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명이 뛰는 축구 경기에 12번째 선수가 있다는 말을 들어봤나요? 응원하는 관중을 ‘12번째 선수’라고 해요.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만큼이나 응원하는 관중이 경기에 영향을 준다는 의미로 그렇게 불러요. 그런데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에 따라 때때로 관중 없는 경기가 펼쳐지고 있어요. 경기장에 관중이 있는 것과 없는 것,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보통 소속팀(홈팀) 경기장에서 경기할 때 좋은 점이 많다고 해요. 늘 훈련했던 익숙한 잔디, 잘 아는 날씨, 열화와 같은 팬들의 응원 속에서 경기하면 심리적으로 안정되기 때문이에요. 또 홈팀 경기장에서 경기하면 해당 선수들은 멀리 이동하지 않아도 되고, 평소 묵는 숙소에서 평소 먹던 음식을 먹으며 몸을 관리할 수 있어요. 하지만 상대 팀 경기장으로 이동하게 되면 챙겨야 할 것들이 생겨요. 특히 다른 나라에서 경기하게 되면 기후부터 먹는 것까지 신경써야 할 것이 많아져요.
한 연구에 따르면 홈팀 경기장에서 뛰는 게 심판의 판정에서도 좀 더 유리하대요. 심판은 어느 팀에도 치우치지 않고 정확한 판정을 해야 하지만, 압도적으로 많은 사람이 한 팀을 응원하면 심판이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는다고 해요.
영국의 스포츠 심리학자인 앨런 네빌 울버햄프턴대학교 연구원은 관중의 함성이 심판 판정에 영향을 주는지 확인해봤어요. 영국 프로축구리그인 프리미어리그 47게임을 분석한 결과 홈팀 선수는 상대 팀 선수보다 파울을 15% 적게 받았어요. 상대 팀 선수가 파울을 10개 받을 때 홈팀 선수는 파울을 8.5개 받은 거예요.
이처럼 홈팀 선수는 상대 팀보다 여러 가지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어요. 이런 모든 효과를 ‘홈어드밴티지’라고 해요. 홈어드밴티지는 소속팀 경기장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홈(home)’과 장점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어드밴티지(advantage)’를 붙여 만든 단어예요.
12번째 선수 없어도 홈경기가 유리해요!
2020년, 코로나19로 스포츠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어요. 가장 큰 변화를 꼽자면 관중 없이 경기하게 된 거예요. 2020년 치러진 K리그 162경기 중에서 127경기가 관중 없이 이뤄졌어요.
대부분 경기를 무관중으로 하다 보니 선수들은 텅 빈 경기장에서 팬들의 응원을 전혀 받지 못한 채 경기를 뛰었고, 팬들 역시 현장에서 생생한 경기를 보는 즐거움을 누리지 못했어요. 하지만 응원이 축구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볼 수 있었어요.
독일 쾰른체육대학교 연구팀은 관중이 경기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발표했어요. 연구팀은 영국,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 6개국에서 진행하는 10개 프로리그 경기를 분석했어요. 코로나19 전인 2010년부터 2019년까지 관중과 함께 치러진 3만 6882개 경기와 코로나19로 무관중으로 치러진 1006개 경기를 비교했어요.
그 결과, 관중이 있던 코로나19 이전의 홈팀 승률은 58.5%였고, 무관중 경기 때 홈팀의 승률은 55.5%였어요. 승률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50%가 넘기 때문에 여전히 홈어드밴티지가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연구팀의 결과에 따르면 무관중 경기일 때 심판의 판정이 더 공정했어요. 연구팀은 심판의 판정과 관련이 있는 파울과 옐로카드, 래드카드 판정이 경기장에 관중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어느 팀에 유리한 지 수학식을 써서 알아봤어요.
그 결과 코로나19 전에는 세 판정 모두 홈팀에게 좀 더 유리했어요. 그러나 무관중으로 진행된 지난해 경기에서는 파울과 옐로카드 판정이 상대 팀에게 유리했어요. 레드카드 판정만 공정한 것으로 나왔어요. 다시 말해 무관중일 때 두 팀이 거의 비슷한 심판 판정을 받거나, 오히려 상대 팀이 유리한 판정을 받은 거예요.
연구를 이끈 파비한 분데를리히 독일 쾰른체육대 교수는 “경기에서 유리하려면 관중을 통해 심판을 압박하는 게 맞지만, 이는 공정하지 않다”고 이야기했어요. 덧붙여 “팬들의 응원도 큰 영향을 미치지만, 홈경기가 유리한 이유는 팀에 친숙한 환경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어요.