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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가장 멀어지는 7월 여름

17일 새벽 그믐달과 행성 넷 모여

어린 시절 한여름 이글거리는 태양을 쳐다보며 태양이 더 가까워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 겨울철 따스하게만 느껴지던 햇살이 한여름엔 불에 달궈진 화살처럼뜨겁게 다가오니까. 하지만 태양은 여름철에 더 멀어진다는데…

여름은 덥다. 태양이 여름에 더 뜨거워지는 것도 아닐텐데 왜 그럴까. 그렇다고 지구가 태양에 더 가까워지기 때문에 더운 것도 아니다. 오히려 여름에 더 멀어진다. 한여름 낮에 태양을 보며 여름이 더운 이유를 생각해보자. 또한 7월 17일 새벽엔 잠 못이룬다면 그믐달과 네개의 행성이 동쪽하늘에 펼치는 장관을 즐겨보자.
 

검은 흑점이 표면 곳곳에 나타난 태양. 활동이 왕성했던 지난 4월말의 모습이다. 지구에서 보는 태양의 크기는 미세하게나마 겨울철보다 여름철에 더 작다.


가장 먼 태양, 그러나 더운 여름날

신기하게도 지구는 겨울철 태양에 더 가까이 접근하고 여름철에 태양으로부터 더 멀어진다(물론 남반구라면 반대다). 올해 지구가 태양에서 가장 멀리 떨어지는 때는 7월 4일 22시경이다. 이때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는 1.0166AU(1AU는 1억5천만km)로서 평균에 비해 약 1.7% 더 멀어진다. 반면 올해 지구와 태양이 가장 가까웠던 시기는 한겨울인 1월 4일로서 거리는 0.9833AU였다. 이 두날의 거리 차이는 약 5백만km 가량이나 된다. 이것은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인 40만km에 비해 무려 10배 이상 크다. 즉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는 계절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에 비하면 이 차이는 불과 3% 정도로 매우 작기 때문에 실제로 기후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계절은 이런 거리와 무관하다. 그렇다면 지구에 계절 변화가 나타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지구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어서 1년 동안 태양의 고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태양의 고도는 겨울보다 여름에 더 높다. 따라서 겨울보다 여름에 태양에너지를 더 많이 받고, 여름이 겨울보다 더 더운 것이다.

거리의 차이에 따라 눈에 보이는 태양의 크기도 달라진다. 당연히 태양이 가까워지면 크게 보이고 멀어지면 작게 보인다. 올해 태양의 겉보기지름은 1월 4일에 32′ 32″로 가장 컸으며, 반면 7월 4일엔 31′ 28″로 가장 작아진다. 약 1′ 가량 차이가 난다. 여름철 태양의 크기는 겨울철에 비해 작다. 하지만 이 차이는 매우 미세한 탓에 느끼기란 사실상 어렵다.

그렇다면 태양계의 다른 행성은 어떨까. 금성이나 목성은 지구와 마찬가지로 비교적 공전궤도가 원에 가깝다. 즉 태양과의 거리 변화가 매우 적다. 반면 수성이나 화성의 경우에는 상당히 일그러진 타원형이다. 이런 행성에선 태양과의 거리에 따라 계절이 영향을 받으며, 또 계절에 따라 태양의 겉보기크기도 상당히 변한다.

더운 여름날, 저무는 태양을 바라보며 이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해보자. 태양의 겉보기크기가 다른 때보다 더 작고 태양까지의 거리가 더 멀다는 사실을.

금성과 토성 1등성과 나란히
 

17일 새벽 동쪽하늘 모습. 동쪽하 늘이 트인 곳에서 보면 그믐달 아 래로 네개의 행성과 밝은 별인 알 데바란이 줄지어 늘어선다. 18일 과 19일에도 달을 제외하고는 비슷한 모습이 나타난다.


장마가 지나가는 7월 중순, 새벽하늘에 먹구름 사이로 볼거리가 펼쳐진다. 17일 새벽 휴일이라 늦잠 생각이 간절하겠지만 하늘은 우리를 유혹한다. 새벽하늘에 펼쳐지는 색다른 장관으로 말이다.

이날 새벽하늘을 보면 매우 화려한 천체들이 지평선 부근을 수놓는다. 맨위 그믐달에 가까운 작은 달이 떠있고, 조금 아래에 밝은 행성인 토성과 새벽하늘을 밝히는 샛별인 금성이 먼저 눈에 뜨인다. 또 토성과 금성 바로 옆에는 밝은 황소자리의 1등성 알데바란이 빛난다. 즉 언뜻 보면 별과 행성이 어우러져 밝은 점 셋이 나란히 붙어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날의 볼거리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지평선 근처로 눈길을 돌리면 목성이 떠오르고, 여기에다 지평선 바로 위에는 수성이 보인다. 이 무렵 수성은 일출 직전 고도가 15°에 이르기 때문에 관측이 그리 어렵지 않다.

한꺼번에 이처럼 많은 행성들이 모여있는 광경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달과 네개의 행성이 연출하는 모습을 눈여겨 감상해보자. 그리고 여기에 참여하는 1등성 하나도 기억하자.

만일 17일 날씨가 흐려 볼 수 없다면 다음날인 18일을 노려보자. 다음날에도 행성들의위치는 그리 바뀌지 않는다. 단 달의 위치에 많은 변화가 생긴다. 18일 달의 위치는 금성 바로 아래에 위치해 또다른 모습을 선사한다.

19일에는 달이 더욱 가늘어진 그믐달 형상으로 변하면서 목성 바로 위에서 빛난다.
 

2001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조상호 천체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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