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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에서 AIDS까지

인간과 전염병의 싸

그리스의 유명한 전기작가이자 철학자인 '풀루타크'는 "신탁(神託)에 의해 인간의 의지는 구속당한다"고 말한바 있는데 전염병에 관한 한 근세기까지 이같은 운명론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전염병을 어쩔수 없는 것이라고 체념했더라도 전염병의 원인에 대해 탐구하려는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히포크라테스'는 열병의 일종을 퇴치하기위해 훈증소독(연기로 환경을 깨끗이 함)을 주장한 바 있는데 이것으로 효과는 보지 못했지만 서양에서 향을 피우는 전통을 만들어 냈다.
 

중세의 목욕탕-젊은 여자들이 보인다


모기 들끓던 로마

고대의 거대도시 로마는 웅장한 건물로 아직도 위용을 자랑하고 있지만 위생은 엉망이었다. 상수도는 발달했지만 하수도는 제멋대로였고 시내 곳곳에 웅덩이가 많아 악취가 심했고 각종 곤충들이 들끓었다. "도미티아누스'황제는 모기에 견디다 못해서 매일 아침 한시간을 모기사냥에 소비했는데 '시지프스'의 도로(徒勞)처럼 소용이 없었다.

병균에 대한 최초의 관찰은 놀랍게도 2천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의 마르쿠스 바로 라는 사람이 현미경으로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의 존재를 확인했다. 그러나 그는 이들 병균이 밤하늘의 연두빛 구름을 만들어 이 구름때문에 전염병이 생긴다고 주장했고 병균이 곤충이나 인간주변에 사는 쥐같은 동물에 의해 매개된다는 사실을 몰랐다. 다른 의학자들은 바로가 찾아낸 세균에 대해서 아무런 관심도 갖지 않았다.

14세기 유럽을 휩쓴 페스트의 원인도 만약 당시 바로가 발견한 병균에 대한 연구가 진척되었다면 밝혀졌을 법하다. 그러나 당시의 학자들은 이것을 유성때문에 즉 별들의 장난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결론지었던 것이다. 그래서 점성술은 학자들 뿐만이 아니라 일반 민중 사이에 더욱 깊은 관심사가 되었다.

어쨌든 페스트는 점차 석조건물을 많이 지으면서 쥐의 서식처가 줄어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산업화과정으로 도시화가 진행되자 도시의 빈민층은 콜레라로 고통을 받게 되었다.

또한 임질같은 성병은 로마시대 이래 목욕탕 때문에 쉽게 전파가 되었다. 방탕한 로마인들은 대중 목욕탕을 즐겨 찾았고 그곳에는 돈거래에 의한 또는 돈거래 없는 남녀관계가 잦았다. 일부 목욕탕에 그런 장소를 즉 동성연애를 통해서 이 병은 전염되는 것이다.

"전인류는 가장 위험스럽고 만성적인 전염병에 의해 역사상 가장 참혹한 시련을 겪을 수도 있으며 특히 이 병은 20세기 말 서구 전역을 휩쓸 것이다"라고 라게 슈터어 부인은 우려하였다.

하지만 AIDS에 관한 관점들 중에서 우리에게 많은 위안을 주는 경우도 있다. "테오프라스투스 봄바스투스 폰 호헨하임'은 중세시대에 있어서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의사였는데 그는 그 당시 서구인들을 괴롭혔던 임질에 대해서 많은 연구를 하여 그 후 임질에 대한 처방책이 나올 수 있는 하나의 토대를 만들었다. 이러한 실례는 AIDS에도 곧 해당에 되어 반드시 처방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까지 인류는 전염병에 많은 시련을 겪으면서도 결국 그에 대한 처방책을 계속해서 발견해 왔다. 그런데 유력한 영국 의학지(British Medical Journal)는 이러한 점에 대한 영국인들의 조심스런 견해를 밝히고 있는데 즉 AIDS는 불투명한 점도 많지만 잡혼, 남자동성연애 그리고 약물오용으로 감염되며 바로 이러한 점이 이 병을 치료 하는 데 하나의 실마리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 전통적인 잡지에서도 구체적으로 치료를 어떻게 해야 하는 것에 관해서는 유감스럽게도 아무런 언급이 없다.

또한 이 잡지는 '잡혼(雜婚)'의 개념을 정확하게 정의하지 못했다. 여하간 성행위에 있어서 가장 위험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부부관계 이외의 제3자와 관계를 맺는 것이다. 단지 일부일처제만이 바로 성병(여기에서 이 병이 의미하는 것은 매독과 임질과 같이 접촉감염에 의해서 전염되는 성병을 의미한다)의 감염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즉 성병에 전염된 사람과 성교를 하게 되면 임질과 매독에 걸릴 가능성이 농후해 진다. 이러한 문란한 성행위만 없다면 성병의 감염은 거의 있을 수 없다. 하지만 AIDS의 경우에는 제3자라는 개념이 무익하여 전혀 쓸모가 없다. 그것은 AIDS는 접촉감염에 의한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에 의해서 전염되는 병이기 때문이다.

일단 감염된 한 사람이 그의 애인―이사람은 AIDS에 대하여 아무런 관계가 없다―과 정열적인 사랑을 하게 되면 처음에 건강한 사람도 감염될 위험성이 다분히 있는 것이다(물론 아무런 성적인 접촉이 없었다고 해도).

성행위 없어도 전염된다
 

요즘의 어느 사우나탕


모든 사람에게 계몽이 잘 될 경우 커다란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AIDS에 대한 처방책 중에서 확실히 보증할 만한 것은 현실적으로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AIDS에 감염된 환자―미국의 은어로 이야기할 때 '미스터 롱(Mister Wrong)―가 이미 상당수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어쨌든 AIDS에 대해서 방심하고 있는 사람은 세상물정에 너무나도 어두운 사람이라고 보면 결코 과장된 표현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매독과 임질과 같이 접촉감염에 의한 성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일부일처제를 신봉함은 물론 AIDS에 대해서도 항상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된다. 특히 지금까지 여러 사람과 난잡한 성교행위를 거리낌없이 한 사람들을 조심해야만 임질과 매독은 물론 AIDS의 감염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어쨌든 이러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AIDS의 예방 및 치료법이 여러 전문가들에 의해서 곧 나오리라는 기대를 결코 저버려서는 안된다. 그것은 인류 역사상 많은 인간들에게 시련을 안겨주었던 천연두 페스트 및 콜레라와 같은 전염병은 뭇사람들의 끈질긴 노력에 힘입어 결국 정복되어 예방책과 처방책을 발견해 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구성과에서 알 수 있듯이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은 모든 문제는 아무리 애매모호하게 보여도 그것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실마리가 반드시 있다는 점이다. 특히 AIDS는 어떻게 해서 감염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것을 바탕으로 하여 연구가 시작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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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슈피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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