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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는 뱀파이어의 방에서 나와 기다란 복도를 따라 걷기 시작했어요.
복도 벽에는 먼지 쌓인 액자가 여러 개 걸려 있었어요. 앞서가던 이나는 액자의 먼지를 털어내려 액자 가까이 다가갔지요. 그때 액자 밖으로 손이 쑥 튀어나오더니 이나의 손목을 덥석 잡았어요.

 

“으아아아악!”
이나는 잡힌 손을 뿌리치면서 달리기 시작했어요.
“잠깐, 도망가지 말고 내 얘길 들어봐! 난 마녀가 아니라고!”
액자 속에서 외치는 목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어요. 액자 속 초상화가 말을 하다니!
“당신은 누구인가요? 왜 이나의 손을 붙잡은 거죠?”
예서가 초상화 가까이 다가갔어요.
“난 이탈리아의 수학자 마리아 아녜시야. 풀고 싶은 오해가 있어. 너희의 도움이 필요해.”
아녜시는 자신의 옆에 있는 액자를 가리켰어요.
“이건 ‘아녜시의 마녀’라고 불리는 곡선이야. 1748년에 이탈리아어로 쓴 수학책에 소개했지. 내가 쓴 책은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될 정도로 인기 있었어. 그런데, 책을 번역하던 사람이 이탈리아어로 곡선을 뜻하는 ‘베르시에라(versiera)’를 마녀를 뜻하는 ‘아베르시에라(avversiera)’로 착각한 거야. 그렇게 ‘아녜시의 곡선’은 ‘아녜시의 마녀’로 유명해졌어. 더 이상은 곡선이 마녀로 잘못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세 아이는 아녜시의 곡선이 마녀로 오해받지 않도록 다른 친구들에게 널리 알리겠다고 약속했어요. 아녜시는 고마움의 표시로 곡선 모양 사탕을 내밀었어요. 세 아이는 사탕을 입에 문 채로 복도를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그때 어디선가 울음소리가 들렸어요.
“흐흐흐흑.”
세 아이는 주위를 둘러봤어요. 한 초상화 밖으로 눈물이 흐르고 있었어요. 연우는 초상화 앞으로 다가갔어요.
“왜 울고 계신가요?”
초상화 속 여성이 고개를 돌려 연우를 바라봤어요.
“난 고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수학자 테온의 딸이자 수학자인 히파티아야.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쳤지. 난 알렉산드리아를 관리하던 총독 오레스테스와 가까운 사이였어. 그런데 알렉산드리아 종교 지도자의 자리에 오른 키릴로스가 오레스테스를 미워하면서, 나는 마녀로 몰려 죽임을 당했지. 수학을 사랑했을 뿐인데 마녀로 몰려서 무척 억울해.”
예서는 히파티아가 최초의 여성 수학자로 알려져 있다는 걸 떠올렸어요.
“지금 시대의 사람들은 당신이 마녀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어요. 억울하게 돌아가셔서 마음이 너무 아프지만 더는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예서의 위로에 히파티아는 눈물을 그쳤어요. 그때 복도 전체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세 아이의 눈앞에 다시 악마가 모습을 드러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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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15일자 어린이수학동아(12호) 정보

  • 김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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