는 엄청난 증가를 기록했다. 83년 한해에 뿌려진 농약의 실물량만 해도 무려 14만t. 10t짜리 트럭 1만4천대분의 엄청난 농약이 논과 밭에 뿌려진 셈이다.

이처럼 농약사용이 늘어남에 따라 이로 인한 부작용이 크게 문제가 된 것은 당연한 일. 우선 농약을 직접 취급하는 농민들이 중독사고로 쓰러져갔다. 80년들어 서울대 보건대학원 이택구씨가 9개 지역 농민 4백7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경과에 의하면 농민의 44%가 농약중독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82년 충남 홍성에서는 1~7월 사이에만 무려 44명의 농민들이 농약으로 인해 사망했음이 보고되기도 했다.

농약은 농민뿐 아니라 도시의 소비자들에게도 공포를 안겨주고 있다. 농약을 대량으로 투입해서 수확을 한 농산물에 농약성분이 잔류, 이를 섭취한 사람에게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

생태계를 파괴하는 화학영농

85년 7월30일 국립보건원의 조사결과 발표를 보자. 국립보건원이 84년 2월부터 11월 사이에 경기 충남 전북 경북 등 4개 지역에서 수확된 토마토 양배추 복숭아 사과 등을 대상으로 살충제 농약 11종의 표면잔류량을 조사한 결과 경기와 경북지역의 과채류에서 일부 농약의 최고검출치가 허용기준을 3배 이상까지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조사에 의하면 경기지역에서 수확된 토마토와 양배추에서 다이아지논 살충제의 표면잔류량 최고치가 각각 0.267, 0.284 ppm으로 일본의 허용기준인 0.1 ppm을 3배 가까이 넘고 있다는 것. 또 경북지역에서 수확된 복숭아와 사과에서 EPN 살충제의 표면잔류량 최고치가 0.289 ppm, 0.344 ppm이나 검출돼 역시 일본의 허용기준 0.1 ppm을 최고 3배 이상 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사부가 85년 안에 식품위생법시행규칙을 개정하여 현미 딸기 사과 복숭아 포도 토마토 상치 양배추 등 8개 농산물의 잔류농약 최대허용기준을 정하기로 한 것만 보아도 잔류농약문제가 심각한 국면에 달했음을 엿보게 해준다.

농약은 이밖에도 자연생태계를 파괴시키고 토질을 오염, 산성화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병충해를 방제하기 위해 농약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경우, 해충뿐 아니라 익충 및 유효균마저 무차별하게 파괴하므로 결과적으로는 해충이 번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 70년에 총 논면적 5만2천6백ha의 0.4%에 불과했던 이화명충 피해면적이 5년후인 75년에는 전체면적의 10%인 5천2백30ha에 달한 것이 그 좋은 예다. 농약사용량이 늘어감에 따라 거꾸로 5년 사이에 피해면적이 25배나 늘어난 것이다.

땅이 죽어간다는 표현도 농약과 화학비료의 남용에서 비롯된 현상의 하나다. 작물에 필요한 질소 인산 칼리를 화학비료의 형태로 넣어준 결과 땅이 산성화돼고, 한편으로는 땅속의 미량원소가 부족하게 돼 전체적으로 병충해에 약한 토양이 됐다는 것이다. 화학비료의 남용→병충해의 확대→농약의 대량살포라는 악순환을 거듭하면서 땅이 산성화되고 오염돼 죽은 땅이 돼간다는 것.
 

유기농법으로 재배중인 호박


퇴비와 효소를 이용한 유기농법

이같은 농약과 화학비료로부터 탈피해 무공해의 농사를 짓는 대표적인 방식이 유기(有機)농법(다른 말로 자연농법 미생물농법 효소농법)이다.

유기농법은 농약과 화학비료 대신에 퇴비와 유효미생물인 효소를 이용해 공해없는 농상물을 생산한다는 것으로서 '효소'의 이용에 그 핵심이 있다.

유기농법과 효소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땅의 성질을 알 필요가 있다.

땅속에는 수많은 미생물들이 살고 있다. 바이러스 방선균 사상균 아메바 등 미생물들이 상호협력하에 또는 단독으로 각종 유·무기성 성분을 분해, 합성하면서 땅의 환경과 생태계의 질서를 지켜나가고 있다.

현재 밝혀진 바에 의하면 미생물중 세균만도 약1천여종에 이르고 있는데, 이중 9백여종이 작물에 이롭다는 것. 따라서 이들 이로운 세균들이야말로 땅을 기름지게 하는 주인공들인 셈이다. 그런데 농약과 화학비료의 남용은 이같은 미생물들을 모조리 죽여 땅을 무균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유기농법의 비밀이라 할 효소는 바로 9백여종의 이로운 균 중에서도 농사에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서, 특히 병균과 싸워 이길 수 있는 1백73종의 힘센 균을 선별, 배양시킨 것이다.

이 효소는 퇴비를 발효시키는데 이용하기도 하고, 흙에 배양하여 작물에게 주면 토양이 기름지게 될 뿐 아니라 산성화를 극복하여 작물을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는 것.

이렇게 보면 유기농법은 과거의 전통적인 농법과는 다른 셈이다. 퇴비위주의 농법을 되살리면서 유효미생물인 효소를 이용하여 작물을 건강하게 키우고 증산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통농법에 과학을 가미한 새로운 농법이다.

유기농법으로 25%의 소득이 증가

5년째 유기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박영수씨(35·경기도 남양주군 구리읍 갈매1리)는 퇴비 만드는데 남다른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박씨가 만드는 퇴비는 톱밥이라든가 돈분 계분 왕겨 등 다양한 재료와 효소를 이용한 것들이다.

톱밥퇴비의 경우, 톱밥에 수분이 70%쯤 되도록 물을 줘 2t 가량 만든 뒤에 엔자임(효소균) 1㎏과 쌀겨 7㎏을 혼합, 30일간(하절기 기준)발효시킨다. 이렇게 만든 톱밥퇴비는 보통의 퇴비보다 3.5배나 거름기가 오래가고 독성이 전혀 없어 토양을 기름지게 만들어준다고 한다.

3천평의 밭에서 연중 채소재배를 하고 있는 박영수씨는 요즘 아욱과 상치를 주로 재배하고 있는데, 상치의 경우 남들보다 35%가량 수확량이 많다고 한다.

박씨는 상치의 씨앗소독에서부터 파종 정식 시비 등 재배과정을 토곡(흙에다가 왕겨요소 발효제 쌀겨 물을 섞어 발효시킨 것)과 효소퇴비 영양제(효소제품) 등을 이용하는 것이 비결이라는 얘기다. 농약은 단기재배에는 일체 안뿌리고 있으나 3개월 이상 재배시에만 한두번 뿌리고 있다.

"농약을 뿌리는데 따른 위험성은 없지만, 퇴비만들기에 정성을 다해야 하고 작물의 재배과정에서 효소를 적절히 공급해야 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농사방법이 유기농법이다. 하지만 3천평의 땅에서 연간 2천만원의 수익을 올려 남들보다 4백만원가량은 더 버는 셈이다. 무엇보다도 공해없는 채소를 생산해낸다는데 긍지를 갖고 있다"는 박영수씨의 경우는 성공적으로 유기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유기농업이 반드시 많은 수확량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토곡과 퇴비 효소를 꾸준히 공급해 토양을 기름지게 만들었을 때만 증산이 가능하다. 따라서 처음 유기농사를 시작하면 감산을 각오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사과나무같은 경우는 농약을 안뿌리면 다음해에 생산이 안될 정도라는 것.

특히 농약을 일체 안뿌리는 데에 그치면 병충해 등으로 인해 수확량은 엄청나게 감소하기 마련이다. 물론 이 경우도 몇년 지나면 감산의 폭이 줄어들지만 아뭏든 무농약 재배는 당장의 감산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토마토의 수경재배, 한국시설재배기술 진흥회에서 사진 제공


수확량은 줄어들기 쉽다

유기농업과 수확량의 증감현상에 대해 정진영씨(43·유기자연농업연구회상무이사)는 "유기농업 3년작전이란 게 있다. 즉, 유기농업의 원리대로 퇴비와 효소로 토양을 되살리면서 화학비료는 10포 쓰던 데에서 3포쯤으로 줄이고, 농약은 3년째엔 완전히 안쓰자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하면 유기농업으로 전환하는데 따른 감산도 막을 수 있고, 3년후엔 20~30%의 증수가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유기농업은 무공해의 농산물을 생산하는데 목적이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농약과 화확비료로 파괴된 자연을 원형대로 회복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충북 음성군 대소면 성본1구의 한 농민의 이야기는 '자연생태계의 회복'을 실감나게 한다.

"농약을 안준 첫해 논을 호미로 메다 보니까 메뚜기 한마리가 보였다. 다음해에는 여섯마리가 눈에 보이고, 그 다음해에는 논둑에서 보일 정도였는데, 지난 해에는 메뚜기가 얼굴에 부딪칠 정도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없던 미꾸라지도 생겨났다. 81년도의 경우, 동네에서 가장 농약을 많이 친 사람의 논은 벼를 베어보니 바닥에 멸구가 새까맣게 깔렸는데 농약을 한번도 안친 논에는 거미가 시커멓게 깔려 있을 뿐 멸구는 없었다. 거미가 멸구를 다 잡아먹었기 때문이다."

유기자연농업연구회와 정농회

현재 유기농법을 실천하고 있는 농민은 전국적으로 2, 3천명 정도인 것으로 추산되는데, 대부분이 한국유기자연농업연구회(회장, 柳達永)와 정농회(회장, 吳在吉)에 속해 있다.

이 두 단체는 무공해농법·유기농법이라는 점에서는 일치하지만, 기술적인 면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즉, 유기자연농업연구회쪽은 효소의 이용에 상당히 적극적이고, 농약은 단계적으로 줄여나가 궁극적으로는 안쓴다는 입장이다.

이에 비해 대부분 기독교신자인 정농회쪽은 '농약사용 절대불가'를 고수하면서 효소의 이용에도 관심을 보이는 식이다. 정농회가 보다 더 원칙에 충실하다면 유기자연농업연구회측은 다소 융통성이 있는 셈이다.

이같은 차이 때문인지는 모르나 정농회는 76년 창립이래 1백50여명의 회원이 계속 유지돼오고 있는 반면, 78년에 생긴 유기자연농업연구회는 창립 이후 82년까지 3백명 수준이었다가 이후 회원이 급격히 늘어 1천6백여명(85년6월)에 이르고 있다.

최근에는 가톨릭농민회와 기독교농민회 등 농민단체에서도 무공해농사를 짓는데 관심을 갖고 있다는 소식이다.

가톨릭농민회 조사부장 이병철씨는 "건강한 농촌에서 공동체적인 삶을 구현하기 위한 한 방안으로 농약을 쓰지 않는 무공해농사를 짓고 있다. 지역적인 특성에 따라 무공해농사에 관심을 갖고 있어 아직은 소수의 농민회원들이 실천하고 있지만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뭏든 유기농법은 날이 갈수록 퍼져가고 있다. 지난 20여년간 계속된 화학영농의 한계가 드러남에 따라 그 필요성이 더욱 설득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유기농법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활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약 3만명의 농민들이 유기농법(organic farming)을 실천하고 있는데, 미국의 농업방식이 화학농업에서 유기농업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추세라는 것. 지난 84년 2월 '미국농업생산성향상법안'이 미국하원에서 통과된 것도 이 같은 유기농법을 제도적으로 연구·보급시키기 위한 조치라는 얘기다.

새로운 차원의 농사법, 수경재배

한편 유기농업은 아니지만 역시 무공해농법이라고 할 새로운 농사방식이 등장해 주목을 끌고 있다. 이른바 수경재배(水耕栽培)가 그것이다.

수경재배는 땅이 아닌 물에서 작물을 기르는 것으로, 쉽게 생각하면 콩나물재배의 원리와 같다. 식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영양분을 깨끗한 물에 공급해 이것으로 재배하면 농약피해는 물론, 갖가지 오염으로부터 벗어난 청정농산물을 생산해낼 수 있다는 것.

수경재배를 하기 위해서는 특수한 설비가 필요하다.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먼지 해충 등 외부로부터의 오염원을 차단하고, 바닥에는 구멍이 뚫린 플로팅 판넬을 깔아야 한다. 이 판넬에는 물을 담아 놓는데, 판넬의 구멍을 통해 작물의 뿌리가 내려와 물속에 잠기게 된다.

이같은 수경재배는 생육 기간이 땅에 비해 30%밖에 안걸리고, 연중 농사를 지을 수 있으며, 우리나라처럼 농사지을땅이 부족한 형편에서는 토지이용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수경재배는 시설비용이 1백평 기준으로 1천만원이나 돼 영세한 농민들에게는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 일광이나 탄산가스의 양을 자동조절하는 등 기술이 뒷받침돼야 하고, 물에 타주는 영양제를 국산화해야 한다는 게 문제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물에 타주는 양액이 무공해의 열쇠

특히 물에 타주는 영양제인 양액(養液)이 작물의 발육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주고 또 무공해의 여부를 판가름한다는 점에서 수경재배의 핵심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질소 인산 칼리 등 식물성장에 필요한 요소들을 어떤 방식으로 공급해주느냐는 것. 그리고 이 양액을 통해 식물들이 얼마나 골고루 양분을 섭취, 맛있고 영양가있는 농산물이 되겠느냐는 것이다.

양액을 둘러싼 이같은 의문점에 대해 수경재배를 연구·실시하고 있는 사람들은 전혀 공해요인이 없으며 오히려 양분을 조절, 영양가 높고 맛있는 식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주장인데 반해 유기농법을 하는 사람들은 회의를 표시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수경재배기술이 보급되고 있는데 주로 토마토 오이 상치 미나리 무움나물 등이 재배되고 있다. 그러나 시설비가 비싸고 전문적인 기술을 요하는 까닭에 전국적으로 25명 내외가 1만평 가량 재배하는데 그치고 있다.

수경재배기술의 보급에 힘쓰고 있는 안학수박사는 "수경재배는 이미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되고 있다. 일본만 해도 수경재배가 성행, 백화점에서 직접 재배해 현장판매를 하고 있고 10층 건물이 온통 수경재배를 해 식물공장화하고 있다. 영국과 독일 네델란드 이스라엘 등지에서 특히 성행하고 있는데 유전공학과 결합하면 더욱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땅이 비좁은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개발할 필요성이 크다고 본다"고 강조한다.

수경재배를 둘러싼 논쟁이 있긴 하지만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무공해·대량생산이 가능하므로 계속 연구돼야 한다는 데는 많은 사람들이 견해를 같이 하고 있다.

백화점과 수퍼에 진열된 무공해식품

유기농법 등으로 생산된 무공해의 농산물이나 이를 가공한 것이 곧 무공해식품이다. 이 무공해식품은 아직까지는 생산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는 과정이 확립돼 있지 못한 형편이다.

소비자가 무공해식품을 구입하는 루트로는 우선 백화점이나 수퍼의 무공해식품코너와 내추럴 하우스 같은 전문판매점을 들 수 있다. 롯데나 신세계 등 유명백화점의 지하식품부 그리고 서울강남의 아파트단지 수퍼에서는 매장을 일부 할애해 야채류 두부 콩나물 달걀 등을 '무공해식품'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식품' '수경재배한 야채' 등으로 따로 구분해 팔고 있다.

이같은 무공해농산물들은 거의가 정농회원들 및 풀무원농장에서 재배한 것을 풀무원식품(대표·원혜영)이 공급하고 있다. 쌀이나 고추, 무우 배추 등 채소와 과일은 생산지에서 판매점으로 직송되고, 두부나 기름 등은 풀무원식품의 가공센터에서 가공돼 제품화된다.

이들 무공해식품들은 일반 농산물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대개 30% 이상 비싼 것들이 많고, 품목에 따라서는 2배가 되는 경우도 있다.

무공해농산물중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쌀. 백미 80㎏에 9만2천원으로 시중일반미보다 15% 정도 비싼데 미리 주문을 해야 살 수 있을만큼 수요가 밀리고 있다. 시금치는 2백g에 4백20원으로 거의 2배나 비싸고, 콩나물을 3백g당 2백80원으로 40% 이상 비싸다. 참기름도 3백g에 9천6백원으로 50% 이상 비싸고, 두부는 5백50g(2모)에 5백80원으로 역시 40% 이상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내추럴 하우스의 경우 단골고객이 3백명 가량 되는데 쌀과 야채가 인기품목이라는 것. 81년에 개설, 전국 최초의 무공해식품 전문판매점인 셈인데 붐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고객층이 안정, 확대돼간다는 게 주인 김명희씨의 얘기다.

압구정동 한양쇼핑센터의 오수환씨에 따르면 지하식품부에 무공해식품코너를 설치한지 1년쯤 됐는데, 조금 비싸더라도 안전한 식품을 사먹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전망이 밝다고 한다.

농촌과 도시를 연결

중간상인들이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 무공해식품을 조달해주기도 한다. 서울 미아동의 자연건강센터가 이런 경우에 해당되는데, 이곳에서는 1천5백여명의 회원을 확보해 1주일에 1, 2회씩 주문배달을 해주고 있다. 취급품목은 곡물 야채 두부 콩나물 달걀 등으로 역시 가격이 일반식품에 비해 30~50% 비싸다.

무공해농산물은 또 교회 등을 통해 생산자인 농민과 도시사람들이 연결돼 거래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런 유통방식은 산발적이고 비조직적이어서 얼마나 되는지 알 수가 없으나 최근들어 활발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무공해식품의 생산자인 농민이 공든 만큼의 제값을 받고, 소비자는 싼값에 구입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직거래운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중간유통과정을 생략, 직거래체제가 이루어지면 값도 싸질 뿐 아니라 계획생산이 가능해 농민의 수입도 보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경제적인 장점뿐 아니라 오늘날 소원해진 도시와 농촌의 연대감이 이를 계기로 새롭게 형성될 수도 있고, 나아가 공해문제에 대한 공동의 인식도 가능해져 사회문제해결에 큰 도움이 되리라는 것.

그러나 무공해식품을 통한 도시와 농촌의 만남은 아직 초보단계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국유기농업생산소비자연합회 정농회 한국유기자연농업연구회 한국교회여성연합회 등 몇개 단체에서 벌이고 있으나 참여인원이 그리 많지 않다. 교회여성연합회의 경우 10개 반 1백여명이 참가그룹으로 조직된 정도.

이처럼 직거래운동이 저조한 데 대해 한 관계자는 "공해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농민과 도시인이 격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인 도시인들이 보다 더 적극적으로 공해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무공해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과의 협력체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무공해농산물을 농촌으로부터 직접 구입하기 위한 소비자조직이 무려 2천9백개에 달하고 있어 우리와는 좋은 대조를 보이고 있다.

무공해인가, 저공해인가

무공해식품을 먹어본 사람들은 대개 맛이 좋고 음식물에서 질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농약을 많이 써서 크고 탐스럽게 재배된 과일이나 야채가 막상 먹어보면 싱거운데 비해 고소한 맛이 나고 알찬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는 것.

2년전 P농산이 서울지역 소비자를 대상으로 전화번호부에 의거 무작위로 1천명을 선정,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의하면 무공해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태도가 비교적 호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기농법에 의한 무공해청정농산물을 판매한다면 구입하겠느냐는 질문에 '무조건 구입'이 20%, '조건이 맞으면 구입'이 73%로 나타났고, 무공해농산물의 품질을 믿느냐는 질문에는 '믿는다'가 14%, '믿어본다'가 37%, '사회단체가 보증하면 믿겠다'가 42%로 돼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무공해농산물의 가격에 대해서는 '50~1백% 비싸도 사겠다'가 28.2%, '30%가 더 비싸도 사겠다' 26.4%, '20% 더 비싸도 사겠다'가 52.4%로 나타나 20~30% 비싼 것은 감수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압구정동 한양쇼핑센터의 무공해참기름 판매코너


과학적 성분조사가 필요

무공해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과연 얼마나 '무공해'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대기와 수질이 오염돼 있는 이상 농약을 안쓴다고 해서 무공해농산물이 생산되겠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풀무원식품의 원혜영씨는 "사실 이론적으로 완전무공해란 불가능하다. 따라서 지나치게 '무공해식품'을 강조하면 거부반응이 생길 수도 있다. 풀무원식품에서도 이런 점을 감안, 무공해식품이라는 표현 대신 '유기농업으로 재배한 농산물'로 표시해오고 있다"고 말한다.

연세대 공해문제연구소장 권숙표교수도 "아직까지 이른바 무공해농산물에 대한 과학적 성분조사가 본격적으로 실시된 적이 없다. 국가기관에서는 증산시책에 어긋난다 해서 무공해식품이라는 용어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자세이고, 유기농업단체나 관련자들은 분석비용이 엄청나게 비싸 그들이 생산해내는 무공해농산물의 청정도를 증명해보이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고 말하면서 권위있는 국가기관에서 농산물의 오염도를 측정하는 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교수는 또 "무공해라는 말 대신에 저공해식품이라는 표현이 보다 정확할 듯하다"고 밝혔다.

아뭏든 이제 우리의 농업방식이 무언가 전환기에 와있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진단인 것 같다. '증산'이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는 일부의 우려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고, 식품속의 공해요인이 더 이상 방치돼서는 안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공해식품의 생산·소비가 단순한 건강문제에만 그칠 게 아니라 과학적으로 연구되고, 사회적인 차원에서 관리되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1986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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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민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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